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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삶의 길에서 언제부터 홍시가 많을까
"우리 삶의 길에서 언제부터 홍시가 많을까" 내용보기
세상에 던져진 한 소녀(아란)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 간다. 이런 경우의 아이가 있을까 싶게 성장 환경이 좋지 않다.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간다고 하면서 딸을 이웃집에 팽개치듯이 건네고 떠나버린다. 그 집에 받을 돈이 있으니 ‘공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한 듯 여기고 부담가질 것 아니라고 엄마는 보고 있다. 하지만 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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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던져진 한 소녀(아란)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 간다. 이런 경우의 아이가 있을까 싶게 성장 환경이 좋지 않다.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간다고 하면서 딸을 이웃집에 팽개치듯이 건네고 떠나버린다. 그 집에 받을 돈이 있으니 공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한 듯 여기고 부담가질 것 아니라고 엄마는 보고 있다. 하지만 남의 집에 곁방살이를 하게 된 소녀의 입장은 그게 아니다. 늘 마음이 쓰이고 힘들다. 그 소녀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18살 학생이다.

 

소녀가 곁방살이를 하고 있는 방은 문간방인데, 그곳에는 전에 이 집의 할아버지가 기거했던 곳이다. 그 할아버지는 치매로 지금은 요양원에 있다. 그 집은 또와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국위오빠 선양언니, 소녀(18) 그렇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또와 아저씨가 가족회의가 있다고 하면서 모두를 소집했다. 아란도 가족으로 참가하라고 해서 그렇게 한다. 또와 아저씨는 그곳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각자 살길을 챙기라고. 자신들 둘은 짐승들의 똥을 치우는 일을 하던, 이곳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아란은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에게 사정을 얘기하는 문자를 보내고 집을 나온다. 그리고 엄마와 간 적이 있는 우주찜질방으로 간다.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앞길을 더듬어 본다. 엄마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빈 문자만 늘 만나게 된다. 이런 엄마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개연성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살기 위해서 아란은 학교에 자퇴를 한다. 그리고 소식지를 보게 되고 살 곳을 찾게 된다. 아란은 정말 허름한, 가격도 저렴한 방을 보게 되고, 버스 종점이라는 호조건도 생각하면서 그곳을 얻는다. 계약 관련 내용 때문에 미성년자라는 것이 부담이 되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계약금이 없는 상황이라 계약서가 필요 없다고 주인이 말하고 계약은 진행 된다. 다행히 주인이 별로 묻지 않은 상황이라 집 얻는 일은 잘 해결이 된다. 경비를 최대한 절약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데 집의 주인은 삶에 있어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딸 둘과 어머니, 그들의 행위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것은 아란이 사는데 도움이 되는 요인은 아니다.

 

 

아란은 일 할 곳을 찾는다. 소식지를 통해 치킨 집의 종업원을 구하는 소식을 듣게 되고, 지원을 한다. 그곳은 치킨홍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다. 치킨홍은 자신이 직접 부족한 남동생(양보)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계산이 가능한 자신을 보조해 주면서 가게 룸을 관리할 사람을 찾은 것이다. 아란은 그 집에 취직이 된다. 취직할 때도 미성년자라는 것이 들통 날까봐 마음을 조리는 시간이 있다. 치킨홍이 마음이 너그럽다. 배다른 남동생을 챙기면서 보호하고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재생의 기운을 얻기 위해 술집도 찾긴 하지만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보이는 인물이다.

 

아란의 삶은 무지와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치킨 집에서 일을 하는 것도, 집을 얻어 살아가는 것도, 어머니와 살던 집에 찾아가보는 것도, 또와 아저씨 가족과 엮이는 것도 모두가 어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힘겨움이다. 아직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법적으로도 자유인이 못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일어나는 어려움이다. 속이려고 해서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짓으로 말하게 되어 간다. 그리고 그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나이를 묻는 사람도 없고, 그가 어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그녀가 살아가는 환경 자체가 어렵게 그의 삶을 누르기는 한다.

 

나무들이 많은 집, 아란이 얻은 방은 버스 종점에 있다. 일을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종점에 내리면 그곳은 아무도 없고 어둠만 내려 앉아 있다. 아무리 담대해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태에서 그 집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집의 가장이 일을 하다가 죽게 되었고, 그 후 그 가족들은 모두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란이 얻은 방은 죽은 아버지가 살았던 공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루는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집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고자 한 일도 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참아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힘겨운 공간이다. 그 공간에는 세면장이 밖에 있다. 씻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 모든 일들이 아란에게는 더욱 힘겨움이 된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3모녀, 그리고 공간의 혼란스러움, 이런 것들은 아란이 살아가는데 큰 고통이 되고 힘겨움이 된다는 말이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치킨홍은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 집에 6살 먹은 첸이가 떨어진다. 첸이는 치킨홍 외삼촌의 아들이다. 혼자 살 것 같던 외삼촌이 베트남에서 아내를 구하고 첸이를 가진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다쳐 식물인간이 된다. 그러자 첸이의 어머니는 첸이를 치킨홍에게 맡기고 베트남으로 간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6살 첸이는 그 상황에 대해 이를 악물고 참는 굳센 마음을 보여준다. 그 첸이에게 아란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베트남 책을 선물한다. 그 책은 베트남어로 되어 있고 엄마를 찾아서란 제목이다. 첸이는 베트남어를 익혔기에 그 글들을 잘 읽고 해석가지 한다. 첸이는 그 책을 너무 좋아한다. 아란은 그 책이 우리 속담과 연결됨을 이야기하고, 서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치킨홍은 이들 둘과 아란을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군산이라는 지역이 글의 무대가 되고 있음은 곳곳에서 인지할 수 있다. 치킨홍의 고향이다. 그녀의 고향에 정착하기 위한 노력들이 보여 지고, 애착을 보여준다. 그곳이 군산이라는 것은 동네 이름, 고장의 일들을 통해 은연중에 알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간다. 두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엮이게 되는 치킨홍의 삶, 이들은 바닷가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한다. 대안가족이다. 어머니가 자식들을 쉽게 내어 놓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그 해결책으로 치킨홍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치킨홍은 고향을 지키고 새롭게 형성된 가족들을 이끌고 살아가는 자로 그려진다. 바람직한 삶의 표상으로 인식된다.

