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 펜션/김제철 작가와 비평 -아주 간단 줄거리- 그린 펜션으로 수상한 초대를 받는다. 그들은 모두 시월전쟁(성천전투)와 육이오전투에서 엮인 사람들의 후손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시월전쟁안에서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추어가는데... - 리 뷰 - 초반의 인물의 소개가 좀 색다릅니다. 백경훈->이지환->김준규->장동식... 이렇게 인물을 마라톤의 바통을 넘기듯이 인물을 소개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 인물이 전반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대화를 통해서 현재의 사건이 아닌 과거의 그들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추측하는 방식의 소설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바로 알기보단 하나하나 베일을 열면서 책을 읽는 기분입니다. (약간의 추천이라면... 읽을 때 메모를 하면서 관계도에 대해서 짜면서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소설의 특별함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남북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념으로 인해서 한 민족이 서로에게 총을 겨눈 전쟁이기에 사연이 얽혀서 한 집안에서 좌파와 우파로 나우져서 전쟁을 치르지만 핏줄이기 서로에게 끝까지 총칼을 겨누지 못하고, 자신이 따르는 상사의 사촌이지만 아버지를 죽인 사건의 연루자이기에 용서할 수 없고,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할아버지 때의 사건을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라, 이 소설 안에서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그들이 사연의 안타까움에 누가 결국엔 다 같은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직도 남북전쟁(육이오전쟁)의 상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는 그 당신에 참전하신 분들도 있고, 또는 그 당시 부모님의 손을 잡고 피난길을 오른 지금의 부모님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건 너무나 아픈 상처이기에 또는 민족 간의 전쟁이기에 우리가 눈을 감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육이오전쟁의 시대의 분들은 이제는 거의 고인이 되고, 남은 분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이상 그 시대의 아픔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생각지 못한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그린 펜션>입니다.
지은이는 김제철 님으로 소설문학 신인상, 월간문학 신인상, 오늘의 작가상 등 와우 엄청난 많은 상들을 수상하신 분으로 한양여대 문예창작부 교수님으로 재직중이라고 하시네요. 이번 작품 <그린 펜션> 은 2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소설집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제목의 <그린 펜션>입니다. 성천시의 외딴 한 펜션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도착합니다. 법학대 학장, 농수산물 자영업가, 연극 연출가 등 서로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고, 나이도, 사는 곳도 다 다른 이들에게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30년 전에 있었던 시월 폭동과 성천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손이죠. 시월 폭동은 해방 직후 좌익 세력이 봉기하여 공공기관과 경찰서, 자본가, 지주 계급 등을 공격한 사건이고, 성천 전투는 6.25 때 적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려 한반도의 1/3만 남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국국이 최초로 승리하여 총공세로 반격할 발판을 마련한 전투입니다. 이들을 초대한 사람은 누구이며, 두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왜 이곳에 초대한걸까요.. 두번째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계절> 입니다. 주인공 현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입니다. 자신이 맡은 환자인 박사장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죠. 박사장은 이북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중환자실에서 사망하였는데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이 죽음을 앞두고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죽음이었기는 하나, 복부 쪽에서 수상한 부종이 발견되고 현수는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하지요. 누가 무슨 이유로 곧 죽어가는 것이 당연한 노인 환자를 살해한걸까요... 단편이었기에 분량이 짧아 금새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무게와 의미는 장편 못지 않게 묵직한 울림이 있었네요. 두 작품 모두 위의 작가의 말처럼 역사를 잊지 않고 생각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적 삶의 진실을 외면하고 무관심할 때 그 집단은 무너진다는 것을요. 불편한 진실이라고해서 외면해서는 안되고 복잡하고 나와 당장 상관없는 일이라해서 생각을 멈추게 된다면 진실은 영영 묻히고, 공동체의 연대도 잃어버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
![]() 이 책 《그린펜션》은 두 개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김제철은 「그린펜션」, 「끝나지 않은 계절」 두 작품을 통해 역사를 생각하며 사는 삶을 강조한다. 깨어 있어 역사의 아픔을 각성하고 진실에 다가서는 게 집필 목적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성원들 서로의 화해와 용서를 통해 공동체적 삶의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설이 끝난 후 '작가의 말'에 소설쓰기의 이유와 취지를 밝혔다. "늘 역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그 펜션은 슬픔과 아픔을 통한 각성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얼마나 주변의 진실을 묻고 살고 있는가. 한 집단이 내부적으로 갈등하면서 소멸의 길을 걷는 것은 당대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 현장을 그리는 것이 작가의 몫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리뷰 첫머리에 올린 이유는 독자들이 글의 성격을 미리 짐작케 하기 위해서다. ![]() "현대사에서 성천은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일이라면?" "해방 직후 시월폭동과 육이오 때 성천전투입니다." "시월폭동과 성천전투라...." 