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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을 생각하면 저절로 『무소유』(범우사, 1976년)가 떠오른다. 수백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무소유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든 책. 실제로 스님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였기에 더욱 값어치 있는 책이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시는 무소유는 소유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필요없는 것은 가지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말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당신의 삶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스님은 청반한 삶과 나누는 삶을 적극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스님의 무소유가 잊혀지는 듯해 아쉽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님의 삶은 두고두고 따를 만한 반면에 지금의 세태는 거꾸로 달리는 듯해 그렇다. 세월이 가도 스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한 까닭이다.
변택주 선생님은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12년간 법정 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았으며 법정 스님에게 지광(智光)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스님의 뜻을 이어받을 만한 단체 ‘맑고 향기롭게’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이제껏 당신이 써서 남긴 책을 더는 출판하지 말라고 한 뒤 ‘맑고 향기롭게’를 그만두었다. 절판하고 나면 스님의 사상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변택주 선생님은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뒤 스님에 관한 책을 가장 활발하게 내는 작가이다. 『법정 스님 숨결』『법정, 나를 물들이다』『가슴이 부르는 만남』『달 같은 해』를 거쳐 ‘눈길’에까지 이르렀다. 변택주 선생님이 전하는 법정 스님의 말씀 중 가슴에 와 닿은 말을 옮긴다.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지 말라. 사람이건 나무이건 들이는 것은 뜻대로 해도 된다. 그러나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결정하기에 앞서 나와 이야기 나누도록 하라. (64쪽)
절제된 미덕인 청빈은 그저 맑은 가난이 아니라 나누어 가진다는 뜻입니다. ‘탐貪 자’는 ‘조개 패貝’ 위에 ‘이제 금今자’를 씁니다. ‘빈貧 자’는 조개 패貝 위에 ‘나눌 분分’자를 씁니다. 손에 쥔 화폐를 나누는 것이 청빈입니다. 청빈이라는 말, 가난이라는 말은 나누어 갖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에게 만약 가난이 없었다면 나누어 가지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가 가난을 겪어 봄으로써 이웃의 어려움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205쪽)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기쁜 일이 있을 때, 또는 가장 고통스러울 때, 그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관계다. 진정한 친구란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란 말이 있다. 그런 친구 사이는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척에 살면서도 일체감을 함께 누릴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벗일 수 없다. (30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