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시를 대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 시는 무엇을 말하는가일 것입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사물의 근원적인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직설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느냐도 시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고 전달하는 것이 어려우면 독자는 외면하게 되고 결국 그 시는 고립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손택수 시인의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보면서 독자와 시인의 공감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중견 시인인 손택수 시인의 시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특징이 있습니다. 작품의 중심 소재가 우리와 친숙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아주 쉽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독자에게 무척 가깝게 다가오는 시인으로서 인식되게 만드는데, 이번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는 무척 시인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직설적 모습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시에서 너무나 직설적인 묘사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시작법이라 많은 시인이 지양하는 요소인데 이런 과감한 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무척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독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새로운 시도가 좋은 시너지를 일으켜 무척 완성도 있고 친근한 시집으로서 독자에게 다가온 것 같고 만족스럽게 한 권의 시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는 매우 성공적인 시집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