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후 열풍이다. 나에게는 특히 거세다. 팔랑팔랑 밖을 나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를, 일요일 저녁 집에 붙잡아둔다. 윤후를 보면 월요일이 시작된다는 슬픈 현실에 처음엔 거부하려고 했지만, '월요일이 오면 뭐 어때.' 하게 되었다. 힘들었던 일주일을 탈탈 털어버리게 하고, 다시 다가오는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윤후는 대도시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다. 2주에 한번씩 아빠 손 잡고 다른 삼촌. 친구들과(형, 동생도 포함) 시골로 여행을 간다. 나는 그 여정에 폭 빠져서 같이 집도 고르고, 강아지와 우쭈쭈하고, 텐트를 치고, 빙어를 후루룩 먹고, 거미를 보며 눈물 짓는다. 다른 시청자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아이들의 여행 속에 나도 너도 모두 퐁당퐁당 뛰어들게 만드는 것. 뒤에서 지켜보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나란히 발맞추게 하는 것이 큰힘이라 하겠다.
시골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아빠들에게도 자그마한 마을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모자람 없이 오냐오냐 예쁘다 잘한다 칭찬만 듣던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마을은 처음엔 '결핍'이었다. 닌자고가 없고, 눈 돌아가는 마트가 없다. 그래서 결핍에서 오는 낯설음은 아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힘은 우리 어른이 상상할 수조차 없다. 편안한 침대가 없고, 시원한 에어컨이 없다고 불평하는 건 어른일 테지.. 아이들은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보다 (표면적으로) 좋지 않은 방을 보고도 우와 감탄하고 웃는다. 마을이 가진 다른 것들을 어느새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구 뛰어놀 수 있는 끝없이 너른 놀이터가 있고, 걸음마다 마음을 붙잡는 이름 모를 풀이 있다. 높다란 건물과 수많은 사람들에 막혀 그간 볼 수 없던 것들이 서로에게 여백이 되어 하나가 된다. 이 마술에 아이들은 꾸밈없이 스스로 본연의 자연스런 모습을 내놓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완전 시골예찬론자이다. 도시는 좋지 않은 것투성이고, 시골이 사람이 진짜 살아야 할 곳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 같다. 하지만 나는 늘 도시로 도시로의 삶을 꿈꿔왔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살던 시절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지만,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돈 벌며 먹고 살자니 할 일이 없어(나에게 맞는 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그 좋은 곳에서 왜 떠나왔느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 나는 답답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고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다. 공무원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고, 농사 짓는 건 영 체질에 안 맞았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 때마다 조금씩 내 생활반경을 넓혀 나가다가 결국 멈춘 곳이, 서울이다. 살아보니 좋긴 하다. 3D 영화를 걸어가서 보고, 소극장에 가서 배우들의 열정에 취하고,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취했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백화점을 돌기도 했고, 누가 들으면 촌스럽다고 비웃겠지만 지하철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씩 지쳐갔다. 태생이 촌이라 회귀본능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 이곳에 머물러야 할지 다시 조금 내려가야 할지 고민이다.
