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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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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exandria Quartet - Clea :: Lawrence Durrell " 당신은 자신만의 관점에서의 통찰력에 충실해야하고, 그와 동시에 편견은 전적으로 인정해야 해. 그건 각 단계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기 자신이 조화를 이루는 데서 생기는 일종의 완성이야. " (p153)나는 아르나우티가 쓴 책이나 퍼스워든의 작품 가운데 진정한 '허구' 는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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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exandria Quartet - Clea :: Lawrence Durrell

" 당신은 자신만의 관점에서의 통찰력에 충실해야하고, 그와 동시에 편견은 전적으로 인정해야 해. 그건 각 단계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기 자신이 조화를 이루는 데서 생기는 일종의 완성이야. " (p153)

나는 아르나우티가 쓴 책이나 퍼스워든의 작품 가운데 진정한 '허구' 는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쓴 글에도 '허구' 는 없었다. 인생 그 자체가 허구였다. 우리는 그 인생이라는 것을 각자의 성격과 재능에 따라 이해하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p233)

4부 <클레어> 에서는 앞선 1-3부를 정리하는 장으로 그동안 작가가 4부작을 통털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 주제가 확연히 드러난다. 네심과 멜리사의 아이를 돌려주기 위해 다시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온 달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와 첩보 활동이 들통 나 모든 것을 잃고 남루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어진 네심과 저스틴을 보며, 비로소 자신이 그동안 스스로 만들어 온 '환상' 을 진실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와 함께 저스틴에 대한 모든 미련과 고통을 떨쳐내며 새로워진 자신의 시선을 자각한다. 네심 부부뿐만이 아니라 달리 주변의 인물들이 모두 변해 있었고 그들도 달리를 보며 '변했다' 고 말하지만, 그것은 '변한' 게 아니라 각자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을 뿐이었다.

" 실제로 그런 발견에서 자네는 혼란을 느끼기보다는 용기를 얻어야 해. 난 모든 진실의 불변성에 대해 말하는거야. 각각의 사실은 수천 개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어. 모두 똑같이 근거가 타당하지. 그리고 각자의 사실들은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네. 수많은 진실들이 사실과 관계가 없지! 자네가 할 일은 그런 진실들을 찾아내는 거야. " (p91)

진실과 환상의 간극을 느끼고 글을 쓸 자신감을 잃어버린 달리에게 발타자르는 다면적인 진실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어쩌면 이는, 더럴이 이 기나긴 4부작을 쓰게 된 동기, 혹은 변명을 직설적으로 발타자르(그리고 퍼스워든)의 입을 통해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글쓰기에 의욕을 잃고 있었던 나는 이 구절에서 (아마도) 달리보다 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글쓰기에 의욕을 잃은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이 다른 사람과 완전히 달라 소통의 통로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모 작가의 글만큼은 내가 가장 통찰력 있게 꿰뚫어 보고 있다는 오만이 그 작가를 직접 대면한 뒤 전혀 아니었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내 안에서 정리해 내놓는 것은 나만의 진실이라는 것을.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에 괴로워 할 일은 없으며 오히려 그것을 '용인' 할 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어찌 보면 늘 알고 있었던 변증법적 해결 방법인데도 자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는 내가 만든 '환상' 속에서 그저 괴로워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이 글쓰기 처럼 인간 관계에서도 마음 편히 통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어떠한 관계에서도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라고 여겨진다. 사랑과 우정의 거듭된 실패로 달리처럼 도망만 쳤던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지금 앓고 있는 병에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힘들다는 것을 알아도 이 소설 덕분에 많은 족쇄에서 풀어질 수 있었기에 나는 다시 글을 쓴다. 이 4부작을 읽고 쓴 이 글들 역시 작가의 생각과는 딴판일지도 모르고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도 많겠지만, 그래도 내 안에서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며 알찬 독서가 되었다고 믿고 싶다. 아마도 몇년 뒤 또 다시 새롭게 변한 시선을 갖고 이 소설을 재독한다면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 아닐까.

작품의 엔딩은 해피 엔딩 아닌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새로운 시선으로 클레어의 매력에 눈뜨게 된 달리는 한동안 그녀와 사랑을 나누지만 또 다시 관계는 어긋나고 소통이 막히게 된다. 결국 헤어진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얘기하지 않고 각자 새로운 삶을 살면서 상대와의 관점이 같아지는 날을 기다린다. 그것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코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래서 나는 또 하나의 소망을 품는다. 그때 그렇게 이별했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다시 만나 좀 더 가까워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그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여 진정한 내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YES마니아 : 로얄 q****e 2010.07.09.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