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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간다는 것_ 헤르만 헤세 저, <크눌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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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일요일처럼 살아간 자유로운 영혼, 크눌프.그의 삶은 그야말로 ‘방랑’ 그 자체였다. 하늘 위를 떠가는 구름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뚜렷한 목적지나 목표 없이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사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2월 중순 초봄 어느 날 병원에서 퇴원한 크눌프는, 요양할 겸 무두장이 친구 에밀 로트푸스의 집을 찾아가 며칠을 묵는다.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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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일요일처럼 살아간 자유로운 영혼, 크눌프.

그의 삶은 그야말로 ‘방랑’ 그 자체였다. 하늘 위를 떠가는 구름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뚜렷한 목적지나 목표 없이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사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2월 중순 초봄 어느 날 병원에서 퇴원한 크눌프는, 요양할 겸 무두장이 친구 에밀 로트푸스의 집을 찾아가 며칠을 묵는다. 로트푸스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반갑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그저 고상하고 교양있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크눌프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로트푸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어리석게만 보였다. 자신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에 질투가 났을지도 모른다. 크눌프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약속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며 살았다. 그런 크눌프의 모습은, 반복되는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조각의 여유와 웃음을 안겨주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을 구경할 수도 있고 또 비웃거나 동정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결국 자신들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인생이란 각자에게 주어진 ‘나의 몫’이다. 누구도 그 길을 대신 걸어가 줄 수 없다.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타인의 의견이나 생각에 좌우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선택이 옳았다 결론지어 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뒤돌아서서 고요히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헛헛함이 밀려온다. ‘나는 나의 선택에 만족하는가? 나는 누구의 인생을 사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적당한 핑계로 내 마음은 편해질 수 있을까?


노년에 폐결핵에 걸려 쇠약해진 크눌프를 본 친구들은 나무라듯 조언한다. ‘자네 정도면 아마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나 시인쯤은 될 수 있었을 텐데, 자네는 자신의 재능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사용했어.’,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는 없었느냐’라며 그를 다그친다. 마치 성경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욥과 세 친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친구를 위하는 듯하지만, 그들의 말에서는 ‘너는 인생을 잘못 살았어’라는 비난만이 느껴질 뿐이다. 휘파람을 약간 멋스럽게 불 수 있고 아코디언을 연주할 줄 아는 것, 때때로 시를 짓는 것. 크눌프는 그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년의 크눌프를 보며,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 대해 높은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홀로 남았다. 푸르른 젊은 시절 뭇사람들에게 사랑받던 크눌프는 온데간데없고, 나이 들고 병들어 버린 크눌프만 혼자 남았다.


“이 친구야, 자네가 계속 고향에 머물렀더라면 그리고 열심히 일하면서 아내와 자식도 얻고 편안한 거처를 가졌더라면, 아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그는 결코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해 살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크눌프’로 살았을 뿐이다. 그런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의 말에 그의 마음이 흔들린다. ‘과연 내가 잘 살아온 것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고향을 찾았지만, 그를 헤아려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를 반겨주는 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온 고향의 자연뿐이었다. 환한 대낮의 햇살,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강, 푸른 나무들만이 가련한 노인 크눌프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는 마지막에 이르러 마치 환상을 보듯 하느님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눈다. 친구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듯, 자신이 살아온 날에 대해 하느님께 한탄한다. 하느님은 그런 크눌프를 타이르듯 답을 건네신다.


“나는 오직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필요로 했다. 너는 나의 이름으로 방랑을 했던 것이고, 정착하려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향수를 조금씩은 일깨워 주어야 했다.”


그제야 그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이제 더 한탄할 것이 없느냐?”

“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느냐?”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유용함으로 너의 가치를 나타내라고. 하지만 신은 그에게 말한다. ‘나는 오직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필요로 했다’라고. 내가 가장 듣길 원했던 말을 신에게서 듣는 순간, 비로소 그의 마음에 평온함이 밀려온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다’라는 고백으로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고 수용한다.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정을 꾸려 성실하게 살아가든, 크눌프와 같이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걸어가는 것, 그 길에서 변화하고 성숙해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사는 것. 그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닐까.


