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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이던 벚꽃들이 어느새 매년 봄마다 음악차트에 재진입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노래 제목처럼 "벚꽃 엔딩"을 하고 있다. 벚꽃비 또한 장관이긴 하지만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벚꽃들을 보니 요즘 내 마음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1월 초부터 시작되어 펜데믹에 이른 코로나 19가 평범한 일상을 빼앗아갔고 3월 중하순부터 바빠진 회사 업무로 좋아하던 일들을 못하고 있다. 더구나 회사에서 인사고과 문제로 스트레스까지 받아 내 모습이 마치 길가에 떨어진 벚꽃잎 신세 같다.
이렇게 힘겨운 시기에 활짝 핀 벚꽃 같은 책을 만났으니 박애희 작가의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이다. 책 표지부터 길가의 활짝 핀 벚꽃 일러스트가 책 속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13년 동안 KBS와 MBC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한 박애희 작가는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고 한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방송, 책 속의 다양한 문장들을 통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 불안하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여성작가가 쓴 힘겨운 삶에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에세이는 애써 피하려 했다. 다른 분야에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메마른 감성을 가진 내가 여성작가의 글에 공감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길가에 떨어진 벚꽃처럼 지친 심신에, 중년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증가한다는 말이 맞는지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를 읽는내내 공감하는 문장들이 많아서 인상 깊었던 문장에 붙이려고 준비한 포스트잇이 모자랄 정도였다. 13년간 다소 내성적 성격에 힘들었던 방송작가 시절과 퇴사 후 이야기들, 부모와의 사별, 7살 아들의 육아, 그동안 작가가 지켜본 주변 사람들과 인생 이야기 등이 영화, 방송, 음악, 책 등을 보며 틈틈이 모아둔 주옥 같은 문장들과 함께 가슴에 하나씩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살다 보면 바닥까지 가는 슬픔들이 파도처럼 인생을 삼켜버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시간들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어긋나버린 인생과 후회의 시간을 잘 애도하며 생을 버텨낼 때, 인생은 한 편의 예술처럼 내면의 정수를 일깨우고 말해준다.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제 나는 어느 대작가의 말을 가슴으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구멍을 지닌 채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 「허기의 간주곡, 르 클레지오 - p.87
1장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장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통해 나만의 삶을 살리라 다짐하고,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는 우도 해녀 이야기로 오늘 이렇게 살아 있다는 자체의 근사함을, 은희경 작가가 말한 어른에게 사소한 나쁜짓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오늘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가장들에게 전하는 위로 등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2장에서 책 제목이기도 한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의 굵은 글씨의 문장들이 지난날 내 계획과 달리 통제되지 못한 일들로 힘겨워하던 시기와 오버랩되어 더 깊게 읽어본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내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찾아왔던 그 힘든 시절(무슨 일이었는지 차마 밝힐 수는 없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남들은 평온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런 시련이 왔는지 하루 하루를 힘겹게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그 힘겨웠던 시기도 결국은 시간과 함께 지나간다는 것을. 세상의 온 짐을 다 짊어진 듯 힘겹게 살았던 그때의 내가 지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에도 행복해 한다는 것을. 그렇게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성장한다는 것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며 알아간다.
