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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삶을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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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란 어렵기만 한 장르이다. 시를 읽으면 우선은 시어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나도 모르게 분석하려고만 한다. 아마 시란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학교 다니면서 입시를 위해 시를 읽었기 때문이라 핑계를 대보지만 그럼에도 찝찝한 마음은 영 가시지를 않는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시를 소개해주고 그 시에 대한 해석을 덧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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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란 어렵기만 한 장르이다. 시를 읽으면 우선은 시어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나도 모르게 분석하려고만 한다. 아마 시란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학교 다니면서 입시를 위해 시를 읽었기 때문이라 핑계를 대보지만 그럼에도 찝찝한 마음은 영 가시지를 않는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시를 소개해주고 그 시에 대한 해석을 덧붙여준다면 고맙기(?)조차 하다. 그래서 시집보다는 시에세이나 시강의집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 싶다.

 

이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말 그대로 시강의집이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와 같이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것들을 다시 각각 두 가지로 세분하여 모두 열네 번의 강의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각각의 주제어에 맞는 시를 소개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시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표지판은 시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시가 주를 이루지만 때때로 영화나 소설, 그리고 흘러간 옛 노래 등 대중문화도 기꺼이 소환하고 있다. 저자의 강의를 읽어가면서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새로운 시를 알아가는 것도 괜찮았지만, 그보다는 시를 읽는다는 핑계로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시들은 대부분이 생소한 시들이다. 알고 있던 몇 편 안되는 시 중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시는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다. 저자는 밥벌이의 생업 편에서 이 시를 소개하고 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퇴근길’ 전문)

 

오래전에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김훈은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 밥이기에 진저리나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의 목표는 밥벌이가 아님을 잊지 말고 또 다시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노동(밥벌이)이었는데,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먹고사는 것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한다. 쉬는 것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도, 개척해본 적도 없기에 쉴 줄을 모른다며, 그래서 쉬는 것도 소비를 통해서 구하려 하기에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고 노동이 지겨운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일은 점점 단순화되고 그런 일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면 일과 삶의 조화라는 것이 가능할까? 오히려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말이 더 와 닿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퇴근길에 삼겹살에 소주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김훈이 말한 목표고 뭐고 내팽개치고 꾸역꾸역 밥을 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열네 개의 여정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선배로써, 때로는 선생으로써, 그리고 때로는 동료로써 하는 그의 삶의 언어를 시와 함께 읽다보면 그의 말처럼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고, 슬쩍 미소 짓다가 혹은 눈물도 훔쳐보며, 때론 마음을 스스로 다지고 때론 평화롭게 마음을 내려놓’기도 한다. 또한 열네 개의 여정이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죽는 그날까지 거쳐야만 하는 여정이기에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살아갈 시간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런 와중에 만나는 시들이 때로는 가슴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얼마 전부터 시집이란 것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동안 시집을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의 관성대로 참여시나 목적시만을 읽던 것에서 벗어나 순수시도 읽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아직 제대로 읽고 감상하기에는 서투르고 미숙하지만 ‘시란 활자화되면 시인의 것이 아니라 읽는 독자의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 마냥 내 맘대로 읽고 있다. 지금도 책상위에는 한 시인의 따끈한 신간이 놓여있다. 하지만 시집을 읽고서 내 맘대로나마 읽을 수 있는 시 한 편을 만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런 시 한 편을 만난다면 내 삶을 음미해보고 관조할 수 있기에 난 오늘도 시집을 읽으려 한다. 이 책에서 다시 만난 안도현 시인의 <퇴근길>이 또 한 번의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k*****1 2020.09.14. 신고 공감 2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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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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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강의정재찬인플루엔셜/2020.5.25.sanbaram   시인은 시에 자기의 세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고, 독자는 시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7개의 주제로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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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강의

정재찬

인플루엔셜/2020.5.25.

sanbaram

 

시인은 시에 자기의 세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고, 독자는 시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7개의 주제로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 정재찬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대중에게 시 읽는 기쁨을 가르쳐준 시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등 여러 권이 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의 서문에서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p.7)”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 모두 7개의 주제로, 주제 당 2회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주제를 잘 표현한 시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의 내용 경험과 함께 소개하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래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조용히 되짚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먹을 밥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냥 밥만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들고 위험하며, 더럽다. 이른바 흙길이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흙길이 곧 꽃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 아무리 고상한 사람인들 지금 배고프면 먹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습니다.(p.34)” 먹는다는 일은 살기 위한 본능이기에 매우 치열한 일이지만 좀 서글프기도 하다. 인간이 이거밖에 안 되나 싶지만 개미나 벌과 다를 바가 없다.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밥과 밥벌이의 비애에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소금 시

