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20세기 도시 풍경을 그려내다!
"20세기 도시 풍경을 그려내다!" 내용보기
발터 벤야민은 현대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인문학자였으며, 특히 근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도시화의 문제에 대해 천착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다양한 자료를 집적하여 그 자체로 문화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파사주(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 이후 인문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벤야민의 이론적
"20세기 도시 풍경을 그려내다!" 내용보기

발터 벤야민은 현대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인문학자였으며특히 근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도시화의 문제에 대해 천착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되고 있다예컨대 다양한 자료를 집적하여 그 자체로 문화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파사주(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그 이후 인문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저자는 벤야민의 이론적 바탕에 '도시산책자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전제하면서그의 작업과 이론들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도시를 산책하면서 바라보는 다양한 풍경과 그로 인해 촉발된 사유는 어쩌면 수동적인 인식이 아니라 능동적인 사유를 발현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벤야민이 주목한 20세기의 도시문화가 바로 그러한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고 여겨지기에저자가 그의 저서를 통해서 밝혀낸 내용들이 흥미롭게 여겨지는 까닭일 것이다.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는 일간지 문예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책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당시 벤야민이 거주했던 파리의 도시 풍경을 다양하게 담아낸 이 책에는도시에서 마주친 세세한 풍경들이 담겨있다'걸으면서 생각하기'라는 글쓰기 방식을 파리에서 체득했고그에 걸맞게 그는 도시에서 마주친 모든 사물과 대상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채택했던 것이다. 파리의 거리에서 만났던 간판이나 사물의 이름을 취해서 글의 제목으로 삼고그것들로 촉발된 생각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또한 혁명적 분위기와 새로운 이념이 급속하게 확산되던 당시의 현실을 재빠르게 포착하여그는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발언을 표출하였다인쇄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대량복제가 가능한 시대에 예술품의 진본에서 느낄 수 있던 '아우라'가 사라졌음을 제기하였고익명으로 존재 가능한 대도시의 삶의 행태에 주목하기도 했다.

 

20세기 들어 급격하게 변화하는 화려한 도시 풍경에 매료되었던 벤야민이 점점 공적인 모습으로 유형화되어 가는 실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그것은 아마도 실내는 사적인 공간이며그 공간 주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물질문화가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은 가운데 건축물의 실내는 점점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고그러한 가운데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한 모습으로 변해갔을 것이다바로 이러한 점에서 근대인으로서의 도시문화에 탐닉했던 벤야만은 적어도 실내공간 만큼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남겨둬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라 여겨진다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인식이 비단 벤야민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유행에 따르느냐 혹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는에 대해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시집 악의 꽃을 남긴 시인 보들레르에 대한 벤야민의 관심은 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보들레르의 시집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며비록 미완성으로 끝나기도 했지만 보들레르에 대한 연구서를 집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는 이른바 파사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들레르 연구서를 집필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벤야민은 보들레르의 시에 나타난 파리의 풍경을 논하고그의 시에 나타난 알레고리를 일종의 자본주의 비판으로 읽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특히 보들레르의 시를 예술작품의 진본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몰락한 것으로 해석하고그의 작품들이 '아우라의 몰락에서 오는 우울을 기록'한 것으로 이해했다보들레르의 시에서 드러난 알레고리를 전통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의 징후즉 자본주의 시대 대도시의 풍경에서 야기된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그래서 벤야민은 보들레르의 시에서 보이는 알레고리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탈가치화의 표현 형식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벤야민은 나치가 시작되기 직전에 파리에서 머물면서 베를린의 유년시절에 대해서 다양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앞으로 다시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터이고자신의 과거와 그때의 도시 풍경을 재현하고 싶다고 여겼을 법하다문 아래 가로질러 안과 밖을 나누는 '문지방'을 사회적 경계의 의미로 재해석하고유년의 방을 통해 실내공간이 지니는 개성에 대해서 다시금 음미했을 것이라 여겨진다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사람들과 겪었던 사건들그리고 마주쳤던 풍경들을 떠올리면서 하나의 문화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숙고했을 것이다저자는 벤야민의 이러한 태도를 일컬어 "당시에는 지나쳤던 것의식하지 못했던 귀중품을 찾아내는 순간은 구원의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논하면서 사진과 영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기술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원본이 지닌 아우라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으며그렇게 복제된 기술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그가 자료를 수집하는 파사주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도시의 찬란한 겉모습보다 이면의 풍경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던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되기도 한다벤야민은 사진보다는 영화를 더 선호한 것으로 여겨지는데실상 사진이나 영화 모두 일종의 연출 의도에 의해 재현된 것이기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석되기도 한다이제 사진이나 영화 필름이 아닌디지털 파일로 무한히 복제되는 단계의 기술 문명을 과연 벤야민은 어떻게 이해할까 하는 점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파사주는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져 19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건축물로여러 채의 건물을 이어통로를 구축하고 여깅 다양한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한국에서도 지하도나 지하철이 건설되면서 지하에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아케이드라고 명명햇던 그러한 형식이라고 할 것이다벤야민은 다양한 물건들을 소비하는 파사주에 비견하여자료를 모아 한곳에 집적하여 문화사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비록 완성을 보는지 못했지만그의 기획은 이후에도 문화사 연구에 있어 하나의 대안으로 흔히 거론되기도 한다아마도 파사주가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기획이 시도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책의 말미에는 '보론'으로 벤야민과 비슷한 시기에 도시의 풍경에 주목했던 두 사람의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먼저 독일 작가 헤셀의 베를린 산책을 중심으로파리와는 다른 도시 베를린을 소개하는 도시산책자로서의 면모를 서술하고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문화비평가인 지크프리트 크라카워의 저작을 통해 베를린과 파리의 대도시 풍경을 그리면서이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이들이 벤야민의 도시산책자로서의 면모를 논하는 택에서 보론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여겨진다대도시의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화려함과 누추함이 엇갈리는 근대 도시의 풍경이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접하고 기록을 남긴다면 오늘날의 도시산책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2021.05.28. 신고 공감 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