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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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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적어도 나는 시로부터 절망을 딛고 일어선 경험들이 있다. 이맘때가 되면 특히 생각이 나는데, 고3때 수능을 치고 일주일인가 후에 우리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다. 엄마와 아버지는 어디론가 나가시고, 할머니와 내가 집에 있다가 법원에서 집행 나온 사람들을 맞이했다. 세간살이가 다 들려 나가고 냉장고만 하나 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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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적어도 나는 시로부터 절망을 딛고 일어선 경험들이 있다. 이맘때가 되면 특히 생각이 나는데, 고3때 수능을 치고 일주일인가 후에 우리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다. 엄마와 아버지는 어디론가 나가시고, 할머니와 내가 집에 있다가 법원에서 집행 나온 사람들을 맞이했다. 세간살이가 다 들려 나가고 냉장고만 하나 덜렁 남겨졌다. 컴퓨터는 할머니가 우리 손자 공부해야 한다고 제발 남겨달라고 해서 컴퓨터도 겨우 남겼던 것 같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내가 할 일은 오직 공부 뿐이었고 성적도 제법 잘 받았었지만, 명문대학 등록금은 커녕 원서접수비와 교통비 아니 당장 오늘 내일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실려나가는 장롱과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눈물같은 건 나지 않고 이상하게 덤덤했다. 이제 대학은 됐고 어느 공장에 가서 일을 하나, 알바를 어디서 시작하나 고민하다 11월 말의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한번 들여마시고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날 올려다 본 하늘색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차갑고 깊은 파란색. 그리고 거짓말처럼 문제집에서 본 시가 한 편 떠올랐다.

 

<설일>      -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목표를 잃어버리고 현실에 발목잡혀 외톨이가 된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게 아니라고 했다. 내가 지금 올려다본 하늘만은 함께 있어 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절망 대신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까 하고 무릎에 힘이 들어갔다. 집도 넘어갔는데 새 집주인에게 사정해서 월세를 내고 그대로 살기로 하고 호프집, 간판집, 공사장을 전전하며 알바를 시작했다. 적십자 회원이라던 반장 아줌마의 주선으로 쌀과 라면도 얻어다 먹었다. 담임 선생님의 설득으로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국립대 사범대에 진학했고, 여러 시간들을 거쳐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있다. 그때 이 시가 없었다면 아마 여기까지 못 왔을지 모른다. 그래서 늘 생각나는 시가 있냐는 질문에 이 시와 함께 그 때의 썰을 푼다.

 

이번 9월에 새로 부임하신 교감선생님과 회식 자리에서도 우연히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놀랍게도, 교감선생님의 시누이 분이 김남조 시인 댁에 입주 도우미로 잠시 계셨다며, 싸인받은 시집을 선물로 주시겠다는 거다. 물론, 내 이름이 적힌 게 아니지만 그래도 김남조 시인에게 직접 받은 선물이라니, 내겐 중고생 아이들에게 있어 아이돌 팬클럽 굿즈가 가지는 의미와 비슷하다. 지난주에 교감선생님께서 진짜 시집을 가지고 오셨다. 첫 시를 읽었다.

 

<나무와 그림자>   - 김남조

 

나무와 나무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림자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2010년에 만난 후 8년이 지나 다시 읽은 김남조의 시집에는 여전히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존재도 아닌 그림자가 그 본체를 올려다본다는 것. 생각지도 못한 이런 위로가 오늘 하루도 굳게 살아갈 힘이 된다. 시가 참 고맙다. 적지만 눈이 소복이 내린 오늘 시 읽기 좋은 하루다.

s*************k 2018.12.06.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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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춥다...2018년 12월 10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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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추위> 불내음 자욱한 폭염모든 이가 공평하게 화상 입었다이런 날 추워 추워 울부짖는 저들 누구인가멀미 나는 찜통더위에추워 추워 몸을 떠는저들 누구인가 사람 세상엔 불행히도 가해자와 피해자 있어피해자들 죽을 뻔 죽을 뻔하는 거기에비 오듯 내리쏟는 가혹한 얼음분말멈추어라 가해의 손들을 거두어라사람은 태어나면서 스스로 충분히 춥다이미 넉넉히 춥다......춥다 오
"아... 너무 춥다...2018년 12월 10일의 일기" 내용보기

<여름 추위>

 

불내음 자욱한 폭염

모든 이가 공평하게 화상 입었다

이런 날 추워 추워 울부짖는

저들 누구인가

멀미 나는 찜통더위에

추워 추워 몸을 떠는

저들 누구인가

 

사람 세상엔

불행히도 가해자와 피해자 있어

피해자들 죽을 뻔 죽을 뻔하는 거기에

비 오듯 내리쏟는 가혹한 얼음분말

멈추어라

 

가해의 손들을 거두어라

사람은 태어나면서 스스로 충분히 춥다

이미 넉넉히 춥다

......춥다


오늘 진짜 춥다. 어젯밤 아홉시쯤 잠시 나가서 걷는데 한 십오분쯤 걸었을까? 손등이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아팠다. 오늘 아침 시동을 걸고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 강원도의 겨울엔 심심찮게 보이는 온도지만 간만에 만나니 영 반갑지 않다.

 

아마 이 시는 지난 여름 누군가는 찜통 더위에 화상을 입는데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추워추워 울부짖는 이 모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마음의 추위를 표현한 듯하다. <한겨레 21>에서 폭염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심층 취재를 한 기사를 읽었는데 역시나 못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고통받았다. 쪽방촌, 독거 노인, 저소득층...... 그들은 이미 여름에도 추웠을 것이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바람 때문에 한파가 몰아닥친다는데 인간적으로 삼일 추우면 사일은 좀 덜 추워야 되는 거 아니냐. 이미 넉넉히 추운데.

s*************k 2018.12.10.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