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이가 들어 생체 리듬이 바뀌었는지 새벽 6시쯤 되면 아무리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자동으로 눈이 떠져서 아침을 맞이한다. 학창시절만 해도 아침잠이 많아서 알람 시계 소리는 내 깊은 잠을 깨우지 못했고 어머니의 고함(?)과 이불 걷어내기, 엉덩이 스파이크 3단 공격을 받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나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식탁에 차려놓은 아침밥상이 다 식는다고 여러 번 내 이름을 부르셨지만 어머니의 바램과 달리 당시 밥보다는 잠이 더 중요했던 나는 이불 속에서 뭉그적 거리다 등교 시간이 다 되서야 식어버린 아침밥을 몇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학교로 갔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 어머니가 차린 아침밥은 그냥 우유만 부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이 아니라 전날 저녁부터 준비해야만 나올 수 있는 밥상이었고, 가족들에게 갓 지은 따뜻한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하고 계셨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아침밥이 그냥 쉽게 나온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은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한 음식 에세이인 '띵' 시리즈 중 첫 번째로 [씨네21] 기자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는 북 칼럼리스트 이다혜 작가가 말하는 "이다혜 세상의 아침밥 이야기"다. 이 책은 이다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면서 우리 모두 공감하는 아침 풍경이다.
그동안 결혼하는 남성들에게 아침밥은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사회가 변한만큼 남성과 여성의 아침밥 주체에 대한 가벼운 고민을 하고[배고픈 자가 차려 먹어라], 온 식구가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 일이 잦지 않았던 저자가 평소 별로 친하게 지내는 듯하지도 않던 동생이 입대하는 날 온 식구가 모여 아침밥을 먹을 때 묵묵히 밥을 먹다가 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중요한 날은 하던대로 하세요], '잠이냐, 아침이냐.' 저자가 좋아하는 아침식사는 잠이라고 고백을 하며 아침밥을 포기하고 등교 후 교실에서 점심시간 전 미리 도시락을 까 먹던 추억을 떠올린다. 도시락은 밥 위에 얹어 놓은 달걀 프라이가 단단하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이란다.[아침의 가장 사랑하는] 안녕하세요. 저는 1인 가구의 세대주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밥'이라는 소재로 책을 쓰는 중인 제가 아침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메뉴는? 바로 '전날 밤에 먹고 남은 것'입니다. 이럴 줄은 몰랐어요.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 P.27
그동안 살아오면서 혼자 독립해서 산 적이 없다. 그래서 가끔 1인 가구를 부러워하곤 했는데 1인 가구 세대주인 저자의 아침식사 풍경을 보니 꼭 부러워할 건 아닌 것 같다. 식은 치킨, 식은 피자, 차가운 밥, 싫어하는 부분만 남은 족발 같은 메뉴로 아침을 장식한다는 저자.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고독한 미식가가 된다고 한다. 아니, 고독한 미식가는 전날 밤에 했고, 이튿날 아침은 그냥 고독한 아침 처리반이 된다. 요즘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물건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배달음식만은 2인 이상이 기준이다. 이렇게 1인 가구 세대주의 안쓰러운 아침풍경을 이야기 하다가 그 옛날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밥상을 차리다보면 필연적으로 남는 음식들을 오랫동안 드셨다는 이야기로 순간 코를 훌쩍하게 만들고 "자꾸 외식을 하면 집에서 식사하라"고 한마디 하시던 저자 어머니 말에 공감하게 된다.[모닝 곱창전골을 먹은 사연] 달걀을 푼다. 당근, 양배추 등 원하는 채소를 아주 잘게 칼질해서 달걀에 섞는다. 빵 하나 크기로 채소달걀을 부쳐낸다. 마가린(버터 안 됨)에 빵을 앞뒤 노릇하게 구운 뒤, 채소달걀부침을 얹고 설탕을 한번 뿌리고(ㅋㅋㅋ) 케첩으로 마무리한다. - P.66