 

홍시는 아란의 어머니가 그리 좋아하던 과일이다. 아란은 혼자 살면서 자신이 경제적 능력을 가졌을 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홍시를 많이 구입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글의 밖에 있다. 그녀 곁에 나타나지도 않고 그녀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아란은 스스로 학교를 중퇴하고, 일을 하며, 또와 가족의 할아버지까지 도움을 주는 존재로 발전한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자의 어둠과 아픔은 지속적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외로움일 수도 있겠고,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 어머니와 함께 하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마당에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답게 잘 해결해 나가고 이겨나간다. 슬기롭다는 느낌이 드는 아이다.

 

마지막 장면에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은 바닷가에 놀러가 찍는 것들이다. 치킨홍과 그의 동생 양보가 어께를 두르고 찍는다. 첸이와 아린이 나란히 찍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연출해 낸다. 어머니들이 떠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두 사람, 부족한 남동생인 양보를 보호하는 배 다른 누이 치킨홍, 그들은 어울리면서 서로의 소외감을 극복해 나가는 방편을 보여준다.

 

악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녀를 낳았으면 책임을 지고 길어야 하는데, 기르는 의무를 포기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면 양육되어야 할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의 입장에 서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글 속에서 18살의 아란은 두렵고 힘 드는 일이지만 비교적 잘 소화해 나간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주저 앉아버리고, 자신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는 아란의 발전적인 모습을 그려준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보고 있다. 당사자들은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글을 따뜻하다. 어려운 자들의 마음가짐이 놀랍게 선하다. 나쁘게 자신을 몰고 가려고 하지 않는 건강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것이 이 책에서 삼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보여주는 탈출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삶에 대한 태도, 떫은 감이 달콤한 감으로 되어가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글이 너무 달콤하여 먹기가 좋다.

j****3 2020.04.20. 신고 공감 11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내게는 홍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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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새삼 깨달은게 있다면,옛날 책들이나 중견 작가들의 책.. 아마도 오래전에 읽었던 저한테너무 새롭게 다가왔다는겁니다.소설의 주인공인 화란은엄마가 홍시 한봉지를 사다 남의 집에 맡긴 것도 모자라그 집에서 쫓겨난 채 홀로서기에 나선 고등학교 중퇴한 여자아이.그런 아란이 주인공인 만큼.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이메일을 확인해 축제를 찾아보고,고등학교중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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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새삼 깨달은게 있다면,

옛날 책들이나 중견 작가들의 책.. 아마도 오래전에 읽었던 저한테

너무 새롭게 다가왔다는겁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란은

엄마가 홍시 한봉지를 사다 남의 집에 맡긴 것도 모자라

그 집에서 쫓겨난 채 홀로서기에 나선 고등학교 중퇴한 여자아이.

그런 아란이 주인공인 만큼.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이메일을 확인해 축제를 찾아보고,

고등학교중퇴를 하면서 정우성의 말을 떠올립니다.

생활정보지를 파서 월세집과 치킨집 알바를 구하는데

마치 어딘가에서,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아란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나도 홍시 좋아하는데...'말입니다.

그 맛있는 홍시를 먹으면서 엄마는 아란에게 말합니다.

당분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

매정한 엄마에게 떠밀려 세상과 현실에 너무 일찍 떨어져 버린 아란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렸답니다.

자기가 돈을 벌겠다며 같이 살자고도 해보고,

엄마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보고,

엄마에게 보고싶다고 해봐도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홀로 선 아란을 응원하는 마음과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엄마가 나타나진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읽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녹록치가 않습니다.

기적은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지지 않죠.

치킨홍이란 치킨집 사장과의 만남

그래서 너무 고마운 일이였어요.

외삼촌이 베트남 부인을 맞아 낳은 첸과

지적장애가 있는 배다른 동생까지 돌보는 이 어른을 만나서...

세상이 그렇게 차갑고 매섭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거 같아

조금 위안이 되었다고 할까요?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요즘 로맹가리의 '자기앞의 생'을 읽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이들..

때론 양육비가 끊겨도 아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로자아줌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균형을 잡아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쉽게 읽혀지는 문장도 좋았고,

상황이나 장면 표현도 콕 와 닿는 느낌이라 너무 재밌게 봤어요.


YES마니아 : 로얄 h*****7 2020.04.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게는 홍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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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호랑이가 떡 팔러 나간 엄마를 잡아 먹고 집에 있는 오누이까지 죽이려다 하느님이 헌 동아줄을 내려주어 죽게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옛이야기에도 부모의 부재는 항상 있었다. 모두 돈을 벌려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부모들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 어릴 적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는 몰랐다. 부모들이 사라진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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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호랑이가 떡 팔러 나간 엄마를 잡아 먹고 집에 있는 오누이까지 죽이려다 하느님이 헌 동아줄을 내려주어 죽게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옛이야기에도 부모의 부재는 항상 있었다. 모두 돈을 벌려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부모들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 어릴 적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는 몰랐다. 부모들이 사라진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설원 작가는 지금 현재 시점에서 과감하게 옛날 옛적 동화 속 등장인물과 공간을 현재의 공간과 동시적으로 나열해 놓는다.

이 작품은 옛날이야기들에 나오는 호랑이가 현대는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을 잡아 먹는지를 말하고 있다. 거대한 괴물로 등장하는 자본주의를 호랑이로 보아도 틀린 답은 아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간혹 나오는 한국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베트남 동화<엄마를 찾아서>를 담보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엄마는 돈을 벌기위해 떠난다. 엄마는 꿈을 찾아간 것 같기도 하다.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다. 또와 아저씨부부도 떠났다. 또와아저씨는 또와아귀찜,막창구이, 해장국,김밥. 등등을 차렸다가 다 망했다. 그 전에 아저씨는 제지회사에 다녔다가 퇴사했던 경력이 있다. 대문 없는 집에 사는 자매의 아버지도 공장이 문을 닫아 실직자가 된다. 일자리를 찾아다니다 심장마비로 죽는다.


