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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장터라는 뜻의 <파시>는 조만섭이란 인물이 그의 처남에게 겁탈당한 수옥이란 여인을 부산에서 통영의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공을 조만섭의 딸 명화로 보고 있지만 나는 수옥이란 여자에 더 주목했고 작가 역시 이 수옥이란 인물을 매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하지 않는 남자와 살아가는 지옥과도 같은 삶 속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학수. 수옥이 학수를 만날 때 마다 설레이는 장면은 박경리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과 더해져 그 긴강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250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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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종일관 이 책의 분위기는 어둡고 비극적이며 대다수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다. 자기 아들의 여인을 탐내는 박 의사. 밀수꾼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서영래의 수옥에 대한 집착. 재물에 대한 탐욕에 가련한 수옥을 서영래에게 넘긴 서울댁. 여자에 미쳐 이 여자 저 여자를 전전하며 재산을 탕진하는 난봉꾼 문성재. 몰락한 집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신분상승의 욕구에 몸을 파는 것도 불사하는 학자 등등...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98
학자의 말처럼 이들 역시 다 살아가는 방법이 옳지 않을 뿐 어찌보면 전쟁통 시궁창 같은 삶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불쌍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경리 작가가 그려낸 대부분의 인물들은 밉지만 또 저주할 만큼 미워할 수는 없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살아가며 좌파과 우파들의 이념 정쟁 때문에 양측에게 모두로 인해 고초를 겪으셨다는 박경리 선생.
이 지상에 진정한 공산사회주의나 민주주의는 없었고 또 없다. 이념이라는 이름의 참호야말로 우리 시대에 덮여 있는 가장 더러운 똥통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570
나라 없이는 국민도 없다. 그리고 그 나라를 수호함에 있어서 권력, 빈부 그리고 종교 등 그 어떤 이유로든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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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그 여자가 불행했기 때문에 자기 짝으로 차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550 이처럼 슬픈 말이 어디에 있는가... 대학을 다니다가 몰락한 가문으로 인해 좌절하고 나락에 떨어진 인물인 학수는 수옥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서영래의 어두운 그늘 아래에 있는 처지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그녀의 치부로 인해 어쩌면 평생 남들의 수군거림을 들어야 할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학수는 강제 징집을 당한 후 가족들 역시 그녀를 받아들일 것을 어머니에게 부탁하며 자신이 집으로 돌아올 이유도 그녀에게 있다고 한다.
조만섭, 노파, 개섬 사람들 그리고 학수 같은 인물이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조만섭은 생면부지의 수옥에게 조건 없이 이유 없이 긍휼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돌봐주는 사람이었고 노파 역시 불쌍한 수옥의 처지에 미약한 힘으로 나마 도와주려고 애쓴 인물이다.
"그믐밤이 돼서 캄캄하구나. 세상에 달이나 좀 떳으면 좋을 거로. 그래도 바람이 없으니께 괜찮다." 박경리, 파시, 마로니에북스, 2013, P.419
그런 그녀는 학수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잉태하고 있다.
비극적인 시대에 태어나 비극과 멀지 않은 삶을 살아간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희망과 박경리 문학의 따뜻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는 왜 이렇게 힘든 글을 썼는가... 독자는 왜 이렇게 힘든 글을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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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 소설이라 주저없이 읽은 책이다. “파시” 생선 시장을 의미하는 단어. 이 책은 정말 다양한물건이 있는 시장처럼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배경은 한국전쟁. 사실 근데 책을 읽고 있다보면 그들의 대화속에서 등장할 뿐 전쟁 상황이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불안처럼 깔려있을뿐.
한국전쟁 시기, 통영과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한국사의 거대한 흐름을 지나는 동안 그저 “돈”만을 추구하는 인간 서영래, 그런 시대 속에서 아내를 잃었지만 자신의 양심을 지켜 허울뿐인 이름만 남은 조만섭. 그의 딸 명화. 당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박의사 그의 아들 응수. 명화, 응수의 벗 학수, 학자 남매. 피란길에 가족을 잃고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여인 수옥.
서로 얽힌 인물들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그들의 시절만큼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 중 “돈”이라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여자가 된 “학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솔직한 인물로 느껴졌다. 그 근본이 삐뚤어져버린 감정이라 할지라도 박의사에게도, 응수에게도, 명화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부당하다, 답답하다는 말을 서스럼없이 표현하는. 정말 등장인물중 제일 속시원한 인물이다. 사실 학자 외의 인물들은 정말 자신들 스스로도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한다. 명화와 응수도 서로의 감정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수옥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단한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조만섭은 나름의 기준으로 꼿꼿함을 가졌지만 아내 서울댁이나 주변상황에 어쩌지 못하는 답답함을 보인다. 전쟁이라는 불안이 모두의 입을 닫아버린 것일까. 콕 집어 전쟁이 아니라 해방 이후 시대적 상황은 내가 오롯한 나일수 없었던 것일까.
