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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얼샤 로넌이 아직 스무 살도 되기 전 모습인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어린애 같다. 그래서 이 애를 두고 예쁘다느니 뭐니 하는 극중 평가에 별 느낌이 생기질 않았다. 한편 (저 말을 가장 앞장서서 해 주는) 소피 역의 제시카 바든은 오히려 로넌보다 두 살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 거의 초등학생처럼 보인다. 이런 아이들이 캠프에서,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아마 이들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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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얼샤 로넌이 아직 스무 살도 되기 전 모습인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어린애 같다. 그래서 이 애를 두고 예쁘다느니 뭐니 하는 극중 평가에 별 느낌이 생기질 않았다. 한편 (저 말을 가장 앞장서서 해 주는) 소피 역의 제시카 바든은 오히려 로넌보다 두 살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 거의 초등학생처럼 보인다. 이런 아이들이 캠프에서,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아마 이들은 제 나이 - 즉 고등학생 정도 - 였을 것) 남성들과 어울리니 저게 웬 영문인가 싶을 수밖에 없다.

한나의 극중 나이는 15세로 되어 있으나 실제 배우의 연령은 17세 정도였다(앞에서 말한 대로 내 눈에는 기껏해야 중학교 저학년쯤). 여튼 얼굴에 우수를 잔뜩 담은 이런 여자아이가, 극중에서 우리가 보다시피 건장한 남성들을 여럿 쓰러뜨리는 무서운 전사, 살인 병기로 길러졌으니, 그 아버지 되는 사람이 무슨 참담한 사연을 간직했는지는 모르나 참 무정하고 문제 많다고 판단 안 될 수가 없다(여기서 잠시, 코미디물 <킥애스>를 떠올려도 될 것 같다). 어린 딸이 그 부친의 소명에 공감하며 열심히 기능(과 지식)을 익히지만, 어디 그 나이 또래의 애 판단에 어떤 신뢰를 줄 수 있겠는가. 부모에 반항하는 애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무턱대고 부모의 가치관을 노예처럼 따르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예에 대해서는 9월 7일에 쓴 <찰리 농장의 저주> 리뷰를 읽어 볼 것 - ㅋ 하필 그걸) 애는 독립적 인격체이므로 애한테 맞는 삶을 따로 살게 해 줘야 그게 본분인 법인데 말임, 응?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어.... 이유는 잠시 후에)

그 부친 되는 사람도 생긴 건 멀쩡해 갖곤 저런 싸이코 짓을 하는데, 몇 분 뒤에는 이분보다 더한, 용모나 성격, 행동이 전혀 서로 위화감이 없는 분이 등장하신다. 케이트 블란쳇은 물론 훌륭한 연기자이며, 여태 다양한 영화 속에서 개성 넘치는 역을 멋지게도 잘 소화해 왔지만, 근래는 어째 신데렐라 계모처럼(비유가 아니라 실제 출연했음) 대중들의 선입견에 너무 영합하는 캐릭터만 편하게 거치는 것 같다.

이 마리사 비글러 역은, 너무도 전형적이고 판에 박힌 성격이라서, 관객은 그녀의 멋진 연기에 경탄하고 압도될망정 도무지 21세기 액션 스릴러(아무리 장르물이라곤 해도)에 이런 안타고니스트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가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한국식 <전설의 고향>에나 등장할 법한, 아니 <간첩잡는 똘이장군>에나 나와야 어울릴 법한, 지독하게 예측 가능하고 신선함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개탄스러운 배역이라고나 해야겠다. 오히려 이런 큰 문제점을 빼어난 연기력으로 가렸다는 점에서, 그녀는 영화에 도움을 준 게 아니라 몹쓸짓이나 저질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녀의 연기는 확실히 감탄이 나올 만한게, 만약 졸리한테 이런 걸 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또 얼마나 특유의 인상을 쓰고 쉰 목소리를 빽빽 질러가며 '악녀'의 포스를 쥐어짜내느라 보는 관객을 불편하게 했겠는가. 졸리에게는 그런 요란한 액션(툼레이더의 자격 없는 성공 때문에 괜한 과부하를 안은 커리어의 시작)보다, 말없고 차분하게 남자들을 보내는 싸이코패스가 훨씬 잘 어울린다. 헌데 케이트 누나는, 노래 잘하는 사람 정말 힘안들이고 술술 고음 뽑아내듯, 이건 내 천성이고 체질이려니 하면서 숨쉬듯 악의 기운을 뿜어낸다. 그냥 눈만 감았다 떠도 지상에 강림한 마녀 등장이시다. 근데 다시 마리사 비글러로 돌아가서, 고위직이라 해 봐야 국가에서 월급 받는 공무원인데 뭐하러 실패한 프로젝트, 로그 에이전트 하나 처리하는 데 저렇게 개인적인 집착을 해야 하는지 전혀 그 동기가 설명되질 않는다.

소피 가족의 에피소드는 처음에 확실히 재미있게 잘 고안되었고 기대를 모았으나, 전체 액션극의 줄기와 결국 조화를 이루지 못 하고 흐지부지되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꼭 어드벤처물 속에서 힘 없이 희생되는 민초 아낙네 역을 맡아 놓고 나오는 올리비아 윌리엄스이고 여기서도 그런 줄 알았으나 성격이 약간 다른데, 이 가족 전체가 흐지부지 낭비되는 운명이므로 뭘 평가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스포일러)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 부친 에릭이 결국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닌 걸로 드러나는데, 그럼 애초에 뭐하러 남의 애를 붙들고 그 스케일 큰 난리를 친 건지, 선명한 동기가 설명되든가 결말에 그리 허무하게 죽지나 않고 '딸'에게 계속 살아갈 활력이라도 넣어 줘야 하는데, 이 정도나 비중이 큰 캐릭터 역시 밴 타고 지나가는 관광객만큼이나 흐지부지 얼버무리는 각본의 배짱에 더 경악하게 되었다. 결국 영화가 기대는 건 오로지 '어린 여자애의 고독한 킬링 액션' 하나밖에 없는데, 그나마 로넌의 호연이랄까 호소력이 크긴 했는지 전체 반응이 이 정도까진 올랐다. 나처럼, 아동- 청소년 액션(나아가 연기 전반)을 전혀 믿지 않는 축은, 어디다가 포인트를 두고 '봐 줘야' 할지도 모를 작품이었고.

s****o 2023.04.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