자식들을 떠난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모 파산 선고를 한 셈이다. 부모 역할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가족들이 이미 파산된 도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작가는 묻고 있다. 그리고 대답한다.

독자들은 부모의 파산 행위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 그리 생각할까? 현대는 혈육이 아닌 다시 만들어진 가족의 형태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혈육 타령일까? 소설 속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옛이야기 두 편을 삽입하면서 동화책 속에 부모와 지금 파산한 부모의 모습을 비교시킨다. 그 비교의 접점은 부모의 파산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부모들이 자식을 버린 행위에 분개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소설적 서술기법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부모들이 부모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에 아란이 스스로 성장하는 성공담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 아란이 거쳐간 공간의 이동을 통해서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공간은 우리 독자들이 그 부모를 이해하도록 이끈다.


"인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라며 주인공 아란은 자기가 살고 있는 방을 닮지 않으려고 애쓴다. 주인공은 낡고 비좁은 임대아파트를 거쳐,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가 지내던 문간방, 한 가장이 죽었던 방에 살기도 한다. 작가는 아란이 거쳐간 공간이 현재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의 문제적 공간임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 18세 아란은 어쩌다 만난 치킨홍과 살면서 유사가족을 형성한다. 치킨홍은 배다른 자폐 동생, 외삼촌과 베트남 출신 아내 사이에 낳은 자식 첸과 함께살고 있다. 여기에 합류해서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산다.


작가는 베트남 동화 <엄마를 찾아서>라는 동화를 끼워 넣는다. 이 이야기도 우리 동화와 유사하다. 쌀을 구하러 나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도처에 부모의 삶은 다 닮았나보다. 베트남 동화를 통해 또 한번 부모의 파산을 정당화시킨다. 소설의 구조가 흥미롭다.


제목으로 보았을 때 그래도 아란은 홍시를 좋아했던 엄마를 그리워하며 살 것 같다. 엄마가 꿈꾸는 집을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고 살지 않을까! 치킨홍처럼 꿋꿋하게.


"아침에 눈을 뜨면 잇몸에 좋다는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아침밥을 짓고, 남편과 자식들이 일터로 학교로 가고나면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뜰살뜰한 주부"


어쩌면 치킨홍이 아란이 일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작가의 재치가 소설의 끝을 따뜻한 기운으로 온도를 올린다.





b********h 2021.01.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게는 홍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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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 서평단 참여로 참 오랫만에 소설책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책장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이책도 이젠 단숨에 읽어버린 책 중 손가락을 접을 정도로 몇권 되지 않은 책이 되어버렸다.표지를 보면 파란색과 홍시색깔의 띠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띠지 문구를 보고 더 궁금한 탓도 한몫했다고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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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 서평단 참여로 참 오랫만에 소설책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책장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이책도 이젠 단숨에 읽어버린 책 중 손가락을 접을 정도로 몇권 되지 않은 책이 되어버렸다.

표지를 보면 파란색과 홍시색깔의 띠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띠지 문구를 보고 더 궁금한 탓도 한몫했다고도 할 수있다.

떫은맛이 나는 내 인생도 홍시처럼 달콤해질 수 있을까
"발랄한 문장 뒤에 숨겨진 애틋한 슬픔
단숨에 읽히는 따뜻한 이야기" 띠지 문구처럼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말하는 것 같다.
나에게도 고등학생인 조카가 있다. 나이도 똑같은 열여덟이다. 그리고 겨울방학때 시작한 알바를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더 궁금했다.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삶을 보내지만 조카는 자기의 꿈인 여행작가가 되려면 경비가 있어야 한다며 그 꿈을 이루고자 알바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조카가 손벌리지 않고 혼자서 마련한다고 알바하는게 기특했다.
그런데 주인공인 아란은 엄마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며 또와아저씨네 집으로 가라하고, 1년도 못되어 또와 아저씨네는 파산하고, 찜질방으로 옮기며 혼자 힘으로 집을 알아보고 알바를 구하는 열여덟...안쓰럽고 마음이다. 주인공인 아란이가 고등중퇴가 아닌, 열여덞이 아닌, 20대였다면 덜 안쓰러웠을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인 조카가 알바하는 것은 대견하다!기특하다!였는데 아란이와는 너무 다른 삶이다. 그리고 내 조카는 여느 일반 고등학생과는 너무 다른 삶이다. 주위에서는 좋은대학가려면 공부해야지 알바하냐고 한다. 하지만 난 조카한테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가 지내온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니 그런다. 좋아하는 것이 뭔지...하고 싶은 것이 뭔지...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20대, 30대를 보냈기때문이다. 내 학창시절처럼 정작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그냥저냥 보내면 뭐할까. 그렇게 지내는 것보다는 조카처럼 자기 꿈을 키워가면서 사는게 기특하다는거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마지막 작가인터뷰에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자꾸 같은 나이 조카와 겹치다보니?책이야기를 좀 벗어나긴 했네...

내겐 낯설은 단어이긴하지만 이 책에서는 대안가족, 파산가족이 나온다. 또와아저씨네 가족, 아란이 주인집 경미네 가족, 아란이 알바하는 치킨가게 치킨홍 가족...
파산가족이 아니였다면 또와아저씨가 이야기한것처럼 아란이는 앞가림을 할 수 있게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란이는 엄마한테 문자를 계속 보내지만 아무답이 없는 엄마. 아란이가 엄마는 만날수는 있을까??
알바해서 아란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홍시를 사고, <엄마를 찾아서> 베트남 동화책이 아란이 가방에서 나온 것이 아란이 무의식속 엄마가 올거라는 기다림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치킨홍 사촌동생 첸이 동화책을 읽어줄때 치킨홍이 "쌀 구하러 나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이야기구나. 떡 팔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 동화랑 비슷하네. 예나 지금이나 또 국경을 초월해서 어째 엄마들은 하나같이 식량을 구하러 나가면 돌아오질 않냐. 아버지들은 죄다 어디 있는지 몰라." 한다.
작가의 말을 치킨홍이 대신 했을까
궁금증이 생길수록 머리속이 뒤죽박죽이고...