백경훈이 이지환의 말을 나직이 되뇌었다. "혹시 시월폭동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지환이 백경훈의 얼굴을 보며 슬척 물었다. "얼핏 들어는 보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p. 17) "저는 시월사건의 폭력성을 정당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명백히 그 사건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유혈참사였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조적 모순이 없었다면 그런 참사가 가능했을까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상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어떤 계기로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은 거지요." "그러니까 그 어떤 계기란 게...?" "당연히 좌익세력이 그 구조적 모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했겠죠. 그래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겐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폭력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고 어떤 경우 그걸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같아서요." (p. 39~40) ![]() "학도병은 틈만 나면 중대장의 막내 사촌형을 죽이려고 기회를 노렸소.직접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아니지만 원수 무리의 동생이었고 또 스스로 적 치하에서 앞장서서 적을 도운 좌익이었으니까 얼마든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요."(p. 87) "그렇지만 묘하잖소? 부잣집 사촌형은 좌익이었고 가난한 집 사촌동생은 우익이었소. 그러면서도 서로 아껴주고 따랐다는 게 신기하잖소?" "그러네요." "그땐 모두 뭐가 뭔지 제대로 몰랐소. 그래서 올바른 선택도 못했던 거요. 지금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모두 스물 남짓한 어린 사람들의 일이었소." (p. 92) ![]()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도 경험했다. 6.25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은 서로 다른 이념 체제 아래서 7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전쟁을 겪은 분들은 별로 남지 않았고,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던 독일도 통일되고, 갈라져 싸웠던 베트남도 통일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아직도 휴전 상태일 뿐 전쟁중이다. 때문에 민족 동질성은 확인하지만 오고가지도, 서신마저도 왕래할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을 살고 있다. 소설 <그린펜션>은 바로 그런 우리 사회에 내재된 고통과 한국전쟁의 상흔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성천이라는 작가가 만든 지명을 내세우고 있으며, 6.25 전쟁의 변곡점이 된 성천전투, 시월 폭동에 대해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 사이의 경계에 있으면서, 좌익과 우익을 동시에 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이 민족을 어떻게 분열시켰는지 ,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돌아가셨고, 30년이 지나 그 후손들이 다시 모에게 된다. 그 후손들은 서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리에 모여 그때의 상처와 고통을 기억하게 한다. ![]()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잔혹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처참한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성천전투와 시월폭동의 진실은 비극이지만 역사적인 교훈을 남긴다. 전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이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전쟁의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 후손에게도 고통이 이어지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전쟁이 준 교훈을 망각하고 변질될 경우 엄청난 왜곡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은 특히 민족간의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를 형상화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 두 번째 이야기 「끝나지 않은 계절」의 주인공 현수는 자신이 맡은 환자의 죽음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 환자는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던 터라 모두는 그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박 회장이라는 그 환자의 복부에서 두어 군데 수상한 부종을 발견하면서 현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된다. 결국 현수는 한 동료에게 은밀하게 이 사실을 알리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저지른 걸까. ![]() ![]()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
|
이 책의 주 배경이 된 사건인 해방직후 시월폭동과 육이오때 성천전투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신 아버지와 실제 피난살이를 경험하신 어머니께 직접 들었던 전쟁의 참상이 떠올라서 남일 같지가 않았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상태로 지낸지가 7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남북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대한민국 내에서도 이념갈등의 골은 최근 들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하다.
이 책은 개업 10주년을 맞아 펜션측으로부터 이용고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추첨하여 일정기간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초대권을 받은 사람들이 그린펜션에 모여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6.25 한국동란 때 있었던 성천전투는 6.25 발발 후 적군에게 줄곧 밀리던 국군이 최초로 승리하면서 수세에서 벗어나 공세로의 전환점을 확보한 전투였다고 한다.