살아가다 보면 나이 들어가는 게 슬프도록 안타까워지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한 곡의 노래 때문에 떠난 지 오래인 사랑에 다시 마음이 헛헛해지는 날도, 길을 걷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그와 꼭 닮은 누군가를 보며 마음을 쓸어내리는 날도, 영화를 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쓸쓸한 어깨를 하고 걷는 날도 있을지 모른다. 그때의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시간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언제든 다시 찾아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조금 울고 다시 웃어도 괜찮다고. - p.133 ~ 134
JT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비긴어게인3」. 베를린의 어느 거리에서 태연이 노래한 "When We Were Young"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중년의 연인 이야기와 함께 저자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두 사람의 젊은 시절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나도 노래 속 주인공처럼 그 모습을 사진에 담을 텐데. 꿈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몇해 전 아버지 고희연을 집에서 가까운 친지들만 모시고 조용히 치뤘다. 아버지 고희연 기념으로 돌잔치 때 보여주는 아이들 성장 동영상처럼 부모님의 젊은시절 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정리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어(의뢰를 했다) 친지들 앞에서 보여 드렸다. 동영상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 낡은 사진첩 속 젊은 시절 부모님의 사진을 하나씩 꺼내다보니 젊은 시절 부모님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이상으로 너무나 찬란했다. 20대로 보이시던 아버지. 무엇이 좋으신지 환한 얼굴에 웃통을 벗은 채 조그만 배를 힘차게 젓고 있는 사진 한 장.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웃통을 벗고 배를 몰던 알랑 드롱 같았다(알랑 드롱처럼 잘 생기지도 요트를 몰지는 않았지만 내겐 알랑 드롱 이상으로 멋진 아버지가 보였다). 학창시절 한국무용을 하셨다는 어머니의 장고 치는 사진 한 장. 일찍 결혼을 해 꿈을 버리셨지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어머니의 장고 치는 모습은 그 어떤 공연 속 한국 무용수보다도 아름답고 고우셨다. 지금 비록 줄어드는 머리카락에 주름살은 점점 늘어나고 하루가 멀다하고 어디가 아프다고 말씀 하시지만 우리 부모님에게도 찬란한 그 시절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 속에 부모님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사진 속 모습들이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
리즐(트랩 가족의 장녀) 누군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죠? 마리아(가정교사) 조금 울다가 다시 해 뜨길 기다리면 되지! -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에서 - P.194
배우 일에도 특별히 집착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우선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평범하게 살아요.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평소에 배역 연구 같은 것도 안 해요. 현장에서 분장을 하는 순간 그 배역의 마음을 알겠으니까. 나한테 배우라는 직업은 그 정도에요. - 「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 p.241
(첼로만 하다 보니) 시야가 굉장히 좁아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구요.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저는 솔직히 망원경을 보고 싶은데..... - 「뉴스룸」, JTBC 장한나 인터뷰 중 - P.260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트랩 가족의 장녀 리즐과 가정교사 마리아와의 대화로 오늘은 이렇게 속이 상해도 내일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단골 배우로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키키 키린의 말을 통해 하고 있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여유를,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의 가르침 덕분에 인생의 균형을 알게 된 장한나를 통해 잘하는 것보다 잘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등 책 속의 다정한 위로와 희망의 문장들은 요즘 회사 일로 힘겨워했던 내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용기와 힘을 전해준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를 읽기 전에는 길가에 떨어진 벚꽃처럼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요즘 바쁜 회사 일로 좋아하는 책읽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간신히 책장을 펼쳤지만 저자 박애희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과거 나의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한 권의 책으로도 마음의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아닌 척, 괜찮은 척. 쿨한 척. 척척 박사로 내 마음을 숨기려 했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 힘들면 힘들다 주위에 말하고 오늘 비록 힘들지만 내일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겠다. 오늘도 비가 하루종일 내려 "벚꽃 엔딩"을 앞당기겠지만 내 마음만은 활짝 핀 벚꽃들이 만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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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형식의 글을 쓴다는 게 작가의 일상과 생각이 녹아있는 것이기에 자칫하면 상투적이고, 읽을만한 결과물이 안 나올 수도 있다. 특별한 일상과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의 인생을 살고,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오히려 약간은 지루할 것 같은 반복적인 하루를 보내는 게 대다수의 사람들 아닐까. 그런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가장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쓰면 그게 또 읽을만한 것이 된다. 