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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그리워졌다>는 음식 하나하나에 기쁨과 슬픔, 기근이 담겨 있다. 읽으며 생각해 보니 잊고 있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생(生)이 담겨 있었구나. 음식 하나로 기쁨을 나누고, 음식 하나로 누군가를 떠올리고, 음식 하나로 목이 메는 눈물을 머금기도 한다. 허기를 달래는 건 단순히 배고픔을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고 채우는 일인 것이다. 단순히 먹을거리를 찾는 시대는 떠났다. 이왕 먹을 거 맛있는 것을 찾고, 분위기를 찾는다. 나의 몸과 마음에 든든한 한 끼를 담는다. 어릴 적 추억의 음식 '짜장면'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들은 어떤 음식에 추억과 희망을 담을까? 먹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나에게도 마음을 달래주는 음식이 있다. 겨울에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멸치로 우려낸 잔치 국수가, 여름에는 기분 좋아지는 열무를 넣은 매콤한 비빔국수다. 딱히 기억에 남는 추억은 없지만 엄마가 자주 해주신 덕분이고 지금은 음식을 못하는 엄마의 옛 손맛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도 좋아해 집에는 늘 소면이 있다. __________ 음식은 신의 공여(供與)다. 어떤 생명체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나의 생명이 누군가의 생명에 빚진 대가라고 생각하면 음식 앞에서 장엄한 슬픔을 느낀다. 먹고 산다는 것이 참 신산스럽기만 하다. 성스럽기만 하다.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으면 지금까지 먹은 음식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라. 그것이 당신의 인생이다./9쪽 입과 혀에 감기는 조개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입에 착 감겨들면서도 밀어내는, 밀어내면서도 감겨드는 맛, 감칠맛이다. 이것이 바로 밀당의 맛이다. 이것이 연애의 맛이다./69쪽 양푼비빔밥은 누군가를 잊어야만 한다는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도 나를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자기 위안의 음식이다. 온갖 나물의 힘으로 매콤하고 고소한 고추장과 참기름의 힘으로 밥의 힘으로 일어서라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다./90쪽 와인을 마실 때마다 그 뜨거운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와인을 신이 내린 놀라운 기적의 맛이라 단순히 말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익어가는 것을 견딘 맛이랄까? 그러니까, 삶은 '견딤'이고 그렇게 견디면서 '익어가는 것'이란 사실을 나는 안다./193쪽 팥빙수를 먹으며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재잘거리며 웃을 수 있다면, 보는 것마다 호기심 천국이라 흥분할 수 있다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고민과 두려움 없이 온전한 유치함으로 깔깔댈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발견이다./210쪽 사는 게 다 눈물이지만 우리가 사는 별에는 꽃의 향기로움도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를 뿐이다./2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