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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재밌는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10대 장면 중 상위를 차지하는 순간이 바로 초한 쟁패일 것이다. 기원전 220년대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한다. 오랜 분열의 춘추전국시대를 마무리 한 사람은 흔히 여불위의 불륜의 소생이라는 설이 있는 진나라의 영정, 시황제였다. 책은 시황제의 붕어부터 시작한다.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만들었지만 시황제는 허무하게 죽는다. 이를 장량, 항우 등이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시황이 지방 행차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항우는 망한 초나라의 귀족 출신으로 '역발산 기개세'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무예에 능하고 힘이 장사이면서 용기가 탱천한 인물이었다. 반면 후에 최후의 승자가 되는 한 고제 유방은 패현 지방의 건달로 하층민이었다. 하지만 이 하층민(요즘은 조폭 정도)은 그의 동네 건달들과 세력을 만들어 이 혼란기 최후의 승자가 되는 이야기다. 2권은 항우와 유방의 본격 대결이 펼쳐진다. 특히 한신이 주요 인물로 떠오른다. 원저는 견위로 나는 견위의 원본 초한지도 봤는데 김팔봉 초한지는 더 싸움의 매력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사실 재미는 이문열의 초한지가 10권짜리로 개작을 했고, 내용도 더 흥미진진하다. 아래는 책의 주요 묘사 장면이다. 두 사람이 일진일퇴하면서 이십여 합 싸움을 계속했지만, 승부가 나지 않자 항우는 창을 버리고 철편을 꺼내어 위표의 등을 구멍이 뚫어져라 후려갈겼다. 위표는 급히 몸을 피하려다 등가죽을 눈에서 불이 나도록 몹시 얻어맞았다. 그는 말 위에서 쓰러졌다. 이것을 보고 여러 장수가 급히 쫓아나와 보호하고 한편으로는 방어하면서 본진으로 돌아갔다. 항우는 더욱 맹렬히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이려는 듯 한나라의 군사를 무찌르면서 돌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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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는 소설이다. 소설은 진실은 아니지만 생각할 점들은 준다. 예전에 김홍신 초한지를 읽을 때는 못 깨달았던 부분이 이번에는 눈에 들어왔다. 번역자(?)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예전에 읽은 기억에는 어려서, 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초한지의 마지막은 유방이 자신의 부하들이 자신을 배신할까 두려워 천하통일 후 많은 부하들을 죽이면서 끝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단순히 능력이 좋은 부하에 대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김팔봉 초한지를 읽어보니 항우와 유방의 싸움 가운데 한신이 유방에게 보이는 태도는 유방으로 하여금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을 행동들이었다고 생각되어 진다. 시기상 한왕 유방이 힘든 시기에 한신의 행동은 충분히 타이밍이 안 맞았다. 거기다 한신은 자신의 행동이 유방에게 오해를 살 것을 아직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 하다. 분명 자신은 유방에 대한 충성이 있는데 시기가 오해사기 딱 좋은 시기. 우리나라 역사에도 내용은 다르지만 이런 비슷한 것이 있다. 조선 시대 때 송강 정철이 선조에게 '돌아가실 지도 모르니 후사를 세우소서'라고 간할 때 분명 정철은 충심으로 말했겠으나 선조가 누군가에게 정철이 역심이 있다는 '악성 루머'를 들은 지 얼마 안되는 시기라 선조의 미움을 사고 귀향을 가게 된다. '돌아가실 지도 모르니?' 딱 오해하기 좋은 말이다. 솔직히 맞는 말이다.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일찍 죽었으니 세자가 있어야 다음 권력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우리도 살면서 이런 오해는 겪게 된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시기상, 혹은 말실수로 오해를 산다. 그때 잘 대처해야 하건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오해는 그때그때 잘 풀어야 하는데 모든 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몰라서, 혹은 내 자존심 때문에 등등 여러 이유로. 중요한 것은 역시 타이밍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다음 마지막 권에서 한신이 죽을 것 같은데 유방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내용인 것 같다. 그리고 또 유방과 항우의 인물 비교를 해 보면 책의 저자는 너무 유방을 좋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거기다 확실히 유방이 주인공이다. 분량이 유방이 훨씬 많다. 많은 부분 유방의 입장과 생각에 지면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니 항우의 인물은 뭔가 너무 아쉬운 인물이 되어버렸다. 역발산 기기새로 힘은 세지만 주변의 말에 잘 휘둘리고 또 그러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는 고집을 피우는 모습을 보이며 난 주인공이 아니라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 이제 3권만 남았다. 마지막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