... 열린어린이에서 나온 책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를 보면서 누가 보면 길고, 누가 보면 짧은 내 서른살 일대기가 오래도록 흘러갔다. 대도시, 작은 도시, 마을에 사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정보 그림책인데 나는 또 한껏 빠져들어 내 이야기를 풀어놓고야 말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뚱맞게 하나 덧붙인다. 후야 지금처럼 따뜻하게 커라^^ |
|
바쁘게 지내는 일상 속에서 옆집에 사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요즘, 이 책 제목을 읽으면서 문득, 어릴 적 친구 집 대문 앞에서 친구들 이름을 크게 외치며 곳곳을 누볐던 때가 그리워졌다.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 제목만 읽고도 주변으로 관심을 돌리며 친구들 사는 곳이 궁금하다는 일곱 살 아들 녀석. 이 책의 윤이, 아름, 상우 그 친구들과 함께 대도시, 농촌, 중소도시를 여행하듯 탐험하며 그들의 고장과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각각의 살아가는 곳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간다. 글과 함께 강하지 않은 색연필의 색감과 귀여운 그림 한 컷 한 컷이 많은 생활들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 자칫 어렵고, 지루해할 수 있는 초등 사회과목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접하며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책을 덮은 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 눈앞에 펼쳐진다. 방학 때마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지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늘어놓는 초등학생 큰 아들은 아름이 처럼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친구들을 시골에 데려가고 싶단다. “엄마, 또 읽어 주세요.” 일곱 살 아들 녀석도 읽으면 읽을수록 호기심이 더해지는 것 같다. |
|
![]()
우리 아이가 3학년인데요, 사회 과목에 보면 그림 지도 및 자연환경 / 인문환경을 배웁니다. 아이들 사회 과목을 생각보다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요, 그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체험활동과 또 책을 읽음으로 상식을 더 쌓는것이죠. 딱딱한 사회 용어를 좀 더 재미있게 배움으로서 기억에도 오래 남고, 또 이해력도 빠른거 같아요.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 이 책은 열린 어린이에서 출간된 지리 이야기의 두 번째 책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작고 큰 장소에 대한 역사지리적 탐색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지리 그림책이죠. 바로 내 주변에서 먼 옛날 역사 속 장소까지, 지리 개념을 익혀 가는것이죠. ![]()
그림풍이 유쾌하면서 지리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네요. 윤이, 아름이, 상우 이 세 친구가 사는 곳을 탐험하는 이야기 입니다. 대도시에 가면 높은 건물과 상가, 문화시설이 많지요. 생활에 편리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교통이 복잡하고 공기가 좋지 않은 특징이 있어요. 농촌 마을에 가면 논과 밭이 많고 공기가 좋습니다. 이웃 사이 인심도 두둑하구요. 하지만 어린이와 젊은 사람들이 자꾸 도시로 떠나고 있어요. 도시와 마을의 좋은 점만 모으면 더 살기 좋을텐데 말이죠. 그런 곳 혹시 없을까요...? 윤이와 함께 대도시와 농촌 마을, 작은 도시를 두루두루 둘러보았습니다. 자연환경에 따라 생활의 차이가 다른데요, 직업, 특산물, 인문환경에도 영향을 받지요. 지역 환경에 따른 생활의 차이를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 책을 통해 잘 이해했답니다. 사회 교과와 직접적인 연계가 되어 더욱 관심있게 책 읽었네요. 사는 곳마다 생활 모습이 다른, 즉, 자연 환경, 인문 환경에 따라 생활 모습이 달라지는 여러가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이해했습니다. ^ ^
|
|
궁금해 글자는 정말 궁금함이 물씬, 곳의 글자는 찾아가는 모습을, 표지의 다양한 그림이 궁금함을 못 참고 빨리 읽게한다. 책장을 넘기니 귀엽고 개구진 얼굴의 윤이와 형아가 대도시의 모습을 아주 친절히 알려준다. 대형건물과 문화시설, 관공서, 쇼핑몰, 백화점, 대학교 등 사회, 경제, 교육, 문화의 모든 것들이 대도시에 있다.
대도시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옛날 사람들이 강가에 무리지어 살다가 나라가 세워지고 차츰 도시가 형성된 후 많은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와 거대한 도시로 변하게 된걸 글을 통해 쉽게, 그림으로 한 눈에 파악 할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는 혼잡한 교통, 나쁜 공기가 있는 곳으로 변해 사람들은 공기 좋은 곳에 사는 꿈을 꾼다. 윤이의 부모님도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윤이는 마을을 탐험하게 된다.
아름이가 사는 마을을 탐험하게 되는 윤이. 야트막한 산과 마을회관, 비닐하우스, 옹기 종기 모여 서로 품앗이로 돕고 함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마을의 모습은 윤이에게 도시도 공기 좋고 인심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도시와 마을을 절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상우가 사는 순천을 탐험하게 되는 윤이. 도시의 편리함과 마을의 생태적 모습이 잘 어우러진 순천은 앞으로 도시의 대표모델이 될 듯 싶다. 도시의 장점과 마을의 장점만 모아서 만든 곳은 모두가 살고 싶은 곳이니까.
