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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삶의 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 분야라 할 수 있다. ‘희망의 인문학 강좌’라는 명칭으로 고려대의 문과대학 교수들이 구치소에 수감된 이들을 위해 마련한 강좌 가운데 일부의 원고를 엮어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모두 10개의 강좌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은 다양한 전공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책의 성격을 하나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그래서 제목도 <모두의 인문학>이라 붙였을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하나 정도는 좋아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에 바로 그러한 성격 때문에 책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국문학과 역사학, 중국문학과 독일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들, 철학과 한문학을 비롯하여 각 필자의 전공 영역이 두루 포괄되어 있다. 특정의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논한 글이 있는가 하면, 철학의 보편적인 주제를 놓고 개략적으로 설명한 글도 엇섞여 있다. 아마도 글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청중들은 나름대로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강의가 아닌, 그 내용을 글로 썼을 때 보다 깊은 지식을 원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특면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인문학 강좌를 책으로 엮었을 때, 드러나는 한계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을 보자면, 동양적 지식의 척도로 간주되었던 ‘유학’(1강)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동양의 전통 속에서 유학의 가치는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21세기에는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정의론’(2강)을 요약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몇 년 전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의 문제를 촉발시킨 바 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정의’를 ‘공적주의 정의론’과 ‘운평등주의 정의론’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영화 <친구>와 박지원의 ‘우정론’을 비교하여 ‘우정’(3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른바 ‘조폭’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영화 <친구>와는 달리, 박지원을 비롯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우정관은 자신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측면을 지녔다고 설명된다. 또한 러시아의 동포를 지칭하는 ‘고려사람’(4강)이 처한 역사적 상황과 작금의 현실 문제에 대해서 환기시키는 내용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5강에서 다루는 ‘중국공산당’의 연원을 다룬 주제는 그것을 통해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중국몽’이라는 표어나, ‘동북공정’ 등을 통해 소수민족들의 역사까지도 무리하게 포섭하려는 시도들이 결국은 중국인들의 ‘대국 지향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다음으로 한글전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시점에 ‘한자와 한문’(6강)의 중요성을 논하는 주제는 다소 뜬금없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그저 전공자로서의 희망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두 사람의 현대 시인의 시집들을 비교한 7강의 내용은 인문학 강의라기보다는 문학비평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현대시에 나타난 특정 주제들을 중심으로 시인들의 시 창작이 지니는 의미와 독자로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더라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남는 주제였다. 이러한 아쉬움은 ‘독일 서정시’를 다룬 8강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두 개의 주제는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하겠으나,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다만 중국의 '사대기서'를 소개하면서 그것을 ‘충의’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9강의 내용은 적어도 나에게는 가장 알찬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멜빌의 소설인 <백경>을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한 10강의 내용도 문학을 전공하는 나에게, 작품을 바라보는 참신한 시각을 안겨주었다. 이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분야들을 열거했을 때,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인문학’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한 권의 책을 통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상 인간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되새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방향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요구에 적당하게 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가운데서도 나름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의 가치를 새삼 생각해보도록 하는 기회였다고 하겠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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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인문학〉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제소자들이 사는 공간과 그 곳의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중에 인상깊었던 장면은 저녁 취침전에 나오는 라디오방송이었다. 수감자들만을 위한 방송이었는데 DJ의 목소리가 다정했고 나오는 내용이 정감 있었다. 나와는 ‘거리감’있게 여기는 공간인 구치소. 이곳에를 찾아가서 자신의 전공을 통해서 강의를 한 교수님들이 있었다.
<모두의 인문학>은 고려대학교 교수 열 명의 10인 10색 강의를 담은 책. 강연 형식을 그대로 따와 입말 형태여서 이해가 더 수월했다.
