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중간쯤 읽고있었을때 난 알았다. 이 작품과 이 탐정 클리프 제인웨이에게 빠졌다는 것을. 맨마지막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페이지를 넘기면서 난 시리즈 2탄이 지금 나에게 오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초판이나 사인본, 희귀본 등 작품 자체의 가치, 아니면 이와 관계없는 이슈 등으로 인해 기존출판된 서적이 고가로 뛰고 이를 잘모르는 이들의 책장에서 스카웃해오는 책사냥꾼, 책 스카우터, 책 딜러 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작가이며 희귀도서 전문서점을 운영하는 작가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탄탄하게 받혀진, 범죄사건들과 사건해결 외에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네로 울프상 수상작이다.
주인공인 클리프 제인웨이는 덴버의 강력계형사이지만 책을 사랑하고, 또 책스카웃을 할 정도로 냉정함도 유지하는 인물이다. 읽다가 의외로 스티븐 킹의 빌 호지스 (2014 Mr. Mercedes 미스터 메르세데스 2, 3부를 기대하겠어요 (Bill Hodges Trilogy #1), 2015 Finders Keepers 파인더스 키퍼스 역시나 스티븐 킹! 심장이 두근두근, 손에 땀나게 하네 (Bill Hodges Trilogy #2))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나이차도 꽤 나지만... 고독하지만, 의리도 있고,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악당 앞에서 떨지않고, 터프가이인데 사랑을 느끼며 그 앞에 떨고 작아지기도 하는.. 난 빌 호지스도, 클리프 제인웨이도 너무 좋으니까. 생각해봤는데, 이 인물을 만약 이미지화한다면 과연 누가 좋을까 생각했는데...
숀 빈이 좋겠어.... 왜 이런 생각까지 했냐며느 440 여 페이지의 이 책 한권이 마치 미드 시리즈 시즌 하나 본 듯한 느낌인지라. 엔딩도 너무 좋았어, 다음 시즌 기다리게 만드는 미끼가 탄탄하고... 후반부엔 BGM이 폭발하는듯, 주인공의 러브라이프와 함께 음악들이 줄줄이 나왔기도 하고... 여하간, 어디 하나 잘라낼 부분 없이 알찼다.
덴버의 형사 클리프 제인웨이는 178센티에 87킬로그램, 짙은 머리, 짙은 눈..(그러니까 짙은 브라운이라는 거겠지?) 의, 게다가 남은 모르는 권투실력도 뛰어난, 그러나 딱 봤을때 지적이라기보다는 폭력경찰 (음...)의 분위기를 가진 터프가이이다. 하지만, 그는 책을 좋아하고 (윌리엄 포크너의 희귀본을 가지고, 말년에 그의 작품을 읽겠다고 생각한다. 음, 그런데 그의 이름처럼 클리프노트의 도움 좀 받으면, 그닥 포크너는 어렵지않은데...), 희귀본 스카우트의 세계도, 희귀본의 수요, 공급, 시장원리도 빠삭한 인물이다. 그에게도 익숙한 덴버의 책거리에서, 유명하지만 가난한 북 스카우터 바비의 사체가 발견된다.
그는 사체를 보자 그의 최고의 적, 재키 뉴튼을 생각해낸다. 어느날 갑자기 빈손으로 나타나 암흑가에서 부를 얻은 이 거구의 폭력배는, 노숙자, 성소수자 등 힘이 없는 이들을 남몰래 잔인하게 떄려죽이는 인물이며, 증거를 찾기위해 제인웨이는 노력중이였다. 게다가 그는 최근 바바라란 여인과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는 와중에, 자기 개가 자신의 스테이크를 건드렸다고 목매달아 죽이고 그녀를 성폭행하고 자신의 샌드백으로 삼기까지 시작했다. 그 장소에 나타난 제인웨이는 바바라를 보호하기 시작하지만,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그의 주먹으로 인해 상황은 반전이 된다. 과거에 변태에게 납치된 딸내미를 구출해주었던 인연으로 그에게 무료변론을 해주는 변호사 모지스와 그의 파트너였던 헤네시가 있지만...
