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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게 양심을 묻는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의 자전적 에세이 「인간의 보루」 하우스 메이커의 영업 추진부장을 맡고있던 야마카와 슈헤이는 버블경기 말미에 동료들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골프 여행을 떠나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한국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제주도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어요. 친절한 가이드를 만나 즐겁게 골프도 치고 한국의 매력에 빠질 즈음 지나친 음주로 인해 설사병이 난 야마카와는 마지막 골프 일정을 함께하지 못한 채 나홀로 관광을 하게 되요. 목표를 정하지 않고 혼자 걷는 걸 좋아하는 야마카와는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산책을 하던 중 다방에 들어가게 되요.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한 사람을 만나게 되요. 한국에서 들려오는 일본인보다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60대 남성의 접근에 놀란 야마카와. 하지만 이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통성명을 하게 되요.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던 인연이었음에도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자신의 이름이 김중곤이라 밝힌 남성은 일제시대 아픈 과거를 살포시 야마카와에게 이야기 해요. 하지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기에 만남은 짧았지만 둘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요. 그리고 2개월 후인 어느날 야마카와는 김중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한국을 향해요. 김중곤은 야마카와를 호텔로 안내 한 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요. 그리고 그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되요. 전혀 관심도 없던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야마카와는 일본으로 돌아가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해요. 이 책을 통해 알게되는 역사는 사실적 역사와 함께 김중곤이 직접 겪은 삶이 담겨 있어서인지 막힘없이 술술 읽혔으며, 재미있다고(?) 까지 느낄만큼 부담감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근로정신대에 징용됐던 사람들의 지루한 소송과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을 통해 안좋은 감정만 가득했던 일본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도 했어요. 세상 모든 일본인이 나쁜 사람만 있는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삐뚫어진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 보게 되곤 했거든요. 하지만 작가처럼 한국 피해자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니 오히려 피해자들의 고통은 커녕 재판에 대해 뭐하나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하면 참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저는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에 살아가면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적 사실 조차도 제대로 알고있는게 많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학창시절에 역사를 배우면서도 졸기 바빴던 저였기에 모르는게 너무 많은 한국사람 이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저 자신을 참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아서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 싶더라고요. 우선은 저의 곁에 있는 두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어요. 중고딩 학생인 두 아이들도 읽기에 충분한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아이들과 좀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또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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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이 책 ‘인간의 보루’를 쓴 저자 ‘야마카와 슈헤이’는 1997년 골프투어로 제주도를 처음으로 방문한다. 그는 주택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택업계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일본내 큰규모의 회사간부사원들로 구성된 ‘영업전략연구회’라는 친목모임의 회원이었다. 이 모임 구성원 4명은 97년 골프여행을 목적으로 제주도에 도착한다. 2일째 되던 날 저자는 전날 막걸리를 많이 마셔서 속이 탈이 난 까닭에 모임의 다른 회원들이 골프를 치러 나갈 때 호텔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홀로 남은 저자는 호텔주변을 배회하던 중 다방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른다. 거기서 그는 우연히 일본어를 잘하는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해방 전 오사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소재한 대학교 법학과를 다니다중퇴하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김중곤’이다. 그는 해방이후 광주 기마경찰대에 입대했다가, 서울에 처음으로 호국군 서울사관학교가 생기자 1기생으로 입학하고, 졸업 후 원주에 배치 받아 근무중에 한국전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듣던 저자는 김중곤의 여동생에 관해 듣게 된다. 그의 여동생은 근로정신대의 일원으로서 나고야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중 해방 1년전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공장잔해에 깔려 숨졌다고 한다. 우연한 짧은 만남이후 형식적인 인사인 ‘다음에 또보자’는 말이 저자 야마카와 슈헤이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줄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운명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없었다면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가서 막걸리를 많이 마셔 설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약속다방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김중곤과의 만남은 전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만남은 우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법이다.”
2개월 후 다시 그는 홀로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고 김중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후 그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모임에 가입해 피해자들의 지원에 매진하는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인권활동가로서 살아온 과정을 쓴 자전적 에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의 활약상과 근로정신대에 관한 재판과정을 소상히 적고 있어서, 사실을 기록하는 역사책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책에서 그는 김중곤을 만난 후 자신이 근로정신대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와, 1998년 일본의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지원회)’을 결성하게 된 과정 그리고 이 모임이 주도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진행과정을 소상히 적고 있다.
