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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3 : 화소연영(火燒連營) -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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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팬이라면 '화소연영(火燒連營)'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릉대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원래 삼국지에서는 '화소연영 칠백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유비가 동오 원정 기간에 무협에서 효정까지 40여개의 영채를 포진하여 그 길이가 무려 칠백리에 달하였는데, 동오의 육손이 화공으로 촉의 영채를 태워버림으로써 유비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고 유비는 백제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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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의 팬이라면 '화소연영(火燒連營)'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릉대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원래 삼국지에서는 '화소연영 칠백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유비가 동오 원정 기간에 무협에서 효정까지 40여개의 영채를 포진하여 그 길이가 무려 칠백리에 달하였는데, 동오의 육손이 화공으로 촉의 영채를 태워버림으로써 유비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고 유비는 백제성으로 도주하여 결국 그곳에서 병을 얻어 사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삼국지 첩보전]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삼국지에 등장하는 문구로 제목을 삼은 '화소연영(火燒連營)'은 유비와 육손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동오의 수도인 무창에서 기이한 사건의 발생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앞서 1, 2권은 기존의 삼국지의 큰 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자의 상상력에 의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누구라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3권에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은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정도로 기묘한 것이었다. 발견된 한 여자의 시신에서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혈액이 응고된 상태였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되살아나서 가일과 육연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다행히 육연이 시신을 불살라버림으로써 그들은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평소 귀신을 믿지 않는 가일은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 허무는 삼국지의 시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것을 통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탄생시켰으니 그것은 바로 '태평도'에 대한 것이었다. 장각은 우연히 얻게 된 '태평요술서'를 바탕으로 부적과 주술을 통하여 백성들의 병을 치료해주면서 민심을 얻게 되고, 이후 '태평교'라는 이름으로 교세를 확장하여 결국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게 된다. 유비와 관우, 장비는 물론 조조, 원소, 손견과 같은 영웅호걸들이 바로 이 황건적의 난을 계기로 등장하였다는 점을 든다면 '태평도'는 삼국지의 시작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황건적의 난이 진압된 이후 태평도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손책의 죽음과 다시 한 번 관계를 맺게 된다.

 

 손책은 사냥을 나갔다가 자신이 죽인 허공의 식객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뺨에 화살을 맞아서 병상에 눕게 된다. 이후 병이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에서 손책은 백성들이 우길이라는 도사를 숭배하는 것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한다. 자신이 이룩한 동오에서 혹세무민으로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우길이 몇 가지 기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손책은 결국 분을 참지 못하여 우길을 베어버리는데, 이후 손책은 우길의 혼령에 시달리면서 결국 병이 다시 도져서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동생이었던 손권이 옹립된다. 이러한 부분을 통하여 저자는 당시 오나라에 태평도가 하나의 종교로서 자리잡았다는 것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기묘한 살인 사건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가일과 육연은 각자 수사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건을 조사하던 가일이 자객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육연은 그 자객이 바로 육씨 가문의 사병들과 동일한 문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육연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었는데, 자칫하면 자신의 가문이 그 기묘한 연쇄살인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손권은 현재 육손이 대부분의 병력을 이끌고 유비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육씨 가문을 의심할 수 없었고, 육씨 가문 역시 겉보기와는 달리 자신들을 견제하려는 손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하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하여 조사에 임하게 된다.

 

 가일은 연쇄 살인이 바로 특정 종교단체가 의식을 통하여 손권을 죽이기 위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더구나 당시 무창에서는 오래전에 죽었던 우길이 되살아나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가일 역시 손몽과 함께 우길로 보이는 사람을 마주침으로써 그의 수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이 기묘한 사건들이 되살아난 우길과 그 추종세력의 주술에 의하여 이루어진 기묘한 살인인지 아니면 그것을 가장한 호족 세력들이 유비와 대치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촉나라의 첩보조직인 군의사의 흔적도 발견되면서 쉽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독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 내용이 유비가 육손의 화공으로 패배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사건은 오나라의 손권을 왕으로 책봉하기 위한 위나라의 사신들이 방문하면서 절정으로 향하게 된다. 당시 동오는 유비의 공격에 연이어 패배를 당한 상황에서 압박을 받는 처지였기 때문에 조비와의 동맹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손권은 자신의 아들을 위나라에 볼모로 보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조비에게 봉신할 것을 맹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비는 손권을 오왕으로 책봉하면서 동맹 체제를 형성하지만, 속내는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하게 된다. 가일은 바로 손권의 오왕 책봉식에서 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측하게 된다. 과연 그 큰 일이란 무엇일까?

 

 죽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사람을 공격하는 그 기묘한 사건으로 인하여 삼국지와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나 싶어서 다소 우려스러웠지만, 결말은 육손의 화공과 함께 유비가 눈물을 흘리며 후퇴하는 원래 삼국지의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원래 대치 상태에서 지친 유비가 방심한 틈을 타서 육손이 화공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동오의 수도인 무창 내부에서의 기묘한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와 결합하여 전쟁의 양상을 보다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원래의 삼국지보다는 내부 첩보전과 결합된 이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더불어 가일의 삶과 사랑에 대한 고뇌는 삼국지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는 전란 속에서의 한 개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한선이라는 비밀조직인 객경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허무함을 느끼다가도 위나라 시절에 결혼을 약속한 전천과 너무나도 닮은 손몽을 바라보며 그녀에 대한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하는 모습은 원래의 삼국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내용들이기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g*******7 2020.04.10. 신고 공감 6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