이 책처럼.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십수 년간 라디오 작가를 했다고 한다. 라디오. 어릴 적 이어폰을 끼고 들었던 늦은 밤 새벽녘 라디오 프로그램의 디제이들은 마치 내 외롭고 고독한 심정을 잘 헤아리는 듯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들려주곤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멘트들은 대부분 작가의 손을 거쳐서 나온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디제이의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들은 거의 다 저자처럼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마음을 위로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어떤 단어와 문장을 어디에 배치하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알고 적시적소에 적확한 표현을 쓴다. 그런데, 무엇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의 글을 쓰는 사람은 실제로 따뜻하며 친절할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 글에서 따스함이 묻어 나올 리가 없다. 일부에게 잠깐 그렇게 보일 순 있어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그런 느낌을 주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예민하고 내향적이다. 그런 성격의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상처 입기 때문에 타인에게 되도록 친절하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그런데, 자신이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는 관계 때문에 힘들어진다. 그럴 때는 잠시 혼자가 되어야 다시금 일어날 힘을 얻는다. 사람과 있으면 좋지만, 그로 인해 힘들고, 다시 혼자 있게 되어 홀가분해지면 또 사람이 그리워진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저자가 쓴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위로가 된다.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나 완전하게 선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좋은 사람은 우리가 그 사람을 깊이 알기 전까지만이라는 말이 있듯, 그 사람을 잘 알게 되면 누구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만나는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 않다. 잠시 동안 손해 보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오래도록 늘 그렇게 베푸는 심정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도 함께 자취를 하게 되면 사이가 틀어지고, 결혼 전 그렇게 잘해주던 연인이 결혼 후 서로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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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른이로 살아가는 나에게
언제부터였을까. 앞을 보고 걷는 줄 알았던 걸음이 실은 자꾸 뒷걸음질 치고 있던 건. 마흔이 넘으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마흔의 시간이 되어보니 허점투성이에 몸만 커버린 ‘어른이(어른+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았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상처받고 방황하는 것은 똑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흔들리고 상처받고 있지만 내색하지 못할 뿐이라는 거. 내색하면 쪽만 팔리지 나아질 것이 없음을 사회에서 숱하게 부딪히며 깨달은 진리였다. 그렇게 마흔이라는 터널을 걷다보면 모든 일이 내 탓인 것만 같을 때가 찾아오기도 한다. 마음 한켠을 내어주며 사랑했던 친구도 서로의 살이에 지쳐 소원해져 가고 아무 의미 없는 말에 목숨 걸다가 원수가 되기도 한다. 직장은 총성만 없을 뿐이지 전쟁을 불사하는 치열함으로 살얼음 디디는 기분으로 숨죽여 다니고, 또그렇게 하루하루 외줄타기에 지칠때면 소주 한 잔만이 생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벗이되어 있는 나이가 되었다. 살아가는 모든 일이 어긋나 있었다.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결국 내 탓이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지는 나이, 그래 이제야 철이 좀 들려나 보다. 예전에는 가슴에 커다란 꿈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함을 느꼈는데 지금은 꿈은커녕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를 읽기 전, 어느덧 나도 모르게 중년이 되어 있었음을 비관하고 있었더랬다. 중년의 삶, 많은 것이 어긋나고 뒤틀려 있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지조차 모르겠다. 글은 예전처럼 써지지 않았고, 책은 예전처럼 읽히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지쳐가며 자꾸 화가 났고 우울해져 갔다. 색으로 가득한 세상에 나만이 흑백으로 떠다니며 절대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세련되게 늙어가고 싶었는데 얼굴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주름살처럼 마음에도 주름이 지며 흉한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그 정체모를 생의 주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편하게 절로 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어긋나는 것을 깨달아야 인생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해갔다. 그리움과 후회를 껴안고 살아가는 건 우리 모두 똑같다는 것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잘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의 사소한 단점까지 껴안을 줄 알게 되는 것. 자신을 지키느라 상대를 함부로 상처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누구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것. 이제는 그게 반짝거리는 청춘보다 더 소중하다는 걸 알겠다. -p61
저자의 책을 읽노라니 그러했다. 가슴 한 켠에 고이 넣어두어 켜켜이 쌓인 먼지를 후후 불어 추억을 소환하는 방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읽다보면 울컥거리고 눈시울은 불거지는데 차마 크게 울지 못해 남몰래 눈물 한 방울 쏟아내고 아무 일 없는 척 태연함을 유지하곤 했다. 우리 나이에 책 보며 우는 것도 어른스럽지 못한 거니까.
