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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에 붙거나 육사 등에 합격하는 일은 출세의 지름길이다. 동네방네 현수막이 걸리고,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술 한 잔 걸치는 경사다. 과거만큼의 위상은 없다 손 치더라도,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고위공직자로서의 길은 부러움의 대상임은 확실하다. 다양한 사정으로 청운의 꿈은 접더라도 직업공무원으로서 안정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범죄나 이적단체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면 국민 누구나 볼 수 있고, 정무·별정직 공무원이 아닌 이상에는 신분 보장이 확실하다. 수많은 관료제의 병폐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여전히 공무원임은 분명하다. 전제군주가 지배하던 시절의 관직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의 고시와 달리 과거시험은 아무나 볼 수 없었다. 비공식적인 제약인 경제적 제약은 별개로, 신분상의 제약이 있었다. 관직 수 자체도 적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그 관문은 지금에 비교할 때 지금보다 더 큰 위상을 지녔을 테다. 그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해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신고식을 빙자한 다양한(?) 병폐나 박봉(?)은 논외로 해도 실재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지금도 고위공직자야 정무적(?) 판단에 의해 파리 목숨이고, 소유한 집마저 강제로 팔아야 할 상황이지만, 그래도 자기 목을 걸 일은 드물다. 수사적인 표현의 목이 아니라 진짜 목이 광화문 광장에 내걸리는 일은 없다. 판수즈의 <관료로 산다는 것>은 명대 문인들의 삶과 운명, 청운의 꿈에 도전했던 관료들의 운명을 설명한다. 판수즈는 상하이 푸단대학 역사학교수로 은퇴한 노학자로서 명청사 등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나라의 대표적인 관료들의 일대기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과거 관료들의 삶과 고난을 풀어준다. 앞서 과거제 하에서의 관료들의 고난을 개략해서 말했지만, 지금의 공직자와의 큰 차이점은 ‘유학자’라는 점이다. 지금도 실재 업무와 무관한 학문을 공부해서 공직에 들어가지만, 국가 통치 이념인 유교를 기반으로 관직자를 뽑았다는 점은 큰 차이를 보인다. 즉, 학자이자 관료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녔는데, 이상적인 목표와 현실적인 목적이 늘 충돌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전제군주제도라는 현실과 이를 견제해야 하는 유학(유교)의 특성이 상충하는 가운데 권력투쟁의 치열함은 상상 이상이다. 군주를 올바로 이끌기 위해(사실상의 왕권의 제한을 위해) 직언을 해야 했지만 자기 목을 걸어야 했고, 반대로 아첨하여 권력을 얻기 위해서도 자기 목을 걸어야 했다. 수신과 치국과 평천하라는 꿈을 펼치기 위해서, 반대로 자신과 가문의 다양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도 모두 목숨을 걸고 관직에 임해야 했음은 의미심장하다. 때에 따라 세상의 시비를 잊고, 자신의 꿈을 접은 채 자연에 은거하는 일이 목숨을 부지할 유일한 길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내가 아무리 숨어 지내도 결국 정치에 발을 들인 이상 그마저도 안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권력은 강직하고 아첨을 모르는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했고, 반면 권세 있는 자에게 아부하며 빌붙으면 후세 사가들의 조롱을 피하지 못했다. p.507“
삶이란 늘 고통스럽고 치열하며 조심할 일이 많지만, 관료이자 공직자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관료가 되듯, 겨울에 살얼음 냇가를 건너듯 늘 조심할 일이다. ---------------------------------------------------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이견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손을 모으고 공손한 채 입으로 분명한 말을(p.155) 내뱉지 않는데 이를 노련하다고 한다. 또 정직한 것도 싫어해 어떤 일이든 두루뭉술하게 적당히 처리하면서 최선이라 한다. 형태만 바꾸면서 효율이라 하고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다. -이몽양 <응조상서> 中 p.156 당시, 관료들은 누구도 수시로 닥쳐오는 액운을 피하지 못했는데 강해처럼 예기와 재주가 뛰어난 명사들은 더욱 그러했다.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면 위험은 수시로 다가왔다. p.186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논어> p.316 학문은 천하의 공적 자산이다. 통치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강압적으로 이를 억압하려 하나 천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사 두려워해도 왕조가 바뀌면 이지의 책은 재평가 받았고, 그를 탄압한 사람들은 이미 죽어 이를 알 길이 없었다. -근대학자 황절 p.318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많이 만나는 기회. 오로지 마음과 만나 홀로 웃고 노래하네. 노래하다 그치지 않아 연이어 부르짖기도 하며,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눈물범벅이 된다네. 노래함에 이유가 없지 않은 것은 책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 나는 그 사람을 보지만 사실은 내 마음을 얻는 것이라. -이지 <책을 읽는 즐거움> p.322 “그는 사람에게 죽은 것이 아니라 말에 죽었고, 법에 죽은 것이 아니라 붓에 죽었다. -장대 <석궤서> 이지의 죽음에 대해서 p.349 예로부터 문을 걸어 잠근 채 혼자 성현이 된 사람 없고 사람들과 벽을 쌓고 고립무원이었던 성현도 없었다. -고현성 p.370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설득하면 오만하던 대중들은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된다. -고헌성 p.383 (선생(고헌성)은) 이치를 잘 깨우치면 일을 잘하고, 순수하면 대응도 잘 할 수 있으며 세상을 보는 능력이 더욱 탁월할 것이다. -고반룡 p.383 역사학자는 오점이 있어 논쟁이 되는 인물을 연구할 때 그가 처했던 시대와 마주치던 어려움, 경력을 이해하고 합리적 분석을 도출해내야 한다. 랑케가 말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무채색의 원칙’에 기초해야 하고 인물에 대한 이해와 동정도 필요하다. p.446 정계에서 옛일이 다시 언급되는 것에는 모두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이다. p.462 유가는 정치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가장 높은 단계라고 추앙했지만 정작 문인들의 정치참여는 항상 진퇴양난의 문제였다. 권력은 강직하고 아첨을 모르는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했고, 반면 권세 있는 자에게 아부하며 빌붙으면 후세 사가들의 조롱을 피하지 못했다.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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