철학과 손병석 교수는 『정의』라는 키워드로 정의와 평등에 대해 강연했다. 이같은 주제가 강연자의 선택에 따라서 그 깊이가 천차만별인데, 손병석은 평등과 관련한 이슈를 짚어내어서 탁월하게 해설하고 있다. 길이가 길지 않고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일수록 저자의 학식이 드러나는데, 세 챕터에 걸친 저자의 내공이 반짝반짝 빛나서 읽는 쾌감이 컸다. 존 롤스의 정의론이 어떻게 부의 재분배를 이야기하는지를, 간결 명료하게 설명해주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손병석 교수의 책들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적 功績 없는 운평등주의는 공허하고, 운을 평등화하지 않는 공적주의는 맹목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잠재적 능력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교육과 의료혜택을 지원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평등의 구현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공적주의 정의론에 따라 개인의 노력과 성취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 사회·정치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마련한 이후에, 사회구성원 각자의 노력이나 성취도에 비례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평등을 이룰 수 있습니다.』 (83쪽)
국어국문학과 이형대 교수는 ‘우정’ 키워드로 따뜻한 인생을 만드는 힘을 설파한다. 우리 옛 현인들의 글과 고전 작품에서 찾은 우정의 이야기들이, 고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조선 실학자 박지원과 홍대용의 글과 교류를 읽는 맛과 멋이 근사했다.
홍대용은 중국 북경에서 만난 친구들과 허물없으면서도 깊은 사귐을 가졌고 이를 박지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 이해를 못한 박지원에게 홍대용은 ‘신분과 당파에 얽매인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제대로 사귈 수 없고 중국에서 사귄 세 사람은 비록 청나라의 복색과 채발을 하고 있지만 옛날 성인이 다스리던 중국땅의 백성들이며, 그들이 볼 때 나 또한 오랑캐의 땅에서 왔지만 차별없이 대했다’고 답변했다.
그들과 만나서 ‘번거롭고 까다로운 예절 따위는 타파해 버리고서 진정을 토로하고 간담을 피력’하다 보니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박지원은 감격하면서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통달했구나, 홍군의 벗함이여! 내 지금에야 벗 사귀는 도리를 알았도다.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106쪽)
그러면서 교수는 오늘날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방법이, 조선시대와 비할 수 없이 첨단인 시대지만, 그 소통과 교류의 깊이와 진정성은 얼마나 허약한지를 짚었다.
갑자기 대학시절 가까운 지인들과도 자주 글로 쓴 편지, 쪽지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디지털 메시지나 간편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독어독문학과 김재혁 교수는 ‘독일 서정시’를 다루었다. 언틋 떠올리면 구치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 그것도 독일 서정시는 사치스러운 예술이 아닐까 싶었다. 이는 나의 완전한 기우였다. 김재혁은 독일 서정시가 당대의 프랑스처럼 스타일을 위한 시가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음을 밝힌다.
물론 시인의, 시적 경험은 차원과 결이 다른 경험이다.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서 시인은 사물의 신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존재다. 교감은 외부세계와의 만남에서 시인이 가져야 할 기본적 자세이다. 이 교감이 시인의 ‘경험’이다. 김 교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여러 장르의 시를 비롯하여 휠덜린, 괴테 등의 뛰어난 시인과 작품들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산문하고 달리 시란 나름의 음악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산문시는 이야기하는 투로 해도 되지만 서정시는 보다 음악에 가까워야 한다. 다음으로 서정시에 중요한 것은 불확정성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채워서 읽을 부분을 비워두는 것이 좋다는 것. 이는 사물들을 새롭게 보는 데에서 생겨난다. 이 불확정성은 다른 말로 하면 시적 모호성이다. 언어적으로 풀어져 있지 않고 응축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숫대야에 잉크를 한 방울 뿌리면 그것이 온갖 무늬를 그리며 번지듯이 한 편의 시, 그 한 구절이 독자의 영혼 속에서 잉크방울처럼 아름답게 번진다면 성공한 시라 할 수 있다. (236쪽)
그렇다고 일방적이고 난해한 시가 훌륭하고 현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김재혁 교수. 독자가 무릎을 치게 하고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시가 좋은 시이다. 나아가 사물간의 결합으로 독특하면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괴테, 휠덜린, 릴케, 첼란, 프리트, 게르하르트. 저자가 소개한 독일 서정시인들이다. 삶의 진정성에 바탕을 둔 순수한 어법이 독일 서정시의 특징이었다. 또한 그 시들의 내용은 삶의 고백이자 기도였다고 한다. 그 시인들은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고백했습니다. 이들의 고백의 공간에는 여백이 있어 그곳에서 독자는 숨을 쉬고 안식을 할 수 있습니다. 애당초 감각으로 이루어진 시의 공간이 독자의 정신이 깃들 수 있는 집입니다. (240쪽) 좋은 시를 읽는 일은 바로 그 미지의 공간을 찾아 방문하여 내밀한 이야기는 나누는 것, 이라고 저자는 마무리했다.