마지막 작가인터뷰를 읽고 나니 조금 정리가 되기도 한것 같다. 여기까지 ^^



http://m.blog.naver.com/kyung5gi/221919736360

d******7 2020.04.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홍시'가 처음부터 마지막에도 생각날 책 리뷰(줄거리 조금 포함)
"'홍시'가 처음부터 마지막에도 생각날 책 리뷰(줄거리 조금 포함)" 내용보기
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창비리뷰 글: 킨‘홍시’하니 고등학생까지 급식식판에 얌전히 올려놓던 주황색 홍시 아이스크림과 가을에 익혀 물렁하고, 부드럽게 먹던 것을 생각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엄마가 씨앗 근처 밝은 부분은 잘못 먹으면 설사한다고 했었기도 하다. 새 책이라 진한 새 종이 냄새에 킁킁거렸다. 종이 냄새를 좋아한다. 아는 동생이 머리인가 뇌에서 종이 냄새 날 것
"'홍시'가 처음부터 마지막에도 생각날 책 리뷰(줄거리 조금 포함)" 내용보기

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창비

리뷰 글: 킨


홍시하니 고등학생까지 급식식판에 얌전히 올려놓던 주황색 홍시 아이스크림과 가을에 익혀 물렁하고, 부드럽게 먹던 것을 생각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엄마가 씨앗 근처 밝은 부분은 잘못 먹으면 설사한다고 했었기도 하다. 새 책이라 진한 새 종이 냄새에 킁킁거렸다. 종이 냄새를 좋아한다. 아는 동생이 머리인가 뇌에서 종이 냄새 날 것 같다고 해준 말도 잊지 않았다. 단지 책과 글을 좋아해서.

책 종이가 조금 두께 있었다. 얇은 종이 넘김이 아니라 종이 한 장 덧대어진,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종이 촉감이었다.

내게는 홍시뿐이야를 읽어본다면 홍시가 나올때마다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홍시의 맛을 알기에 더 맛있는 홍시의 등장이다. 적어도 나는 반가웠다. 잊지 않고 나오는 홍시의 존재는 특별했다. 거기에 담긴 이야기가 많았다. 힐링요소였다.

이 책을 읽어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읽은 사람들이 차근히 책을 감상하여 201쪽과 218쪽에 도달했으면 바란다.“내게는 홍시뿐이야

 

-가능성이 많아서 부럽다.

여주인공 아란을 보며 생각했다. 최근에 초등학생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몇 년생이냐고 물었을 때 나이를 실감했다. 그 애에게 너는 가능성이 많아서 좋겠다.”라고 했다. 아기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맞는 말이였다. ‘시간이 있었고, 실패해도 딛고 일어날 나이가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생인 그녀가 의젓하게 홀로 생활하는게 부러웠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제목말고 아는 것이 없으니 엉뚱한데에 생각이 꽂혔다.‘또와아저씨가 첫문장에 있었다. “또 와~”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도 또와라는 이름의 아저씨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또 오렴이라고 인사해줄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살고 드디어 인간 대접을 받고, 버려진 일회용 종이컵 같은 존재로 치부되는 것인지 아란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란또와아저씨를 남처럼 대했다. 외로워 보였다. 쓸쓸해보이면서도 이미 삶의 쓴맛을 깨우친 사람 같았다. 알고보니 입양된 딸이었 다.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는 듯한 종이에서 채권자을 읽고 모든게 깜깜했을 것이다. 아저씨의 폭탄선언과 함께, 더군다나 쫓겨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 잔혹했다. 열여덟살 아란은 혼자였다.

아란의 엄마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 엄마를 생각하게 했다. 한때는 전업주부였는데, 바깥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처럼 내 엄마도 새벽에 일어나서 아빠 출근 준비를 돕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밥 차린 뒤 출근했다. 분리수거를 할 때 물었던 부분도 생각났다. 행복한적이 요즘 있냐고 물었던거로 기억하는데 엄마는 재미없어.”라고 말했다. 오히려 온라인 수업으로 집 생활을 하는 우리 삼남매가 전업주부가 된 듯 했다. 밥을 차리지는 않지만, 수업 듣고, 집안일을 하고 그러니말이다.

19쪽에서 홍시라는 단어가 첫등장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궁금했던 또와아저씨의 이름의 이유도 밝혀졌다. 장사한 간판에 또와가 있어서 또와아저씨였지만 손님이 적어서 여러 장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아란이 집을 나오자 엄마가 해줬던 말을 자주 언급한다. 엄마의 흔적을 잃을 수 없었나보다. 영향력이 컸고, 유일했으며 거기에 의존하는 것 같아보였다. 우주찜질방에서 생활정보지를 보며 그녀는 제법 살아가기 위한 묘책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계속 엄마의 말을 어른거려하는 모습에서 생활력이 느껴져 기특했다. 미성년자인 그녀가 던져진 사회가 위험이 도사리는데, 안정적이고 밝아보이는 착각은 그녀가 두려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였기때문이었다.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했다. 스스로 선택하게 된 길이 아니라 어쩔수 없이 집이 사라졌고, 엄마의 연락도 연결되지 않았다. 혼자였다. 버스에서 교복입은 애들을 바라보면서, 자퇴하기 전 학생이었던 자신을 기억했다.

그리고 독자 시점에서 생각하기에 뭔가 순탄했다. 집을 나와서 찜질방을 전전긍긍하다가 집을 구하려고 버스를 타고 간 것. 18살인데 대학생으로 얼버무린 것. 과한 관심이 없었다. 보증금이 없어서 계약서를 안 써서 나이도 들키지 않았다. 치킨집에서 일도 구했다. 언제나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욕실이 집 안에 없고, 주방과 화장실이 한쌍인 집에서. 치킨집에서 선양 언니를 마주치는 위기가 찾아와서 선의의 거짓말이랍시고 질문에 답했다. 약속 장소인 맥도날드에 가서 언니의 신세한탄을 들어야했다. 그후 72쪽부터 아란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내용을 읽으며 애태웠다. 그녀에게는 엄마가 필요했다.