윤성학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은 눈물의 맛이다. 그냥 눈물의 성분이 짜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소금은 눈물 없인 얻을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직장인을 셀러리맨이라고 부를 때, (sal)’의 라틴어 어원이 바로 소금이다. 초기 로마 시대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리나 병사의 급료도 소금으로 지급했는데 그 급료를 살라리움(salsrium)’ 이라고 불렀고, 소금이 화폐로 대체된 뒤에도 지금껏 그 명칭은 살아남아 봉급을 셀러리라 부르고 있다. 병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soldier소금을 주다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은 힘들고 위대한 것이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돌봄도 그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녀가 즉시 곧바로 변하길 기대한다면 차라리 로봇을 사라고 한다. 반려동물도 그러지 못한다. 변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잔소리하는 것은 애정이 아니라 집착의 징표라는 것이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p.125)”라고 썼다. 교육도 맛과 같아 부모의 욕심에 의한 집착이 아닌, 아이를 위한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p.152)”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니까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 우울해진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인다. 가까이서 보니까 그런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 사는 건 외롭고 같이 사는 건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아이나 의리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P.203)

옛사랑이란가지 않은 길과도 같다. 가지 않았기에 빛나 보일 따름이다. 그 길을 간다고 해도 또 다른 구속에 지나지 않다. 이러려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둔 것이 아니며, 꽃이 진 것을 이듬해 봄까지 그리워할 건 아니자 않느냐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사랑은 자유와 구속 사이의 줄다리기 같다는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어리석은 자는 한 평생 다하도록 현명한 이를 가까이 섬겨도 참다운 법을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p.241)” 혀는 국 맛을 알지만 국자는 국 맛을 알 수 없다. 우리가 국자 신세는 면해야 하지 않겠냐고 저자는 말한다. 얼음이 찬 것은 식은 게 아니라 바르게 된 것이고, 냉장창고 속에서 오래 있으면 추위를 잊게 되는 것은 추위가 변해서가 아니라 변치 않아서 익숙해진 것이고, 그 덕에 우리는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에 동상도, 화상도 입지 않고 평생을 동거하며 공존해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소설은 가상현실과도 같다. 소설 읽기란 그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그의 운명에 동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타고난 신분의 울타리에서 살아야 했던 중세와 달리 근대사회는 개인의 인생과 운명에 대해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p.253)”

 

티벳에서

이성선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꿈꾼다

설산

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의 꽃봉우리로 오른다

 

그러나

그 산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k******4 2020.08.25. 신고 공감 1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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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다 '시(詩)'다_06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일상이 다 '시(詩)'다_06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내용보기
가을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지쳐서인지 시가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가끔 시 한, 두편을 찾아 읽기는 했어도, 1년에 한 권 살까 말까한 시집을 이 책을 포함해 연이어 2권이나(!) 샀다는 건 내게는 새로운 기록이다. 어떤 글보다도 짧은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될 듯 말 듯 아리송한,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남기도 하는 것이 바로 '시'라는 생각도
"일상이 다 '시(詩)'다_06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내용보기

가을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지쳐서인지 시가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가끔 시 한, 두편을 찾아 읽기는 했어도, 1년에 한 권 살까 말까한 시집을 이 책을 포함해 연이어 2권이나(!) 샀다는 건 내게는 새로운 기록이다. 어떤 글보다도 짧은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될 듯 말 듯 아리송한,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남기도 하는 것이 바로 '시'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여러 편의 시를 소개하며, 종종 알쏭달쏭한 시들을 찬찬히 설명해 준다. 좋은 점은 그런 설명이 무조건 옳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설명이 그런 느낌을 주는데, 그러지 않았더라면, 예전 수업시간에 시 한 편을 놓고 주제와 숨겨진 의미를 찾아 답을 적어야 했던 순간이 떠올라 역시 시는 나와 맞지 않아라고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른다.

 

   1... 밥벌이 (생업_먹고사는 일이 서러워질 때 / 노동_소금이 녹아 눈물이 될 때)

   2... 돌봄 (아이_너를 돌보며 내가 자랐단다 / 부모_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3... 건강 (_잘 먹고 잘 사는 법 / 마음_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마음)

   4... 배움 (교육_아이를 가르친다는 것 / 공부_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

   5... 사랑 (열애_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을 듯한 / 동행_바람에 깎여 얻게 된 깊이)

   6... 관계 (인사이더_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 아웃사이더_ 바깥에 길이 있다)

   7... 소유 (가진 것_얼마나 더 가져야 채워질까 / 잃은 것_상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에 맞는, 또 가끔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속에서 그에 어울리는 시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글들 속에서 일관되게 마음에 남는 것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다. 그 대상은 내가 되기도, 부모님이 되기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도 또 그렇게 읽다 보면 내 주변의 모두가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이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그것만으로도 짠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삶을 버티는 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 이것마저 없다면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의외로 버텨지는 게 삶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위로해주는 가족만 있어도, ,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으면 우리는 버틸 수 있습니다. p.23

