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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최고 권력이 된 독일을 향한 올리히 벡의 신랄한 메시지. 유럽연합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불안함에서 비롯됐다. 하나 된 유럽을 통해, 다시 과거와 잔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하는. 그러나 이러한 하나 된 유럽을 위한 중요한 수단은 “경제”였고, 무엇보다 고려되었어야 할 “정치와 사회”는 뒷전으로 밀려 나 버렸다. 그리고 현재, 유럽연합은 그들이 처음 구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 유럽경제의 강자인 독일이 다른 나라의 경제주권을 결정할 힘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강요받은 국가들이 국가·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독일에 적대감을 갖게 되는 상황이 벌어 진 것이다. 물론, 독일 국민들 역시 자신의 세금을 갉아먹는 남쪽 국가들에 대해 “내가 왜?“라며 냉소적 시선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이다.
많은 이들이 현 유럽의 문제가 심각한 경제적 위기라 지적하는데 반해, <경제 위기의 정치학>에서 올리히 벡은 오늘날 유럽의 상황은 경제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 지적한다. 먼저, 현재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형성과정과 그 위기에서 어떻게 독일이 "메르키아벨리"를 활용하여 그 중심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들이 파생되었는지를 열거한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균열된 유럽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와 사회의 통합이 경제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이라는 그 틀 안에서, 세계무대에서 그 존재감을 잃지 않을 수 있을 뿐더러, 과거처럼 극단적 민족주의의 발현으로 빚어지는 갈등의 참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유럽하라!”는 적잖이 이상적이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먼저, 민족주의·국가라는 상태를 극복하고 유럽공동체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년씩 유로존 내 타국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안식년을 제안함으로써, 시민들의 연대감에서 비롯되는 아래로부터의 유럽공동체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유럽연합을 움직일 수 있는 독자적 기금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일반 시민들의 주머니에서보다 금융거래, 은행, 기업 등 오늘날의 리스크를 불러일으킨 주체로부터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는 권력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책임 있는 연합체의 사회계약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읽는 내내 아, 실현가능할까? 너무 도덕 교과서마냥 이상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올리히 벡은 이미 나 같은 독자를 염두 해 두고 있었나 보다.
“가망 없을 정도로 유토피아적이며 순진하게 들리리라. 그러나 유로화와 유럽이 무너질 위협에 처한 지금,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그렇다, 위기는 현실을 재평가 하게 만든다. 지금껏 ‘현실적’이라고 여겨져왔던 게, 위기를 불러들이며 그 위험성을 가감없이 드러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재난을 방지하고 더불어 세계를 더욱 낫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한, 소박하고 환상에 가까웠던 것도 '현실적'이 된다. (p.126)”
민족주의의 극단을 피하기 위해, 전에 없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 실험 중 다시 발견되는 민족주의와 균열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역사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는 것도. 그리고 이제 우리 시대는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150년 가까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봤던 민족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는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다양한 영토 분쟁으로 민족적 갈등이 그 어느때보다 첨예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공동체가 이루어 질 수 있을 지도. 아아.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더 열심히 할걸.
여튼 이 책을 읽고, 올리히 벡의 전작 “위험사회”와 임지현의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를 읽고 싶어졌다. 자꾸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 가는데, '그 순간'에만 읽고 싶은게 문제다. 허헣. 그래도 뭐, 언젠가는 읽을 수 있긴 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