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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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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인민대중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 국회의원을 직접 투표로 뽑은 후 그 나라님들 밑에서 종살이 하다가 몇 년 뒤 다시 새로운 나라님 뽑는 사람들이 주인은 아닐 테다. 노비가 몇 년에 한 번 자신의 주인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주인이겠나. 사실 주인의 요건은 간단하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 그 사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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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인민대중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 국회의원을 직접 투표로 뽑은 후 그 나라님들 밑에서 종살이 하다가 몇 년 뒤 다시 새로운 나라님 뽑는 사람들이 주인은 아닐 테다. 노비가 몇 년에 한 번 자신의 주인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주인이겠나. 사실 주인의 요건은 간단하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 그 사회의 주인이다.

 

노예제 사회의 주인은 노예주다. 노예주는 토지와 생산수단, 그리고 노예를 소유해 경제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며, 국가의 고위층을 독점해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법과 제도를 자신들의 이익대로 만들어나간다. 노예제 사회 로마에서 노예가 정치권력을 가진 집정관과 원로원 의원을 했다는 얘기 들어봤는가? 같은 이유로 지주와 농노로 대별되는 봉건제 사회의 주인은 지주 계급이다. 이들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은 누구? 당연히 자본가 계급이다. 자본가는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통해 경제권력을 행사하며 금권정치를 통해 자신 및 대리인을 정치권력기구인 국가에 심어 놓는다. 비정규직으로 더 많은 이윤을 버는 자본가 계급이 사회의 주인인데 비정규직이 없어지겠나?

 

그렇다면 인민대중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민대중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틀어쥐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틀어쥔 계급의 교체, 바로 이것이 ‘혁명’이다. 소수의 자본가 계급 대변자가 아니라 다수인 노동자 서민의 대변자가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그 힘으로 소수의 자본가에게 집중됐던 경제권력을 노동자 서민에게 돌려주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 혁명이다. 조돈문 교수가 쓴 <베네수엘라의 실험>은 대한민국과 13시간 30분의 시차가 나는 지구 정반대편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 혁명의 현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시도이다.

 

조돈문 교수는 이 책에서 특히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2005년에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을 선포한 이후 진행되고 있는 ‘공동경영’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종이 만드는 회사 인베팔, 밸브 만드는 회사인 인베발, 이 두 회사는 민간기업이었다가 2005년 초에 차베스 정부에 의해 국유화됐다. 두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폐쇄 상태였고 노사간의 갈등이 컸으며 사실상 자본가가 포기하다시피 한 기업이었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은 차베스 정부에 회사를 국유화 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차베스 정부는 두 기업을 국유화해서 ‘공동경영’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지분을 정부가 51%, 노동자가 49%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정부와 노동자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에 들어갔다. 노동자가 일터의 주인이 되는, 다시 말해 경제권력을 노동자에게 주는 시도에 들어간 것이다.

 

인베팔과 인베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생산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49%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됐다. 이사회는 5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됐는데 원래는 정부 측 3인, 노동자 측 2인으로 구성되는 것을 차베스 정부가 양보를 해 정부 측 2인, 노동자 측 3인으로 구성됐다. 애초에 정부의 계획은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윤으로 노동자들이 정부지분을 계속 인수해 ‘황금 지분’ 1%만 남기고 노동자 측이 99%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회사의 운영에서 가장 큰 권한은 노동자 총회에 있으며 그 밑에 이사회가 있는 민주적인 구조였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인베팔과 인베발이 걸어온 길은 극명하게 갈리게 됐다. 인베발의 노동자들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서 한 명의 자본가를 60명(당시 인베발 노동자 조합원 수)의 자본가가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노동자 지분 49%를 아무런 대가 없이 국가에 헌납했다. 주식을 보유한 노동자들이 기업주 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시장에서 이윤을 내기 위한 압박으로 노동자 간에 경쟁이 부추겨진 것이다. 인베발에서는 노동자 총회를 통해 협동조합을 해소하고 공장 평의회를 새로 건설했다. 공장 평의회는 노동자들의 대의기구로서 노동자 총회 다음가는 높은 권위를 가진 조직이다. 인베발에서는 노동자 총회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동일 임금을 받으며 공장 내 직무를 순환 담당하도록 결정했다. 지역 사회와의 연대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여 다양한 사회사업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공장 평의회에 지역 인사가 외부인사로서 참여하고 있다. 요컨대 소유는 국유로 운영은 노동자 통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베팔은 공동경영 실시 이후 노동자 측과 정부 측이 이사 선임 문제 등의 문제로 계속 갈등을 빚었다. 차베스 정부가 노동자가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의 공동경영은 오류였다고 판단하고 노동자 지분을 정부 측으로 이전하려는 시도에 대해, 인베팔 생산 협동조합 측은 반발했다. 49%의 지분이 있을 때도 이렇게 갈등이 심한데 자신들의 지분이 없어지면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현장을 통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위기 때문에 경영까지 악화되었다. 인베팔은 여전히 이 갈등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같은 지점에서 같은 방향을 보며 출발했지만 다른 경로를 걷는 두 회사. 민주주의를 꿈꾸는 것은 이상이지만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현실이다. <베네수엘라의 실험>은 베네수엘라의 공동경영 사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이상을 현실화하는 그 지난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책이다. 특히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관계자 인터뷰를 수차례 진행한 학자적 성실함이 돋보인다.

r****h 2013.05.23. 신고 공감 0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