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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난제는 아마도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 무엇이 해결되어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고 나면 이번에는 ‘어떻게’ 라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조지 쉬언 작가가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이 ‘어떻게’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사랑해야 한다. 그 무엇을. 달리기에 관한 책이지만 이 책을 읽어도 달리기를 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책에 나온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부실해서가 아니라 달리기라는 종목 자체가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달리기만 그런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지만 그들이 하는 직장 이야기는 다 다르고 모든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지만 사람마다 인생 이야기가 다른 것처럼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우주라는 보편적 공간에 떠 있는 특수한 별들이다.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별을 닮으려 한다고 해서 그 광채를 가질 수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태양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달리기를 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달리기를 사랑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작가는 자신이 뛰었던 수많은 레이스와 그 레이스에서 얻었던 성공과 실패담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훈련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달리기라는 것 자체가 선택받은 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운동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사실 일상적이어야 맞다. 그러나 작가가 풀어놓는 달리기 이야기를 듣다보면 달리기 에세이를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오히려 달리기 경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작가가 그 누구보다 달리기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는 대상의 정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사랑함으로써 달라진 자신의 생에 대해서만 말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달라진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달리기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 그러나 이 생각에서 중요한 것은 달리기 아니라 변화다. 만약 누군가가 무언가를 해서 인생을 변화시킨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고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뜻이다. 자기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이다. 개중에는 인생을 바꾼다는 것은 부자가 되거나 미녀와 만나는 등 소위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것도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삶의 변화란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파울로 코엘료 작가가 <연금술사>에서 말했던 ‘자아의 신화’를 구축하는 여정에 가깝다. <연금술사>에서 왕은 말한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우리는 한 때 이 말을 마치 어떤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요컨대 대가를 치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믿는 자들은 공짜로 무언가가 생기길 바랐고 믿지 않는 자들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마음이란 생각이 아니다. 생각은 언어다. 언어는 마음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마음을 만드는 것은 행동이다.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행동을 다한다는 것. 말하자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자기 자신을 대가로 바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한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누리기 위함이지 자신을 희생하여 바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기와 존재하기>에서 작가는 달리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제물로 바친다. 매 레이스마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터질 것 같으며 다리는 감각을 잃어간다. 중간에 언덕이라도 만나면 ‘고통’ 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이 괴로운 작업을 왜 계속 반복하는 것일까. 달리기 중독이어서 그럴까. 그러나 중독이라는 말은 여기에 적합하지 않다. 러너스 하이라고 해서 물론 달리는 도중에 희열을 맛보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이란 대가를 치르지 않고 쾌락을 얻으려다가 마침내 자기 자신을 대가로 바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달리기에서 작가는 매 레이스마다 고통이라는 대가를 바치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중독이 아니다. 사랑이다. 작가가 달리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달리기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고 지금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미를 담는 일종의 그릇이다. 그래서 무의미가 쏟아지면 삶에 흥미를 잃고 권태를 느끼며 심지어는 과연 내가 그릇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학대하기도 한다.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바로 이 그릇 안에 무의미 대신 의미를 채워넣기 시작하는 일을 말한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무의미에 매몰되거나 누군가가 던져주는 의미에 길들여지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생산할 수 있을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단순히 살아있는 것과 삶의 차이는 바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니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가치있는 경험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외국계 회사의 인턴이나 대외 수상 같은 스펙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 그것을 사랑하는 일이다. 파울로 코엘료 작가가 <연금술사>에서 말했던 자아의 신화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부모로부터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대신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떠난다. 이 여정은 마지막에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의 퀘스트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고통을 견뎌내고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한 여정이다. 왜냐하면 생텍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말했듯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지켜내기 위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꿈이라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한다. 조지 쉬언 작가가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 그는 눈에 보이는 달리기라는 것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우리가 아직 삶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부모는 남의 집 자식이 도둑질을 하면 무시하지만 자기 자식이 도둑질을 하면 혼낸다. 그건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같은 이유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삶의 변화란 삶을 사랑하는 데서 오고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란 바로 자기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 그것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 책의 작가를 예로 든다면 그게 달리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혹여나 이 책을 읽고도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작가가 달리기를 사랑하듯이 나는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어렸을 때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지점에서 역전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비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바치지 않고서는 골인 지점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2024년 9월 15일부터 2024년 9월 21일까지 읽고 생각하고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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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인용도서. 인생이 멋지다 2020년 20년 개정판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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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관해 다양하고 깊은 사색이 담겨있어 러너로서 아주 즐겁게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달리기를 일종의 '놀이' 로 받아들여 끊임없이 자기 안을 파고드는 것에 깊이 감탄했다. 단순히 운동이 아닌 수련이며 더 나아가 종교적인 느낌까지 들게한다. 달리기는 놀이이자 고독이며 고통이면서 즐거움이 된다. 나도 거의 매일 10키로를 달리는 러너로서 조지 쉬언 박사의 생각들을 통감하고 나만의 생각을 깊이 탐구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