고고치킨의 치킨홍과 동행으로 남자들이 술시중을 드는 술집에 가게 된다. 어른이 아닌 여학생의 출입은 달갑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란은 거짓말로 이미 어른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다. 치킨홍에게 사연이 있고, 그렇기에 그곳이 무도회장이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가벼운 인상을 심어버렸었다.

선양 언니가 그녀에게 독감 예방주사 맞으란 말을 하며 세상에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라고 말했을 때 마음이 불쾌해지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게 된다면 혼자라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그리고 가족을 생각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양껏 홍시를 먹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양껏: [부사할 수 있는 양의 한도까지.)


p.s. 송충이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c*****8 2020.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게는 홍시뿐이야] 엄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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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것은 유전과도 연관이 있으며 성장하는 데에 사람의 자세를 만들어 주기도 하다. '내게는 홍시뿐이야' 속 아란은 정착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스스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아닌 아란의 의견은 묵살되고 타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아란은 마음 놓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의식주에서 주를 형성하는 공간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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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것은 유전과도 연관이 있으며 성장하는 데에 사람의 자세를 만들어 주기도 하다. '내게는 홍시뿐이야' 속 아란은 정착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스스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아닌 아란의 의견은 묵살되고 타인에 의해 수동적으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아란은 마음 놓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의식주에서 주를 형성하는 공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자 마무리하는 곳이다. 정말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란은 시작과 끝을 피 말리게 살아가고 있다. 누가 남의 집에서 사는데 편히 살 수 있겠는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란. 아란의 엄마는 아란을 또와 아저씨한테 맡기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아란은 엄마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전화가 아닌. 전화로 하면 끝내 받지 않을 그 신호가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지 않을지. 아란이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는 점차 쌓여간다. 메시지는 점차 일기장처럼 변해간다. 이쯤 되면 아란의 엄마는 존재하긴 한 걸까. 나는 아란의 엄마가 어디선가 힘겹게 일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란의 엄마는 이미 과거형으로 끝맺어진 듯하다. 계속해서 엄마를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아란의 모습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부재이지 않을까. 엄마와 함께 거닐던 공간에서 벗어나 고고치킨으로 향하면 치킨홍, 양보, 첸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존재는 아란이 느끼고 있는 부재를 채워준다.

책에서 좋았던 점이 치킨홍과 23번 시내버스 종점에 위치한 허름한 집 주인이 아린의 인적정보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만나면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먼저 말을 꺼내서 그 상대방의 인적정보를 낱낱이 훑는다. 그래야 좀 더 낯선 공기를 지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치킨홍과 집주인은 그러지 않는다. 이들은 아린과 비슷한 고통과 상실 부재를 겪고 있다. 어쩌면 무언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던 게 아닐지. 입으로 계속 떠드는 게 아닌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관계.


친한 친구들은 수업을 마치면 학원으로 직행하거나 가족과 여행을 떠난다. P.25


이 대목이 누군가에겐 평범하고 일상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아란은 아니다. 아란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종두와 공주는 모든 것에 낯설어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우리가 일상에서 늘 하던 평범한 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책에 아란이 버스 종점에 내려 조금만 가면 무보증에 월 13만 원 방을 찾아가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이때 나는 이미 불행을 감지하고 있었다. 반어법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종점이란 도시에서 벗어나 (뒷부분을 읽으니 배경이 군산) 시골 분위기가 나고 허름한 곳이다. 이런 공간을 아란이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니 얼마나 보금자리를 원했던 것일까. 그뿐만이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반겨줄 그런 사람도 원했을 것이다.


뭘 먹어도 빈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었다. 그 휑한 배 속에 모래성을 쌓듯 나는 치킨을 부지런히 씹어 넘겼다

내 머리와 옷에 스며드는 빗방울이 누군가의 뜨거운 눈물 같았으니까

어둠이 너무나 농밀해서 끈적끈적한 촉감마저 느껴지는 공간에서 내던져지면 숨이 턱 막힌다

현실에서는 불황이라는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 먹는다

P.48, P.54, P.55, P.142


이 대목들은 작가님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묘사가 너무 좋았고 세 문장만 읽어도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의 공기가 느껴진다. 결코 아란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 이를 넘어선 현재 어딘가 살고 있는 사람들.


인간에게 철저히 길들여진 북극곰 봤다면 엄마를 기다리는 일이 힘들었을 것 같으니까

P.217


m*****2 2020.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소설] 홍시 사놓고 기다릴게요, 『내게는 홍시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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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또와 아저씨집에서 얼마 살지도 못하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란.아란은 엄마와 함께 살다가 또와 아저씨집에 들어가게 된다. 아란의 입장에서는 입양가족이나 다름없었으리라.엄마는 또와 아저씨가 엄마에게 빚진 게 있으니 부담갖지 말라고는 하나 아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눈치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불과 열여덟살의 한 아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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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또와 아저씨집에서 얼마 살지도 못하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란.
아란은 엄마와 함께 살다가 또와 아저씨집에 들어가게 된다. 아란의 입장에서는 입양가족이나 다름없었으리라.
엄마는 또와 아저씨가 엄마에게 빚진 게 있으니 부담갖지 말라고는 하나 아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눈치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불과 열여덟살의 한 아이이니 말이다.
밥도 주고 잠도 자게 했으니 그러려니 하며 별 문제 없었지만 살게 된지 며칠 만에 또와 아저씨네가 파산하게 되면서 일자리와 잠잘 곳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엄마에게 연락하고 또 연락했으나 결국 닿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고시원에 살더라도 집보다는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소식지를 찾아보다 '독채, 보증금 무, 월세 십만원'이 시선을 확 사로잡게 된다.
미성년자인 아란은 조마조마했지만 이것저것 따져 묻지 않는 덕에 무사히 잠잘 곳은 구하게 된다.
또한, 알바를 구한다는 치킨집을 보게 되면서 치킨홍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다.
싱글녀인 치킨홍은 지적장애인 남동생과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외삼촌의 아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외삼촌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맞아들면서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일을 하다 식물인간이 되었고 외삼촌의 아내는 아이를 치킨홍에게 맡겨놓고 베트남으로 가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살의 나이라 생각하겠지만 참 어른못지않게 곧고 참을성이 강한 아이이다.
그렇게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 아란은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엄마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물론, 이해되지 않을 때도, 원망스런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이해하려 노력한다.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그들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책은 끝이 난다.