이 책의 큰 장점은 가르치려 들지 않고 편안하게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 가면 많은 것들을 저절로 알게 되는데 있다. 또한, 만화풍의 그림은 아이들이 쉽게 책 내용에 빠져들게 한다. 예전에 지리를 배울 때 무척 힘들었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지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아이들은 그 점에서 행운아이다.
|
|
"나랑 내 친구들이 사는 곳에서 좋은 점만 쏙쏙 빼낸 곳은 없어요?" 아들이 책을 읽고 주인공 윤이와 똑 같이 질문하기에 저도 똑같이 대답해 줬어요 "네가 그런 도시를 만들면 되지!" 아들이 대답합니다. "엄마 작가야?" 저도 제가 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
학교 다닐 때 지리를 참 어려워 했는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 놓다니... 김향금, 서현 선생님은 정말 멋지세요. 저 어릴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사회.지리 공부를 재미있게 잘 했을 것 같아요. |
|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인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를 읽었었다.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가 김재홍님의 따스한 그림으로 오래된 앨범 속 추억을 끄집어내 오늘을 연결해주었다면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는 바로 오늘을 사는 현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보통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도시, 농촌, 산촌, 어촌 등으로 나눠서 분류하는데 작가는 규모와 생활 특성에 따라 나눈 듯하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주변 환경이 편리하게 구성된 도시와 산업화되지 않은 소규모의 마을 그리고 그 둘의 모습을 평행하게 담고 있는 소도시로 분류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90%는 크고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한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직업을 찾아 오기도 하고 교육적, 문화적 혜택 때문에 서울로 오기도 한다. 문명사회에 대한 동경은 무의식중에 ‘서울로 올라오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말을 하게 했다. 지도상 위쪽에 있다고 ‘올라간다’는 말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인 도시는 농사 짓기에 편리한 강가에 무리지어 살면서 잉여산물이 생기고 개인적인 부를 축적한 사람들 사이에 계급이 생기면서 궁궐, 관청 등이 생기고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고 시장이 생기고 했다고 한다. 현대화 과정에서 도시에 공장과 회사가 한꺼번에 생기면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단다. 부모님 세대들의 희생을 통해 도시는 성장해 갔다. 도시는 무엇보다 편리하다. 가까운 곳에 학교, 대형마트, 백화점, 은행, 공연장 등이 있고 나름대로 특성을 가진 상점들이 모여 **거리를 조성해 편리함을 더한다. 빌딩숲 사이엔 큰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자연대신 인공적 자연이라도 여유을 즐길 공간도 많다. 어째 도시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공기 오염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사촌 아름이를 방문하며 가게 된 마을. 우리가 흔히 시골이라고 부르는 농촌이다. 낮으막한 산아래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있고 좁은 도로에 마을 회관과 정자 나무아래 평상이 놓여있는 곳. 시골 어디든 가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마을이다. 하지만 북적거리는 서울에 비해 너무도 한산한 마을 풍경.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노인분들과 남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마저 줄어 폐교가 되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먼저 드러난다. 힘든 농사일이 비닐하우스와 기계화를 통해 큰 수입을 올리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주고 있지만 실상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귀촌하면서 이주민과 현지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접해서일까 마을 이야기가 그렇게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 상우네로 놀러간 윤이. 상우가 사는 곳은 도시의 편리함과 함께 도시 인근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오일장도 있고 오래 전 성곽까지 볼 수 있는 순천이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작은 도시를 이상향으로 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윤이의 눈에도 도시, 마을, 작은 도시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모두가 충족된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꾼다. 아빠는 아이들이 장차 이루어 나갈 미래의 모습을 아이들의 꿈이 담아주길 바라고 있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꿈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
|
내 친구가 사는 곳이라... 내 친구는 서울에 많이 살고, 광주에 살고, 인천이나 경기권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문화권이라 보아야 할 것 같고, 제주에 살고, 친척들은 충청도나 경기도에 살고... 요 정도이다. 내 인맥의 서울 집약 현상 그리고 전반적인 빈약함... 어렸을 때는 여러 군데 이사를 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지역 차이는 언어이다. 대전에서 대구로 이사갔었고 다시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왔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사투리를 안 쓰냐는 것, 그리고 나는 사투리로 은연중에 각 지역 문화를 평가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투리를 구사하는 어른들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을 테다.
