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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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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거리거리에 구인광고가 붙은것을 보게된다. 보통의 경우 그냥 지나쳐가지만 간혹 관심가는 문구들이 있으면 한걸음 앞으로 옮겨 더 자세히 살펴보곤한다. 다니던 직장은 공중으로 날아버렸고 수중에는 백몇십만원만 있을뿐이고 줄줄이 돈 들어갈곳은 천지다. 그런데 그런 위기에서 승리를 구해줄 구인광고 "주급168만원"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월급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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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거리거리에 구인광고가 붙은것을 보게된다. 보통의 경우 그냥 지나쳐가지만

간혹 관심가는 문구들이 있으면 한걸음 앞으로 옮겨 더 자세히 살펴보곤한다.

다니던 직장은 공중으로 날아버렸고 수중에는 백몇십만원만 있을뿐이고 줄줄이 돈

들어갈곳은 천지다. 그런데 그런 위기에서 승리를 구해줄 구인광고 "주급168만원"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월급이 아니라 주급이라는 것이다.

월급이 168만원이라고 해도 들어갈판에 주급이 168만원씩이나 한다니..

자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광고의 경우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구인광고를 낸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보면 사기일수가 없다.

떨리는 마음으로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건 승리의 고개가 팍 꺾여진다.

비서를 구한다기에 당연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여자비서로 생각했는데 상대가 구하는

것은 바로 남자비서란다. 여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이런 어이없는 사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승리는 그 거금의 주급과는 만날일이 없을줄 알았다.

 

김랑님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이다.눈에 띄면 띄는 대로 읽어서 어지간한 작품들은

다 읽은것같은데 김랑님의 작품은 내게는 종잡을수없는 여름날씨같다.

어떤날은 화창했다가 느닷없이 소낙비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날은 종일 흐리다가 해가

반짝 아주 뜨겁게 나기도 하고..마치 그런 날씨처럼 김랑님의 소설들은 어떤 작품은

정말 좋았다가 어떤 작품은 별로였다가를 반복한다. 그래서 읽을수도 안읽을수도

없는 고민에 빠지게하는것이다. 이름을 모르는 작가분의 작품이라면 기대치가 없어서

일정수준만 되면 괜찮았구나 생각하는데 작가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와 그녀의 90일]에 맞춰진 기대치는 쉽게 내려오질 못하는것같다.

[지성의 승리]는 책의 소개들로 봐서는 흥미를 자극하는 글이었다.

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남장여자가 등장하고 게다가 주급을 받는 비서..

까칠한 회장님과 그런 회장님을 보필해야하는 남장여자비서의 고된 비서생활기를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통에 많이 심심하게 읽혔던것 같다.

 

면접관이 승리에게 묻는다. 이 일자리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고..

승리의 면접을 유심히 살피는 지성의 승리가 하는 답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원자들 대부분 지원동기가 돈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들 대부분이 내어놓았던

거창한 이유보다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소소한 돈의 쓰임이 그랬다.

부모님의 결혼식비용, 부모님에게 바꿔주고 싶은 중고자동차, 어머니의 임플란트..

남들이 보기에는 소소한 일같았지만 지성에게는 승택이란 면접자의 이유들이 다른

지원자들의 이유보다 훨씬 감동적으로 들렸다. 그렇지만 승택을 뽑을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사내답지않게 너무 이쁘장하게 생겼으니까..일주일이 멀다하고 비서들을

갈아채우자 밀리고 밀렸던 승리에게 합격의 연락이 가게된다.

 

주급168만원이면 부모님의 결혼식비용에 임플란트에..주급에 주급을 더하고 거기에

주급을 더하면 승리의 셈은 끝날줄을 모르고 상상속에서 이뤄지는 주급은 승리의

볼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생기게 만든다.그런데 이런 이런 이런 막노동도 아닌것이

막노동보다 훨씬 더 센 노동강도라니..금기시된것은 또 왜이리 많아..

밀레니엄 회장 이지성회장의 비서라는데 하는일이 커피 식지않은 상태로 갖다바치기

음식가져다 대령하기...남들이 들으면 그 정도 주급에 그만한 일이라면 하겠지만

일은 그냥 애교정도이고 갈굼이 상상이상이다. 뭔 애도 아닌데 변덕이 이랬다저랬다.

그나마 그것은 양반에 불과했다. 자는것을 깨웠다가 광분에 휩싸인 회장을 보기전까지.

전직비서들이 하나같이 딱 계약기간인 일주일만 채우고 갔다는것을 이해할수 있는 승리.

 

처음부터 지성이 이렇게 까칠했던것은 아니었다. 기면증이라는 병을 앓게되면서부터

수시로 위험상황에 처하게 된 자신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었지만 믿었던 사람들에게

수차례 배반을 당하면서 지금과 같은 지성의 과잉방어가 생겨난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비서가 이전까지 경험했던 비서들보다는 꽤 많이 똑똑한것같다.

전에 있던 비서들은 하나같이 잔머리라고는 쓸 줄 몰랐는데 이번에 들어온 이 야리야리한

녀석은 신경을 건드리지않고 비서일을 꽤 마음에 들게 처리한다.

 

승리가 쌍둥이 남동생인 승택의 신원을 도용해서 무사히 남자비서로 출근을 하게되고

자신의 병이 외부로 흘러나갈까 두려운 지성곁에서 비서노릇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끔은 코믹하게 벌어지기도하는데 일단 기본적으로는 아픔이 내재되어있어

그런지 유쾌하게 읽을수만은 없었다. 윤은혜의 톡톡 튀는 매력이 빛났던 [포도밭그사나이]

나 목장에 가서 일을 해야했던 [황소같은 사나이]에서 느껴지는 발랄함도 이번에는

찾아볼수 없어서 좀 많이 아쉬웠던것 같다.

j******3 2013.06.21.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