말랑말랑한, 온기있는 홍시 오천원어치를 사는 아란. 유난히 홍시를 좋아했던 엄마를 위해 홍시를 사고 또 산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한 소녀.
유일한 혈육인 엄마마저 완전히 연락이 끊기게 되어버린 이 시점에 소녀는 정말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살기 위해, 살아야 하니깐 돈을 벌기 위해 가게 된 한 치킨집. 그렇게 그 소녀는 그들과 또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식버린 부모는 정말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예로서, 고 구하라의 엄마도 정작 아이들을 버릴 때는 언제이고 재산 한 푼이라도 덥석 가지겠다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참 인간이 할 짓인가 싶다.
없이 살아도 함께 있으면 '의지'라도 되는 것 또한 사실인데 핏덩이같은 자식들을 버리는 부모들은 매정한 면도 없지않아 있다.
아란은 도움 받을 곳이 없으니 집을 구하는 것도, 일을 구하는 것도 나이를 속이며 구하게 된다.
'미성년자'라는 타이틀이 발목을 잡고있으니 매번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소외가정, 대안가족 등 사회적 키워드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분명히 이런 가정이 존재하고 이보다 더 심각한 가정도 있기에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이달의 사락 s*****3 2020.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게는 홍시뿐이야] 홍시라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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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한 향을 풍기며 보름달 같은 얼굴에 불을 밝히는 홍시. 말랑말랑한 홍시를 조심스레 잡고 꿀떡꿀떡 넘기다 보면 세상사 걱정 따윈 잊게 된다.홍시는 삶의 위안이자 구원자다. 제목에 홍시가 들어갔단 이유만으로, 표지 정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홍시만으로 이 책을 손에 잡을 이유는 충분했다. 쉽게 손에 잡힌 책은 홍시처럼 꿀떡꿀떡 내 목을 타고 들어와 지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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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짝지근한 향을 풍기며 보름달 같은 얼굴에 불을 밝히는 홍시.

말랑말랑한 홍시를 조심스레 잡고 꿀떡꿀떡 넘기다 보면 세상사 걱정 따윈 잊게 된다.

홍시는 삶의 위안이자 구원자다.

제목에 홍시가 들어갔단 이유만으로, 표지 정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홍시만으로 이 책을 손에 잡을 이유는 충분했다.

쉽게 손에 잡힌 책은 홍시처럼 꿀떡꿀떡 내 목을 타고 들어와 지근하게 파고 들었다.

 

 

   이 소설에는 쿨하다못해 매정하기까지한 어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그간 키워 줄 만큼 키워줬으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 한마디로 자식과의 연을 끊는다.

성인이 된 자녀라면, 자기 밥벌이는 할 정도라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주인공 아란이는 18살이고 고등학생이다.

하나뿐인 가족인 엄마의 일방적 선언에 아란이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그래도 밥과 집 문제는 해결해 준다.

돈을 빌려준 지인의 집에서 밥과 집 문제를 해결하라며.

너는 채권자이니 당당하게 그 집에 살면 된다고.

엄마는 도시에 나가 돈을 벌어오겠다고 한 뒤로 연락을 끊는다.

채권자이나 눈칫밥 먹던 아란이에게 채무자의 집도 망하면서 완벽하게 혼자가 된다.

  

 

   아란이는 오롯이 살 길을 찾아야만 했다.

자신을 보호해 줄 어른들의 울타리는 더이상 없었다.

어른들은 무심코 말한다.

책 속에 길이 있으니 학생은 본분인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사람 구실이라도 하지 않겠냐고 한다.

당장 먹을 것이 없고 몸 하나 누울 작은 공간조차 없는 아이에게 책이 무슨 소용인가.

책보다 생활정보지를 쥐어주고 여기서 일자리와 집부터 구하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

아란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생활정보지부터 챙긴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에 익숙한 삶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인 것과 혼자는 다르다.

가난도 함께 할 이가 있을 때는 덜 초라하고 덜 외롭다.

아란이는 스스로의 삶을 꿋꿋히 꾸려가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

가난한 이들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면서 가족이 되어간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며 엄마가 좋아했던 홍시를 산다.

어느새 사모은 홍시가 방안 그득 달큰한 향과 온기를 내풍긴다.

엄마를 향했던 깊은 원망도 달큰한 홍시 앞에서 그리움과 온기로 채워져 간다.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또는 무심코 샀던 홍시 스물일곱개. 이백개도 좋지. 그럼 나는 홍시랑 살겠네. 홍시라도 괜찮아. 내게는 홍시뿐이야.

 

   이 소설의 기저에는 『데미안』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않으면 안된다."라는 데미안의 구절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주인공 아란이의 혹독한 성장기가 외부세계와의 대결같지만 본질은 자기 자신으로 이르는 과정이다.

아직은 연약한 다리지만 세상으로 내던져진 아이는 돌처럼 굴러가겠다고 다짐한다.

세상에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돌은 구를 때마다 자신이 깎여 나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고통의 과정이 삶이며 세계이다.

 

 

   삶에서 가장 빛나고 생기있던 시절은 10대 후반이었다.

학업의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그보다 희망과 꿈이 앞섰던 유일한 시절이었다.

매년 4월은 찾아오고 봄꽃의 향연이 끝날 무렵이면, 파릇한 아이들을 생각한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던 아이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살고자했을 아이들.

살길을 찾는 아란이를 보며 더 많이 떠올렸다.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살길까지 막아 버리는 매정한 어른은 되지 않을 것이다.