자, 이 책. 나처럼 서울사람이기만 한 윤이가 친척 집과 친구네 집을 간다. 친척은 시골에, 친구는 순천에 산다. 하나는 시골이고 하나는 중소도시이다. 그래도 가장 메인은 윤이가 사는 도시 탐험이다. 형이랑 쇼핑몰 탐험을 하는데, 나도 쇼핑하고 싶어진다. ^^ 어른과 아이의 눈이 다를지라도, 아이들도 영화관 들어가고 게임하고, 그걸 사오는 것을 보면, 실은 아이들도 엄연한 소비자이고 쇼핑을 즐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쇼핑이 아니라 놀이를 즐기는 걸까? 그런데 이렇다 하고 저렇다 해도 돈을 쓰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데는 다름이 없다. 쩝. 그게 씁쓸하다기보다 그게 도시의 일상이지, 현대 사람들의 일상이지, 그 현실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는 느낌이다.
어느 밤, 윤이네 아빠는 힘들게 하루 일 마치고, 교통체증을 견디고 나서 집에 온다. 나이가 더 들면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다고 말한다. 요 부분도 참 많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집어냈다. 시골 재미없다고 하는 윤이에게, 아빠는 아름이가 사는 시골에 내려가보자고 한다. 아름이네 시골 마을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 마을 자체도 크지 않고 집들은 야트막한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렸을 때 방학 때마다 갔던 시골 집 생각이 났다. 걸어서 십오분이나 이십분이면 능선에 닿을 듯한, 정말 동네 야산 아래 있는 집. 집은 허름했지만 집만한 마당이 있고 집 둘레를 텃밭이 감싸고 있었다. 딱 그런 동네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만 살던 나에게 시골의 널럴한 일상과 풍경은 나름 당황스러움이었다. 그때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인분들이 많았지만, 그대로 할머니 따라 장터 다니고 할머니 밤마실 가는 거 보면서 어느 정도의 정겨움과 복닥거림은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소도시. 이 그림책 주욱 보고 나중에 또 보며 놀랐던 점은 이 중소도시 부분이다. 순천을 모델로 했다는데, 중소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순천. 순천만과 정원박람회 등으로 뜨는 도시,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지 그 이상은 순천의 매력을 잘 몰랐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를 더 알려주었는데, 순천은 도시와 농촌이 합쳐진 도농복합도시라고 한다. 거기에다 순천만이라는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자연환경까지 갖추었는지 정말 주목하고 앞으로의 대안이나, 새로운 도시를 구성할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거다. 농촌 사람들은 도시의 인프라를 이용하고, 도시 사람들은 농촌 작물을 이용하니 로컬식품을 먹는 셈이어서 좋다. 농촌도 도시도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셈이니 한 지역이 다른 지역의 부가 기능에 머물지 않는 것도 좋다. 이런 도시라면 사람들이 농촌 생산활동도 더 가깝게 여겨서 농촌-도시 생활을 양분하지 않고 농촌 생산활동에 더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도시와 마을에서는 지식을 알려주고, 내 생활, 내 추억을 비교하는 재미에 빠졌는데, 마지막 순천 이야기까지 읽고 나니 나는 어떤 곳에서 살면 좋을까, 내가 사는 곳을 더 재미있게 꾸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상상이 들어서 좋았다. 책은 대안을 줄 수도 있고 대놓고 하나의 방법을 줄 수도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 특히 어린이책에서는 지식을 주고 마지막에 '넌 어때? 무엇을 원해?' 정도로만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 책은 '니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방법을 알려 줄게.'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강점이다. 무지 큰 강점이다. 독자인 니가 알아서 생각하라고 날 내치지 않다니. ^^
그리고 진짜 큰 강점 또 하나. 아, 그림에 이야기도 많다. 나는 책 읽는 이유는 결국 자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도시-마을 이야기하며 내가 사는 곳은 어디지, 생각하게 하는 것도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고, 또 여기 나오는 그림도 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림 속에 정말, 이야기가 바글바글하다. 급해서 전철역으로 뛰어가는 사람, 차 안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공원에서 노는 모습(올림픽 공원 같다ㅎ)...
윤이의 도시 탐험과 시골 방문, 중소도시 답사를 여행과 놀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너무 낭만일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야도 넓어지고 세계관도 커가는 효과가 있으니 효용부터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사는 곳을 즐기는 일부터, 내 사는 곳 말고 다른 곳이 좋다는 내일을 기약하는 것말고 오늘을 즐기는 일부터, 이 책을 통해 시작해 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