 

그러기에 우리는 누군가를 보듬어 안고 그 온기를 함께 나누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안아주기 (나호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느낙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미움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p.252

 

저자는 내가 안은 것이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진 어둠, 허공, 슬픔, 미움일지도 모른다 한다(p.253).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아픔이 있기에 더욱 꼭 안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고 또 나를 안아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어느 특별한 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러기에 라는 것이 막연히 어려운 단어와 의미의 나열이 아닌 소소한 나의 시간들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우리는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평범한 일들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일만 챙기는 데도 바쁘다 보니 일상에는 소홀히 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핑계대어 보지만, 결국 소중한 건 저 특별하지도 딱히 귀해 보이지도 않는 일상이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pp.326-327

 

그런 마음으로 읽어서인지, 오랜만에 만난 미당 서정주님의 푸르른 날이 이 가을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그리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봄이 다시 오더라도 그 시간에 어울리는 의미로 내게 다가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pp. 327-328

    

푸르른 날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푸르른 날이 나의 일상에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세월은 안으로만 새기고, 생각은 여전히 푸르른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 그리하여 내년엔 더 울창해지는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어른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 계속 커가면 좋겠습니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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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

일이냐, 삶이냐, 문제는 그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인생을 일과 삶의 대립으로 간주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편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p.59

 

자식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 자식입니다. 센 척하며 살고 있지만 엄마 품이 그립고, 그 품속에 들어가 아기처럼 위로받고 싶고, 살다가 겪은, 누구한테 말 한번 못한 억울한 일, 엄마한테 속시원히 일러바치고 그냥 엉엉 울고 싶은 때가 있는 겁니다. p.88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허영만 식객’ p.125

 

저는 긍정의 힘은 믿어도 긍정의 미신은 믿기 싫습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믿음, 그것은 헛될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p.133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너무 낙관 일변도로 교만하게 살고 있지 않나 싶을 땐 카ㅤㅔㅁ라를 가까이 들이밀고 자신의 삶을 구석구석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pp.152-153

 

요컨대 대상에 대한 적당한 거리와 시간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너무 일희일비하는 것은 마음 건강에 해가 됩니다. 자중자애 할 수 있도록 여유를 부여해줘야지요.

그러려면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조금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조금 못할 수도 있고, 조금 우울하거나 불행할 수도 있다고, 어차피 정답은 나중에서야 알 수 있는 거라고,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다그치지 말고 다독여야 합니다. p.153

 

익는다는 건 그런 일입니다. 제법 넉넉해지고, 뒤돌아 볼 줄 알게 되고, 지난날에 대한 긍정과 감사를 보내게 되는 겁니다. pp.189-190

       

우리 얘기 좀 해라고 말하기 전까지 보내는 침묵의 시간이 자기의 주장을 더 강화할 논리를 준비하는 시간이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태를 돌아보는 침묵과 인내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대화를 시작할 때는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시비를 덮은 자리에서 오로지 화해를 위한 이야기만 준비해가지고 나와야 하는 겁니다. p.218

 

선행은 의무와 강요에서가 아니라 공감과 소통에서 오고, 공감과 소통은 경험의 공유에서 옵니다. 하지만 경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인데 그나마 너무 짧아서 남의 인생, 다른 인생은 살아보지도 못하니까요. 간접 경험과 대리 경험이 소중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p.253

 

내가 무게 중심을 잃고 곡선과 격렬하게 싸운다 함은 기실 자신의 지나온 관성과의 싸움을 의미합니다. 직진으로 살아온 인생길의 관성이 삶의 구비에서 작용을 한다는 거죠. 그것은 마치 나에게서 내가 이탈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밀려날까 봐 두려웠을 겁니다. 밀려나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려고, 온 몸과 마음을 긴장하며 안간힘을 썼을 겁니다. p.289

 

가끔은 보통의 삶에서 밀려나는 듯 느껴지고, 잘 살아오던 삼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불안해하지만, 인생이 먼 곳을 우회하는 것 같을 때. 어쩌면 우리는 직진해오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던 가치들을 발견하고 깨닫고 배워가며 성장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pp.290-291

 

정말 가치 있게 써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어느 누구도 독과점도 과소비도 꿈꾸지 못하는 시간 만큼은 절대 함부로 버리거나 정리할 일이 아닙니다. 주어진 시간을 끝까지 곱고 곧게 지키며 선하고 귀한 사연과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야 할 뿐인 것입니다. p.316

 

죽음에 관해 생각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삶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냥 정신없이 살 때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삶을 사는 거지. 그런데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비로소 산다는 게 뭔지를 생각하는 것이죠. p.336

 

YES마니아 : 로얄 w*****y 2020.10.11. 신고 공감 1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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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강의 정재찬 인플루엔셜/2020.5.25.   시인은 시에 자기의 세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고, 독자는 시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7개의 주제로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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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강의

정재찬

인플루엔셜/2020.5.25.

