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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의 매대를 지나다 익숙한 이름과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호시노 겐. 작년에 봤던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배우다. 그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프로독신남 캐릭터도 좋았고, 여주인공과의 합도 좋았다. 드라마 엔딩에 흘러 나오는 OST에 맞춰 출연진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데, 이게 방영 당시 그렇게 대박이 났단다. 매번 같은 신이라 건너 뛸 법도 한데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 있어 새로 보는 것처럼 매번 봤다.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것 역시 주인공인 호시노 겐이였다. 알고 들으니 당연히 그의 목소리였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는게 더 신기했다. 홍백가합전에 2015년 부터 작년까지 5회 연속 출전 중이기까지 했다. 이 사람은 연기를 한번씩 하는 가수인가보다 하고 마음대로 생각하곤 그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잊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어 살펴봤다. 흰 바탕에 빨간 색의 목폴라 니트를 입고 헤드셋을 머리 위로 든 깡마른 체구의 남자의 그림, 단정한 글씨체로 쓰인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 띠지 한 구석에 살짝 미소를 띤 낯익은 얼굴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본문 글자체 역시 책 표지에 쓰인 글자체와 동일했다. 보통 책에서 쓰이는 명조체가 아닌데 읽기 괜찮으려나 싶으면서도 그가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단정한 초식남 이미지랑 왠지 잘 어울린다 싶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가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병을 이겨낸 뒤, 연예계 생활을 재개하면서 몇년동안 잡지에 기고한 글들과 새 글을 추가한 것이다. 첫 글이 책 제목과 동일한 '생명의 차창에서'다. 본인이 받은 수술 과정을 남 얘기를 하듯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마 뼈를 절개하는 것을 '빙어 낚시'에 까지 비유를 하며 생생하게 묘사하고는 로봇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같이 공연하는 후루타 아라타의 사람됨이 좋다고 고백하고, 또 다시 연극을 하는 자신을 로봇에 비유한다. 담담한데 솔직하고 엉뚱한 사람이네, 뒷 이야기들도 궁금해져서 나중에 책을 주문했다. 그는 그저 내가 처음에 생각한 '노래를 주로 하고 연기를 이따금 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할 때도, 춤을 출 때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도, 노래를 짓고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때마다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이었다. 1만 2천명이 들어찬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노래를 불러도, 그 곡을 만든 다다미 여섯 장 짜리 방처럼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의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는 사람. 가사는 알기 쉽고 밝은 내용으로, 그러면서 머물러 있는 감각으로 사람의 내면에서 고조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사람. 춤을 출 때 죽어있던 자신이 되살아난듯 힘이 솟는다는 사람. 카메라 앞에서 허구를 만들어내면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 것만 같다는 사람. 보통 리뷰 형식의 글을 통해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의 글을 읽게되지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의 글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공연하는 사람의 기분을 읽을 수 있는게 귀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재주도 많은 사람이 글까지 쓰다니, 게다가 재미있다. 이건 좀 반칙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도 처음부터 글을 잡지에 기고하고 책을 낼 정도로 잘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쓴 이메일을 보고 이건 아니다고 느껴, 일로 글을 쓰게 된다면 갈고닦는 노력을 해서 쓰게될 것 같아 잡지사 지면에 조그맣게 글을 쓸 기회를 얻어냈단다. 이 사람 본인이 못하는 분야에 도전하는 정신 좀 봐라.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글을 쓰다보니 지면을 넓힐 수 있었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온 것이다. 나는 그의 글이 참 좋다. 어린 시절 이야기, 현재의 별것 아닌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면의 깊은 감정을 끌어내고, 다른 추억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기도 한다. 본문의 널직한 행간, 자간도 다른 책 같았으면 종이 낭비한다고 싫어했을텐데, 이 책은 딱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 그림들은 본문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책 내용, 디자인 모두가 유기적으로 그를 제대로 표현한 것 처럼 느껴졌다. 책 전체를 수놓은 명조체도 아닌 이 단정한 글자체가 너무 궁금해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책 디자인을 담당하신 분의 SNS를 발견했다. 책을 만들 당시 원서와의 물성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 내야 했단다. 원서 디자인 뿐 아니라 종이 재질까지 엄청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내가 궁금해했던 폰트명까지 산돌정체 730이라고 명시해두었다. 530과 730 중에 고민했다기에 뒤에 수치는 자간이냐고 불쑥 질문했다. 감사하게도 산돌정체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730으로 작업했다고 답변을 달아주셨다. 찾아보니 530, 630, 730, 830이 있는데 730이 획의 머리가 제일 덜 꺾인 느낌? 물론 이건 나의 느낌적인 느낌일 뿐이다. 반양장의 표지를 벗기면 속 표지에는 빨간 옷을 입은 남자가 아니라 장미 한송이를 입에 물고 수트를 입은 장발의 남자가 그려져있다. 양장 표지의 남자는 자연인 호시노 겐, 속표지 남자는 내면의 예술세계를 표현한건가, 이것도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릴란다. 마음은 이런 사소한 일로 구원받는다. 종일 뚱하고 있으면 아무리 연기라 해도 마음이 지친다. 하지만 누군가 한마디 말이라도 건네주면 독이 빠져서 평소의 호시노 겐을 유지할 수 있다. 125 일부러 외톨이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원래 누구든 인간이라면 혼자이기에 우리는 더욱 손을 잡고 열렬히 소통을 해야 한다. 129 왠지 힘들 때는 모든 것이 끝난 '직후'를 떠올려 본다. 169 '힘든 시기를 버텨 낸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한다.'라는 행위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끝이 난다는 단순한 법칙을 진정으로 깨닫기 위한 준비 운동과 같다. 170 가슴이 답답해지면 내 안에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마신다. 그 자리에 선 채로 컵을 입가로 가져가서 조금씩 카페인을 섭취하면 차츰 '존'의 감각이 희미해지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194 밤 깊은 거리는 즐겁다. 인적이 거의 없고, 이따금 어두운 길모퉁이를 서성이는 사람들도 어딘가 수상쩍게 보여서, 그러니까 당최 왜 이 시각에 이런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다. 잠시 숨을 멈춘 상점과 골목길, 주택을 보며 어떤 상품을 취급하는 곳인지, 어떤 사람이 살지를 상상하면서 걷는 일도 좋다. 194 특히 문장을 구사할 때는 "이걸 전달함으로써 이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하는 자기 인정 욕구에서 기인한 에고와 나르시시즘의 과잉이 일어나기 쉽고, 음악도 그러하지만 표현과 타인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에는 늘 불순물이 따릅니다. 작가 경력과 관계없이 문장력을,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에고와 나르시시즘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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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연히 일본드라마를 한 편 봤다. 호시노 겐. 우왓! 이 사람이 각키 남편이었어!! 아.. 이런.. 치였다;;; 이래저래 궁금해하다가 글을 쓴다는 걸 알았고, 국내에 번역된 책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에세이는 매우 짧았다. 자신의 투병시절의 일을 얘기할 때도, 그냥 일상을 얘기할 때도, 그냥 담담했다. 배우이자, 작가이가, 가수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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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겐이라는 배우에게 관심이 생겨서 읽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에세이 그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구매했어요. 다 읽은 소감은 그저 그랬다, 였습니다. 분명히 좋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좋은 문구라서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본 정서에 대해 잘 모르고, 일본 연예계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으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배우를 좋아하고,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으시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