저자가 아침에 즐겨 먹었다던 토스트의 노점 레시피다. 건강에는 그리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노점 음식들이 다 그렇지만) 토스트를 어릴 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프렌차이즈 토스트 전문점이 있지만 어린 시절만해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길목에 가야만 토스트를 먹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지는 종종 다양한 물건이 파는 시내 종합 상가에 어린 나를 목마 태우며 다니시곤 했는데 매번 갈 때마다 사 주시던 노점상 토스트 맛(달달한 그 맛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에 빠진 나는 아버지에게 틈만 나면 시내 종합 상가에 가자고 조르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별로 사실 것도 없으시면서 나를 데리고 시내 종합 상가에 있는 노점상에서 토스트를 사 주셨다. 이제는 즐겨 먹지 않는 토스트지만 종종 거리에서 만나는 토스트 파는 노점상을 보면 어린 시절 먹었던 토스트가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태워주시던 목마와 함께.... 일 때문에 찾은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저자는 아침 일찍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는데 안내를 받고보니 앉은 자리가 직원들이 단말기를 확인하는 자리 바로 뒤였다고 한다.(저자는 식당을 찾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손님이었고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커피도 별로, 다른 음식도 특이사항 없던 저자는 시종일관 불쾌한 식사였다는 이야기로 런던에서 겪은 인종 차별을 이야기하고[엉덩이와 함께 아침을], 학창시절 또래에 비해 살이 쪘던(말라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던) 저자를 고모는 사촌언니와 함께 "마른 몸을 갖는다면 정말 예쁠 것"이라며 방학만 되면 체중을 재고 식단을 짜주셔서 며칠 동안 효과를 봤다고 한다. 고모의 지시를 본격적으로 따르기 위해 고모의 원대한 계획인 일주일간 단식에 앞서 마지막 만찬으로 고모가 만들어 준 김치죽 한 그릇씩을 먹었는데 그만 다시 입맛이 돌아와(고모 출근 후 몰래 치킨 등을 먹는다) 고모의 등짝스매싱과 함께 모든 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저자는 그 이후로 종종 입이 심심할 때는 고모네서 배운 방식으로 김치죽을 해 먹는다고 한다.[죽 쑨 하루]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은 이 밖에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의 아침식사에 대한 단상들로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영화 [미드웨이]에서 격전을 앞둔 파일럿들이 험난한 날 나오는 달걀요리나 스테이크를 아침식사로 먹는 모습이나, [덩케르트]에서 죽을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영국으로 탈출한 병사들이 주전자의 차를 나눠 마시는 장면, 한국영화 [미성년]에서 남편의 외도를 안 엄마가 아침 일찍 딸에게 아침 식사를 권하는 장면들을 통해 다양한 아침밥 풍경들을 보여준다.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하는 열흘동안 냉동고에 있는 군만두를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먹었다는 이야기는 덤이고.... 이다혜 작가는 나의 최애 작가 중 한 명답게 저자의 매우 사적인 아침 풍경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아침 밥상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종일간 저자 특유의 재미있는 글들로 잘 차려진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을 읽다보면 나만의 이야기가 보태어져 풍성한 아침밥상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도 책 소개와 함께 이다혜 작가를 만날 수 있으니 책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유튜브 영상을 먼저 만나봐도 되겠다.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본 형태로 제작된 이 책을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퇴근길 등 일상을 함께 보내는 건 어떨까? 아침밥은 꼭 먹고 말이다. |
서평단을 통해 새로운 책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웃님들의 글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경우도 제법 있는 편이다. 거기에 평소 관심이 가 카트에 담아두었던 책에 대한 리뷰를 만날 때면 며칠 후 내 손에도 그 책이 들려있는 경우가 많다.
조식 : 아침을 먹다 생각한 것들
이 책은 추억책방님의 글을 통해 만난 책이다. 책의 내용과 추억책방님의 추억, 생각이 어우러진 리뷰를 읽자마자 냉큼 '구매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다(거기에 사은품으로 '조식은 역시 계란프라이다옹!' 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지까지 함께 말이다).