 

시인은 시에 자기의 세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고, 독자는 시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7개의 주제로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 정재찬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대중에게 시 읽는 기쁨을 가르쳐준 시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등 여러 권이 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의 서문에서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p.7)”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 모두 7개의 주제로, 주제 당 2회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주제를 잘 표현한 시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의 내용 경험과 함께 소개하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래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조용히 되짚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먹을 밥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냥 밥만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들고 위험하며, 더럽다. 이른바 흙길이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흙길이 곧 꽃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 아무리 고상한 사람인들 지금 배고프면 먹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습니다.(p.34)” 먹는다는 일은 살기 위한 본능이기에 매우 치열한 일이지만 좀 서글프기도 하다. 인간이 이거밖에 안 되나 싶지만 개미나 벌과 다를 바가 없다.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밥과 밥벌이의 비애에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소금 시

윤성학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은 눈물의 맛이다. 그냥 눈물의 성분이 짜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소금은 눈물 없인 얻을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직장인을 셀러리맨이라고 부를 때, (sal)’의 라틴어 어원이 바로 소금이다. 초기 로마 시대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리나 병사의 급료도 소금으로 지급했는데 그 급료를 살라리움(salsrium)’ 이라고 불렀고, 소금이 화폐로 대체된 뒤에도 지금껏 그 명칭은 살아남아 봉급을 셀러리라 부르고 있다. 병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soldier소금을 주다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은 힘들고 위대한 것이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돌봄도 그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녀가 즉시 곧바로 변하길 기대한다면 차라리 로봇을 사라고 한다. 반려동물도 그러지 못한다. 변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잔소리하는 것은 애정이 아니라 집착의 징표라는 것이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p.125)”라고 썼다. 교육도 맛과 같아 부모의 욕심에 의한 집착이 아닌, 아이를 위한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p.152)”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니까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 우울해진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인다. 가까이서 보니까 그런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 사는 건 외롭고 같이 사는 건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아이나 의리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P.203)

옛사랑이란가지 않은 길과도 같다. 가지 않았기에 빛나 보일 따름이다. 그 길을 간다고 해도 또 다른 구속에 지나지 않다. 이러려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둔 것이 아니며, 꽃이 진 것을 이듬해 봄까지 그리워할 건 아니자 않느냐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사랑은 자유와 구속 사이의 줄다리기 같다는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어리석은 자는 한 평생 다하도록 현명한 이를 가까이 섬겨도 참다운 법을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p.241)” 혀는 국 맛을 알지만 국자는 국 맛을 알 수 없다. 우리가 국자 신세는 면해야 하지 않겠냐고 저자는 말한다. 얼음이 찬 것은 식은 게 아니라 바르게 된 것이고, 냉장창고 속에서 오래 있으면 추위를 잊게 되는 것은 추위가 변해서가 아니라 변치 않아서 익숙해진 것이고, 그 덕에 우리는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에 동상도, 화상도 입지 않고 평생을 동거하며 공존해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소설은 가상현실과도 같다. 소설 읽기란 그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그의 운명에 동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타고난 신분의 울타리에서 살아야 했던 중세와 달리 근대사회는 개인의 인생과 운명에 대해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p.253)”

 

티벳에서

이성선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꿈꾼다

설산

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의 꽃봉우리로 오른다

 

그러나

그 산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k******4 2023.02.27. 신고 공감 1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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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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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적절한 시를 골랐는지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여러가지 화두들을 먼저 놓고 그에 어울리는 시를 고른 게 아니라 거꾸로 시를 읽다가 그 화두를 떠올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가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이 시가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쉰        - 김수열혼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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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적절한 시를 골랐는지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여러가지 화두들을 먼저 놓고 그에 어울리는 시를 고른 게 아니라 거꾸로 시를 읽다가 그 화두를 떠올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가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이 시가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


쉰        - 김수열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설운 서른에 바라본 쉰은

너무 아득하여 누군가 

손잡아주지 않으면 못 닿을 줄 알았다

비틀거리며 마흔까지 왔을 때도

쉰은 저만큼 멀었다


술은 여전하였지만

말은 부질없고 괜히 언성만 높았다

술에 잠긴 말은 실종되고

더러는 익사하여 부표처럼 떠다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몇 벗들은 술병과 씨름하다