작가는 그렇게 같은 여자로서, 같은 엄마로서, 같은 중년의 터널을 걸어가는 친구로서 행간을 함께 해주었다. 비록 몸은 자랐으나 아직 덜 여문 어른이로서의 고충이 너무도 절절하게 이해되었다. 삶의 무게는 누구나 똑같은 무게라는 것도 더불어 이해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외롭다는 것도. 점점 늘어가는 불면의 시간들 안에 쏟아내는 그리움들은 젊었을 때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작가는 그리움이 있는 한 아직 삶에 지지 않은 거라 하지만, 삶에 지고 이기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롭고 그립고 슬프고 이 3고, 샴쌍둥이는 그저 버텨야만 하는 것이다. 버티고 버티고 버텨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생이라는 섬의 속성인 것을 우린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책을 다 읽고나니 산다는 것은 어쩌면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에 조금씩 피어나는 검버섯이 부끄럽지 않아진다면, 점점 깊게 패어가는 주름살이 팽팽한 얼굴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모든 것이 어긋나 꼬여버린 것만 같았던 이번 생이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좀 어긋나면 어때, 검버섯이 피어나면 어때, 주름살이 생기면 좀 어때, 인정하면 다 괜찮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너무 많은 무게와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그 무거움에 인생이 어긋나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멋지게 나이든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껴안아주는 일이라는 걸, 그냥 다 괜찮아. 예전부터 나에게 해주었어야 하는 말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의 부족함을 깨달아가는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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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하고 신산스럽게 느껴질 때면 어렸을 적 어느 봄날의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그날 하늘은 더없이 맑았고, 뽀얗게 비질이 된 마당의 가장자리를 따라 어미닭이 솜털이 보송한 어린 병아리들을 이끌고 모이를 찾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흰 도화지에 데칼코마니를 찍듯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지나갈 때마다 마당에 길게 이어지던 대칭형의 발자국들. 그러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 위에선 그들을 노리는 매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삶을 매개로 한 두 장면이 내게 던졌던 질문들, 그리고 그 순간의 정적과 불안. 어쩌면 삶이란 저마다의 운명에 따라 길게 유예된 찰나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운명 앞에 선 백척간두의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봄날의 닭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시 선회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박애희의 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를 생명이 움트는 이 계절에 굳이 읽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은 가장 친한 친구처럼 어깨를 맞대고 늘 곁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죽음을 사색하기에 가장 절절한 계절이 되는 것이다. 제목에서처럼 우리 인생은 각자가 계획했던 것에서 조금씩 어긋난 채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불안하게 마련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래서 매 순간이 깜짝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늘 퍼주기만 하는 우리의 부모님들도, 살아남기 위해 버티느라 오늘도 신발끈을 조여 매는 당신도, 나도, 때로 혼자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혼자 생의 우수를 보듬을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잠시 나를 바라보는 존재를 잊고 나 자신만을 사랑한 그 시간이 다시 또 일상을 버티게 해줄 테니까. 그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그토록 바라는, 내가 행복해지는 길일 테니까." (p.54)
삶에 대한 인식은 가까운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고 믿는 나로서는 작가가 자신의 엄마를 보낸 절절한 상실감을 글로 이야기했던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감명깊게 읽은 후 비로소 작가에 대한 작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되었지만,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작가의 전작을 뒤적이며 위안을 얻곤 했다. 그러다 나는 작가의 신작 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를 반갑게 읽었다. 상실의 아픔을 완전히 거두기에는 견뎌야 할 시간들이 여전히 부족했던지 채 아물지 않은 짭조름한 슬픔의 흔적들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에서도 문득문득 묻어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이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다정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자신의 경험들을 한 자 한 자 책에 눌러쓰면서 희망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짐을 하듯 말이다.
