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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글을 쓴다. 시를 취미삼아 써 오던 날들도 한참이었고 또한 꽤 자신감도 붙던 요즘이었다. 창작의 원천은 개인적인 사건들로 인한 괴로움과 슬픔이었고, 그러했기에 당연히 감정이 과하게 들어가던 글들을 건조한 어투로 쓰려고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었다. 필자가 원하는 필체의 완성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직 스무 몇해 밖에는 살지 않았고 그만큼이나 많은 책들을 다른 이들에 비하여 접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감히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에는 재치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언어적인 쾌감을 주는 작품들과, 또한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작품들로 나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는 두 부분이 합치되는 작품들이 있어 사실 감탄이 나왔다. '모자이크' 라는 작품에선, 재기 넘치는 제목이 돋보였다. 하지만 내용은 사실 서정과 비탄의 사이쯤에 걸쳐 있어 아주 미소 짓기는 어려웠다. 무언가를 붙인가는 표현이 반복되며 모자이크의 시상을 꾸준히 내비치는 것 역시나 놀라웠다. '구멍을 감추고' 에서는 특히 '저녁은 도넛, 돈 나올 구멍은 없고' 부분이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언어적으로 발음상의 유사성에서 오는 재치와 더불어서, 구멍난 도넛을 먹으며 존재하지 않는 돈 나올 구멍을 떠올린 것은 시인의 문학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시작이 괴로움이었다는 것은 솔직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것은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자신을 갈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서정과 아련함의 어느 선에서 건조한 말투로 감정적인 슬픔을 노래하기를 연구하는 자신을 찾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박은영 시인은 필자의 기준에서 시적 탐구의 과정을 본받고 싶을 만큼 건조한 슬픔을 잘 노래하고 있다. 박은영 시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능력을 살려 시집으로 발간한 시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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