그만 샅바를 놓고 말았다

팽개치듯 처자식 앞질러 간 벗을 생각하다

은근슬쩍 내가 쓰러뜨린 술병을 헤아렸고

휴지처럼 구겨진 카드 영수증을 아내 몰래 버리면서

다가오는 건강검진 날짜를 손꼽는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보는 나는 예전 그대로인 것 같지만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수영을 몇 년 하다가 어깨가 고장났고, 달리기로 바꿨더니 무릎과 발목이 비명을 지른다. 비타민과 영양제를 제법 챙겨먹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위 시의 표현을 빌자면 '술은 여전하였지만'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한다. 분명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술을 자주 드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나도, 우리 또래도 참 술들을 자주, 많이 마신다. 소주의 도수가 많이 낮아져서 한 병 가지고는 성에 차질 않고 한 잔만 더 하는 사이에 어느새 자제력과 평정심은 술국 속에 함께 말아먹게 된다. 그리고, 유혹도 참 많다.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에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나도 참 호락호락하다. 매일 금주를 결심하다가도 아내의 말 한마디, 지나치듯 본 맛있는 음식,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를 보면 그 결심은 호락호락하게 무너진다. 아직 끊을 수 없는 속세의 미련이 너무 많다. 하긴, 내가 서른 일곱인데 속세의 미련을 놓는다는 게 건방지다. 결심을 무너뜨려버린 불혹의 부끄러움에게 '가자, 호락호락하게'라고 짐짓 호기롭게 소리치는 모습이 꼭 나인 것만 같아서 참 마음에 드는 시다. 


'몸'이 화제이니 잘 먹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집에 가다가 잘 먹자는 생각이 들었거나 한 잔 생각이 났다면 저렇게 '소주 한 병이 공짜'로 빠지는 거고, 우리집, 우리 식구들 생각이 앞서면 다음 시로 빠진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도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게 굳이 아내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밖에서 괜히 몸에 어둠 바르지 말고 집에 빨리 들어가서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을 해 먹고 부대끼란 이야기다. 맛있고, 건강하고, 다양하게 먹으려면 집밥을 먹어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작품이다. 엊그제 친구와 이제는 이런 전형적인 가정의 형태에서 안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길 했었다. 30명 기준으로 한 학급에 편부, 편모 가정이 2~30%는 되고 셰어하우스, 1인 가구 등등 가구 구성 형태가 다양화된 상황에서 양친과 자녀 두 명으로 구성된 가정의 형태를 오히려 갖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집밥이라는 것도 재료를 구하고 손질하고 이래저래 조합해서 맛을 내는 전문 요원이 있을 때나 가능한 말이지, 요즘처럼 양친이 맞벌이를 하고 그덕에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돌아치는 상황에선 집밥은 커녕 다같이 모여 밥 먹을 시간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저녁 식사 장면은 그야말로 드라마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장면일 수도 있는 거다. 집밥도 그렇다. 티비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집밥이나 요리를 말하지만, 그런 걸 본다고 해도 실제로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없고, 대부분 일품요리 중심이니까 밥과 찌개, 반찬 여럿이 고루 차려진 밥상을 차리는 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니 집밥을 먹는 것은 더욱 요원하다. 오히려 그 돈과 수고면 정갈하게 밥을 내주는 그럴 듯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게 내수경제에도, 가정경제에도 그리고 가족 관계에도 더 좋을 수 있다. 결국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와 어떤 형태로 먹는 것이 좋으냐에 대한 성찰을 반드시 과거에서 찾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집과 집밥, 가족들이 같이 앉아 먹는 밥이 주는 안정감은 이틀 걸러 한 번씩 술마시는 이 술꾼을 <소주 한 병이 공짜>와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사이에서 매일 저녁 갈등하게 만든다. 

s*************k 2020.03.30.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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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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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뭐든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어느 순간이든 어렵고 힘들다. 밥 벌어먹는 것부터 시작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들을 상대하는 모든 것까지. 손쉽게 흘러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건 그런 모든 관계 속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어서 일 것이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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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뭐든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어느 순간이든 어렵고 힘들다. 밥 벌어먹는 것부터 시작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들을 상대하는 모든 것까지. 손쉽게 흘러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건 그런 모든 관계 속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어서 일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과 멀어진 적도 있고, 시집과는 담을 쌓고 산 적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내 인생을 돌아본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보다 큰아이가 더 좋아하는 작가다. 시를 얼마나 맛깔나게 소개하고 글을 잘 쓰는지, 감탄 할 뿐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일단 구매 각이다. 나도 읽고 큰아이도 같이 읽기 위해서. 작가가 소개하는 시도 좋지만, 작가의 글도 좋다.

