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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을 배경으로 삼은 고전 중 영화각색판 하면 떠오르는 게 <백경>, <노인과 바다>인데 둘 다 공교롭게 미국 문학 원작이다. 본디 미국인들 자체가 대서양 양안을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하여 돈을 번 이들이 초기 주류 계층으로 부상하였고, 그 먼 기원도 해양 활동에서 큰 기반을 다진 잉글랜드인들이겠으므로 그 문학에는 당연히 해양의 짙은 풍취가 배어든다. 그저 소재와 캐릭터가 단순히 바다 연관이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며, 바닷사람 고유의 혼과 정서, 미학 등을 제껴 놓고서 어떤 이론을 논할 수가 없는 그런 구조인 것이다. 이쪽과 전혀 무관한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조르바 더 그릭> 역시 그리스스러운 해양의 애환이 다르게 배어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 보겠다.
앤서니 퀸과 그레고리 펙은 생긴 게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는데, 오히려 이 때문인지 할리웃 대형 기획이 작정하고 호화 캐스팅을 꾸밀 때 이 둘을 자주 붙여놓았던 편이다. 둘이 같이 나온 영화도 얼마 전 리뷰했던 그거 포함해서 꽤 되는데(지금 봐도 와 이 두 거물이 같이 나오니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 싶은), 이 이야기도 다음에 해 보겠다.
그레고리 펙 주연 해양 대작으로는 멜빌의 고전 <모비 딕>의 영화판이 있는데, <노인과 바다>는 지금 이거 말고 스펜서 트레이시의 더 오래된 버전이 훨씬 유명한 편이다. 지금 이 영화는 극장 개봉용도 아닌 TV물인데 사실 이 무렵이라면 앤서니 퀸이 너무 노쇠해서 그의 본격 연기 진가를 맛보기에는 다소의 아쉬움이 있는 편이며, 전성기 그의 무서운 에너지를 감상하려면 1964년작 마이클 카코얀니스 연출 <조르바 더 그릭>을 보면 된다. 저 작이 너무도 그럴싸해서 나는 지금도 카잔차키스의 그 책을 읽으면 영화 장면이 자동 재생된다. 그제 내가 잔 매클레인과 브루스 윌리스가 같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조르바와 앤서니 퀸도 거의 내게는 그 급이다. 사실 앤서니 퀸은 노트르담의 등뼈 안 좋으신 분(즉 콰지모도)이기도 하고 악덕 약장수(잠파노)이기도 한 분이라 한 가지 정체성으로 도무지 규정할 수 없는 배우이지만 말이다.
젊은 나이에도 노인 역을 자주 맡은 그가, 이제 진짜 노인이 되어 화려한 예인의 생을 뒤로 남긴 채 정말로 '노인'의 캐릭터에 수렴하는 과정은, 연기의 기술적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관객의 마음을 적잖이 싸하게 울려 준다고 해야겠다. 언제나 그랬지만, 그의 연기는 기술과 정확도만으로 설명 못 할 그 무언가가 있다. 만약 정말 1960년대에 (한참 선배인) 스펜서 트레이시를 대신해 그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그의 연기스타일은 차라리 헤밍웨이가 글 쓰는 스타일과도 닮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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