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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출간 순서대로 읽는 그룹에 발가락 하나 들이밀고 도전하기로 했다. 늘 읽다 보면 다른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겨서 스케줄에 얼마나 잘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드문드문 읽고, 이제 와 하나도 기억도 안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 80 여권 국내 번역된 책을 다시 다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은 푸아로의 첫 사건이자, 헤이스팅스와 재회하여 팀이 된 첫 만남이 된 사건이다. 그리고 1920년에 발표된 크리스티 여사의 첫 번째 책이다. 크리스티 여사가 언급했듯이, 탐정과 조수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는 셜록 홈즈를 염두에 둔 세팅이었다고 한다. 홈즈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사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또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미스터리.
동기 없는 살인은 있을 수 없네
기발하고 특이한 미스터리가 많이 나와도 내가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다. 돈, 명예, 사랑 등 어떤 유치한 이유가 되었던 건 모든 살인 사건에 동기가 있다는 것. 옳지는 않지만 수긍은 가는 동기들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이라서, 사이코패스라서 같은 이유 없는 살인을 읽으면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 재미는 둘째치고 불쾌해 지곤 하는데, '살인'이라는 같은 소재라도 고전 미스터리들에는 한켠에 '따뜻함'이 남아있어 좋다.
헤이스팅스가 옛 친구인 존 캐번디시의 초대로 스타일스 저택에 머물게 된다. 존과 로렌스 형제는 계모이자 부유한 자산가인 잉글소프 여사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 사이의 말다툼, 서로 신경을 세우고 대립하고 있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함께 머물게 된 헤이스팅스는 그들이 모습을 지켜본다. 어느 날 한밤중, 잠겨져 있는 방에서 잉글소프 부인이 발작을 일으키고, 모두가 달려가지만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만다. 의사가 독살 주장을 제기하며 검시를 하게 되고, 헤이스팅스는 옛 친구 푸아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제 좀 더 침착해지면 여러 가지 사실들을 제자리에 말끔히 정리하게 될 거네. 사실들을 검토해서 버릴 건 버릴 걸세. 중요한 것들은 따로 모아 놓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후! 불어서 날려 보내는 걸세.
"아! 조심하게! 그건 너무 사소해. 중요하지 않아. 그건 맞지 않을 거야. 잊어버리자고.'라고 말하는 탐정은 곤경에 처하게 마련이지. 그 길에 혼돈이 있는 거라네! 모든 게 다 중요하다네."
자네는 상상력을 지나치게 제한했을 걸세. 상상력이란 훌륭한 하인이자 형편없는 주인이라네. 가장 간단한 설명이 언제나 사실에 가장 가까운 법이지.
은퇴한 벨기에의 경감이지만 그의 회색 뇌세포는 죽지 않았다. 어느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그리고 (나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전말.
왜냐하면 그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모호하고 불분명했다면, 논박하기가 몹시 어려웠을 걸세. 하지만 범인이 불안한 나머지 그물을 어찌나 빡빡하게 쳐 놓았는지, 한 군데만 잘라 내면 앨프리드 잉글소프는 자유의 몸이 될 걸세.
그리고 무엇보다 푸아로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아래 문장,
나는 찬탄 어린 눈길로 말없이 푸아로를 바라보았다. 이 작은 사내의 위대한 뺨을! 푸아로가 아니라면 그 누가 부부의 행복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살인 사건 재판을 생각해 내겠는가! 푸아로가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네, 몬 아미. 에르퀼 푸아로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런 일을 시도하지 않았을 걸세! 그리고 그걸 비난한다면 자네가 틀린 걸세. 한 여자와 한 남자의 행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기 때문이네."
실제에서는 징계 감일지도 모르겠고, 어느 한편에선 직업윤리 문제에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에서라도 이런 따뜻한 탐정, 오만 + 똑똑하지만 그 안에 따뜻한 탐정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홈즈와는 또 다른 매력. 첫 작품이 이 정도였으니 그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명성이 자자한 이유는 말 안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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