이 밖에 『기억될 권리를 찾아서-고려사람』 『강대국을 통치하는 힘은 무엇인가-중국공산당』 『진정한 마음의 교류를 위하여-충의』, 『사물 세계와 인간 그리고 픽션-모비딕』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10분의 인문, 문과대학 교수들이 펼치는 인문학의 향연. <모두의 인문학>.
한 편의 대중적인 교양 서적으로써도 손색없는 퀄리티의 강연모음 책이다.
서문에서 필자들이 밝히는, 책을 펴내는 마음에서 겸허함이 진하게 느껴져, 인문학이 지적인 목마름을 채울 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통로라는 걸 느끼게 했다. a s l a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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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문과대학교수 10명의 강의를 모은 『모두의 인문학』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책이다. 리뷰어클럽에서는 서평단에 지원한 이들에게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기기를 요구했고, 나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10인의 인문학 강의’ 책을 소개하는 이 문구가 마음에 드네요.
4월 혁명의 완성은 고려대학교의 4.18의거였지요.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심어졌던 그런 기상은 고대가 민족 고대라고 자부할 수 있는 저력에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들의 가르침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요.
4월을 맞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이었던 조지훈 교수님의 4.18의거 기념탑의 시를 읊어 봅니다.
"자유! 너 영원한 활화산이여! 사악과 불의에 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분노의 불길을 터뜨린 아! 1960년 4월 18일! 천지를 뒤흔든 정의의 함성을 새겨 그날의 분화구 여기에 돌을 새긴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10인의 인문학 강의를 담은 ‘모두의 인문학’을 통해 많은 독자들과 함께 고대의 그런 기상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고려대학교가 그때의 그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욱 좋겠고요.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기대는 댓글에 적힌 그대로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받았을 때는 부담이 치솟았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4월을 맞아 4월 혁명의 선봉에 섰던 고대의 기상을 생각하면서 신청한 서평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인문학 교수들의 특강을 담은 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위축된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흘 동안 절반쯤 읽은 상황에서 그때그때 느꼈던 마음으로 리뷰를 대신한다.
첫날 1~60쪽까지 읽은 느낌 김언종 교수 등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의 교수 10명이 쓴 인문학 저서이다. 이 책에 관심을 갖은 가장 큰 이유는 부제였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10인의 인문학 강의'라는 글이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던 것이다. 4월은 학생과 국민들의 힘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월 혁명이 있는 달이다. 4월 혁명의 기폭제 중에 하나가 고려대학교의 4.18의거였다. 부제를 보는 순간 4월의 정신과 고대의 민주 항쟁을 떠올렸나 보다.
그러나 책을 받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 책은 독재를 심판한 민주 정신을 논한 책이 아니라,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들의 인문학 저서이다. 그 이면에는 고대의 민주 정신이 흐르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인이라고 모두 아베 같은 사람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 있고, 미국이라고 모두 착한 사람이 아니라 트럼프 같은 인물이 있듯이, 고대의 교수라고 해서 모두 자유와 민주를 바라는 학자는 아닐 것이다.
