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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소설가의 임신 출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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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이다. 사랑도 우정도 심지어 독서도. 똑같은 내용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명작일 수 있고, 그저 그런 책 중 한 권일 수 있다. 서유미 작가님이 쓴 『한 몸의 시간』도 그렇다. 내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읽었다면 이 책은 그냥 서유미 작가님의 팬(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밝혔지만, 드미트리는 서유미 소설가의 열렬 독자다. 불확실한 미래로 걱정하던 20대,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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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이다. 사랑도 우정도 심지어 독서도. 똑같은 내용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명작일 수 있고, 그저 그런 책 중 한 권일 수 있다. 서유미 작가님이 쓴 『한 몸의 시간』도 그렇다. 내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읽었다면 이 책은 그냥 서유미 작가님의 팬(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밝혔지만, 드미트리는 서유미 소설가의 열렬 독자다. 불확실한 미래로 걱정하던 20대, 『쿨하게 한걸음』에 위로받았고, 『판타스틱 재미지옥』을 읽으며 한국소설도 상당히 재밌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최근에 나온 『끝의 시작』, 『틈』, 『홀딩, 턴』도 모두 읽었다.)으로서 읽어야 할 책 정도로 생각하고 과제하듯 봤을 테다. 왜냐하면 이 책은 출산에 관한 글이니까.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비록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꽤 공감을 하며 읽었더랬다. 개인적으로는, 첫째 둘째가 꽤 컸고 탄생이라는 성스러운 순간이 지루한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려는 순간이었는데 탄생의 성스러운 순간을 회고해볼 수 있는 뜻깊은 독서였다.


『한 몸의 시간』은 서유미 소설가님이 쓴 출산 에세이다. 시중에는 육아 에세이가 꽤 있지만, 출산만을 다룬 글은 드문 편이다. 있다 해도 의사나 교육자가 쓴 실용서가 대부분이고, 그렇다 보니 주로 태교나 출산 방법에 집중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여성이 임신을 하면서 겪는 심신의 변화를 기록했다. 딩크족을 지향했던 저자가 임신하고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입덧, 체중 증가, 산부인과 의사의 조언 등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만날 경험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직접 임신과 출산을 경험할 수 없는 남자로서, 여성의 저 경험은 대단히 경이롭고 존경스럽고 그렇다. 차마 언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리스펙트. 이런 과정 전반을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썼으나 아이가 태어난 뒤 불규칙한 호흡 때문에 응급실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아이는 무사했다.


책에서 인상적인 단어가 '옆 사람'이다. 보통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호칭은 남편, 바깥양반, 아내, 집사람 등이다. 모두 성중립적인 단어는 아니다. 나 역시 호칭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대개는 '자기'라고 부르는 편이다. 늙어가는 마당에 '자기'라는 표현이 이질적으로 느껴치는 찰나였는데 '옆 사람'이라는 단어, 참 좋다. 앞사람 아니고 옆사람. 옆에서 지지해주는 사람? 같은 뉘앙스가 좋다. 그리고 부부가 달콤한 신혼이 끝나면, 좀처럼 서로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대화할 기회가 없다. 옆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옆사람'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땡보와 꿀이가 뱃속에 있었을 때를 떠올려봤다. 아득한 먼 과거처럼 느껴지긴 하다. 기억나는 사건도 그리 많지는 않고. 그럼에도 품고 사느라, 낳느라 고생한 옆사람과 무사히 태어나서 자라준 땡보와 꿀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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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 팀이고 업무나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팀원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다. 아기를 잘 키우고 가르쳐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말고, 새 친구가 오면 같이 재미있게 지내야겠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같이 뭘 하고 놀까 고민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98쪽)


그런데 어떤 위로는 생각하지 못한 때 아주 먼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착한다. (121쪽)


인생의 어떤 문제는 여러 번 겪어도 적응이 안 되고 어렵지만, 어떤 문제는 통과하는 순간 만만하고 시시해진다. 인생의 묘미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136쪽)


"아기 보고 싶지?"

"너무 아파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나." (169쪽)


"그러면 나쁜 엄마 아닐까요?"

"좋은 엄마가 될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많아요."

인생을 오래 산 분들의 충고는 대체로 비슷했다. (189쪽)


우리는 원래부터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었지만 더욱 그렇게 되었다. 아이로 인해 기뻐하고 아이 때문에 염려하고 아이와 관련된 일에 욕심을 부리고 포기하고 살게 될 것이다. 그 삶은 분명히 제약이 많고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고 내가 축소되는 삶의 형태일 것이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고민과 좌절, 기쁨과 보람이 매일 매 순간 우리 곁에 머물다 지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라는 인생의 문 안으로 걸어갔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걷기로 했다. (205쪽)


아마도 가정, 육아, 글쓰기를 함께함으로써 겪게 되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을 뿐. (213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20.03.2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