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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가을이 익어가는 만추의 길가 은행나무들은 노란 은행잎을 지천에 흩날리며 마음에 무늬를 수놓는다. 노란 바람개비가 바람 따라 뱅글뱅글 도는 봉하 마을을 찾았을 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행렬로 가슴에 멍울을 더하였다. 밀짚모자를 쓰고 환히 웃고 서 있는 자연인, 자전거 뒤에 수레를 달아 손녀를 태우고 유유히 휘파람 불며 봉하 마을 주변을 다니던 할아버지 노무현, 농민들과 함께 고향 마을을 정화하는 일에 함께 하는 모습 등은 대통령을 지내왔던 특권 계층의 의식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평범한 국민으로 고향의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소박한 바람은 자결로 꺾여버리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연고주의에서 비껴난 비주류로 실력을 행사하며 살아남기 쉽지 않음은 고질적인 병폐로 드러난 이합집산의 기회주의적 속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부조리를 끊고 타협을 거부하며 신념대로 살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그의 정성과 실천적인 노력에 감화 받은 이들은 지금도 그를 가슴에 품고 추도하며 살아간다.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질박한 삶을 이어가려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편의 시로 인간적인 노무현, 바른 정치인 노무현, 바보스러운 노무현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노무현을 노래한 시들을 모아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에 담았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 세우라.’ 그의 무소유적 바람은 생사(生死)일여(一如)의 가치를 추구하며 허례허식을 벗어던지고 물욕의 경계를 넘어 살고 싶었던 바람이 생전 그가 남긴 짧은 글귀에 융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의 믿음처럼 잔잔한 강물은 바람에 부대끼고 소용돌이치며 부서지기를 반복하며 종국에는 바다로 향하는 자연적 현상을 저버리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2009년 5월 23일 부엉이 울던 바위 위에 올라 철옹성 같은 벽에 맞서 투항하다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 정의의 사신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임을 알려 주는 고사를 패러디한 제목-노공이산(盧公移山)-에 담은 권수진의 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자결의 배경을 온전히 드러냈다. 이른 새벽 유언장을 작성한 뒤, 자신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불행을 생각하며 자신을 힘들게 한 이들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하며 죽음을 선택하였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던 정치인의 길은 기득권을 쥐기 위해 야합을 일삼는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소신을 함께 한 유시민은 우리 사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과 거리가 멀어질 뿐이라는 자조적인 어조에 분노의 소리를 더했다. 일류대학이 아니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길이 녹록치 않음을 절감하며 주류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5공 독재 정치의 주범을 청문회장에 세우고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정곡을 찌르는 정치적 발언으로 왜곡된 역사의 이면을 파헤쳤다. 남들과는 다른 소수자로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한 길을 걸어온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일로 그는 서둘러 이승을 떠나야 했던 비운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야 했다.
당신이 봄입니다. 김선미 또다시 봄이 왔어요. 되돌아온 봄이 아닌 들꽃처럼 설레는 새봄이길 노란 꿈 가득한 봉하에도 그리움 가득한 우리 곁에도 당신은 봄보다 먼저 다녀 가셨나요 항상 그곳에 서 계실 거라 소박한 웃음으로 손 흔들어주실 거라 어린 아이처럼 당신을 기다립니다. 사람 냄새 나는 당신은 아끼고 아껴 조금씩 꺼내 보는 첫사랑입니다. (후략)
인간적인 면모로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살고 싶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하는 이들의 가슴에는 해빙기에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지치고 힘든 생황에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사랑이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가슴에 부착된 노란 색 리본은 봉하 마을의 노란 바람개비 물결과 중첩되어 슬픔의 심연 속으로 너울을 이뤘다. 지배자의 횡포에 짓눌려 신음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비통함을 넘어서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공동체 의식의 부활을 꿈꾸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고독한 죽음을 택하였던 결정에 숙연해지고 만다. 눈물 흘리며 회한에 젖기보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대열에 함께 나서서 정성을 들이는 가운데 세상을 변화시켜 가는 길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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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이렇게도 들여다 볼 수 있다니.내가 책이 되고 혹은 저자가 되어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는 이야기이다.책의 이면(裏面)이라 함은 책의 속, 내부의 깊은 면이란 뜻으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책을 썼을 당시의 저자의 상황이나 시대의 흐름등을 독자의 입장이 아닌 책의 입장으로풀어 쓴 아주 독특한 내용이다.중종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조광조는 화려한 등장과는 무색하게 빠른 몰락을 맞고 만다.그것도 지극하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군주에 의해 사사되는 비극의 주인공이었던조광조는 한창 임금과의 사이가 좋았던 어느 날 '근사록'은 학문에 가장 긴요한 것으로궁리하는 학문이 없으면 묘리를 탐구하지 못하니 열과 성을 다하라는 조금은 오만한 조언을하기에 이른다.'근사록'은 성리학의 입문서로 일상 생활에 절실한 사실을 묻고 생각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나의 문제부터 출발하여 깊은 이치에 이르도록 한다는 말이다.결국 왕에게 자신의 문제부터 돌아보라는 무엄한 조언을 한 셈이니 '근사록'은 불과 1년 후 목숨으로그 댓가를 치르게 한 조언의 씨앗이 된 셈이다. 유자(儒者)였던 심노숭은 아내와 아이을 잃고 참담한 슬픔을 가눌 수 없어 제문을 지어올리며 삶을 힘겹게 버틴다. 전생의 업이 무엇이길래 인과가 무엇이길래..하는 하소연은유자에게는 부끄러운 노릇일지 모르나 음심에 빠진 아난을 음욕의 현장에서 꺼낸 세존이길고 긴 설법을 폭포수처럼 뿜어낸 결과물인 '능엄경'이 그에게 위안이 되었던가.'열하일기'를 앞에 놓고 패관기서라고 윽박지르는 박남수를 말리는 박제가와 이덕무의모습과 한잔 술과 거문고 줄로 한숨을 삭이는 남공철의 얼굴이 겹쳐진다.스물 일곱의 어여쁜 나이에 명을 놓아버린 난설헌을 못잊어 자신도 스물 일곱의 나이에그네를 쫒아 이생을 떠나겠다는 허경란의 눈물방울이 '난설헌시집'위에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다.박제가가 쓴 '북학의'와 한교의 '무예도보통지'에서는 서얼임에도 뛰어난 재능으로 인정받고세상에 나왔으나 사람들의 멸시를 견디었던 설움이 전해져 온다. 도대체 권력자들이란 뒷방 늙은이들처럼궁시렁거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오랑캐에게 노략질 당하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불쌍한 백성을 위해필력을 세웠던 이들보다 나았던 것이 무엇인가.김시습의 '매월당집', 조부가 손자 양육 과정을 기록한 이문건의 '양아록'등 귀에 익었던 책들을이렇게 만나니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 종이위에 붓을 놀리고 있는 주인공들을 만나고 온느낌이다.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니 세월무상이요,당시에 뜨거웠던 주인공들은 사라졌으나 이렇듯 책은 남아 당시를 증언하니 어찌 책이 귀하지 않을 것인가.한 권의 책에 담긴 기막힌 이야기와 역사가 한 걸음에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