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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의 DG 전집과 브루노 발터의 SONY, EMI반에 이어 오토 클렘페러의 말러 교향곡집(EMI)을 사서 듣게 됐다. 먼저 음질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박스 세트는 이미 EMI GROC 시리즈로 재발매된 바 있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과 제9번, 대지의 노래보다 더 최신의 새로운 리마스터링을 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오리지날 마스터 테이프를 사용해서 24비트/96킬로헤르쯔의 리마스터링을 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들어보니 1960년대의 스테레오 레코딩치고는 꽤 명료한 음질을 들려준다. 디테일이 예리하게 살아 있는, 꽤 정성을 들인 리마스터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에 2011년과 2012년에 리마스터링을 했다고 내지에 기재돼 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뤼케르트 가곡 발췌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발췌 같은 성악곡은 그냥 기존의 1999년 리마스터링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음반은 EMI에 남긴 클렘페러의 유산 중에서 말러의 연주를 집대성했다는 의의 외에도 염가의 박스 세트치고는 제작진이 매우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여실히 엿보인다. 이미 상기한, 오리지날 마스터 테이프를 쓴 최신 리마스터링에다가 고급스러운 무광으로 마무리한, 박스와 낱장을 수납한 종이 케이스(이것은 다른 작곡가들의 클렘페러 에디션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가 단순히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기업 이념이 아닌, 예술 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의 자부심이 깃들어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클렘페러는 바그너의 관현악곡들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지휘자였었는데 지금은 바그너에 이어 베토벤과 말러, 브루크너 뿐만 아니라 슈만, 멘델스존, 슈베르트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서도 명연주를 들려주는 명지휘자라는 것을 몸소 들어서 알게 됐다.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지휘자라는 것은 초보자들일지라도 잘 알고 있겠지만 여러 차례의 끔찍한 사고를 겪고도 불사신처럼 재기해서 숱한 명연주를 남기고 간 그를 보면 위인에 대한 경의와 함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강건하고 우직하면서도 디테일을 치밀하게 살려서 연주하는 클렘페러의 말러, 그 또 하나의 정치하고 올곧게 밀고 나아가는 말러에 공감하며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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