펜션에 모인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초대된 사람들간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펜션이 위치한 지역에서 벌어졌던 성천전투와 성천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인 중대장에 얽힌 기구한 가족사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중대장 이야기를 듣게 된다. 중대장의 사촌형이 좌익분자로 체포되어 왔는데 중대장이 몰래 사촌형을 탈출시킨 일로 군 당국에 고발당해서 일신상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되어 결국 영관급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예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린펜션과 끝나지 않은 계절이라는 2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이 그린펜션 이야기이고, 끝나지 않은 계절의 이야기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의문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결국은 오랜 원한을 풀기 위한 복수극이라는 결말이 나오게 되는데, 사람의 원한은 정말 풀기가 쉽지 않은 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어서 오랜 만에 읽은 소설이지만 처음 읽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한 번 읽고 나서 발췌독서를 한 번 더 하면서 이야기의 맥을 짚을 수 있었다. 내용 면에서 본다면 그린펜션보다는 끝나지 않은 계절이 좀더 흥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
'그곳은 원래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못해 음산한 느낌마저 자아내던 곳이었다.' 김제철 작가의 소설 <그린펜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소설에 있어서 첫 문장은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첫 문장을 읽고 나서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독자들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첫 문장은 '엄마가 집을 나간지 일주일이 되었다'였던가요? 신경숙 작가는 이 첫 문장을 생각해내는데 두달 이상을 고민했다고 하더군요. 김제철 작가의 첫 문장은 저의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인데다가 '스산', '을씨년', '음산'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단어에 대한 감각과 플롯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느껴지는 첫 문장이었어요. <그린 펜션>은 남성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쓰기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풍경과 행동이 눈앞에 선명히 펼쳐집니다. 공간의 설정, 인물의 특성, <그린 펜션>에서는 전직 변호사라는 직업 설정과 <끝나지 않은 계절>에서는 의사라는 직업 설정으로 사람과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하게 합니다. 그 분석의 타당성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흔히 소설은 틈새를 메꾸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김제철 작가의 소설은 틈새 메꾸기 작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주의를 환기시키며 이동합니다. 미스터리적 요소를 갖춘 소설로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주로 형식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린 펜션>에서 꼭 언급해야 하는 내용적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역사입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입니다. 흥미로운 글쓰기가 담고 있는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소중한 독서였습니다. |
|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첫 발포로 시작하여 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생한 봉기로 무력충돌과 진압으로 7년여간 최소 3만명 이상의 제주민의 희생을 낸 사건이다. 우익과 좌익, 세력을 잡기 위해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게 만들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와 죽창을 들게한 사건이다.
지금도 그 동리에는 눈물과 아픔이 서려있다. 친척간에도 만남도 사라지고, 남남이 되버린 친구들간에는 원수보다 더 아픈 가시가 가슴에 꽂혀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은 제주와 같이 동떨어져있는 지리적 특수성을 가진 지역에 더욱 큰 상처를 준 오해와 상처를 남겼다. 비단 제주 4.3 뿐이겠는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살고 계셨던 바로 그 동리에도 친구였던 그가 왼쪽 팔에 빨간 완장을 차고 쌀을 빼앗아가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다가 전세가 역전이 되자 동굴로 도망가고, 결국 비참하게 끌려나와 매질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기억이 나실 때마다 하시는 아버지를 통해 듣는다.
세대가 바뀌고, 강산이 갈아엎어져 우리의 진골이 진토가 될때, 역사를 증언할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질 때 기억이 희미해지기를 원하는 누군가들의 소원을 들어준 하늘이 힘을 발휘하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소설로 다시 돌아온 6월 25일, 그리고 성천전투, 그리고 시월폭동은 누구에겐 폭동으로 누구에겐 사건으로 누구에겐 끔찍한 학살의 시작으로 다가왔던 4.3 사건과 그 궤를 잇는다. 작가 김제철님의 "그린펜션"은 그 시절 꿈많았던 우리 가족들이 전장과 이념의 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들을 그들의 자손들의 만남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베일을 벗겨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역사 소설이자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메신져이다.
그린펜션으로 초대장을 들고 온 백경훈, 이지훈, 장동식, 김준규 4인의 가족사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누구는 남한군으로, 누구는 좌익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들의 아버지, 그들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상대를 바꿔가며 이야기해나가는 과정을 펼쳐간다.
그리 길지 않은 단편 소설이지만, 글의 짜임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이야기가 읽는 내내 주목하고 앞의 스토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너무 짧아서였을까? 책 제목과 다른 끝나지 않은 계절이 단편으로 실려있다. 책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책의 저자, 출판사는 교정과정까지 꼼꼼하게 거쳐 최소한의 오타, 문맥상 오류를 잡아야 한다. 아쉽게도 눈쌀을 찌뿌리게 만드는 문맥의 중복이 있었다.
108페이지와 109페이지 사이의 한 문단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문구의 재사용 차원이 아닌 오류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린펜션으로 얻은 긴장감을 한순간에 풀어헤쳐버린 오류가 조금 허탈감을 얻게 만든다. |
|
‘그린펜션’은 역사와 진실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