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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이 되어 시어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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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서는 태국 해변, 태닝, 나비, 우기의 비, 식물... 물과 수중 이미지와 그리움의 냄새.. “한국말이 들려”.. 손님이 되어 손님을 맞는 타지와 그려 본 분쟁지역에서의 시간이 재생된다.  이틀 전 내린 눈이 겨울 끝눈일지도.. 늘 설경은 무거운 눈을 짊어지고 있다가 눈이 녹아 사라지면 소생하여, 드높은 거목의 위상으로 낮춤과 당당함의 감동 서사를 응축해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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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집에서는 태국 해변, 태닝, 나비, 우기의 , 식물... 물과 수중 이미지와 그리움의 냄새.. “한국말이 들려”.. 손님이 되어 손님을 맞는 타지와 그려 본 분쟁지역에서의 시간이 재생된다.

 이틀 전 내린 눈이 겨울 끝눈일지도.. 늘 설경은 무거운 눈을 짊어지고 있다가 눈이 녹아 사라지면 소생하여, 드높은 거목의 위상으로 낮춤과 당당함의 감동 서사를 응축해 들려준다오늘 밤하늘엔 아주 조금 모자란 말끔한 보름달이 눈덩어리처럼 하얗게 눈부셨다.

 시알못의 덕지덕지 말꼬리담~~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요. ()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요. / 밟힌 눈은 미끄러워요. / 더 이상 아무도 다치면 안 돼요. // 우리는 숫눈을 골라 디뎠다. 산을 다 내려오자 손이 시뻘게졌고 입술이 찢어졌다 / 산책을 했을 뿐인데.  --‘리기다소나무

 

 서로의 얼굴 속에서 / 서로의 얼굴을 찾아주려는 듯 / 우리는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서로

 

 방금 내 정수리로 /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 하늘을 향해 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 이곳도 / 누군가의 눈동자 속이겠지. / 그 사람은 조금 전에  --‘조금 전에

 

 불 꺼진 거실에 앉아 초콜릿 한 박스를 다 먹었다. 달콤하구나. 먹어도 먹어도 새까맣게 달콤하구나. 몸을 일으키면 내 가슴에서 까만 조각들이 쏟아졌다. 쪼그려 앉아 손끝으로 하나씩 검은 조각들을 찍어 먹었다. () 물이 들이치고 컴퓨터와 마우스와 스피커가 젖어가고 책이 울고 책상이 뒤틀리는 동안 화분들은 좋았겠구나. 나는 밖으로 나와 거짓말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출입국

[누군 좋았을]

 

 여름 내내 나는 물속에서 지냈다 물에게 말을 했고 목소리는 공기 방울이 되었다 더 가면 안 된다는 목소리와 관두자는 목소리가 똑같이 동그랗고 똑같이 투명했다. () 아무도 하지 않은 말을 나는 똑똑히 듣고 있다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바라볼 때까지 눈동자가 눈꺼풀을 깨울 때까지  --‘바캉스

[비워둔 쉼]

 

 바닥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바닥을 보아야만 끝을 볼 수 있나요? 끝을 보기 위해 바닥을 보아야만 하나요? // 진짜인 척 행세하는 사람을 보면 / 콧방귀가 나오고 그것으로써 나는 진짜인 척 행세할 수 있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바닥을 닦지도 않고 사용한 컵을 치우지도 않고 () 바닥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나요? 바닥이 끝을 끝으로 밀어내지 않나요? 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끝을 붙잡고 끝까지 갈 수 있겠지요?  --‘끝없이

[카인드니스 돌풍에서 떨어져 선의에 대해 고민이 깊었던 대표 솔아 작가, 멜빌 저리갓]   파쇄석

 

 창문들이 터지고 / 전봇대가 부러지고 / 첨탑이 날아가고 / 저도 같이 날아가고 싶대요. // 옆 동네까지 날아가고 싶대요. / 자기 끝은 여기가 아니라 거기였으면 좋겠대요.  --‘조용해지기만을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괜찮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괜찮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 잠깐 비가 왔다. 차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점선이 되어갔다. 침묵을 깨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함께 가방을 쌌다고.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싸두었다고.  --‘겟패킹’ get_packing

[긴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는 또 나가고 싶다 했다. 그 에너지가 부러워 짤븐 동남아 여행도 자신 없어하는 나를 달래본다, 아임_파인]

 

 책을 씻겼다. // 깨끗해질 때까지 / 지저분한 문장들이 깨끗하게 / 다 사라질 때까지. // 종이는 조금씩 투명해져갔다. / 앞장에서 뒷장이 비쳤다. 울고 엉겨 붙고 찢어지고 불어터졌다. / 글자는 더 또렷해져갔다.  --‘메이드

[기후와 날씨가 생활권과 태도를 만든다는]

 

