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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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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호랑이 꼴로 바꾸고 싶어 한 사람들이 있다. (판화가 오윤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조선반도는 호랑이 꼴이 아니라 토끼 꼴이다. 그리고 이 토끼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아메리카합중국은 죄다 호랑이, 사자, 늑대, 스라소니 같은 사나운 짐승들이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뒤에도 그럴 것이다. 틈만 나면 조선 땅을 한입에 집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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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호랑이 꼴로 바꾸고 싶어 한 사람들이 있다. (판화가 오윤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조선반도는 호랑이 꼴이 아니라 토끼 꼴이다. 그리고 이 토끼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아메리카합중국은 죄다 호랑이, 사자, 늑대, 스라소니 같은 사나운 짐승들이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뒤에도 그럴 것이다. 틈만 나면 조선 땅을 한입에 집어삼키려 드는 이 짐승들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벗어나는 길은 ‘영세중립 통일조국’으로 거듭나는 길밖에 없다.

- 윤구병, 『특별기고』(보리, 2017년), 50쪽

 

우리나라가 호랑이라고 어려서부터 배웠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나라가 호랑이인 양 떠들고 있지만 우리가 토끼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이 우리를 도와줄 국가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들은 토끼를 두 동강내 이익을 보고 있는 호랑이, 사자, 늑대, 스라소니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도끼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호랑이 아가리에서도 벗어나고 용궁에서도 되살아 나온 토끼의 꾀로써 우리 스스로를 살려야 한다. 우리가 마치 호랑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서는 안 된다.

 

마해송 선생은 거의 한 세기 전에 우리가 토끼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제에 강점되어 있던 1931년 『어린이』지에 이 작품의 처음 앞부분을 실었으니 말이다. 개울 서편 토끼는 마음씨가 아름답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즐겁게 살기를 좋아한다. 우리 민족의 모습이다. 이들은 개울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 개울을 세상의 끝으로 알고 지낸다. 이들의 평화는 개울 건너 원숭이 나라가 쳐들어오면서 끝이 난다. 원숭이들은 토끼들을 원숭이처럼 만들기도 한다. 글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선생 방에는 큰 통에 검정 물을 가득 담아 놓고 들어오는 토끼들을 풍덩 넣었다. 털과 몸뚱이가 까맣게 되었다. 다음 선생은 큰 가위를 들고 토끼의 두 귀를 바싹 잘라 버렸다.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울고 있을 새도 없이 다음 선생은 얼굴과 엉덩이를 박박 면도칼로 깎고, 다음 선생은 거기에 빨간 칠을 해 주고 떡 한 개를 주고,

“원숭이는 세상에 제일가는 짐승이다.”

하고 외치라고 했다. (26쪽)

 

토끼의 시련은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원숭이보다 더 힘센 짐승들이 있다. 누런 털에 눈이 크고 몸집이 크고 발이 짧고 배가 땅에 닿도록 뒤뚝거리는  뚱쇠, 코가 크고 주둥이가 길어서 땅에 질질 끌리고 허리가 길고 털이 울긋불긋한 센이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원숭이를 물리쳐 주지만 자기네들끼리 싸운다. 토끼는 두 짐승이 싸우지 않고 제발 자기네들 땅으로 각기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은 이루러지지 않는다. 싸움은 밤이 되어도 끝나지 않고 이튿날이 되어도 끝나지 않으며 맨 나중에 남은 놈들끼리 싸워서 다 죽어 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그 위에 눈이 여러 날 내려 땅을 덮는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7.1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