부산과 통영이 배경이라 전쟁이라는 난리통을 겪는 상황이 아님에도 순간순간 전쟁인것 같은 이 인물들의 삶이 어찌 이리 답답한 것인지. 전쟁은 정말 각 인간의 삶을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인 것일까. 그럼에도 펼쳐놓은 길을 뿌리치고, 불투명한 자신의 사랑을, 삶을, 때로는 어디론가 끌려가지만 남겨진 이에게 희망을 걸고 미래를 약속하며 나아가는 젊음은 참 싱그러워 보인다.
“저는 아직 젊고 자존심도 있어서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는 개 새끼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어 모두가 다 당하는 일이라면 저도 이곳에 남아서 함께 진흙 구동이에 빠져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것마은 확실한 일입니다.” p.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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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거장의 명성이 부담으로 다가올 떄가 있습니다. 제가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이 그러한데요. 다른 작품들을 감명깊게 보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지만 용기내어 읽게된 작품입니다. 한국전쟁 당시읜 남녘의 이야기인데 책을 손에 쥐자 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격세지감, 우리에겐 미국이 그저 선망의 대상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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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보단 조금 숨통이 트이지만 엔딩은 사실 더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글입니다. 김약국의 딸들이 마지막에나마 젊은 지성의 희망과 의지를 남겼다면 이 글은 지적이고 인간적인 모든것을 강탈당하고, 무력하게 휩쓸리는 일생이 남습니다. 내일을 내다볼 수 없고 재회를 기약할 수 없으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인간들의 삶. 하나같이 구구절절하고 무거우며 힘껏 발버둥치듯 살아왔지만 시대적 흐름 앞에선 얼마나 가냘픈 저항인가요? 작가님의 글엔 항상 급류에 휘말리지 않고 버티는 의지가 생동했는데 파지에선 차갑고 처연할 뿐입니다. 여자들은 인당수같은 생으로 체념처럼 몸을 던지며 남자들은 각자의 욕망과 이념으로 애매하게 배회하고요. 그들이 간직한 희망, 우리가 이 글을 보며 갖는 바람조차 거대한 조류 앞에선 파시처럼 너절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분명히 낭만적인 소설인데도 굉장히 우울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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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인가.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으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치욕을 느끼면서 '개쪽빠리쌔끼'들한테분노하고,그 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 속에서 애한을 느꼈었다.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책 장면이 하나 있다.월선이가 죽는 장면.그 장면에서 정말 너무 많이 울었다.상남자라고 자부했던 내가 정말 철철 울었다.그렇게 나를 울리던 책을 다 읽고 나서 박경리 선생님은 내게 정신적 스승이 되셨다.선생님의 고향인 통영에도 찾아가 보려고도 했다.아직 시간적 여유가 안 되어서 가보진 못했지만 아직도 통영은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제일 위에 있다. 그 후로 한동안 선생님의 책을 탐독하던 시기가 있었다.그리고 이제 또 그 시기가 다시 온듯하다.이번 책<파시>를 읽고 나서 선생님의 책중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찾아서 카트에 몰아 넣어놨다.이거 다 내꺼다.다 사서 읽어 버리련다.선생님을 떠올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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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는 한국전쟁의 남녘 땅 이야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바로 작가가 겪었음직한 한반도의 전쟁 후방 지역에서 만나게 된 각종 사람들의 움직임과 방황하면서 떠돌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박의사와 그의 아들 응주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조금 나올 뿐이다. 아마도 전쟁이 끝난지 10여 년이 넘게 지난 시기에 그 전쟁을 배경으로 삼아 썼기 때문에 작가의 마음 속에는 그 현장의 가쁜 숨결이 잦아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정해체라든지 가족 사이의 도덕적 가치가 무너져 일체의 윤리적 잣대가 희미해진 꼴새 모두는, 다 이런 전쟁의 흉악한 폭력을 말하면서, 전쟁의 존재목표에 대해서 묻고 있다고 읽어야 한다. 부둣가의 정경 설명에서, 50년대의 부둣가 거리가 보입니다. `낯선 나그네들만 남겨놓고 선객들은 부둣가에서 모두 흩어져 가버렸다. 배도 여수를 향해 떠나고. 장마철로 접어든 거리에는 안개 같은 비가 내린다. 먼 곳의 섬들이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짐을 못 얻은 지게꾼 몇 사람이 팔짱을 끼고 영화 광고가 나붙은 담뱃가게 처마 밑에 붙어 서서 날씨 걱정을 하고 있다. 고무 우장을 입은 배달꾼이 자전거를 몰고 지나간다. 기름집에서 기름통을 들고 나온 뱃사람이 빗길을 쫓아가고, 누더기로 감싼 죽항아리를 이고 팔을 휘저으며 가던 죽장수의 모습은 시장 쪽으로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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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 소설답게 통영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피란시절 이야기다. 주요인물 중 한 명인 '학수'는 박경리 선생님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주인공인데 어째 출판사 소개 글에는 서영래, 박 의사, 응주까지만 나와있네...학수랑 수옥의 로맨스가 너무 인상 깊었다. 일반문학인데도 로맨스 소설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 묘사에 감탄하며 읽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