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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남주의 예리한 눈썰미는 퍽 인상적이었다. 여주가 자신의 거절로 남주가 화를 내지나 않을지 지레 겁을 먹는 모습이라든가, 내키지 않는 대화주제를 꺼려하는 모습으로 센스있게 그녀의 심리를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하는 남주의 모습이라니..... 역시 더 많이 좋아하는 이가 상대적 약자라는 것이 이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보여졌다. 근데, 이 남주가 만만치 않은 인물인 덕분에 처음엔 자신이 그닥 마땅찮게 생각하는 여주와 하룻밤을 보낸것에 당황하고, 서둘러 정리를 하려다 외려 자신을 밀어내는 여주에대한 반발심에 더욱더 다가서고, 그녀에게 깊이 빠져들고, 종래엔 자신의 아이를 가지 그녀를 손에 넣겠단 일념으로 그녀의 기분과 기색을 살피며 눈치빠르게 행동해서 자신의 사랑을 손에 넣는 모습이 참 영리해 보였다. 그나저나 왜 나란 아이는 할리퀸이란 이 진부한 소설을 질리지도 않고 몇년째 읽는 것일까란 의문을 가져봤는데, 이것이 현실과는 그닥 괴리가 큰 판타지 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은 맞벌이로 허덕허덕 하거나, 육아문제로 아웅다웅 하거나 자잘한 가사노동을 분담하려 기를 쓰지 않는다. 부유하거나 혹은 유능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남주와 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여주 혹은 평범해서 마음은 비단결인 여주의 아슬아슬하지만, 극진한 사랑만이 펼쳐지고, 달달한 마무리로 훈훈하게 결말을 짓는다. 결국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비현실의 판타지로 부질없는 대리만족을 퍽 질리지도 않고 누리는 모양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