인문학 책에 '자유와 정의를 위한 고려대학교'라는 부제를 넣은 것도 그렇고, 그 부제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보인 나도 4월의 정신에 취했었나 보다. 인문학 책치고 부드럽고 편안한 책은 많지 않고, '자유와 정의' 치고 차분하고 고요한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런 책을 어찌 읽을까, 걱정이 앞섰다.
기대와 긴장을 갖고 펼칠 이 책은 내 생각 그대로였다. 이 책은 열 명의 교수들이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이라고 한다. 인문학과 재소자! 언뜻 보면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하지만 나는 공감을 했다.
군대의 신병 시절 병참학교에서 후반기교육을 받을 때 무진장 스님 초대 특강이 있었다. 수백 명의 신병들이 연병장 바닥에 앉아서 스님의 강연을 들었다. 고된 교육에 지친 신병들에게 스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올까? 그것도 편안한 자리가 아닌 연병장의 맨바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숙연한 마음으로 1시간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때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친 마음을 보듬는 따뜻한 손길을 느꼈던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전우들도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던 듯하다.
군인이나 재소자나 자유를 억압당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이 강연을 들었을 재소자들의 모습에서 군대시절 무진장 스님의 말씀에 취했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1강의 주제는 김언종 교수의 「유학」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반쯤은 알아듣고, 나머지는 안갯속을 걷듯 혼미했다. 그러나 유학자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보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서도 신비로운 포근함을 느꼈다.
색(色)이란 한자는 남자가 여자의 뒤에서 관계를 맺는 후배위에서 나왔다는 어원에 미소가 스쳤고, 퇴계 이황과 황주 기생 유지의 플라토닉 한 사랑을 담은 「유지사」에서는 뜻밖에도 사랑의 차운에 대한 생각 속에서 감동도 느꼈다. 깊은 밤에 찾아온 아름다운 여인과 당대 최고의 학자는 운우지정이 아니라 학문의 고담준론을 나눴다. 이황과 유지의 사랑에서 서경덕과 황진이의 세계를 보는 듯했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아름다운 사제애는 예전에 언뜻 들은 듯하지만 김언종 교수의 강의를 통해서 그 경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특강이 퇴계 선생의 사랑이나 제자와의 관계를 말한 것은 아니다. 유학의 세계를 말하면서 잠시 예화로 들었을 뿐이지만, 유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예화가 더 인상적이었을 뿐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은 왜 보나?"라는 견월망지(見月望指)의 깊은 뜻은 모르면서 그 말씀만은 멋있다고 생각하는 새내기 불자와 같다고 할까?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다른 교수들의 제2강과 3강과 4강들도 기대가 된다.
둘째날 61~84쪽까지 읽은 느낌 제2강은 손병석 교수의 「정의」였다. '인간이 되기 위한 원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김언종 교수의 첫 강의인 「유학」이 동양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정의」는 서양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내 생각이 동양적인 탓일까, 「유학」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비유는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그 해답이 막연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등과 불평등을 화두로 꺼내면서 아리스토 텔레스의 '피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독자에게 묻는다. 아버지에게 1개의 피리가 있고, 그에게 세 아들이 있을 경우에 이 피리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이다.
첫째 아들은 피리를 잘 불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며, 자신은 그 피리를 통해 가족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피리를 만들 때 자신이 고생을 하면서 도왔으니 자신에게 피리에 대한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셋째 아들은 지금까지 자기는 장난감을 받지 못했고, 형들이 쓰던 것을 물려받기만 했으니 보상 차원에서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어떻게 처리해야 평등한 것인가? 무엇이 정의인가. 저자는 첫째 아들이 피리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저자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꼭 그래야만 하는지, 피리를 불지 못하는 사람은 피리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다. 어떤 재능을 지닌 것도 기득권이 아닌가, 그렇다면 기능이 없는 사람들은? 교도소에서 이 강의를 들었을 재소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셋째 날 85~157쪽까지 읽은 느낌 제3강의 주제는 이형대 교수의 「우정」이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 시작하여 허균과 이재영의 우정, 홍대용과 청나라 학자 엄성과의 우정이 소개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서 자손대에까지 이어지는 홍대용과 엄성의 우정에서는 뭉클함을 느꼈다. 재소자들은 영화 「친구」에서 준석, 동수, 상택, 중호의 우정을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제4강의 주제는 김진규 교수의 「고려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고려사에 대한 역사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조선말에 러시아로 이주한 뒤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는 동안 고려인의 정신을 품고 살고 있는 동포들, 한인 디아스포라의 사연이었다.