"모성을 닮은 따뜻한 누군가의 선의로 오늘도 나는 기운을 낸다. 부디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의를 베풀 수 있기를, 그래서 '엄마라고 불리는 그들'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p.186)
1장 '이 생을 이탈하지 않기 위하여', 1장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3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지나요?', 4장 '흐르는 시간이 건네는 말', 5장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순간' 등 총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소제목만 보더라도 작가가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지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눈여겨 보았던 영화감독으로부터, 어느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로부터, 국내와 외국의 유명 작가로부터, 어느 배우의 인터뷰로부터, 자신이 읽었던 작품의 짧은 문장 등으로부터 자신이 깨달음을 얻고 용기를 갖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 소소한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몸의 일기」를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하나의 삶을 마치면 한 편의 이야기가 남는다는 것. 그렇게 인간은 부재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더 잘 살고 싶어졌다.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 또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p.327)
내게 허락된 찰나의 순간들이 앞으로 몇 번 더 반복될지 나는 모른다. 부질없고 의미도 없는 듯한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삶이 팍팍하고 신산스럽게 느껴질 때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고, 아무리 실수투성이의 인생을 살아왔을지라도 볼품없는 인생을 믿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곁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주어진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버티고 이겨내다 보면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삶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벚꽃이 지는 계절.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요즘, 꽃구경도 못한 채 한 계절을 다 보내고 말았지만 삶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되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지금의 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남과 견주어 그 삶이 화려하고 빛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기쁘게 살아내는 것. 니체도 말하지 않았던가. "건강한 자는 다만 유희할 뿐이다'라고. 가진 것도 많지 않고 누릴 권력도 없지만 계절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체력을 지녔으니 내게는 기뻐할 일만 남지 않았았는가.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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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마음이 맞는 형님을 만났다. 같은 날 입사해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고 있다. 처음 보자마자 ‘어라? 이 사람 내 과(?) 인데?’라는 생각을 서로 마음속으로 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하고는 한참 웃었다. 나보다 4살 많은 형님인데, 살아 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화도 이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란만장하다. 그런데 몇 번 듣다 보니 어딘가 나와 비슷하다. 파란(파도의 물결치는 것)의 높낮이가 형님의 그것보다는 작은 뿐이지, 살아 온 이력이 닮은데 가 많았다. 그래서 쉽게 친해지고 빠르게 가까워졌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한테 흔들리지 않으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려면 어떤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p.157)
왜 이렇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구는 조물주 다음이라는 건물주가 되었다는데, 누구는 상여금이 엄청나다는데, 누구는 어떻다는 데……. 직장 내 금수저가 몇 명 있다. 건물을 몇 채 씩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부럽다. 무슨 복을 타고 났나 싶다. 건물주끼리 모여서 잡담을 나누는 데, 형님과 나의 잡담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내고, 어디 지역 부동산 시세가 어떻고 저떻고……. 일부러 들리라고 크게 떠든다. 이해한다. 과시하고 싶겠지. 그럴 때면 형님이 살며시 불러낸다. 담배연기를 한껏 들이마신 후 내뱉으며 이야기 한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몰라. 우째끼나 우리는 여기 오래 붙어 있자.” 희뿌연 담배 연기를 모로 피하며 대답한다. “네”
방송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인 지 몰랐다. 이 책의 작가 이름을 알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불현 듯 깨달아지는 구석이 있었다. ‘맞다. TV에 수많은 프로그램들에는 반드시 작가가 있다.’ 작가가 있어야 구성을 한다. 그들의 노력과 수고가 자막 몇 줄과 출연자들의 연기와 행동을 통해 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면서도 아내와 가장 많이 나눈 대화는 “어떻게 저런 디테일을 살려내지?”였다. 거의 모든 부분 작가의 수고와 노력이었을 테다. 작가와 나의 공통점이라는 건 40대,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는 점뿐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만으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었다. 자주 만나고 투닥거리며 이야기하는 친한 누나는 아니지만 아주 오랜만에 하게 된 통화에도 마음을 완전히 나눌 수 있는 누나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받은 느낌이다.
“관계에 이런저런 상처를 받으며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 귀찮아져 고독을 친구로 삼는다. 인간이란 원래 섬 같은 존재라고 쿨한 척을 하면서. 그러나 오랜 고독에도 어쩌면 한계라는 게 있는 걸까. 그렇게 외따로 떨어져 잘 지내다가도 어떤 날은 견딜 수가 없어진다. 참 오랫동안 아무도 소식을 전하지 않는구나.” (p.142)
나도 ‘척’을 많이 했다. 괜찮은 ‘척’, 쿨 한 ‘척’, 외롭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괴롭지 않은 ‘척’, 행복한 ‘척’.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사람과의 행복한 통화나 대화가 기대하지 않은 선물처럼 불현 듯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선물이 찾아오지 않아 속상해하고 외로워하는 것도 「조금씩 어긋나는」인생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담담한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형님과 함께 며칠 전 나눴던 똑같은 대화를 반복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것으로 위로가 된다. ‘나’ 말고도 인생이 어긋나기만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발견은, 심술궂지만 위로가 된다.