솔직히 내게 '조식'과 '아침밥'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결국은 같은 뜻이건만 그 어감이 주는 온도차는 상당하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식'은 호텔 처럼 여행을 떠나 집 밖에서 먹는 것이고, '아침밥'은 집에서 먹는 식사로 구별된다.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들고 '호텔 조식'이야기 비중이 크지 않아 다소 아쉽기도(!) 했다(4페이지라니..너무 짧은 것 아닌가 말이다).
저는 여행을 갈 때면 아침식사에 유독 열광적이 됩니다.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어요. p.56
나 역시 그렇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음식(물론 맛있는)을 만나는 것이며, 그 중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식사의 의미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숙소를 알아볼때, 조식의 포함여부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뭘 먹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아졌지? 커피, 크루아상, 오믈렛, 요구르트, 딸기와 멜론. 이거 다른 곳에서도 먹는 거 아닌가? p.76
그러게나 말이다. 다른 곳에서도 다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인데 호텔 조식으로 만나면, 위의 음식들에 하나 더해 직접 주문을 받아 오믈렛 요리를 해주기라도 하면 나의 탁월한 선택에 뿌듯함마저 느낀다.
처음 로마에 갔을 때 머물렀던 우나 호텔 조식이 그랬고, 피렌체의 동네 카페들이 다 그러더니, 나중에 로마를 떠날 때 로마 공항에 붙어 있는 힐튼가든 호텔도 맛있었다. p.77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의 참뜻을 그때 배웠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욕 먹지 않을 만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본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기본만 갖다대도 감동을 주어야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pp.77-78
저자는 글 중에 조식이 좋았던 호텔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중 내가 들렀던 곳이 등장하면 동질감과 함께 뿌듯함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눈여겨 봐두었다(꼭 가보리라!).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렇듯 '조식'이 여행을 연상시킨다면, '아침밥'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특히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아침이면 '밥'보다는 5분이라도 더 잠을 이어가려는 나의 일상에, 어느 시간에 일어나건 나를 기다리던 엄마표 '아침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꾸 외식을 하면 집에서 식사를 하라고 한마디 하시던 어머니의 말이 기억나요. 쓸모 없는 자식들은 해놓은 반찬 무시하고 나돌아 다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밥을 먹는답시고 냉장고를 열어 "뭐 먹을 거 없어?"고 묻죠. 말만 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고. 29
그러게나 말이다. 나역시 얼마나 많은 "뭐 먹을 거 없어?"를 외쳤던가, 격한 공감과 함께 죄송스런 마음이 피어난다. 그리고 문득 엄마표 집밥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이 글을 적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반찬은 무엇인지 수다라도 떨어야 겠다.
*나에게 적용하기 내일 아침에는 계란 프라이를 먹어야지!
*기억에 남는 문장 결혼을 해야 인간답게 살 거라고 독신 남성에게 말할 때, 사람들은 동등한 인간 한 사람을 떠올리는 대신 우렁각시를 생각하는 것 같다. p.10
아침에 하는 이별, 그런 순간의 아침식사는 사무치는 데가 있다. p.18
어릴 때는 1월 1일 첫 끼니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제랑 똑같은 오늘인데! 모든 사람이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다고? p.21
굳이 특별한 날짜에 특정한 메뉴를 정하는 일은 시간에 마디를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모든 가족이 모여서 떡국을 먹는 날은 새해의 첫날이고(음력 설을 쇠는 집은 새해 결심을 두 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럼을 까는 날이 있는가 하면 미역국을 먹는 날이 있다. p.22
어제와 오늘은 1년 차이고, 한 살 치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잊고 지나갈 일을, 아침식사에 떡국을 먹으면서 시시한 농담을 하고 사이좋게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 시간에 나이테를 만든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척한다. 새해 결심을 세워본다. 리추얼 ritual, 의식은 그런 효과를 지닌다.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는다. p.23
지금 이 글은 비행기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쓰고 있다. 제주도에 가는 중인데 비행기가 꽤 흔들린다. 나만 무서운 건 아니겠지요. 징크스라면 징크스인데, 꼭 식사만 하려고 하면 잠잠하던 비행기가 흔들리더라? p.35
