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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이 아니라면 이 책에 그리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연속으로 읽어가는 와중에 만난 이 작품은 대실망이었습니다. (덕분에 저주 받은 딜비시는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엠버 연대기에서 보여준 평행 세계의 수많은 트리 구조를 오가며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기가 막힌 마법 세계와 현실 세계 (혹은 현실 비슷한 세계) 의 전환으로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전혀 그런 것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쪽은 과학, 한쪽은 마법을 사용하는 둘로 갈라진 세계라는 설정은 혹시 나중에 더 큰 세계로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 같지만 뒷 이야기인 매드완드까지 가도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체인질링 한편에 국한한다면 그것은 단지 마법적인 재능을 타고난 아이와 기계에 재능을 타고난 아이 사이의 싸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악의 마법사가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후계자가 될 아이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모른 연합군은 (이 연합군이 정확히 어떤 구성인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악의 마법사를 무찌르기 위한 연합군이라고만 언급되지요) 그 중 가장 큰 활약을 한 마법사의 의견, 그 아이를 반대편 세계에 가져다 놓고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다른 아이를 데려다가 키우자는 이야기에 모두 얼떨떨한 가운데에 동의합니다. 얼떨떨하다는 것은 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그 마법사만 관심이 있고 다른 이들은 그저 뿔뿔이 흩어졌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기계 세계에서 온 아이는 기계에 재능을 보여 신기한 기계를 만들어내다가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렇지만 문명에 기반하지 않은 기계에 대한 재능이란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산업혁명도 일어나지 않은 동네 대장간에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아이의 능력은 충분히 마법적입니다. 아마도 마법과 과학은 무지의 입장에서 보면 둘다 충분히 마법적이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것 같지만 이 정도면 기계 문명의 세계에서도 엄청난 능력이겠습니다. 아무튼 동네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가 아버지까지 죽게 되는 이 아이는 도망치다가 과거의 고대 문명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고도의 과학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년후, 그는 기계들을 이용해서 마을을 습격하기에 이르는데... 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는 바꿔치기한 마법사는 대신 기계 세계로 보냈던 아이를 다시 데려오고 역시 등가 교환을 위해 자신은 그 세계에 남습니다. 물론 교육 없이 일가를 이룬 기계 소년처럼 마법 소년도 별다른 노력 없이 마법 세계로 오자마자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기계가 배척당한 것처럼 마법을 쓴다고 배척당한 이 소년은 기계 소년과 마찬가지로 왕따가 될 뻔하지만 어떤 여자가 도와줍니다. 참으로 놀랍게도 이 여자는 기계 소년이 좋아하던 여자였습니다. 이 놀라운 인연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두 소년 사이에 대립을 불러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됩니다. 마법 소년은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성으로 가서 마법과 아티펙트를 손에 넣기 시작합니다. 한쪽은 기계 문명을 이용해, 다른 한 쪽은 마법으로, 문제는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 우세한지에 대한 균형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단점은 우연으로 점철된 이 싸움의 동기 부분에서 충분히 논파됩니다.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데 누가 이길지는 알게 뭐랍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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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걸작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젤라즈니의 이번 작품은 꽤 흥미진진하지만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많고 아무래도 2부작의 1부인지라 뭔가 미적지근하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태생이 마왕(위대한 흑마법사)의 아들인 폴 데트슨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로 바꿔치기 되어 자라고 일정한 시점이 되자 다시 태어난 세계로 소환되어 이런 저런 모험을 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자각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 중요한 건 역시 세계관과 인물의 묘사일텐데 주인공 폴은 적응력도 빠르고 이해력도 좋고.. 인간적인 고뇌가 없는 것이 마왕의 아들이라 그런건지 인물의 개성인지 잘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평면적이다. 두개로 나뉘어진 세계도 마찬가지..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와 기계 문명의 세계를 잇는 통로는 백귀야행에서 귀신들이 지나다니는 길 같기도 하고 웜홀 같기도 하고 차원의 벽같기도 하다. 뭔가 모호한 느낌이 든다. 단단하게 구축된 토대라기 보다는 얼기 설기 엮어놓은 무대 장치를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2부가 남아있으니 작품 전체에 대한 평을 앞서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재미있게 훅훅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평점이 짤 수밖에 없는 건 이 소설이 이제 막 펜에 잉크가 마르기 시작한 초짜 소설가의 작품이 아니라 위대한 젤라즈니의 작품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2권을 마저 읽고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