역이민이 되어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을 찾아온 후손들이 2017년에 경기도 안산에서 제1차 고려인 대회를 열면서 불렀다는 고려 아리랑의 노랫말이 뭉클했다. 유튜브에서 그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인문학 특강을 들으면서 눈물이 맺힐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열심히 공부할 테니, 할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온 자신들을 대한민국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받아달라는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제5강의 주제는 박상수 교수의 「중국 공산당」이었다. 1921년에 압제와 탄압 속에서 제1차 공산당대회를 열고 출범한 중국 공산당이 100여 년 동안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어온 저력을 다시 생각했다. 아무는 중국은 우리의 이웃나라이고, 중국 공산당은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의 집권 정당이다. 지난 샤스 정국 때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미국 측에 기울었던 대한민국은 중국 보복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던가? 코로나19 정국에서 마지막까지 중국인의 유입을 막지 않은 것은 그때의 충격 때문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면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냉정하게 평가하면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사회와 격리되었던 군대시절에 무진장 스님의 특강에서 감동을 느꼈듯이, 지금은 코로나19로 사회와 거리 두기를 하는 상황이 인문학 책에 몰입하게 한 환경을 주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중학생 이하에게는 좀 어려울 듯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고교생 이상의 독자에게는 지식과 감동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계속해서 읽게 될 6강에서 10강까지의 독서가 기다려진다.
* 리뷰어 클럽 서평단에서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글은 『모두의 인문학 2차 리뷰』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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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차리뷰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2342691
고려대학교 문과대학교수 10명의 강의를 모은 『모두의 인문학』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책이다. 며칠 전에 1차 리뷰를 통해서 1~5강의 내용을 정리한 바 있다. 6~8강도 완독은 했지만 리뷰 작성은 망설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1차 리뷰에서 거의 다 했고, 6~8강의 내용 소개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뷰를 완성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또한 오늘은 60년 전에 고려대학교 4.18의거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그때의 의기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넷째 날 159~212쪽까지 읽은 느낌 제6강은 심경호 교수의 「한자와 한문」이다. 나는 나름 한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국어교사로 한문은 알아야 할 분야였고,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상치과목으로 한문교과를 지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세계를 이 강의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겨우 중3 정도의 한문을 가르쳤을 뿐이지만, 저자는 그 이상, 어쩌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독자를 염두에 쓰고 쓴 글이다. 이 글을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읽었다면 나는 좀 더 밀도 있는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제7강은 오형엽 교수의 「채무기와 이재무의 시」였다. 내가 현대시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채무기와 이재무가 고려나 조선 시대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들을 통해서 한시의 세계를 보여주는 강의로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대 시인이었다. 아마도 제6강에서 「한자와 한문」을 읽은 여파인 듯하다.
시보다 어려운 것이 평론가들의 시평이었다. 예전에 유명 인문학자가 쓴 한국 명시에 대한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박목월의 「나그네」, 윤동주의 「서시」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들은 교과서에 실려 있으므로 수십 년 동안 교재연구 등을 통해서 다룬 것인데……, 도대체 해설을 읽으면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시보다 해설이 더 어려웠다고 할까? 「엄마야 누나야」! 단 네 줄의 시에 대해 다섯 장 이상 해설을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더 머리가 아팠다. 그런 경험들이 쌓였기에 긴장하면서 읽은 강의였다. 저자의 해석을 통해서 이해가 깊어진 것도 있고, 더 막막해진 것도 있는데……, 역시 시는 어려운가 보다.