 헤어지기 전에 나는 이름을 물었다. / 여자는 내 공책에 자기 나라 말로 자기 이름을 적어주었다. / 읽을 수 없는 말이었다. // 집으로 돌아와 / 공책을 꺼내어 / 여자의 이름을 번역기에 옮겨 적었다. // 그것은 이름이 아니었다. / 행운을 빌어요, 라는 말이었다.  --‘이름

[뭔들. 좋은 기운 전하면 그 자체로 꽃]

 

 햇빛이 그저 햇빛이라는 것 / 적의가 그저 적의였다는 것 // 뒷목을 쓸어본다. / 손바닥에 묻어 나온 새빨간 시럽을 / 손수건으로 닦는다. // 그럴 의도가 없었다니.  --‘탕후루

[아마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쓴 시이 시를 읽으며 유리 과일을 맛본 적 없는 한국 독자는 어떤 상상을 했을까  파리 끈끈이 같은 날씨가 들러붙었으려나..]

 

 아이들은 / 물속으로 뛰어들고 또 기어 나와 / 또 뛰어들었다. 해맑게 지글지글 익어갔다. / 웃다 웃다가 밤새도록 앓았다.  --‘캠핑

 

 아무도 없는데 크리스마스 전구가 밤새도록 점멸했다. 환자들은 숨을 쉬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그것들은 같은 박자였다. //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과 / 허겁지겁 먹고 있는 사람 //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자고 / 말하는 사람이 함께 밥을 먹었다.  --‘대기실

 

 나중을 떠올리는 일은 어째서 / 어제를 상상하는 일이 되는지 그것은 어째서 / 지워지고서 발견이 되는지 /  ㅡㅡㅡㅡㅡㅡㅡㅡ라는 문장을 읽을 수 없었다.  --‘싶습니다

[하이퍼(리얼리티)텍스트성최소주의 어법 덕분에 모던하고 개성 물씬]

 

 나는 그것을 주웠다. 시에서 주은 그것은 말라 비틀어져 먹을 수 없었다. 가끔은 그것이 날카로웠다. 입에 넣고 씹으면 그것에게서 내 피 맛이 났다. 그것을 우적우적 삼켜버렸다. 그것은 내 안에서 내장을 할퀴며 돌아다녔다. 내 눈에서 그것이 처음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울음

[인간이 오염시킨 환경 속 참새와 비둘기 등 새의 잡식성 어쩔. 텁텁하고 입안에서 이물스러워도 힘껏 부수는 작은 움직임을, 반대로 큰 터짐은 밖에서가 임 시인의 주요 시상 중 하나이다]

 

 걱정하지 말라잖아요. / 자꾸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같은 반성을 해요 똑같은 버스 똑같은 노선 똑같은 겨울 똑같은 회전 매번 간절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고, 내일은 다를 거라며 십 년 넘게 같은 편지를 썼어요. // 오래 사용한 부위는 매일 새롭게 아파진다. // 모든 눈은 사라지고 / 우리는 계속 있다. 또다시  --‘물집

 

 예의에 대해 묻자 / 그것은 웃는 것이라 했다. () 나는 오늘 / 친구들과 웃는 연습을 했다. /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 마주 보았을 때 친구는 내 눈빛에 / 화가 들어 있다고 했다. // 우그러진 표정을 하고서 / 너도 그래, / 라고 나는 말하지 못했다.  --‘피켓

[제목이 암시하듯이 사회적 연대에 관심이 많고 함께함의 이면, 개소리나 특권을 송곳니처럼 문다.]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성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에 찬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기 자신을 잃는 것보다는 샘을 잃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  --로맹 가리의 흰개’ 재인용

[반복 에코? 중역의 묘미?]

 

 식물을 키우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고 눈을 떠보면 내 방 가득 내 것이 아닌 글씨체들이 보인다 알 것 같은 이름들 영원과 사랑과 우정과 다녀감. 다녀감. 다녀감. 나는 아무 감정 없이 물을 주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 꽃이라거나 유대라거나 가능성이라거나 내 생각 아닌 생각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꽃이 죽어가는 건 내 잘못인데 내가 무슨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잘해주려 할수록 내 잘못이 커져가고 그것도 내 잘못인 것 같고 꽃이라고 했는데 무슨 꽃인지 나는 기억도 못 하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했지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다녀감

[꽃에도 귀가 있건만]

 

 무너진 기억은 / 무너지지 않는다 / 하나가 무너질 때마다 / 무너질 수 없는 하나가 생기고야 만다. () 노인이 앉아 있다. /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말할 수 없으니 / 새장에 새가 있다. 비가 있고 어둠이 있다. / 케이크처럼 한 조각만 먹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것이 있다.  --‘방문

[시 읽기라는 대리 만족DO

 그러니까 그게 참. 임 시인의 첫 시집이 파격적이라고들 입을 모았는데 한참 늦게 읽은 나는 의외로 쏘쏘, 아니 덤덤했다. 시는 묵독하면 나사 몇 개가 빠진 격임을 실감했다. 유튜브가 낭독하는 시들은 달랐고 나의 무덤덤 함을 이해하게 이끌었다.]

s********d 2024.0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