게다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에게, 소중한 우정과 관계를 시작한 인물들 마저 살해당하고, 제인웨이는 이제 바비의 살인사건에서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 "그 골딩 책으로 쉽게 볼 생각 있어?" 마침 그 책은 내 앞의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나는 책을 보며 생각했다. "안돼, 젠장 안돼. 이렇게 훌륭한 책은 다시는 못 만날 거야." 내 생각을 읽은 루비가 말했다. "닥터 J. 앞으로 책을 팔거라면 절대 그 개자식들과 사랑에 빠져선 안돼"...p.204 (북스카우트, 희귀본 딜러의 세계는 매우 독특하다. 책의 가치를 잘 알만큼이지만, 작품을 읽지않기도 하고. 그 책을 갖기 위해선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제대로 값쳐주면 그것에 팔기도 하고. 읽가다 공감이 되어서였는지, 재키가 희귀본을 사서 제인웨이앞에서 찢어버릴때 와, 나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건 살인, 성폭행이나 다름없는 행위였어!!!)
..그녀는 딱할 정도로 초라한 잡초가 든 깡통을 건냈다. "이건 심벌이에요. 작고 보잘것 없이 시작했고, 거의 존재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죠. 사장님 사업처럼요. 둘 다 함께 상해질 거예요." "이게 죽지않으면 포기하고 문을 닫으면 되겠군." "죽지않을 거예요. 사장님. 저는 이게 죽도록 내버려두지않을 거예요"...p.216 (나 이말 듣고 그녀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는데....p.221의 장면들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너무 슬퍼. 나라도 제인웨이였다면, 범인을 씹어먹고싶었을거야)
책표지의 서점의 간판이자, 실제 제인웨이의 가게 이름은 'Twice told books', 이는 너더니엘 호-손의 'twice told tales'를 딴 것으로, 이 작품 속에서 다시 한번 언급된 작품들은 모두 다 읽어볼 명작이다. 제인웨이는 로버트 해리스를 꽤 높이 평가하네..음, 나도 다시 한번.
여하간, 책에 관한 추리물 (아, 일전에 아가사 크리스티 희귀본에 관한 소문과 그 책을 갖기 위해서라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관련된 추리물 하나 있었지)은 너무 좋은데 (Bibliomystery), 이 작품 속엔 보다 전문적이고 그 세상에 실제로 사는 사람의 경험이 녹아있어 정말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형사로서의 감이 생생한 (그래서 조금은 안타까운) 제인웨이의 액션, 추리 부분도 좋았고.
2탄에선 리타 매킨리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
p.s: 존 더닝 (John Dunning)
- 클리프 제인웨이 (Cliff Janeway) 시리즈 책 사냥꾼의 죽음 Booked to Die (1992) 책 사냥꾼의 흔적 The Bookman's Wake (1995) The Bookman's Promise (2004) The Sign of the Book (2005) The Bookwoman's Last Fling (2006) |
|
전통 서스펜스와 함께 적나라한 희귀도서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장편소설. 1992년 장기간의 공백을 깨고 오랜만에 선보인 존 더닝의 출세작으로 출간하자마자 독자를 비롯한 출판 관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존 더닝은 절필 선언 후 중고.희귀도서 전문 서점 알곤킨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글쓰기에 대한 갈증과 동료 작가들의 강력한 권유로 <책 사냥꾼의 죽음>을 세상에 내놓았다. |
|
세계 7대 도서관 내지는 7대 서점. 유럽 각국의 아름다운 서점거리, 혹은 일본의 고서점거리 등.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이세계'에 대한 나름의 '동경'을 품는 건 우리나라 책 애호가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낯설고 환상적인 책 거래 시장 저변에 깔린 어두운 그림자를 살인사건과 이를 추격하는 형사의 이야기로 엮어낸 책이 「책 사냥꾼의 죽음」이다. 작가 존 더닝 자신이 소설가이면서도 책 애호가(초판본, 희귀본을 좋아한다)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듯 이 책 안에는 희귀책의 가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책을 좋아하는 겁니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은 이 작가나 「책 사냥꾼의 죽음」에는 통하지 않을 것만 같다. 오히려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겁니까?" 라는 질문이 더 토론의 여지를 제공한다. 주인공 제인웨이 형사는 형사로서의 폭력적인 면모도 갖고 있지만, 희귀책을 애호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적인 면모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는 형사보다는 책 사냥꾼, 북 딜러로서의 자질이 자신에게 더 맞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 제인웨이는 윌리엄 포크너나 존 스타인벡 같은 작가의 소설은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티븐 킹 류의 소설은 신랄하게 비난한다. 정확히 말하면 스티븐 류의 소설만 골라 읽는 대중의 취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는 타고난 북 딜러인지도 모른다. 그가 사는 곳엔 '북 로'라고 하는 서점거리가 있고, 각종 서점들이 넘치는데 개중엔 대중소설만 놓는 서점, 희귀본만 거래하는 서점 등 그 취향도 다양하다. 제인웨이는 이 '북 로'의 형성 과정부터 시작해서, 지금 현재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초반에 설명한다. 서점에는 책을 사는 북 딜러가 있고, 길거리엔 그들에게 책을 공급하는 북 헌터들이 있다. 