다섯째 날 213~157쪽까지 읽은 느낌 제8강의 주제는 김재혁 교수의 「독일 서정시」이다. 이곳에서 괴테, 휠덜린, 권더로데, 릴케, 첼란, 프리트, 게르하르트 등의 시를 만났다. 시 자체가 어려운데, 외국 시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몰입하여 읽으면 감동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하!'라고 무릎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로베르트 게르하르트의 「스페르롱가 해변에서의 이중적 조우」전문이다.
태양은 이미 낮게 떠 있었다. 해안은 넓고 텅 비어 있었다. 나의 그림자는 내 앞에서 비스듬히 걸어갔다. 너의 그림자가 뛰어오는 사이.
너는 내게 미지의 인물이었다. 너희는 빠르게 다가왔다. 네 그림자는 어두웠고 너는 환했다. 그렇게 너희는 모래사장 위로 왔다.
너는 벌거벗은 너무도 아름다운 몸으로 내 곁을 뛰어 지나갔다. 그때 그림자는 이제 더 이상 둘이 아니었다. 둘은 정확히 겹쳤다.
우리는 너희를 오래 쳐다보았다. 너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너희는 달려갔다. 너와 네 그림자는 말없이. 우리 중 하나가 말했다. 아! 라고. (229~230쪽)
도대체 무슨 말일까? 공간적 배경은 스페르롱가라는 해변인 듯한데, 우리는 누구이고, 너희는 누구인가? 그림자가 둘이 아니고 정확히 겹쳤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일까? 우리 중 하나가 말한 '아!'는 무슨 뜻이고, 그것을 들은 나의 반응은 어떤 것인지? 아니, 우리와 너희는 몇 명인지도 애매하다. 이 시를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그 그림이 그려졌다. 한 남자가 해변을 산책 중인데, 그의 그림자가 당연히 함께 걸었다. 즉, 우리는 '나와 그림자'이니 결국 '나' 한 명이다. 그때 거의 벌거벗은 것과 다름없는 여인이 다가온다. 휴양지의 해변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그녀와 그림자이니 역시 '그녀' 한 명이다.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서 바라보았다. 서로 스치면서 잠시 그림자가 겹쳤다. '둘은 정확히 겹쳤다.'는 그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아마도 '나'는 두 그림자가 겹치는 그 짧은 상황에서 온갖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지나간 뒤에도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그림자도 함께……. 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지는 그녀와 그림자를 보면서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다. 그 의미가 무엇일지는 충분히 짐작했고, 청춘 시절에 해변에서 보았던 무수한 여성들을 떠올렸다. 특히 호주에 여행을 갔을 때 어느 해변에서 보았던 비키니의 금발 여성을…….
'조우遭遇'의 뜻은 '우연히 서로 만남.'이다. 비로소 제목인 「스페르롱가 해변에서의 이중적 조우」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했다.
그다음에 샤를 보를레르의 「지나가는 여인에게」를 감상했다. 여기서는 번화한 파리 시내 어느 곳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시는 설명이 없이도 이해가 갔다. 시에서 해설이 필요함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여섯째 날 159~299쪽까지 읽은 느낌 제9강은 최용철 교수의 「충의」였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사대기서인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를 거론하면서 그 책들의 공통적인 주제를 충의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도원결의로 유명한 삼국지는 충의의 소설로 볼 수 있지만, 수호지, 서유기가 충의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남녀의 색정을 다룬 금병매는 충의와 연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아니었다. 삼국지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가 있었고, 수호지에서는 108명의 호걸들이 형제의 의를 맺었고, 서유기에서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형제가 되었다. 삼국지의 등장인물은 각각의 주군에게 충성을 다했으며, 수호지에서는 조개 이후에 양산박의 수령이 된 송강은 충성을 강조하면서, 108명의 호걸들과 함께 조정에 귀순했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에 제자들의 복종은 작은 의미의 충성이었으며, 그들이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오는 여정은 넓은 의미의 충성이었다.