근로정신대란 흔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오인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여자 근로정신대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국내의 군수공장 등에 강제 취역됐던 조선의 여성들을 말한다. 당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조선 여성은 약 7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 까지 일본은 수십만명의 조선 남성을 강제로 연행해 노동력을 착취하였고, 전쟁이 확대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여성들까지 징용해 갔다고 한다.
일본은 나라의 정책으로 근로정신대를 계획했으며, 조선의 14세 전후의 소녀들은 일본에 가서 일하면 기숙사에 들어가 급료를 받으면서 여학교에 다닐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으로 갔다고한다. 하지만 학교는 커녕 넉넉지 않은 식량상황과 함께 비행기 생산에 종사하여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건물이 붕괴함에 따라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고 한다. 김중곤의 동생도 그 때 사망하였고, 그의 부인 복례도 근로정신대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고야 지원회 대표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게이오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비정규직강사로 일하면서 나고야역사학회에 가입하여 활동중이었다. 어느 날 재일역사학자인 박경식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자신이 배운 역사와는 다른 역사를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여러 자료를 통해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하고 자료등을 수집하여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고하고,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된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받게 된다. 판결의 주된 이유는 일본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불벌행위책임이 성립하지만 한일청구권 협정이라는 억지 이유를 들어 원고패소판결을 내린다.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가간의 책임을 명확히 한 조약이고, 개인간의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법원은 이를 근거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에서 원고측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학교에서 법과대학에서 법사학을 전공하고 건국대학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김창록씨의 증언에 따르면,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이하‘한일협정’)은 영토분리분할에 따른 민사상, 재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약이었으며,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가 포함되는 것에 관해 조약의 당사자인 일본이 명확히 부정했기 때문에 식민지배에 관한 것은 조약의 내용이 아니라고 증언한다.
따라서 어린소녀들을 속임을 당해 끌려와서 자유를 구속당했고 무기한으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이 소송 항소인들의 주장은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이므로 한일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동 협정제2조1항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이라는 문언과 동조 제3항 “어떠한 주장도 할수 없다”라는 문언의 해석은, 협정의 법적효과에 대하여 일본정부의 경우 외교보호권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정리했으며 1990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주장하는 법적효과를 보아도 개인이 가지는 청구권에 대하여 협정은 어떠한 효력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협정의 성질에 대하여도 협정체결당시 한일은 전쟁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강화조약이라고 볼수도 없다고 한다.
이러한 증인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일본사법부는 한일협정 원고패소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이책 인간의 보루 서두에는 항소심 주요내용을 요약하여 싣고 있다. 저자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고야 고등법원의 판결내용을 알리고자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아래 판결내용요약을 그대로 옮긴다.
① 국가와 미쓰비시중공업의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을 인정하며, 아직까지 미해결된 문제이다.
② 어린 소녀들의 향학열을 역으로 이용해 가족의 품에서 끌어간 행위는 기만 혹은 협박으로 정신대원에 지원하게 한 것으로 인정되며 강제연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③ 소녀들에게는"연령에 비해 가혹한 노동이었던 점, 빈약한 식사, 외출과 편지의 제한.검열, 급료의 미지불등의 사정이 인정되며 게다가 정신대원을 지원하기에 이른 경위 등도 종합하면 강제노동이이라고 보아야 한다.