 

자식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 자식입니다. 센 척하며 살고 있지만 엄마 품이 그립고, 그 품속에 들어가 아기처럼 위로받고 싶고, 살다가 겪은, 누구한테 말 한번 못한 억울한 일, 엄마한테 속 시원히 일러바치고 그냥 엉엉 울고 싶은 때가 있는 겁니다.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맘 놓고 일러바칠 사람이 없네요. 엄마가 계셨더라면 아마도 엄마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었을 겁니다. (2장 돌봄 부모 중에서)

 

어느 나무가 더 노인네인지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습니다. 나이를 이마의 겉주름이 아닌 나이테를 속에다 쟁여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안으로만 새기고, 생각은 여전히 푸르른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 그리하여 내년엔 더 울창해지는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4장 배움 공부 중에서)

 

마음은 비우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영혼은, 채우는 겁니다. 얼마나 선한 것, 얼마나 귀한 것,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으로 채울까. 그런 것들로 채우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5장 사랑 열애 중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떤 게 좋은 사람인지 가끔은 그런 정의를 내리는 것 조차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정의가 맞는 것인지 모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내 인생을, 내 삶을 뒤돌아보지만 살아나가는 게 늘 버겁고 힘들다. 그 속에서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20.11.1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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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업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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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학동들의 물음에 글쓰기 선생님은 "시를 읽으세요." 하고 대답했다. "시는 어려워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모든 시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세 가지 종류의 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 두번째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시. 세번째는 시를 읽어도 해설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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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학동들의 물음에 글쓰기 선생님은 "시를 읽으세요." 하고 대답했다. "시는 어려워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시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세 가지 종류의 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 두번째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시. 세번째는 시를 읽어도 해설을 들어도 '이해'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시 입니다. 첫번째 시부터 읽으세요"


정재찬 교수의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담긴 시는 첫번째와 두번째에 해당하는 시들이다. 책에서 그는 밥벌이와 건강과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시 한 수를 툭 던진다. 독자는 그가 던진 시를 읽으며 시인의 말을 이해하기도 하고 느끼기도 한다. 독자들이 시를 다 읽고 나면 저자는 그 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해설이 아니다) 독자는 그의 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 내가 제대로 느꼈네.' '나도 숨은 뜻이 이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고 으쓱한다. '나도 다 시심이 있었구나.' 이렇게 시를 주고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 근육이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그의 책이 약이라면 몇 가지 효능이 있다. 먼저 노래 가사가 새롭게 들려서 가무 생활이 즐거워진다. 또,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 새로운 단어를 시도해서 글이 달라졌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물론 회사 보고서에 시적인 표현을 도입해 보려는 부작용도 가끔 발생한다.


다른 시집도 찾아 보게 된다. 이제 시라면 뭐든지 읽고 푹 빠질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시집을 사서 읽다가 세번째 유형의 시를 만나 좌절하여 덮어 둔 시집이 몇 권이다.


정재찬 교수의 책은 음모이다. 그는 시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척 하면서 정작 시를 판촉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평소에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는 시인협회 영업부장인가 보다.

c******k 2020.03.15.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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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신경 쓴 리뷰 04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조금만 신경 쓴 리뷰 04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내용보기
미래의 교사가 되길 꿈꾸는 제자들에게 제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육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신념이 뭔지 아느냐고 사람은 변한다는 믿음이다. 그걸 믿지 못하면서 사람을 가르치려드는 것은 위선이거나 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자가 꼭 갖고 있어야 할 지혜가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교육은 훈육이 되기 일쑤다. 잘
"[조금만 신경 쓴 리뷰 045]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내용보기

미래의 교사가 되길 꿈꾸는 제자들에게 제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육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신념이 뭔지 아느냐고 사람은 변한다는 믿음이다. 그걸 믿지 못하면서 사람을 가르치려드는 것은 위선이거나 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자가 꼭 갖고 있어야 할 지혜가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교육은 훈육이 되기 일쑤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은 힘들고 위대한 것이다. - p.78

 

이 책은 갖고 싶었다. 서평단신청한다는 것도 깜빡 잊어버리고 어느 새 지나가버렸고,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뭐, 신청했다고 될 것 같지도 않았긴 하지만.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좋았고, 이번 책은 제목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냥 샀다. 주말쿠폰 더하기 포인트 더하기 특별쿠폰으로 해서 실질적으로는 반값에 샀다. 내가 뭐하냐. 뭐 이렇게 구구절절 이런 걸 늘어놓느냐. 이런 게 바로 인생 아닐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많은 것들. 지금도 이어진다.

