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력으로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시기, 90년대를 넘어선 사람들은 다음 세기에 나타날 새로운 소설을 갈망했다. 많은 이들이 그러했고,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렇게 할, 새로운 소설이라는 것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새로운 세기의 소설은 분열이라는 양상만 띈 채 점차 엷어지기만 했다. 모든 텍스트에 대한 평가는 십 년 후라고 했던가. 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의 문단을 진단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정한 평단의 수준을 획득한 작품을 논의로 할 때, 현재 가장 진일보한 작가라고 하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먼저, 나는 박민규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형식적 파격과 무분별한 레토릭이 주는 효과가 무엇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박민규의 등장으로 우리 소설판에서 신인 작가들이 들여놓을 수 있는 발이 넓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또 하나 꼽으라고 하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유주를 꼽을 것이다. 한유주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건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소설이 하나의 개별적인 작품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우리는 소설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결말이 났을 때 인과관계와 주제의식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그의 소설은 독립된 언어의 이미지를 나열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만약 누군가 "어제 말이야. 옆집 사는 사람이 벨을 누르는데 나가보니까 말이야……."하는 식으로 말을 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이해하려 할 것이다. 서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어제 말이야. 옆집 사는 사람이 멋져 보였어. 우리 부모님은 매일 싸웠어." 이건 타자와의 의사소통을 불가 능하게 만드는 자기만의 독백에 가깝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런 방식에 고유의 사유를 입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냈으며 그것은 기존의 어떤 소설보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서사시를 읽을 때 시의 이야기 구조 따위에 주목하지 않는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며 시가 주는 이미지를 느끼며 빠지는 것이다. 한유주의 소설을 이런 방식으로 읽어야한다고 보면 무리일까.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이 새롭다면 그 새로운 텍스트를 해석해내는 우리의 눈도 그만큼 새로워져야 하는 것이다. 소설은 기억과 회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부추기게끔 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소설을 바랄 때 이제는 더 이상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와 소통하든 소통을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작가가 독자에게 생각을 주입하는 보편적인 방식을 떠나 독자가 그 속에서 아무것이나 찾는 법을 발견해낸 한유주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
|
소설이 아닌 생각의 찌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휘갈겨 놓은 낙서집이다. 이야기도 인물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미지만 존재할 뿐, 이것을 가지고 은유니, 상상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은 비평가뿐일 것이다. 이것은 은유도 상징도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소재일 뿐... 새로운 상상력이 이런 것이라면 나는 새로운 상상력을 알고 싶지 않다. 돈이 아깝다. |
|
이 작가의 문장, 참 경이롭다. 김애란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읽는 사람이 혀를 내두르도록 만든다. 꼼꼼하고 촘촘하기가 뜨개질을 넘어 어디 아랍의 카펫과 같다고나 할까. 김애란의 위트 만점 문장이 성석제를 닮아 있다면, 이 한유주의 문장은 정영문이나 정찬 혹은 이인성의 문장을 닮아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걸어가는 길이 그러하니 이 작가의 소설을 읽기 위해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처음 이 소설의 책을 산 것은 꽤 오래 전이지만 너무 더디 익다가 책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또 책을 샀다. 그렇게 두 번째 산 책 또한 오랜 시간 읽었는데, 그러고 나서도 이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정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