따뜻한 밀크티를 가득 채운 머그컵을 양손에 쥐고 식탁에 앉아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아, 우유를 타야 컵을 손바닥으로 감싸쥘 수 있다. 우유는 우유인 동시에, 지나치게 뜨거운 차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p.44
왜 잠은 밤보다 아침에 더 달아요? 아침잠은 왜 이렇게 맛있어요? p.49
노점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달걀을 푼다. 당근, 양배추 등 원하는 채소를 아주 잘게 칼질해서 달걀에 섞는다. 빵 하나 크기로 채소달걀을 부쳐낸다. 마가린(버터 안 됨)에 빵을 앞뒤 노릇하게 구운 뒤, 채소달걀부침을 얹고 설탕을 한번 뿌리고(ㅋㅋㅋ) 케첩으로 마무리한다. 조리법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는데, 와 정말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음식 아닌가. p.66
'당연히'를 낙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사회의 주류로 사는 사람뿐이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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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라도 아침형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나는 주말이면 늦잠자는 것이 낙이며, 심지어 오늘은 깨어있던 시간보다 잠자고 있던 시간이 긴 보통의 직장인이다. 이런 나지만 출근을 위해 제시간에 일어나고 꼭 뭐라도 먹고 나가는데 이건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길들인 나의 습관이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안되게 30년을 살다가 결혼을 했고 역시 아침밥만은 먹겠다는 남편을 만나 아침을 거르지 않고 먹었지만 서로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나는 술을 먹지 않고 제시간에 퇴근했고 밤에 일찍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났지만 술을 먹고 항상 늦게 퇴근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남편은 입이 늘 깔깔해서 뭘 제대로 먹질 못했다.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면서 다시 아침을 제대로 먹었는데 부모님도 나이가 드니 그나마도 힘들다고 하셔서 빵으로 바뀐게 1년 남짓 되었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아침을 굶은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이다혜 기자의 최근 도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그녀가 가볍고 예쁜 책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탁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달고 나온 에세이. 제목도 책 사이즈도 사랑스러웠다.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흠. 그런데 아침을 먹다가 생각을 할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아닌가. 아침을 먹는 사람도 드문데다 아침을 먹으며 생각까지 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 보통 우걱우걱 쑤셔넣고(?) 출근하기 바쁘니..
아침밥에 대한 드라마틱한 관심은 보통 "결혼"에 증폭된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 여자에게 "아침 밥은 차려주냐"고 묻고 또 결혼한 남자에게 "아침 밥은 얻어먹고 다니냐"고 묻는다. 아침밥을 차려준다고 하면 또 이렇게 보통 말한다. "처음에 한 몇달 그러다 말지. 보통 그래!" 아니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는 이다혜 작가 역시 결혼한 여자에게 흔하게 던져지는 아침밥에 대한 질문을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던 아들인데도 며느리에게 밥을 차려주냐고 묻는 시어머니도 있다지. 다들 왜 그렇게 사나 몰라. 살던대로 좀 살게 놔두지.
여행지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어쩌면 조식이다. 보통 조식은 호텔 뷔페를 먹게 되니 나 역시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일본에 가면 아침 조식이 화식과 양식 두가지인게 너무 기뻤는데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일본음식을 계속 먹는다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또 보통 호텔에 딸린 뷔페에서 제공되는 과일과 커피, 빵은 늘 맛있었다. 아침을 챙겨먹지 않는 사람들이 겨우 한접시 가져와서 입맛없는 얼굴로 앉아있을때, 나는 저녁 뷔페보다 더 푸짐하게 챙겨와서 맛있게 먹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같은 식당이지만 저녁에 먹었던 맛없는 스파게티, 생선요리보다 조식에 제공된 크로와상, 과일, 다농 요구르트에 홀릭했던 스페인 여행도 기억난다. 그렇게 기대하고 내려간 호텔 식당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던 이다혜 기자는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텅빈 식당에서 굳이 그렇게 구석자리에 손님을 앉혔어야 했을까.