가장 의아했던 것이 금병매인데, 여기서도 서문경을 맏형으로 해서 응백작과 사회대 등 10명의 결의형제가 등장한다. 다만 그들의 각각의 이해타산에 의해 서문경에게 아부하기 위해 모인 무리이다. 그들이 서문경이 죽자마자 바로 흩어지는 장면을 통해서 잘못된 의리의 표본을 보여준 것이다. 대중가요인 「한국을 움직인 100명의 위인들」을 보면, 이완용이 나온다.
‘안중근은 애국, 이완용은 매국, 역사는 흐른다 (4절)’
이완용이 한국을 빛낸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이완용 같은 부류가 있으니 사람들은 그런 족속을 통해서 애국을 생각할 수 있다. 즉, 반면교사라는 면에서 보면 이완용은 한국을 빛내는 인물의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경 역시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충의의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대기서를 충의라는 틀로 묶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 「충의」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는 강의였다.
마지막 10강은 조규형 교수의「모비딕」이었다. 사실 '모비딕'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등,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장을 넘겼다. '사물 세계와 인간 그리고 픽션'이 10강의 부제다.
「모비딕」은 미국의 작가 허먼 멜빌의 소설이다. 이슈마엘이라는 젊은이는 포경선 피퀴드호에 몸을 실었는데, 이곳에서 선장과 간부급 항해사들을 비롯하여 여러 선원들을 만난다. 이 작품은 이슈마엘의 눈에 비친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것이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한 편의 소설을 통해서 사물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찾아내는 것을 보면서 인문학 교수의 안목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4월 혁명이 있는 4월에 4월 혁명의 기폭제가 된 고려대학교 교수들을 통해서 인문학의 세계를 경험한 2020년의 봄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봄이었던 듯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교도소에 수감된 분들도 들을 수 있었던 강의였다. 재소자들보다 상황이 나쁘거나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중학생은 좀 어려울지 모르지만, 고등학생 이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공부를 하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
* 리뷰어 클럽 서평단에서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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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란 말이 익숙할만큼 몇년전부터 인문학 강의와 인문학 관련 책들이 도처에서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여유로워지고 우리삶의 배경이 되는 가치관과 의식이 한층 수준이 높아졌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요즈음이다.
이책 '모두의 인문학'은 10인의 교수님들이 각자의 전공에 관련된 주제와 생각들을 남부구치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그 내용을 묶은 책이다. 아무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한권의 책에 10가지 주제로 담다보니 한편 한편의 내용이 아주 깊이있게 파고 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이야기가 펼쳐지다 말고 끝나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 그리 넓고 깊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도 없어서 단편적인 지식들만 가지고 이해를 해야하는 일반인에게는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주제 안에서도 나에게 좀더 와닿는 주제가 있는가 하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주제도 있고 각기 다 다른 주제에 강의자도 다 다르기에 각 챕터마다 분위기도 색깔도 다르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책 전체의 통일성은 떨어지지만 통상 인문학 하면 너무 부답스럽게 느껴지고 책도 너무 두껍고 깊이있어서 몰입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인문학에 대한 입문용으로 적합한 책인것 같다. 나처럼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알고 싶어진 분야는 후에 다른 책으로 더 보충하면 되기에 그 점은 아쉽지 않다.