 

 

s********n 2020.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홍시]와 [대안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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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잠깐 고민이 되었다. 책 소개 위주의 리뷰를 쓸까 나의 감상을 적을까 그러다가 생각나는 대로 한 문장씩 써내려갔더니 줄거리와 나의 소감이 어느 정도 섞인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사실 별다르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내게는 홍시뿐이야>는 한 번 책표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처음에는 홍시라는 단아와 대안가족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홍시]와 [대안가족]" 내용보기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잠깐 고민이 되었다. 책 소개 위주의 리뷰를 쓸까 나의 감상을 적을까 그러다가 생각나는 대로 한 문장씩 써내려갔더니 줄거리와 나의 소감이 어느 정도 섞인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사실 별다르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내게는 홍시뿐이야>는 한 번 책표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홍시라는 단아와 대안가족이라는 단어 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는 마지막에 수록된 김설원 작가와 윤성희 작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서른 살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해서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이 당선되었던 김설원 작가는 최소한의 경제 생활만 하면서 독서실에서 7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단다. 그러면서 매일 20매씩 소설을 써내려갔고 그 사이 삼십 대였던 나이는 사십 대가 되었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천천히 그리고 견고히 쌓아 온 근력이 그를 버티게 했단다. 이 이야기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그처럼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내게는 홍시뿐이야'라는 소설은 이런 작가 밑에서 탄생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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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홍시뿐>

나에게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제목이었다.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바로 홍시다. 친구가 홍시를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SNS로 친구의 소식을 접하면 자연스레 마주하게 되는 존재였다.

창비 블로그를 통해 <내게 홍시뿐이야>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에는 친구에게 이 책의 존재를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책 소개를 읽을수록 더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줄거리>

열여덟 아란의 엄마는 임대아파트에서 나와야 할 형편이 되자 돈을 빌려주었던 지인의집에 아란을 맡기게 된다. 그렇게 남의 집에 얹혀 살기도 1년 쯤, 그 집 역시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경제 악화로 망하게 되면서 열여덟살 고등학생인 아란은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집이 망해 딸과 흩어져 제각기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아란의 엄마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꿇릴 것 없는 태도로 일관한다. 처음에는 용돈도 보내주고 곧잘 연락도 닿았지만 그것마저 끊겨버리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엄마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아란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도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다른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희망이 보이는데...



<엄마를 찾아서>

'엄마를 찾아서'라는 주제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들에게 친숙하다. 어릴 적 보던 소년만화 은하철도 999에도 그렇고 엄마찾아 삼만리라는 유명한 만화도 그렇고. 플란더스의 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등. 우리가 어릴 적 즐겨보던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영화 속에서 어려움과 시련을 이겨내며 엄마를 찾아가는 내용의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게는 홍시뿐이야 역시 이런 '엄마를 찾아서'적 서사가 등장한다. 흔한 소재라고 하여 지루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갑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읽는 내내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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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파산선고. 마냥 낯선 단어만은 아니다. 무작정 아란의 엄마나 또와 아저씨를 탓할 수도 없다. 살다보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삶이 얼마나 고되고 팍팍한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순간은 또 얼마나 많은지. 물론 아란이 고등학생 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조금은 혹독하게 느껴지기는 한다만 말이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편으로는 얼마나 아란이 어련히 알아서 잘 살 것 같아 보였으면 그랬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홍시'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 다음에는 책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대안 가족'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었다. 요즘 소가족 핵가족 시대를 넘어서 여러 갈래의 대안 가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현연 관계나 혼인 관계로 이어진 가족들이 아니라 상호 필요와 서로에 대한 믿음 등으로 이루어진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동갑내기 친구인 여자 둘에 고양이 넷이 함께 살고 있는 집 같이 말이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황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평범한 열여덟살 아란이 이 각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란이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는 나까지 멘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맨 처음으로 엄마에게 찢어져 살자는 통보를 받고, 그 다음에는 얹혀 살던 집에서 망했으니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학업비가 없어서 다니던 학교도 관두고, 갈 곳이 없어서 찜질방을 전전하고. 아란의 인생은 평범한 고등학생과 비교하자면 참으로 기구하다. 기구하다는 단어로는 부족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좀 가혹하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했던가. 열심히 지역 소식지를 보면서 일자리를 찾던 도중, 동네 작은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다. 게다가 헐값에 나온 독채방까지 구하게 된다. 그야먈로 굳세어라, 아란아! 이다. 아란의 사연을 알고보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쉽사리 이해하기는 어려운 상황. 치킨집과 월세방에서는 자퇴한 고딩이 아니라 휴학한 대학생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보호자 없는 삶을 꿋꿋하게 견디고 있는 아란은 일자리와 집을 마련한 후 엄마에게 이제 자신과 같이 지내자며 문자와 전화를 여러 번 넣지만 이미 한참 전에 연락 두절이 된 엄마와는 아무런 연락이 닿지를 않는다. 엄마가 즐겨 먹던 홍시만이 아란의 월셋방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한 편 아란이 일하는 치킨집에서 일 하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하나씩 들고 있다. 아버지의 재혼 이후 독립을 했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 온 사람, 부모의 부재로 인하여 오갈 데 없던 사람, 저를 두고 남편을 간병하려 자신의 나라로 훌쩍 떠나버려 홀로 남겨진 사람, 마지막으로 단둘이 살던 엄마와 흩어져 혼자 삶을 도모하는 사람인 아란까지. 그들은 저마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서로를 친구삼아 가족삼아 그렇게 지내게 되는데...




YES마니아 : 로얄 j*********e 2020.04.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게는 홍시뿐이야. 김설원
"내게는 홍시뿐이야. 김설원" 내용보기
삶이 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남들 하는 거 얼추 따라하면서 작은 성취를 얻고, 노력해도 안되는 건 포기 하면서 평지길을 쉬엄쉬엄 걷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죠. 알고보니 그건 삶의 초급과정이었어요. 살 만하다 싶으면 레벨이 올라가더라고요. 평탄한 길은 가파른 벼랑길이 되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거나 큰 돈을 손해보고, 우울과 절망이 찾아오고... 하이 레벨로 갈수록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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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남들 하는 거 얼추 따라하면서 작은 성취를 얻고, 노력해도 안되는 건 포기 하면서 평지길을 쉬엄쉬엄 걷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죠. 알고보니 그건 삶의 초급과정이었어요. 살 만하다 싶으면 레벨이 올라가더라고요. 평탄한 길은 가파른 벼랑길이 되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거나 큰 돈을 손해보고, 우울과 절망이 찾아오고... 하이 레벨로 갈수록 삶은 잔인해집니다.