헌터들은 이곳저곳을 누비며 값 나갈 책들을 골라와 북 딜러들과 흥정을 벌이는데, 대개 이들은 가난한 거렁뱅이 같은 모습이며, 밑천 모아 자신도 북 딜러가 되겠다고 하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면서 한번이나 만나볼까 말까한 대박'을 노리면서 희귀 책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이러한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북 헌터가 길에서 살해된 것에서 시작된다. 제인웨이는 그가 살해된 데에는 '값나가는 책'을 둘러싼 쟁취전이 있었을 거라 직감한다. 제인웨이는 그 북 헌터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고인이 마지막까지 연락하고 지내던 사람들, 그와 거래했던 북 딜러들을 찾아다니며 수사를 한다. 그러는 와중에 제인웨이는 자신의 숙적인 재키라는 동네 흉악범과의 개인적 원한으로 인해 형사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북 딜러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북 헌터 살인사건은 종료된 줄 알았으나 또 한번 제인웨이와 관계가 있는 책 관계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제인웨이로 하여금 '수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형사물이 갖춰야할 스릴을 갖고서 이야기를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한편, 책에 관한 지식과 견해가 드러나는 이지적인 스토리 삽입 등으로 환상적이면서도 현실감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풍기는 이미지마저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천재적인 작품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 책이다. 제인웨이와 수수께끼의 북 딜러 리타 매킨리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전개는 시시하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전개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책' 관련된 이야기가 더 인상깊게 다가온 게 솔직한 감정이다. 그 안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가 선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제인웨이가 좋다고 하는 윌리엄 포크너가 누군지도 찾아보게 되고, 그에 자극 받아 노벨문학상을 찾아 읽고자 하는 계기를 얻게 되기도 했다. 소설책을 읽었는데 연달아서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어지게 한다'라는 감각을 이 책에서도 맛볼 수 있었다고 해야겠다. 소설 책안에서 작가 본인의 성향이나 지식이 드러나는 책 중에 비슷한 것으로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탐정영화』와 미쓰다 신조의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이 있다. 『탐정영화』에서는 유명 추리영화는 물론 B급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에 대한 감상평과 전문지식이 드러나고 있다.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에서는 일본의 고전 호러소설 에 대한 소개와 사견이 담겨 있다. 어느 책도 "여기 소개된 이 작품을 알아보고 싶다." 라고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앞의 두 작품과 성격은 전혀 다른 책이지만 역시 '책'이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서루조당 파효』도 일본 고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존 더닝의 「책 사냥꾼의 죽음」도 이와 같은 인상을 내게 심어주었다. 거기에 더해 아예 "사방이 1만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사는 삶"에 대한 동경심마저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 이 책은 '꿈'을 꾸게 하는 책이었구나. 사실 「책 사냥꾼의 죽음」은 '북맨 시리즈'라고 불리며 인기를 모아 총 5권이 출판되었다고 한다(국내에는 2시리즈가 번역되어 있는 걸로 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책이 서양 책들을 소재로 하고 있어 그다지 내 기호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시리즈는 읽어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책 사냐꾼의 죽음」은 차기작을 예고하는 느낌을 주며 미완성으로 끝이 났기 때문에, 다음 편을 읽는 것도 이야기 수습의 측면에서 재미가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 때를 기약해 보련다. ******************************************************************************************* 『나는 잘 쓴 무서운 이야기를 어쩌다 하나씩 읽는 건 상관없지만, 맙소사, 책에 찍혀 있는 그 쓰레기들이라니!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가는 이런 책들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점은 플롯의 멍청함이다. <엑소시스트>가 진정 무서운 책인 이유는 독자에게 딱 한 가지만 믿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사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문학적 속임수도, 은유를 쓴 헛소리도 없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서 자기 자신에게 이게 무슨 의미였는지, 무슨 이야기였는지 물어보라. 대답은 보통 '아무것도 없었음'이다. 작가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할 의무에서 해방해주고 나면, 더 이상 무엇이 겁나겠는가? (본문 중 제인웨이 독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