책은 10편의 강의를 담아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강. 삶의 품격을 높이는 위대한 사상 유학 2강. 인간이 되기 위한 원리 정의 3강. 따뜻한 인생을 만드는 힘 우정 4강. 기억될 권리를 찾아서, 고려사람 5강, 강대국을 통치하는 힘은 무엇인가, 중국공산당 6강, 의미의 시공간을 확장하다, 한자와 한문 7강, 몸과 언어 채호기와 이재무의 시 8강, 삶을 위한 예술 독일 서정시 9강, 진정한 마음의 교류를 위하여 충의 10강, 사물 세계와 인간 그리고 픽션, 모비딕
참..연관성은 전혀 없는듯 보이는 듯한 10개의 강의라서 당황스러웠는데 읽다보면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1강 유학이었다. 사실 조선의 지배사상이기도 했던 유학에 대해 나는 그닥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고려시대에 비해 여성차별적인 부분도 그렇고 실학과 대조적으로 비 실용적인 사상과 학문이란 생각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1장부터 유학이라니...너무나 지루하겠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10장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이 되었다. 역시나 어떻게 풀어서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강의자의 능력에 따라 이해와 재미가 달라지는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편견도 조금은 걷어낼 수 있었고 유학의 본질적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차별을 나타내는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선비의 본 뜻이 '나잇값'과 '배운값'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오늘날에도 교훈을 주는 말인듯 하다. 공자의 중용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는것을 말한 것으로 "천하와 국가를 조화롭게 다스릴 수 있으며, 높은 벼슬자리도 사양할 수 있으며, 시퍼란 칼날을 맨발로 밟을 수는 있으되, 중용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나잇값과 배운값을 하는 선비가 되는 것은 이에 못지 않게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역사속 인물들을 예로 들어서 삶으로 가르치는 조선의 인물들인 이순신과 강감찬,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요즈음 읽고 있는 최태원의 '역사의 쓸모'에 등장하는 역사속 인물들의 교훈과도 통하는 부분이라 더 반갑기도 했다.
두번째 강의 정의 편에서 등장한 '공적주의 정의론'과 '운평등주의 정의론'에 대한 설명과 예는 너무 쉽게 잘 되어 있어서 이어서 등장하는 롤즈의 정의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정의론을 읽으면서 롤즈의 정의론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대 유행을 일으켰던 그러나 우리집 책장 한켠에 꽂혀있으나 읽어보질 않았던 '정의란 무엇인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를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중국 공산당편은 중국 공산당이 어떤 역사를 거쳐 세워진 것인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변모를 해왔던 공산당의 역사에 대해 가볍지만 중요한 맥락들을 쉽게 알수 있게 해주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외 독일 서정시편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릴케의 시와 글을 통해 서정시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그 포인트를 알려주어서 나와 같은 시쪽으로는 무지한 사람에게도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쉬운 길을 알려주었다. 특히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 나온 구절을 보면
"아, 하지만 시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린 나이에 쓰면 보잘것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사람은 무릇 기다려야 한다. 사람은 평생을 두고, 가능하면 오래 살아,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들여야 하며, 이를 거름 삼아 아마 생의 끝에 가서 열줄 정도의 좋은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략) 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듯이(젊었을때 넘치도록 갖는 그러한)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다. 한줄의 시구를 얻기 위하여 많은 도시, 온갖 사람들, 그리고 여러가지 사물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p. 225)
평생을 경험하고 열줄 정도의 좋은시라니! 릴케의 시는 평생 감각과 능력으로 거저 쉽게쉽게 써진 시가 아니라는걸 통렬하게 알게되었다.
이재무와 채호기라는 시인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시의 맛깔스런 표현들을 보면서 이재무의 시들을 인터넷에서 더 찾아볼 정도로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 장은 특이하게도 모비딕에 대한 분석이었는데 나에겐 읽기전부터 호기심이 이는 장이었다. 이유인즉 허먼멜빌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재출간된 책 모비딕을 사놓고도 부담감에 아직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과 배경을 어떤의미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를 읽고나니 조금은 가볍게 시작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 모두의 인문학은 말 그대로 나와 같은 평범한, 인문학에 대한 큰 지식과 식견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해서 읽어봄직한 책이고 그 안에서 자기와 맞는 주제를 찾아내서 더 깊이있게 알아볼 마음이 생기게 만들어주는 인문학 입문서로서 좋은 책인듯 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