이다혜 기자는 부산에서 실수로(!) 먹었던 돼지국밥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부산하면 돼지국밥아이가' 하는데, 나는 돼지국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지천에 널린 돼지국밥집을 친구와 함께 가지 못해서 만날때마다 메뉴 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물에 들어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그게 돼지고기가 되다보니 더 못먹는다. 서울 촌뜨기 역시 그런 마음이었단다. 돼지고기로 국밥을 만드는 그런 냄새날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언제쯤 정구지가 듬뿍 들어간 돼지국밥을 한그릇 훌훌 마실 수 있게될지 나이가 들면 변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봐야겠다.
요즘 오트밀로 만든 음식이 많이 나오던데 이다혜 기자도 자신만의 오트밀죽 제조법을 공개한다. 오트밀을 견과나 과일 말린것과 뭉쳐놓은 뮤즐리를 사다 먹기도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게되는 단점이 있었다. 근데 오트밀죽도 먹고 나면 다른 뭔가가 더 먹고싶어진단다. 흠.. 그럼 위험한거 아닌가. ㅎㅎ
토요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들고 나가 하루만에 홀랑 읽어버린, 이다혜 기자가 말해주는 "아침에 관한 두세가지 것들"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다. |
지난번 읽었던 어떤 에세이가 나와는 별로 안 맞아서 아... 나와 에세이는 안 맞는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도 많이 있었다. 몇 권 꼽아 보니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들은 미리 소설로 접했던 작가들의 것이나 잡지나 인터넷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것이었다. 그들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친해질수록 상대를 더 알고 싶은 마음 같은 것?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책은 이다혜 작가의 '조식'. (지난번처럼 표지에 낚인 탓도 부인하지 않겠다. 요즘 책입니다 하는 것처럼 귀여운 일러스트에 색상도 화려하다.) 이미 팟캐스트, 유튜브를 통해 여러 차례 작가의 목소리를 접한 나는 글로 정리된 그의 말이 궁금했다. 특히 뒤표지 발췌문에 '어머니처럼 살아야 어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문장의 실체가 궁금했다. 항상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완벽히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므로... 작가는 어떤 의미로 이런 글을 썼을까. 3일 동안 책을 읽었다. 바짝 잡고 읽으면 몇 시간 안 걸릴 듯한 얇은 책이지만 맛있는 케이크라 3일 동안 아껴 먹었다(으응?). 책은 당연하게도 딱 이다혜 작가 같았다. 읽는 내내 자동음성지원이 돼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내 머릿속에 이다혜가 산다!). 커피나 차를 앞에 두고 '아침식사'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느낌을 이리 글로 잘 적어 내다니!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단상은 물론 아침식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가족간의 추억이나 혼자 사는 이의 애환 등.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점심과 저녁 식사 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인 것. 반드시 아침 식사이기에 이뤄지는 이야기 인 것. 앞서 말한 대로 나는 그 입장이 아니면 완벽히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단서는 "완벽히"란 말인데 따지고보면 사실 같은 일이 펼쳐져도 우리는 모두 타인이므로 어떠한 상황에서건 100프로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아침 등교 준비 시간에 아침을 먹어라 먹어라 해도 안먹으니 내 입에 넣어 주셨던 그 김에 싼 밥(알고 보니 여러 집에서 그랬다니!), 그걸 내 입에 밀어 넣던 엄마의 심정은 내가 부모가 아닌 지금도 이해할 수 있다. 그건 10대 와 20대, 30대 때 느끼는 감정이 또 다 다르다. 100프로를 내려 놓고, 다만 가늠하는 것. 공감과 이해. 작가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인가. 가벼운 글들로 내 기억들을 여러 번 소환하다니, 내공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가벼움은 가벼움이 아니었다. 요새 전혀 읽히지 않던 책을 손에서 놓고 잠시 가졌던 재미있던 시간. 조만간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지. 왜 아침은 밤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갈까요? -57p 아... 그러게요 작가님...ㅎㅎ |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많습니다.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들으며 이다혜 작가님을 알게 되고, 팬이 되었고, SNS를 팔로우하면서 어딘가 더 친근감을 느꼈고, 표지가 예뻤고, 사은품 뱃지도 가지고 싶었고 등등. 그냥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저는 에세이를 읽다가 제가 평소에 하는 생각이나, 종종 드는 느낌들, 말 또는 글로 정제하지 않고 뭉뚱그려져 있는 무언가를 잘 풀어낸 글을 만날 때를 참 좋아합니다. 이 책도 그러했구요.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요즘 겨울이라 따뜻한 밀크티를 많이 만들어 마시는데, 그 때마다 이 책 생각을 하곤 해요. 잘 읽었습니다. |
