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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2019년) 여름쯤이었던 것 같다. 작가가 울산에서 운영하는 카페(커피난다)에 놀러 갔더니 대뜸 무지개를 봤냐고 물었다. 그때쯤에 울산에 멋진 무지개가 떴었다. 아마도 <윌리엄>의 프롤로그를 쓰고 있었나 보다. 소설에 무지개 내용을 쓰고 있었는데 창밖으로 멋진 무지개를 보게 돼서 너무 신기하다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 작가는 10년쯤 전에 안정된 직업인 교사를 내던졌다. 몇년 후에 만났을 땐 아침 6시에 커피를 볶고 손님들에게 드립커피를 내려주는 사장님으로 변해 있었다. 카페 문은 오후 5시가 되면 닫는다. 어떤 날은 그림을 그리고 있고 어떤 날은 미래의 식량 문제를 걱정하며 뻥튀기를 만들고 있었고, 생각이 많아지는 날엔 글을 쓰고 있었다. 커피에서 과일향이 난다는 것과 드립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알게 해 준 작가가 참 고맙다. 황동으로 직접 만든 받침대에 드리퍼를 올리고 원두를 갈아서 향기를 한 번 맡게 해 준 후 투박한 손으로 내려주는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맛있다.
- 작가가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후원하는 잠비아 소년 윌리엄의 편지 한 통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꼭 잠비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소년의 삶을 관찰한 것처럼 써 내려간 작가의 상상력에 찬탄을 보낸다. 윌리엄의 생활 모습을 읽으면서 작가나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모두 마무리한 후 나는 연습장에 10cm 남짓한 가로선을 그었다. 제일 왼쪽 시작점에는 숫자 0을, 제일 오른쪽 끝점에는 넉넉하게 100을 적었다. 그리고 1/10쯤 되는 지점에 작은 세로 선을 긋고 그 위에 윌리엄이라고 적었다. 윌리엄과 함께 하는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아름답고 애틋했던 유년 시절을 다시 살다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10 이후의 가로 선을 모두 지워버리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는 가로 선 중간쯤 어딘 가에서 100을 향해 가고 있는 윌리엄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볶고, 카페에 온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윌리엄이다.....'(작가의 말 중)
- 작가는 윌리엄을 통해서 자신을, 그리고 나를, 그리고 다른 독자들을 그리고 있다. 독자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윌리엄이 되길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바라는 각자의 윌리엄이란 어떤 사람일까? 윌리엄은 남의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이다. 공부는 꼴찌이고 운동도 못하고 겁이 많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아끼고 할머니와 셋이 사는 가난한 잠비아 11살 소년이다. 커피 농장에서는 눈치 보기 바쁘다. 남한테 함부로 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있다. 이런 생활을 하는 어린이는 다른 사람처럼 약삭빠르고 등쳐 먹는 사람으로 변해서 적응하든지 아니면 성장하고 성숙해서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든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에서 윌리엄은 단 한 번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게 된다. 우리도 그랬던 것처럼. 남을 밟고라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도 있으려나...악다구니를 쓴 사건을 겪고 윌리엄은 고열의 고통을 느낀다. 눈치보고 자신 없던 윌리엄은 이 사건 이후 성장하고 성숙한다.
'윌리엄은...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모두 각자의 일을 할 뿐 자신을 쳐다보거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맛 하나 없는 커피나무 이파리를 씹는 동안 윌리엄은 자신이 모든 이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커피나무가 내뿜는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진정한 농부가 된 것 같았다. 어디에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면서 할리 아저씨나 에드워드 형이 시키는 것만 열심히 했던 윌리엄은 그동안 커피농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의 순서를 떠올릴 수 있었다.'(158쪽)
- 언제까지나 무지개를 쫓아 다닐 수만은 없다. 윌리엄처럼 각자의 현실의 삶 속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남들처럼만 살지는 않는다. 자신의 삶을 산다. 남을 도우면서 멋지게... 이게 작가가 바라는 우리 모두의 윌리엄일지도 모른다. 작가나 나나 10cm 직선에서 중간쯤에 서 있는 윌리엄이다. 작가는 내 대학교 친구다. 친구가 멋진 윌리엄으로 살아가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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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과 함께 하는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아름답고 애틋했던 유년시절을 다시 살다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1콰차를 주머니에 넣고 동생을 손을 잡고 시장을 가는 주인공에게서 어릴 적 백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고서 구멍가게로 달려가 행복한 고민을 했던 내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글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아름답고 애틋했던 유년시절을 살다 왔다. 작가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주인공이 동생의 손을 꼭 붙잡은 장면에서 나는 나름대로 답을 찾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인공의 이런 사랑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사랑이라는 마음의 씨앗이 잘 심겨진다면 어떤 날씨에도 잘 견디는 나무로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색깔이 다 들어있는 윌리엄의 무지개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각자의 삶을 아름답게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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