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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를 읽다. 지나간 삶을 시의 향기로 풀어낸 글을 읽노라니 나의 지나간 삶 또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 같아진다. 저자의 시의 향기를 진하게 맡아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이 책을 펼치니 그의 생활과 생활을 통한 상념이 내면에서 숙성되어 시어로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인은 <바위나리와 아기별>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마해송의 아들로, 아버지의 감성을 물려받았다. ‘박꽃과 달빛’을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게 되는 날이면 특히! 방 한 칸에 다섯 식구가 함께 살던 대구 피난 시절, 마해송 작가는 모처럼 원고료를 받았다며 아들을 불렀다. 한 턱 크게 내시겠다고. 온갖 음식을 상상하던 아들을 데려간 곳은 이상하다, ‘르네상스’라는 다방이었다. 뜨거운 우유 한 잔을 홀짝이며 앉아 있노라니 두 귀에 슈베르트가 철썩였다. 뒤이어 쇼팽의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와서 부딪쳤다. 허기진 감성을 채워준 시간을 아들은 황홀하게 기억할 수밖에.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어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문학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전반적인 예술에 취미를 갖도록 부추긴 아버지 덕분에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과 감상할 줄 아는 나름의 방법까지 터득해나간 아들의 삶은 한층 평온해져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시인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걱정이다. 한동안 <미완성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소년 마종기의 모습을 그리게 될 것 같다. 한동안 오로지 음악만으로 <미완성 교향곡>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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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산다는 것의 '유리함'을 이토록 잘 '이용'한 시인이 있었던가. 마종기 시인. 그의 언어에는 모국어로 모국에서 삶을 지탱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더 넓은 풍경이 있다. 이역만리에서 늘 한 점을 응시하며 사색하고 깨달아온 바를 이렇게 또 에세이로 만나니 시와 다른 맛이 있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내 주변의 사람과 사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이제 조금 읽었을 뿐이지만, 남아 있는 수십장을 손에 쥐고서 벌써 마음이 부푼다. 아껴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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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_ 타국 땅에서 늘 고국을 바라보며 울고, 웃고, 노래했던 그의 시간들이 행간에 오롯이 드러난다. 세월을 지나 의사생활에서 은퇴한 후 십 년간 고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과 새롭게 적은 몇 편의 글을 엮어,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를 펴냈다. 고국의 시인이자 타국의 의사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반백년. 시인 마종기는 195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본과 1학년 재학 중 「해부학교실」을 발표하며 의사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삶을 동시에 시작했다고 한다. 시집이 아닌 이 수필집이 시인과 나와의 첫 만남이라니. 너무 늦고 낯설은 건 아닐까. 어느 날 갑작스레 떠났던 낯선 나라에 두 발을 붙이고 선 채 하루도 고국을 향해 바라보지 않은 날이 없었을 것이다. 50년 이란 시간이 흘러 의사의 자리에서 은퇴하여 그토록 염원하던 시인으로의 삶만을 살아가고 있는 그. 그와 함께 그렇게 그의 시는 오십 년을 살았다. ‘내 가슴에 외로움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여전히 계속해서 외로움을 껴안고 시를 쓸 것이다. 시인이자 의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지니고 있는 서정과 가치관이란 무엇일까. 그는 차가울 것만 같은 의사도, 뜨거울 것만 같은 시인도 아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나 더 많은 세월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렇게 경계인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가 그동안 참고 있던 숨을 깊게 몰아쉬며, 가슴속에 맺힌 그리움을 글로 풀어냈다. 이 책은 시인의 시집이나 다른 산문집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세세한 일상과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동화작가 아버지, 무용가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생들과 세 아들, 친구들, 문단의 지인들과의 만남. 오십 년 세월 꾸준히 시를 써온 시인이 눈을 감고 되돌아보는 풍경에는 필연적으로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하다. 그와 걸음을 함께하니 숨이 트인다 빛나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선명한 언어로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시인의 손짓_ 가만히 다가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어딘지 마음이 놓이고 무언가 위로받은 느낌이 든다. 그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당신과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인이란 마치 마라톤 주자와 같아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해야 낙오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오십여 년을 한결같이 달려왔지만, 그 어디에도 완주를 알리는 화려한 결승 테이프가 없었다고 말하는 작가. 일년에 여덟편씩 꼭 고국의 언어로 시를 발표하겠노라 했던 다짐은 타국에서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었을터, 그런 시인의 외로운 독주에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의 언어가 들린다. 우 리 얼 마 나 함 께_ 그 얼마나 고운 말인지,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거나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던가 하는 말. 하여 그가 써내려간 말은 몸을 살짝 기대어 쓰고 싶기도 한 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