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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어려워하는 건 모든 이들의 공통점입니다. 이 책이라고 해서 그 어렵다는 수학을 특별히 쉽게 소개하고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모 교수님은 "불면증에 시달릴 때 머릿맡에 이 책을 두고 자주 애용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도 있어서, 당시 아직 어렸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요즘이야 지식인의 이런 진솔한 표명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책은 대체로 지난 3000년 동안의 수학 발달 과정을, 오늘날에도 그 의의가 남아 있고 유효한 내용들만 골라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아직 학술 활동을 하던 시점 기준으로, 최신의 수학 성과까지도 가급적이면 쉽고 자상한 어조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더 젊고 더 대중 호소력이 뛰어난 소장 학자분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기존의 난제들(해결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는)을 인문적 방법론으로 전개한 대중서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네이버캐스트 같은 매체에서도, 바로 이 저자분의 제자들인 여러 명석한 교수, 학자들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토픽 중 하나만 골라 상세하고 집중적인 각론 사항에 대해, 쉽고도 본격적인 해부, 해명을 시도하고도 있습니다(예: 0으로 나누는 건 왜 불가능한가. 무한의 본질은 무엇인가, 3대 작도 불능 문제 등). 세태가 이렇다 보니 그리 쉽지만도 않은 이 책을 골라 초심자가 독파를 시도한다는 게 그리 영리한 선택이 못 될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어느 정도 소양이 쌓여 개별 각론을 열의 있게 파 보려는 독자들에게는, 원하는 효용을 제공 못하는 지루한 복습 강설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별 주제에 대한 사색에 몰입하기 전에, 이 책을 통해 근대 수학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을 아마츄어 레벨에서나마 자신의 정신에 심는 시도를 누가 하려는 중이라면, 이 책은 제법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뻬어난 저자의 공통적인 특징은, 책의 편제, 구성에 있어 균형을 잘 잡는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든가, 저자가 아닌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략하게 처리한다든가 하는, 주관 매몰의 오류라는 게 일류 저자의 작품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특히 이와 같은 수학, 자연과학 개설서에서는,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책은 완전 초심자를 벗어난 수준, 어느 정도 초급 수학을 갖고 놀 줄 아는 독자가, 취미에서건 전공으로건 본격 수학이 무엇인지 갓 흥미를 들일 무렵, 수학의 전 체계를 살펴 어떤 과제들이 도전으로 기다리고 있는지 정리하고 싶을 때, 그 깔끔한 정리를 도와 줄 최적의 컴패니언입니다. 이 분야 정평 있는 입문서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한국어로 쓰여진 가장 무난한 교양서로서는 아직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기도 하죠.
저자분은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어린이처럼 유쾌한 자아 도취 경향도 보이시고, 전공 학문 외에 다양한 분야에 소양을 보이시는 약간 "정신적 바람둥이" 기질도 다분하시지만, 신진 후배들의 목소리에 대해 언제나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시고, 최신의 지식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시며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그 연배 원로 중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적 미덕도 지니신 분이죠. 저자의 그런 인격적 완성도와 매력이, 도저히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 분야의 책치고는 신기하다 싶게, 아닌 듯하면서도 재독 삼독을 거칠 때마다 문장 곳곳에서 배어나는 책이기도 합니다. "생선 싼 종이에서 비린내나고..." 운운하는 법어의 교훈을 다른 각도에서 증명해 보이는, 책은 그 집필자 영혼의 투영이라는 걸 새삼 독자에게 깨우쳐 주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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