한 가지 소재에서 시작해서 물 흐르듯 다양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때로는 특정한 음식이기도 하고, 가족 이야기나 여행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어찌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는지 하나도 거슬리는게 없이 술술 읽힌다. 작가분의 에세이 쓰는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다혜 작가는 오래동안 편집과 글쓰기를 하신 분 답게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내고, 그 책들은 하나같이 술술 읽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참 신기하면서도 재밌게 읽을수 있는 글이고, 생각에도 대부분 공감하기때문에 항상 찾아보는 작가이다. 이번 책은 짧고 가벼운 에세이 모음집이라 정말 아침 먹으면서 한 편씩 즐겁게 읽어도 좋고, 한번에 단숨에 읽어도 괜찮은 책. 부드러운 글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이다혜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평소에 관심있는 분야에 여러 글들을 보다가 알게된 작가님인데 새로운 책이 나왔기에 읽어 보았다. 영화와 책, 음악 등 다양한 문화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시는 느낌이라 그런 작가님에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까, 거기에 음식과 관련된 주제로 쓰여진 글들이라니 취향에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무겁지 않아서 읽는 사람으로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다양한 환경과 조건속에서 만나는 아침 식사와 그런 조식과 연결되는 작가님에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 조금 아쉬운 점은 글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
요즘엔 내용과 상관없이 고양이가 표지로 있는 책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시리즈로 나온 것 같았는데 우선은 내가 추천받은 것은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어서 이것만 우선적으로 사서 읽어보았다. 이 책은 초반보다는 중,후반의 글들이 더 위트가 있고 시사점도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어떠한 주제(=조식)을 두고 쓴 글들이다 보니 하나에 집중한 느낌이 있어 그게 좋기도 하고 이 책만 읽다보니 약간은 지겹기도 했지만 뭐 하루만에 독파한것은 아니다보니.. 책 자체는 유쾌하고 종종 찾아서도 볼 듯 하지만 다른 시리즈들은 어떨지. 작가도 달라지니 약간 기미해보고 사야할것 같다. |
조식을 참 좋아한다. 특히 여행갈 때의 조식을 굉장히 좋아하고 여행이 아니더라도 휴가를 내어 해장국이나 햄버거 등의 아침을 먹으러 가는 것도 참 좋아한다. |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종이책으로 소장할까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전자도서로 구입했습니다. 결혼전에 느꼈던 아침식사의 의미.. 사실 결혼전엔 그 의미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다고 말해야 할거 같다. 차리는 사람이 되어보니 그 얼마나 번거로운지 알게 되었다. 딩크로 지내던 시절에는 그저 둘이 알아서 해결하거나 서로 준비하거나 했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육아휴직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나의 일이 되어버렸다. 차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 고마움을.. 이제사 알게 되었고, 그 일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고, 힘들다 여기면서도 내 자식 입에 넣어주기 위해 (남편은 안 차려줌) 난 또 무언가를 만들지 궁리를 하고 (그 결과물은 한없이 초라할지라도...) 생각한 것에 맞는 재료를 구입하고 (물론 지금은 인터넷 구매에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 절약의 방법이 생기긴 했지만) 마음과 시간과 체력을 써가며 준비하는 것이라는 걸 이젠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을 통해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일상에서는 아침을 안 챙기다가도 여행지에 가서는 굳이 호텔조식을 부랴부랴 챙겨먹는 모습게 공감을 했습니다. 편하고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다 읽고나니.. 종이책으로 보았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네요 ^^ 역시나 감성은.. 종이책만의 느낌을 따라올수가 없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