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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그러나 자연과의 조화.
"인공, 그러나 자연과의 조화." 내용보기
이것은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한번 가보기라도 했으면 그래, 여기는 그랬지.. 그렇군! 이건 그런 것이었군! 하면서 즐거워했을텐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소쇄원 주인 양산보의 조촐한 집이라.. 이런 공간을 경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보통양식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평천장 고사'를 따라서 '소쇄원을 팔거나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
"인공, 그러나 자연과의 조화." 내용보기
이것은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한번 가보기라도 했으면 그래, 여기는 그랬지.. 그렇군! 이건 그런 것이었군! 하면서 즐거워했을텐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소쇄원 주인 양산보의 조촐한 집이라.. 이런 공간을 경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보통양식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평천장 고사'를 따라서 '소쇄원을 팔거나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라'고 유언한 양산보. 그의 후손들은 아마 자부심과 동시에 부담도 느꼈을 것 같다. 사람을 위해 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유언과 그의 후손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른 이의 자취와 정성이 보존된 훌륭한 공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든 사진이 컬러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쉽다. 또 사진을 모두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일부는 발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중간부분에 '조경식물요소'의 컬러컷을 보면 한국건축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자연속에 담하나 얹어놓고 건물하나 갖다놓은 것 같은 모습. 무얼 짓고 억지를 가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연하게 '놓아둔'것 같은 모습이다. 이번 여름에는 이 조촐한 곳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그땐 이 책을 가지고 가야겠다.

[인상깊은구절]
"나의 아들과 손자가 현명하여 그 당堂을 얽어 세운 뜻을 이해한다면, 나의 혼백이 영원히 간 뒤에도 거의 수 백년 동안을 보전하여 지킬 것이니 너희들은 힘쓸 것이다. 따라서 당의 벽 사이에 써서 자손에게 전해 보인다" 라고 한 사실에서 양산보가 단순히 이덕유나 김인후의 사례를 본뜨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고 양산보의 자연관이나 정원관을 살펴볼 수 있다. 즉 자연 속에 묻혀 혼연일체의 삶을 살고 자연 속으로 사라지는 도교적인 삶보다는 자연을 구획지어 자신만의 세계인 정원을 만들고 살기를 원했으며, 자신이 죽은 후에도 일종의 인공경관인 정원을 다시 자연 속으로 돌려 보내기 보다는 후손이 계속 가꾸고 소유하기를 원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당히 현세적이고 어떻게 보면 서구적인 자연관을 가졌던 것이 아닐까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