④ 당시 일본도 비준한 ILO(국제노동기관) 조약29호(강제노동에 판한조 약)를 위반했다
⑤ 국가무답책의 법리 적용에서 명확히 벗어나 미쓰비시중공업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논거로 삼아 오던 전쟁 전의 미쓰비시중 공업과 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의 ‘별도 회사론’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계속성이 존재하므로 불법행위 책임을 질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이 국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엄하게 단죄하고 양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 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논거로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전쟁 피해자 개인의 재판상 소구할 권능을 말살시켰다는 해석과 한일청구 권협정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재판소 입장에서 불법행위 책임의 이행을 명령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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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일본인이 제주도 여행을 가서 알게된 근로정신대의 진실과 희생자의 유족 '김중곤'을 만나고 인생이 송두리채 변했다. 그리고 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의 활동을 한다. 인권운동가가 된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 <인간의 보루> 책을 보는 순간 진실의 문을 열어든 기분이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아니 그게 대체 뭐란말인가. 조선반도 여자정신대 근로봉사대 전 미쓰비시중공업 나오야 항공기제작소 도토쿠공장에서 군용기생산에 종사해야했던 소녀들이 겪은 가혹한 운명 희생자의 유족 김중곤과 만나 나눈 대화가 <인간의 보루>의 핵심이다. 역사적 사실과 개념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인줄 알았는데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라서 놀랬다.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그 감정이 지식전달식 내용보다 훨씬 와닿았고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김중곤을 만난 뒤 그의 인생이 바꼈다. 일본으로 돌아가 인권운동가 활동을 시작했고 이 단체의 창립배경과 재판과정을 담은 '근로정신대 실록'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보루>는 피해자와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싸움이다. 피해자들이 모여 그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이해관계 속에 존재하는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인간의 보루>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보고 더 읽어보고 싶었다. 인권과 재판, 존엄성, 냉전과 이해관계 등 얽히고 얽힌 한일 관계가 시작된다. 일본의 기만에 의해 빼앗긴 인생과 생명. 인간의 존엄을 묻고 국가와 기업의 부조리를 파헤친다! 피해자들의 권리를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일본단체해서 찾아간다? 아이러니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역사는 과거일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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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
지은이 :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 옮긴이 : 김정훈 펴낸곳 : 소명출판 발행일 : 2020년 3월 30일 초판 도서가 : 17,000원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다움이 과연 무엇인가란게 얘기되곤 합니다. 오랜 옛날부터 인문학의 주요 논제 중 하나였던 인간다움은 수많은 의견과 주장들이 제시되어 왔죠. 예전에 읽었던 '인간다움의 조건'이란 책에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감정으로 10가지(공포,분노,혐오,슬픔,질투,경멸,수치,당황,놀람,행복)를 들었던게 생각나는데요. 사실 동물 중에도 이러한 감정들, 공포나 분노, 슬픔, 행복들을 노출하는 경우 볼 수 있기에 의문스러웠던 기억이 새롭네요. 얼마 전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 볼 일이 있었는데 외형상 인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수명이 4년 밖에 안되는 리플리컨트(복제인간)들이 끊임없이 자기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존재인지 의문스러워 하던 것도 생각납니다. 제 생각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경험에서 파생되는 공감능력과 진실에 대한 양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공감과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생각케 하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인이 집필한 이 책의 원 제목은 "人間の砦"으로 우리나라에는 <인간의 보루>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죠. 검색해 보니 일본과 한국에서 출간된 책의 표지가 좀 다르던데요. 한국판 표지는 일본 군인들이 조선의 소녀들을 이끌고 가는 정면에서 촬영된 사진이 사용된데 반해 일본판 표지는 소녀들을 맞이하고 있는 일본군인과 민간인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란 차이가 눈에 띱니다. 책표지 사진들을 보니 한국판은 일본군이 소녀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이송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고, 일본판은 자발적으로 참가한 소녀들을 일본군과 미쓰비시 관계자들이 환영하는 사진 같아 보이네요.. 일본인 중에는 한국인을 위해 인간 양심에 따라 활동하는 분들 꽤 있다고 들었지만 그러한 분이 집필한 책을 접해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읽다 보니 한국인 중에도 타국민을 위해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가 궁금해지더군요.
저자는 1936년 일본 이와테현 출신으로 출판업과 주택산업을 거쳐 정년퇴직후에는 문필활동 중에 있는, 일생동안 많은 곡절이 있었다는 분입니다. 17세 때인 고교 2학년 재학중 폐결핵에 걸려 4년동안 요양생활을 하게 되었고 21세 되던 해에 다시 고교 1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는군요. 대학 졸업후에는 출판사에 취직하였고 5년 후 독립하여 영세 출판사를 설립했지만 3년 만에 막대한 부채만 남기고 실패하게 되어 자살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생에 걸쳐 이 정도 수준의 우여곡절 겪은 이는 수도 없이 많겠지요. 버블경제 초기시절에는 주택산업계에 투신하여 정신없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였답니다. 그러다 1990년 한국 여행을 처음 가게 되었고 이후 한국의 문화, 풍속, 역사, 민족성에 홀려서 70회가 넘게 방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인들을 알게 되었고 우연한 만남 또한 많았었다는데요. 그중 제주도에서의 이 책 주인공과의 우연한 만남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중요하게 느껴진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 본문 1장에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구요.