내 안에서 옳다 여기는 것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며 살라’는 타인의 말에 휩쓸려 살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때로는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후회하는 건 아닐까’하고 두려워질 때도 있다. 사실 그 누구도 내게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그 답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나의 길이고,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앞날을 몰라 잠시 방황할지라도, 때론 멈추어 서서 기다려야 할지라도, 부디 잘 걸어가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순간이 내게 찾아올 때, 나도 크눌프처럼 진실하게 고백하고 싶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습니다.’라고.

YES마니아 : 골드 t******9 2025.10.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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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초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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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크눌프가 권혁준의 훌륭한 번역으로 구현되었다. 떠돌아다니는 크눌프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는 헤세의 관념적 이야기보다 이런게 더 좋더라. 한세기 이상 사랑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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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크눌프가 권혁준의 훌륭한 번역으로 구현되었다. 떠돌아다니는 크눌프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는 헤세의 관념적 이야기보다 이런게 더 좋더라. 한세기 이상 사랑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l******n 2024.08.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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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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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 출고 예정 날짜보다 빨리 출고되어서 더 빠르게 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업 자료라 주문하면서 빠른 배송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리뷰를 쓰고 읽을 예정 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찾아봤는데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총 3장........ 그렇게 많지않은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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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 출고 예정 날짜보다 빨리 출고되어서 더 빠르게 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업 자료라 주문하면서 빠른 배송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리뷰를 쓰고 읽을 예정 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찾아봤는데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총 3장........ 그렇게 많지않은 분량입니다...!!!
s********5 2019.03.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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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를 처음 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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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네임드 작가의 작품을 이제 접했다. 그것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닌 것으로. 입문작으로 훌륭해 보이는 이 작품은 간결하고 명확한 작품이다. 헤세가 그리는 것은 마치 서머싯 몸이 주구장창 그린 것과 겹쳐보이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분위기가 그러했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청춘의 방랑과 고뇌에 대한 소고는 우리가 모두 했던 혹은 하는 것이고 새로울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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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네임드 작가의 작품을 이제 접했다. 그것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닌 것으로. 입문작으로 훌륭해 보이는 이 작품은 간결하고 명확한 작품이다. 헤세가 그리는 것은 마치 서머싯 몸이 주구장창 그린 것과 겹쳐보이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분위기가 그러했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청춘의 방랑과 고뇌에 대한 소고는 우리가 모두 했던 혹은 하는 것이고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 삶에 납득이가고 위로가 된다면 마땅히 존재해야 이유는 충분하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결국 젊음은 유한하며 그것이 지나면 아무도 그 사람에게 그때 그랬던 것처럼 바라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위로 해주는 대사와 유사한데 젊음을 살아가는 자세에 크나큰 울림이다.

s*****9 2026.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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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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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헤르만 헤세 선집 시리즈 중 6번째 책 <크눌프> 리뷰입니다. 이 책은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소장가치 높은 시리즈로 제작한 책으로 2014년 7월 24일에 전자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합니다. 특히 <데미안>을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을 정도였고 여러 출판사의 한국어판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눌프>도 고민을 조
"크눌프" 내용보기

현대문학 헤르만 헤세 선집 시리즈 중 6번째 책 <크눌프> 리뷰입니다. 

이 책은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소장가치 높은 시리즈로 제작한 책으로 2014년 7월 24일에 전자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합니다. 특히 <데미안>을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을 정도였고 여러 출판사의 한국어판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눌프>도 고민을 조금 했었습니다. 어떤 출판사의 책을 구매할까 하고 말이죠. 그 결과 현대문학에서 헤르만 헤세 선집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눌프>부터 구매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쭉 모을 예정입니다. <크눌프>는 <데미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잘 읽을 수 있을 겁니다.

YES마니아 : 골드 h*******n 2019.1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