“귀여운 네 글자. 엄마 힘내. 그 옆에 그려진 하트.” “오늘도 할 일을 못 했다며 성질을 내는 엄마에게 아들은 이렇게 한 수 가르친다. 무용하지만 결코 무용하지 않은 시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p.166)
아내가 이 책을 읽으면 나보다 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적인 육아를 하지 않은 아빠인 내게도 위로가 되는 글이었다. 아내가 읽으면 울지도 모르겠다. 보여주지 말아야겠다.
‘무용하지만 결코 무용하지 않은 시간의 아름다움’ 멋있는 표현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해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문장이다. 시험을 준비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시간, 또 다시 반복되는 직장의 쳇바퀴에 오르는 시간, 아무것도 발전하지 않는 것 같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또 다시 어긋나는 인생 앞에 좌절하는 시간 들 모두 결코 무용하지 않다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 같은 삶의 방향이나 대책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 따위들이 할 수 없는 위로다. 멋들어진 이력과 혼을 빼놓는 말솜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로다. 함께 어깨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위로다.
“어쩌면 남편은 한 번씩 억울하지 않았을까. 왜 날마다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지. 다들 그러고 산다는 말로는, 가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로는,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담배를 찾았을지 모른다.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가 잠시라도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라면서.” (p.37) “사소한 나쁜 짓을 해야 삶을 책임지는 억울함이 약간 가신다. 하다못해 폭음이라도.” (p.35, 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중)
승전병이 될 때보다 패잔병이 될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더 위너’는 ‘테익스 잇 올’하니까. 아바 형님·누님들 노래를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늘상 겪는 당연한 시간이니까. 패잔병이 되어도 아주 고꾸라지지 않으면 된다. 언젠가는 다시 주춤거리며 먼지를 털어내면 되니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글에 위로를 받고 콧물을 훌쩍였다. 리뷰대회 참가를 위해 읽은 책에서 뜻하지 않는 위로를 받았다. 많이 받았다. 희뿌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어긋난 인생이야기를 나눌 형님께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행님~ 우리만 그런 게 아닌데요~.” 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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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7-18쪽 중에서)
저자는 부모의 사별이 자신 인생의 분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 자신도 부모님의 죽음은 특별하고도 힘든 기점이 된다. 유한한 삶이기에 언젠가는 죽음의 문턱에 이를 줄 알았지만 그것이 내 인지 시점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언제라도 아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의 빈 자리를 통해 부모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야 한다는 무언의 내적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본문 23쪽)
그해 겨울, 아버지의 암 투병 기간이 길어졌던 그때, 우리 가족 모두는 아버지 자신보다는 멀어진 감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아버지는 우리를 떠났다. 마지막 그 겨울,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나고 혼자서 해결이 되지 않아 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근래 두통이 심해져서 찡그리는 아버지의 얼굴. 그 얼굴이 내 목구멍에 마지막까지 걸리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마냥 받기만 해서 아버지의 병마저도 아버지의 것만으로 넘겨버린 20대 마지막 철없는 그 시절.
(본문 41-42쪽)
가정, 직장, 사회에서 끊임없이 상식적이고 교양있는 사람으로서 행동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과연 나 아닌 그 다른 편에 있던 그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던 것일까 돌이켜 본다. 직장에서 날을 세우고 치열하고 논쟁하였던 선배. 진영의 논리에 빠져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모습을 경멸했지만 과연 그 모습이 네게도 없는 것인가.
(본문 52쪽, 53쪽)
어느날 찾아올 인생무상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어른에겐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하루가 필요하다.
(본문129쪽) 매일 이별하는 우리 당신과 나는 언젠가 헤어진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마지막이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어제의 우리와 이별하며 살다 결국 모두와 이별하게 될 존재라는 걸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며 살 수 있을 텐데.
아이에게 오늘도 버럭하고 후회한다. 두 살의 아이, 세 살의 아이, 다섯 살의 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여덟살의 아이가 내 앞에 있다. 내일이 지나 시간이 흐르면 내 품을 떠나 멀리 다른 곳에서 나를 볼텐데... 이별하는 우리. 오늘을 더 사랑하자.
