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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올해 초부터 내내 저의 화두 중 하나는 '인간의 존엄성'이었습니다. 그 화두 속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끌려드는 책 역시 '존엄하게 산다는 것', '존엄성 수업', '노동인권수업' 이런 종류의 책들이더라구요. 그렇게 만나게 된 책!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입니다. 부제는 '교사를 위한 학생 인권'입니다. 이 책은 제가 정기구독하는 '학교도서관저널' 사이트에서 서평이벤트를 하기에 냉큼 신청하여 받은 책이에요. 자석에 이끌리듯 당연히요! 그런데, 이 책! 이제 제 돈 주고 사야겠어요. 제 돈 주고 사서, 주변에 선물해야 겠어요. 누구에게? 학생에게, 교사에게, 학부모에게!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시작부터 절 때리는 이 문장 때문이었지요. '무지'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안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었어요. 결론은 '안다'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겠다~ 라는 것이 참가자들의 말이었지요.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구나~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저의 무지이고,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인권을 짓밟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 딱 맞는 말입니다. 딱 맞는 말입니다. 학업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두발을 규제당하고, 복장을 규제당하고 매를 맞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학창시절. 미투를 외쳐야 마땅한 그 선생님들의 손길과 눈길. 자유와 존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던 학창시절. 그 모든 폭력속에 커오면서도 학교가, 특정교사가 나의 인권을 짓밟고 있고, 나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깊이 자각하고, 그에 대해 저항해볼 생각은 거의 해보지 못했던 시절들!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들이 하나씩 하나씩 선명하게 떠오르며, 지금 아이들이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받고 있는 폭력의 교육 현장들. 그걸 인지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여고시절, 딱 한번 집단행동을 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에게는 한없이 강하게 그 아이를 모멸하고, 함부로 대하는 한 선생님 때문에 일으킨 집단행동이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던 것일까요? 그때, 다른 선생님들 몰래 우리를 지지해준 선생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아마도 그 선생님의 지지가 나를, 우리를 용기내어 연대할 수 있게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우리는 그 연대로 공부 못하는 친구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선생님의 언행에 대해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제 기억에는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이외의 모든 상황속에서는 그저 참고, 인내하고, 때로는 별 느낌없이, 모두가 겪는 일이니 '당연하다' 여기며 지나간 시간들입니다. 그 결과, 여전히 우리 아이들 역시 그때와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은 현실 속에 있습니다. 물론 많은 학교에서 두발자유화가 되었고,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자율'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없고, '학생다움', '학생의 신분'에 걸맞음을 요구하는 여러가지 제약에, 학생 이기 이전의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에리히 프롬이 [건전한 사회]에서 이야기한 '정상성의 병리성'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정상이 아닌 것을 정상인양 여기고, '정상'으로 살아가는 사회. 시험을 못봤다고 틀린 개수만큼 막대걸래 봉으로 허벅지를 맞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그저 움츠러들기만 했던 시간들.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 그게 정상인줄 알았던 시간들이 소름끼치게 다가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조영선 선생님은 참 글을 잘 쓰십니다. 그리고 인권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매순간 느끼게 만듭니다. 독자로서 정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조영선 선생님 덕분에 저의 인식의 폭이 한뼘 자랐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서 이 책과 연관하여, 또는 이 책에 대한 서평과 저의 배움을 조금씩 더 글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의 지시나 조종에 무려해지는 것. 바로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 '약한 자아'를 갖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우리들이, 미성숙한 존재여서, 학생이어서, 돈이 없어서, 직업 때문에, 성별 때문에, 나이 때문에, 출신지역 때문에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거나 유보되어서는 안됩니다. '자격을 묻지 않고 모든 존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그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열쇠'라는 것! 모든 존재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그 인권을 보장하고, 지키기 위해, 불의를 바로잡고, 바로잡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연대'를 떠올리며, 프랑스의 외국 유학생 학비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프랑스가 지난해에 비유럽권 외국 유학생들에게 아주 적은 금액의 교육비를 받다가, 16배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을 때, 프랑스 대학생들과 교수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외국 유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교육비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도 저항의 한 축이기도 했지만 또하나의 이유 중 하나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논리가 결국에는 자국의 대학생들에게도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법안'임에도 수많은 프랑스 대학생과 교수들이 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그의 인권이 확장되는 것이 나의 인권이 확장되는 것'이라는 문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프랑스의 이 정책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대학들의 '거부'에 대한 기사를 첨부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예외조항으로 인정하고 나면, 언젠가 그 조항은 내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것! 이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이 책을 쓴, 조영선 선생님의 머리말에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문장을 만났습니다.
조영선 선생님의 어머님이 무척 궁금해지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제 아이들에게 듣고 싶은 문장이거든요.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깊이 느끼며, 더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렵니다. 같이 읽어보시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