 

h******o 2020.03.03.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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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며 긍정하게 되는 우리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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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총 14개의 키워드로 우리 인생을 시와 함께 돌아보는 이 책의 첫 번째 테마가 '생업'이다. '밥벌이'라는 주제 아래 생업과 '노동'이 묶여 있다. 밥벌이라는 장의 제목을 보니 자연스레 김훈의 수필집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요즘 세태를 생각해보면 참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그렇게 지겨울만큼 일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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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총 14개의 키워드로 우리 인생을 시와 함께 돌아보는 이 책의 첫 번째 테마가 '생업'이다. '밥벌이'라는 주제 아래 생업과 '노동'이 묶여 있다. 밥벌이라는 장의 제목을 보니 자연스레 김훈의 수필집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요즘 세태를 생각해보면 참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그렇게 지겨울만큼 일이 많은 사람은 아마 대구에 가 있는 의사, 간호사,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공무원들 그리고 택배기사들 정도일까. 하지만 꼭 그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들여다보면 모두들 죽어라 일하는데 일은 끝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첫장을 넘기는데 이 생각과 똑같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국어 공부하는 사람들이라 생각이 비슷한 건지. 저자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을 만났을 때 책으로 몰입하기 참 쉬워진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말을 호사로 느낄 만한 사람들이 요즘 참 많다. 비정규직과 실업 사이를 오가는 청년들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들 뿐이 아니다. 40대가 넘으면 벌써 퇴직을 걱정해야하는 중년들, 체력과 연륜이 있어도 일자리는 없는 노년들, 그리고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끊어진 경단녀들이 줄줄이 생각난다. 다들 죽겠다 죽겠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질서있게 참아내는 모습들을 보면 '국난 극복이 취미'인 민족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진담으로 들릴 정도다. 이것은 분명, 더 나은 상태가 될 거란 믿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버티는 건 잘 하는데 삶을 버텨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게 필요하지는 않다. 


<퇴근길>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안도현 시인의 시 '퇴근길'의 전문이다.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삶을 꾸역꾸역 버텨가는 사람들이 '삼소' 그 간단한 것 하나만으로도 삶을 버텨나가는 데 결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일이 없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도 고용이 불안하고, 보람이 없어서 괴로워한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 즉, 고용이 안정적이고 보람있는 일들은 대체로 위험하고 더 힘들다. 대표적으로 소방관, 의사, 간호사가 그렇다. 여기까진 책에 나오는 말이지만 나는 교사도 여기 끼워넣는다. 그래서, 보람있는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수업 준비에 골몰하고 학교 일을 하는 과정들이 힘든 게 당연한 것이다. 백석의 시 구절을 빌자면, 하늘은 그가 가장 귀해하는 것들을 외롭고 높고 쓸쓸하도록 태어나게 했다는 말 정도 될까. 이 직업을 가진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본인이 남보다 특별히 양심적이라서, 더 도덕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직업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즘 '참으로 시의적절한' 소설,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의 주인공 의사 리유 역시도 페스트를 이겨내는 비결은 그에 대처하는 이들의 '성실성'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자신의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고 보람없게 느껴진다면 그 직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마가 손바닥만 한 크기인 이유를 아는가. 손바닥을 얹어 주라고 그렇게 된 것이다. 서로 이마를 짚어 주며 온기를 나누고 염려해 주라고 그렇게 된 것이다. 직업의 본질에 대해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아보면, 내게 없는 것을 메우려 서로 재화든, 용역이든 무언가를 교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기대고 채워주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당장 먹고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하는 지겨운 밥벌이가 된 것이다. 


생업을 이리 볼 수도 있다. 한자를 그대로 직역하면 생업이란 '살아가는 일'이 된다. 생명을 보존해가라는 준엄한 '생의 명령'에 따라 '열심히 먹고 열심히 마시고 열심히 섹스하고 열심히 자식 낳고 늙어가고 병드는' 이 모든 과정들은 어디서나 누구나 장하고 처연하고 아름답다. 밥벌이는 지겹거나 비루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시를 읽으면 인간과 생을 결국 긍정하게 된다. 엊그제 영화 <소셜포비아>를 보며 남긴 찝찝함이 좀 씻겨 내려갔다. 


s*************k 2020.03.18.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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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미친 듯이 쓰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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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무리 밥벌이라 하더라도 그냥 밥만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듭니다. 위헙합니다. 더럽습니다. 이른바 흙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흙길이 곧 꽃길입니다. - p.28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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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리 밥벌이라 하더라도 그냥 밥만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듭니다. 위헙합니다. 더럽습니다. 이른바 흙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흙길이 곧 꽃길입니다. - p.28


같은 부서에서 진행하는 두 개의 면접을 동시에 본 적이 있다. 심지어 면접관조차 같았다. 다른 질문은 그런대로 잘 대답한 것 같았는데, 이 질문에 그만 당황해 보버렸다. 둘 다 된다면 둘 중에 어느 걸 선택하겠어요? 순간, 얼음! 예상했어야 하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나. 결국, 둘 다 떨어졌다. 그때 내 대답은 이게 좀더 의미가 있을 거 같다는 대답이었다. 참,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어처구니없는 선택이었다 .그 순간 너무 당황해서 나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순간적으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이 말 속에서 나는 내 인생의 정답을 ㅊ자았다. 그래, 의미있는 일을 해야지. 그때는 실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면접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또다시 억지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가릴 게 있는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느즈막한 인생이라도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 인생이 정말로 의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에서느 가치를 느낀다면, 그거야말로 커다란 행복이 아닐까. 비록, 지금 당장은 조금 어렵더라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흙길이 꽃길이 되는 것처럼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2.