책은 <서문>, <1. 반도 여자정신대 근로봉사대>, <2. 조선반도 · 냉전의 틈새기에서>, <3. 추도, 그리고 제소>, <4. 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5. 인간의 보루>, <부기/미주>, <후기/역자 후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두 주먹을 수시로 불끈 쥐게 하는 내용들이 꽤 나오는데 특히 3장과 4장이 그러했죠.. 책에 나오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관계자들의 주장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들에게 양심이란게 있는건지.. 인간이 인간다워 질 때가 과연 언제일까요?
책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가슴 아픈 우리의 과거 역사와 현재의 모습들이 투영되는데요. 서문에도 약간 언급되어 있지만 책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1944년 10대 중반의 소녀 3백여명이 일본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강제 이송되어 군용기 생산작업에 투입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녀들의 가혹한 운명과 저자가 우연히 만나게 된 근로정신대 유족으로 인해 알게 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 그리고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전후 배상을 둘러싼 투쟁과 지난한 재판 과정들을 저자의 양심에 따라 담담하게 그려 낸 에세이"
에세이는 2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저자'와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유족 '김중곤'입니다. 1992년 여름, 버블경제가 극에 다다라 내리막에 접어든 시기에 저자는 영업 관련 친목회를 통해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가게 됩니다. 둘째날 복통으로 홀로 호텔에 남은 저자는 주변을 산책하다 약속다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김중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1924년 전북 순창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중곤은 그중 여동생인 순례가 14세 되던 1944년 여학교에 보내주고 급료도 받을 수 있다는 일본인의 거짓에 혹하여 일본 미쓰미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쿠공장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여학교나 급료는 볼 수도 없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게 되었다죠. 불과 5개월이 지난 때 도난카이 대지진이 나고야를 강타하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여동생 순례는 무너지는 벽돌에 깔려 숨지고 친구 복례는 그 모습을 목격하고 필사적으로 탈출하여 생존하게 됩니다. 복례는 다시 다도야마현의 다이몬 군수공장으로 재배치되어 종전때까지 중노동을 하게 되었고 종전후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답니다. 이러한 사실은 살아서 귀국한 순례의 절친이자 김중곤과 혼인하게 되는 김복례 여사와 당시 기숙사 사감 등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었다네요.
일본 정부는 1965년 조인된 <한일청구권 경제협력 협정>의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다"라는 한 문장을 근거로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되었다 주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본법원은 피해자들이 일본국가와 일본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모든 개인 배상청구소송은 기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정부 관계자나 전범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사죄나 사과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구요. 책에는 일본이 주장하는 근거가 협정의 내용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들에게서 사죄와 배상은 지금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지요..
가장 궁금했던게 왜 일본인이 한국인의 입장에 서서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지였습니다. 책에는 그에 대한 답으로 "그것은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 하면서 그게 바로 인간의 보루이자 양심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일본에게 양심을 묻고자 일본의 가해 역사를 깊이 자성하고 인도주의와 현실주의 이념에 입각해 구원받으려는 화해의 시각으로 자전적 에세이를 집필하였답니다.
마르크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인민에게 환상의 행복인 종교를 폐지하는 건 인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라 하면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종교가 주는 환상에 빠지게 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을 했다죠. 사이비 종교나 광신도들을 통해 그러한 위험성이 실제로 발현되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이데올로기나 신념 또한 이러한 종교가 가진 위험성과 비슷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듯한 그들 역시 이러한 위험과 다를게 없는 것 같은데요. 언젠간 국제적 문제를 일으키리라 여겨지는, 심히 우려스런 상황이라 여겨집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朝鮮女子勤勞挺身隊).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과 국내의 군수공장 등에 강압과 사기에 의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의 여성들로서 그 인원은 약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정신대라는 단어가 일본군 위안부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피해자들은 그 피해사실을 숨겨올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근로정신대라고 모집해 놓고 실제로는 위안부로 끌려간 경우가 있었기에 그렇다는군요. 지금은 명확히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는 분리되어 사용되고 있답니다.
가슴 아픈 우리의 과거이지만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지난 일들입니다. 그것은 일본의 엄중한 사죄와 적절한 배상이 선행되어야 겠지요. 일부분이지만 근로정신대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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