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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의 4번째 이야기의 무대 역시 여전히 동오의 무창이다. 이릉대전이 종식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 이야기의 배경인데, 이쯤되면 이 시리즈는 주로 오나라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1권은 가일이 위나라의 첩보조직인 진주조에 소속되어 한선의 정체를 쫓는 과정이었으니 오나라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지만, 2권부터는 한선의 주선으로 오나라의 비밀조직인 해번영의 교위로 활동하고 있으니 시리즈의 대부분은 결국 오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보니 사실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비중은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손견과 손책, 손권에 이르기까지 3대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적벽대전과 형주쟁탈전, 이릉대전을 거치고 나면 이후 삼국지에서는 오나라에 대한 언급은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삼국지의 후반부는 제갈량의 활약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촉나라와 위나라에 이야기가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강동에 감도는 살기'는 이미 제목부터 다루려는 내용이 오직 오나라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삼국지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오나라에 관한 것을 저자는 보다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이야기의 흐름과 등장인물 역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오나라의 손권과 후계자에 관한 것이거나 내정에 관한 것이기에 앞선 내용들과는 달리 [삼국지연의]에 그리 얽매인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실제 역사에 관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이번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삼국지연의]를 읽었다고 하더라도 꽤 낯선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손등과 손노반이다. 이들 남매는 손권의 자식들인데, 손등은 장남으로서 장차 오나라의 왕위를 물려받을 인물이다. 실제 역사적인 부분을 언급해 본다면 사실 손등은 태자로 머물다가 결국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고 32세라는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사실 오나라에서는 손권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영민한 모습과는 점점 멀어지면서 손등에게 기대를 하는 입장이었으나, 모든 이의 촉망을 받던 손등은 왕위에 오르기도 전에 죽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손노반은 손권이 후계자를 지명하는 과정에 개입하여 오나라의 기반을 뒤흔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손권이 손등 이후에 태자 자리를 물려받은 손화와 손패를 계속 저울질하면서 이후 신하들 역시 두 파벌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서 손권은 '이궁의 변'이라 일컬어지는 커다란 과오를 범하게 된다. 태자인 손화를 폐하고, 손패 역시 죽인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신하들 역시 대부분 귀양을 가거나 처형을 당하면서 오나라는 급격히 세력이 약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손노반은 교묘하게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뒤흔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손등과 손노반의 등장은 결국 4권의 이야기는 오나라의 후계 구도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온화하고 인자한 손등과 문란하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뛰어난 능력으로 아버지인 손권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손노반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면서 가일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기묘한 사건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바로 손등의 사부인 주치의 독살사건이다. 물론 그 이전에 가일을 암살하려는 자객에 의하여 '철 공자'라는 의문의 인물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 가일은 주치의 독살 사건을 비롯하여 이후 벌어지는 사건에 '철 공자'라는 인물이 깊게 관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구나 사건에는 마치 한선이라는 비밀조직이 사건을 저지른 것처럼 표식마저 남겨 놓음으로써 가일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실제 가일 역시 '철 공자'가 자신을 압도하는 상대라고 인식하면서도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이 와중에 오나라에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진행된다. 기염이라는 인물이 손권은 물론 태자인 손등의 지원을 배경으로 관리들의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무능한 인물들을 대신하여 가문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인재들을 등용시킨 것이었다. 이는 강동파와 회사파라는 호족 세력들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손권의 바램이 깃든 것이었는데, 연달아 일어나는 이 사건이 바로 이 개혁과 관련된 인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염 역시 결국 '철 공자'의 사주를 받는 인물로 오인받으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가일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자신이 아닌 태자인 손등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더욱 '철 공자'라는 존재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삼국지에서는 결코 다뤄지지 않은 부분으로서 오나라가 처한 실제의 역사적인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기에 삼국지보다는 역사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오나라가 내부적으로는 왕과 호족의 팽팽한 줄다리기와 같은 견제와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지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오나라가 위나라와는 달리 수성의 처지에 임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거대한 음모 속에서 가일은 자신은 물론 손몽을 비롯한 자신의 주변 인물들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참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사실 '철 공자'의 정체는 그리 놀랍다고는 할 수 없다. '철 공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그 정체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일과 손몽의 그 애틋한 사랑이 과연 이루어질까라는 궁금증이 더 앞서게 된다. 그래서였는지 결말 부분에서 그동안 벌어진 사건의 진상과 '철 공자'의 정체보다는 가일과 손몽의 비극적인 운명에 더 마음이 기울게 된 것 같다.
삼국지는 조조, 유비, 손권을 비롯한 다수의 영웅호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우리는 매료되어 삼국지에 빠져들게 된다. 반면에 [삼국지 첩보전]은 기존의 영웅호걸보다는 오히려 가일을 비롯한 가공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삼국지의 이야기 속에 가려진 다양한 내용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전쟁의 이면에서 펼쳐지던 첩보전에 대한 재구성이라든지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민초들의 이야기와 또 그 과정에서 꽃피우게 되는 사랑 이야기는 삼국지가 아닌 오직 [삼국지 첩보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너무나 익숙했던 삼국지를 보다 달리 볼 수 있음을 이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수확이었다. 물론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원전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되었으니 이 또한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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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지 않기에 실용서 위주로 책을 읽는데 작년부터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가 우연히 접한 삼국지 첩보전이라는 소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한 내용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는데 점차 빠져들게 되어 4권까지 읽게 되었다. 3권에서는 정말 책을 읽으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듯한 장면과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4권까지 정주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책을 집어 들면 역시나 손에서 떼지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구입하고 2주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마침 연휴가 끼어 있어 책을 읽기에는 딱 좋았다. 4권의 배경은 삼국지를 주름잡던 관우, 유비, 장비를 비롯하여 조조 등이 모두 물러난 뒤라 독자들의 흥미는 덜한 부분이다. 물론 손권이 남아있었지만 주유가 죽고 나서 소설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삼국지 첩보전 3권과 4권은 오나라가 배경이다. 위나라와 촉나라에 대해서는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오나라를 배경으로 한 것일까? 우리가 유비만큼 덕이 있는 군주라 알고 있는 손권의 진실에 대하 성큼 다가섰다고 본다. 주인공이 가일이라는 사실은 2권을 덮을 무렵 실마리를 잡았다. 주인공인 만큼 마지막까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다가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보통 역사 소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장렬하게 전사를 하는 것이 보통의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소설은 전지적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주인공 시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즘 나오는 소설들은 한가지 관점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삼국지 첩보전도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데 어떤 인물들에 대해서는 심리상태까지 정확하게 또 다른 인물은 관찰자 시점에서 묘사하였다. 작가의 책을 4권째 읽다 보니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누가 언제쯤 죽고 또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는 대략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철 공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리고 과연 전전은 손몽이 맞는 것인지? 1인 2역을 한 것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단순히 역사 추리소설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명확했다. 물론 해석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정치인들의 정책 등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리고 있는데 수백 년도 훨씬 넘은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판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삼국지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많은 민초들의 희생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 수천 명의 목숨을 바쳐서 지키려고 했던 왕실의 안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충의를 위해 나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던 위인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수십 년을 살아가는 인생을 즐기다 가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지나도 역사 속에서 그들의 이름이 잊히지 않고 남는 것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