길은 오히려 나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 내가 왜 그 길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자기 자신은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자기 인생길을 원망하며 가지 않은 길을 부러워하거나 투덜대기만 하는 이에게 인생길은 고분고분해지지 않습니다.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은 건 길 탓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잘 알지 못해 스스로 잘못 세운 뜻 탓일지 모릅니다. - p.194


미친 듯이 리뷰가 쓰고 싶어서 오늘 리뷰를 쓴다. 오랜만에 실시간으로 직접 블로그에서 쓴다. 나는 이렇게 쓸 때 사실, 글이 제일 잘 써진다는 건 조금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나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블로그 글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나는 엎어진 김에 이 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난 다음,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투덜대거나 원망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그러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단 몇 달간만이라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할 수 있다면, 그 몇 달간의 인생이 내 인생의 초석이 되어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아주아주 영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난 내 인생에 도전 중이라 할 수 있겠다. 


3.

"마음을 비웠다"라는 말을 저는 잘 안 믿는 편입니다. 마음이 잘 비워지질 않더라구요. 마음은, 영혼은, 채우는 겁니다. 채우는데 뭘로 채울까가 중요한 겁니다. 얼마나 선한 것, 얼마나 귀한 것, 얼마나 사랑스러원 것으로 채울까, 그런 것들로 채워진 삶은, 행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 p.222


그래서 나는 요즘 내 삶을 온통 채우는 중이다. 책으로 채우고, 글로 채우고, 삶으로 채우고, 기도로 채운다. 내 삶이 어디까지 허락될지, 내 운명이 어디까지 허락될지 알 수 없으나, 나는 나의 영혼을 채우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비우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 부담스러울 것 없고, 마음을 채우려고 노력하니, 기쁨이 일상이 되어간다. 하루하루 걱정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 훨씬 더 나를 위해서도, 또 남을 위해서도 좋다. 삶은 여전히 힘겹지만, 그래도 채우려는 노력을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을 꿈꾸며, 기쁨으로 하루를 보내려 노력하고 애쓰는 나이다.


4.

만일 고독하지 않다면, 또 언제 글을 쓸 수 있겠어요? 그러기에 연구실에 들어와 읽고 써야 할 글만 마주하고 있으면 처음에는 막막하고 외롭고 도망치고 싶지만, 서서히 몰입하며 지내다 보면 외로움은 고독이 되고, 고독을 즐길 때쯤 되면 여기가 청산이다 싶어지는 거겠지요. - P.292


사실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고독감이다.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더더욱 그 고립감은 심해진다. 그러나, 이 고독을 기회로 삼아 글을 쓰고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가면 된다. 


5.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렇게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채워가는 것이 아닐까. 지난 몇 주간 무척 힘든 날을 보냈다. 아무도 나의 삶을 대신할 수 없는데, 몇 년 전의 나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 전의 기억들까지도 소환해 내면서 무지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럴 때 울부짖고 길을 구하고, 삶을 위해 발버둥친다면 분명 길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젠 괴로워하기보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기에 내 일기장을 쓰고 있는 것일까? 가끔은 내가 너무 솔직하게 블로그에 나의 상황들을 낱낱이 밝히곤 있진 않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 방황의 순간들을 같이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그리고, 나의 결심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선언을 해버리는 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면접을 보면서도 옆 사람들은 너무 말을 잘하고 상황에 따라 조목조목 대답을 잘하는데, 나는 말도 잘 못하고 대처능력도 떨어져서 기가 죽어버렸다. 블로그에서도 다른 분들의 잘 쓴 글들을 보면 나는 먼저 기가 죽는다.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을 봐도 나는 기가 먼저 죽는다. 때로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들의 현명한 처세술을 보면서 기가 죽기도 한다. 나는 "비교"의 함정에 빠지곤 하는 것이다. 아, 그렇다! 이렇게 나는 발견한다. "비교"라는 내 오래된 어떤 부분을 건드리기에 나는 기가 자꾸 죽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칭찬을 받으면, 또한 상을 타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안 받으면 슬프고. 그런 나의 발견.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 발견한 나의 성장판이다. 


비교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나의 핵심감정을 오늘에서야 발견한 나. 그 핵심감정을 짚어보고 나의 삶을 다시 돌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이 리뷰 올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래도 올린다! 미친 듯이 쓰고 싶었으니, 나는 이런 사람이란 걸!


- 이 리뷰는 리뷰리워드 더블적립기념, 다산초당 리뷰이벤트 교양상 기념으로 미친 듯이 쓰고 싶어 써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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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2020.04.29. 신고 공감 3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