(본문 178-179쪽)
불안을 먹고 살면서 불안을 떨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애썼다. 그 불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본문 207쪽)
저자가 글 속에 소개한 내용처럼, 어린 시절에 직장에서 한없이 나에게 관대했던 선배들. 그 선배들에게 무례하기 짝없게 나 자신을 다 드러 내놓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부끄럽고 작아졌다. 용기 내어 그 선배들을 만나 건네고 싶은 말. "미안해요". 정중하게.
(본문 231쪽)
(본문 233쪽)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감사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존재의 의의라는 것을 내게 알려준, 평범하고 소박해서 더 빛이 나는 그들이 더 많은 상을 받고 자주 행복했으면 좋겠다.
저자는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들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우리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지만 우리 자신은 어긋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본문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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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시름이 깊어지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고 어긋나는 일들에 상심이 큰 분들이 많지요.. 그러나 작가님은 인생이란게 자주 그렇다고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담담히 안아주시네요.. 아침에 눈뜨면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바심내고 걱정하는 나날은 어쩌면 언제나 그랬을지 모르겠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은 애초에 없을테니까요.. 엄마, 딸,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느낀 소회를 따뜻한 감성으로 푼 힐링책.. 상처 받음에 힘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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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바쁜 시간 쪼개가며 읽는 책들이니까 최소한 읽기 전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책만이 가치 있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 일에 치여가면서 한 번쯤 다 내려놓고 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나 대신 울어주고 고민해주는 책들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에세이다. 내가 원망하며 소리치고 싶은 말을 당당히 책의 제목으로 휙 제시한 것만 봐도 그냥 위로가 된다. 젊다고도 할 수 없지만 많다고도 할 수 없는 저자와 같은 나이. 그 모두를 향해 다정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썼을 저자의 글들이 마음을 울린다. 절실이 와닿는 글도 그저 흘려보는 글도 있지만 매번 그렇게 똑같이 읽히는 글들이 아니기에 일독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서두에서 저자가 밝힌 바람처럼, 기대와 다르게 조금씩 엇나가는 삶 속에서 어떻게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그 답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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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돌아오는 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적하고 허전한 마음을 느끼며 사람은 완벽히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원하는 것들을 위해, 꿈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며 우리는 살아왔지만 여전히 인생은 고단하고 여전히 나는 혼자라고 느껴지는 많은 이들에게 분명 공감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애희 작가는 화려한 수식 없이, 진리를 전하려기보다 나는 이렇게 느끼는데 당신은 괜찮냐고 어떠냐고 내내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이책은 작가 본인이 겪은 일련의 헤어짐과 육체의 고통이 전작들에 비해 조금 밝게 쓰여졌습니다. 곰곰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또 가족과 주변인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작가의 글을 보며 걸핏하면 화내고 욱하며 좌절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작가역시 아이를 키우며, 그놈의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의지박약 남편과 살며 똑같이 화내고 욱하고 좌절했겠지요. 작가는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라 보통의 사람들보다 격하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사는 건 다 똑같나봅니다. 돌아가신 엄마나 아빠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도 그렇구요. -누군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죠? -조금 울다가 다시 해 뜨길 기다리면 되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책은 아프고 힘들고 외롭다고 느껴질때 나혼자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 분량만큼의 고통을 짊어지고 산다고 말해주고 싶은 듯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인생이지만 쿨하게 받아들이고, 내맘대로 되는 인생은 아니여도 그게 나쁜 인생이라는 뜻은 아니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구요. 코로나로 집콕하는 생활이지만 책을 통해 동감하며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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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이라 일을 몰아서할때도 있고 성에 안찰것같으면 시작조차안하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피곤하고 고지식할때도 있고 바보같다고 생각이 종종 들곤합니다. 뭐든 조금씩 어긋나고 예상과 다르게 이어지는게 당연한건데 왜 인정을 안했을까요? 내가 오만한걸까요? 실패하고싶지않았던걸까요? 너무 잘하고싶었던것같아요 뭐든지. 근데 이제 너무 강박하지않으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