내가 지금 몇 레벨을 살고 있든 묵묵히 살아내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나무가 말 없이 땡볕과 폭풍우와 서리를 견디듯이. 단단한 열매가 얼마나 속앓이를 했으면 홍시가 됐겠나요. '삶은 그저 홍시가 되는 과정이다.' 심란한 마음으로 책 표지를 바라보다가 든 생각이에요.

책마다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 레벨이 다릅니다. 순탄한 인생이 산뜻한 기쁨을 주기도 하고, 쓰디쓴 인생이 묵직한 위로를 주기도 하죠. 이 책의 주인공 아란이는 열여덟 살인데 벌써 고난지수 하이 레벨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여기는 일자리가 없다. 내가 대도시로 가서 돈을 벌어올 테니 당분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

 

고2 겨울방학, 아란이가 엄마에게 들은 마지막 말입니다. 빌려간 돈 대신 딸을 맡아달라고 남의 집에 부탁하고 엄마는 떠났어요. 아란이는 눈칫밥을 먹으며 학교에 다니다가 그마저도 등록금을 못 내서 그만둡니다. 백 번도 넘게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답변이 없어요.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는데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됐다. 허무하다만 아버지로서 죄의식은 없다. 가장이라는 직책을 내려놓기 전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었다. 나는 지쳤다. 이제는 숨 쉴 힘도 없다. 각자 어디로든 떠나라. 비록 너희들이 밥벌이를 못하고 있다만 미성년자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냐.

 

설상가상 이번엔 얹혀살고 있던 또와 아저씨네가 파산합니다. 업종을 다섯번이나 바꿔가며 열심히 장사했으나 불어나는 빚에 버틸 수 없었던 것. 취준생인 자식들에게 해산을 선언하니, 얹혀 살던 아란이는 집을 나와야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아란이라면 어떻게 하겠나요? 18살 고등학교 중퇴생. 돈 벌러간 엄마는 감감무소식이고, 통장엔 겨우 한 달쯤 버틸 돈만 있다면... 저라면 3박4일 울고만 있을 것 같아요. 엄마를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그러다 청소년복지센터 같은 데서 머물 곳을 찾겠죠. 경찰서에 엄마를 찾아달라고 신고도 하고. 최대한 국가의 복지시스템을 이용할 텐데 이건 어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겠죠.

아란이는 도시에서 가장 싼 찜질방을 찾습니다. 하루 이용료 7000원. 구석기 시대 원시인 마냥 동굴 속에 들어가 온기를 쬐며 생활정보지를 뒤집니다. 운좋게 보증금 없이 월세 13만원짜리 집을 얻고(알고보니 싼 이유가 있었음), 대학생이라 속이고 치킨집 알바 자리도 구하죠. 내 힘으로 집과 직장을 구하다니, 아란이는 엄청 뿌듯합니다.

 

엄마, 오늘 집을 구했어. 게다가 독채야. 시내버스 23번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집이 보여. 나무들이 감싸고 있어서 숲속의 오두막 같아. 방도 두개나 있어. 아침이면 새들이 깨워주고, 밤이면 바람이 나를 다독여줘. 우리가 살던 임대아파트보다 훨씬 좋아. 우리 이제 함께 살자. 월세는 내가 책임질게. 그러니까 얼른 돌아와, 응? 시내버서 23번 종점에서 전화하면 바로 나갈게.

 

'문자를 받은 엄마가 돌아와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면 동화겠죠. 삶은 레벨1에서 끝나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엄마에게선 연락이 없고, 외딴 창고같은 집에서 혼자 자는 밤은 무섭고, 치킨집에선 녹초가 될 만큼 일해야 겨우 수지가 맞습니다. 아란이는 혼자서 삶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아란이 사는 소도시(군산)는 날로 인구가 줄고 빈 공장이 늘어가요. 치킨집 알바를 언제까지 할지도 알 수 없고요. 어쩌면 아란이도 엄마처럼 서울에 올라올 수도 있겠죠.

방 한 칸 마련하는 일이 말도 안되게 어려운 도시. 홍시를 좋아하던 낙천적인 엄마를 삼켜버린 도시.

 

아란이가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무들이 방패막이 되어주는 집에서, 답답한 마음을 바닷가 회 한접시로 날려버릴 수 있는 곳에서 나 보란듯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올라오는 대신 공장과 일자리가 내려갔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아란이에게 친구가 없다는 거였어요. 고2까지 학교에 다녔는데, 어떻게 친구 한 명이 없을 수 있죠.

 

나는 평소 휴대전화의 '연락처'를 정원이라고 생각했다. 맨드라미, 제라늄, 채송화 등이 피어 있는 아기자기한 정원. 휴대전화 연락처에 새로 저장되는 번호는 씨앗이다. 그 씨앗과 자주 연락하면 탐스럽게 꽃이 피고 그 반대라면 움튼 싹이 자라다 만다. 나의 정원에는 만개한 꽃보다 누렇게 뜬 싹이 더 많았다. 학교, 그리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면서 나는 휴대전화의 정원도 갈아엎기로 했다. 당분간 휴대전화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지 않을 작정이었다.(29)

 

학교를 자퇴하면서 독하게 마음먹는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친구 한 명 쯤은 남겨놓아도 되지 않았을까? 이제 겨우 18살인데 말이죠. 혼자 다니는 아란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치킨집에서 만난 치킨홍, 양보, 첸과 유사가족으로 정을 나누지만, 그래도 아란이에게 또래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책 뒤편에 실린 <작가 인터뷰>가 찡한 감동을 줍니다. 20년간 소설을 투고하며 사는 삶이란 어떤 느낌일까요. 지긋지긋한 글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을까요. 김설원 작가의 삶이 잘 익어 향그러운 홍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s*****a 2020.09.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