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템플 3권에대한 리뷰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레 난입한 명목상 약혼자 용각사 3남의 억지에 의해 3개월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주지 수행을 끝마쳐야한다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유즈키. 물론 그녀의 곁에는 아카가미와 미아라는 나름 듬직하다면 듬직할(?) 수행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었지만 점점 다가오는 시간의 압박은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어쩔수없는 부분이었고 게다가 미카즈키데라 주지 대행 키키가 지도하는 주지 수행 프로그램 역시 단순히 그녀의 성적 취향을 반영된게 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관능적이고 저급한 내용들 일색이라 과연 이 3개월 안에 모두의 앞에서 제대로 된 주지 공인을 받아낼수 있을지 여러모로 의구심이 들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은 반드시 통한다고나 할까요. 단순한 풍기문란 외설로만 느껴졌던 지난 수행의 과정 속에서 분명히 제대로 숨겨져있던 불교의 심오한 의미들을 하나둘 깨닫게 되면서 그 모든 의심과 잡념이 사라진 유즈키 일행의 득도 속도는 빠르게 향상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소중한 절을 살리기위한 득도의 길에 열을 올리던 유즈키 일행. 어찌나 그들이 수행에 몰두했던지 보다못한 키키가 쉬는 것도 수행이라며 아무 것도 하지말고 그저 놀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몸은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튼채 평소 해오던 수행의 그것과 다름없는 행동들을 여전히 반복할 뿐이었죠. 하지만 그런 그들, 특히나 유즈키의 극적인 변화에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인 감정으로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이 절의 차녀이자 유즈키의 동생 츠쿠요였습니다. 어느날부터인가 갑자기 잘 다니던 궁도부를 그만둔채 그저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만하던 츠쿠요. 언제나처럼 수행에 열심이면서도 그런 츠쿠요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낸 아카가미는 혹시나 절의 재정부담이 원인인가싶어 지금까지 절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며 조금의 문제점도 없었던 자신의 유능함을 최대한 어필하며 이제라도 다시 부활동에 전념할 것을 그녀에게 권유해보지만 그런 쓸데없이 친절한 그를 향해 돌아온 것은 네 주제를 알라는 츠쿠요의 차가운 냉소뿐이었죠. 알고보니 이런 그녀의 칩거 생활은 아카가미가 이 절에 오기 전인 꽤 오래전부터 이어진 그녀 나름의 속죄였던 겁니다. 원래 궁도부에는 츠쿠요가 아닌 그녀의 언니 유즈키가 소속되어 있었고 츠쿠요는 그런 언니를 동경해 궁도부에 지원해 들어왔던 거지만 동경의 대상이었던 유즈키는 이내 절의 가업을 잇겠다며 궁도부에서 퇴부. 그리고 가업의 부담을 전부 유즈키에게 떠넘겨버린채 홀로 궁도부에 남아버린 츠쿠요 역시 나홀로 청춘을 만끽할수 없다며 이렇게 은퇴한 전설의 선수 취급을 받으며 본의아닌 칩거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었지만 정작 그 모든 연결고리를 청산할 그녀의 퇴부 신청서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죠. 여기까지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아, 제가 주제넘게 자매 사이의 깊은 문제에 끼어들고 말았군요라며 한발 뒤로 물러설테지만 우리의 아카가미에게는 그런 체면과 가식따위 이미 내던진지 오래였기에 그는 감히 유즈키를 향한 츠쿠요의 암묵적인 채무의식을 말끔히 지워버릴 아주 중요한 두가지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첫번째,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직까지 퇴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츠쿠요에게는 아직 궁도부에서 활약하고픈 미련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봐온 바로 그 유즈키라면 가업때문에 어쩔수없이 좋아하던 궁도부를 그만두었을리가 없다. 결론이 여기에 이르자 아카가미는 츠쿠요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어디론가 자신있게 향하기 시작하죠. 그렇게하여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유즈키 일행이 수행하던 궁도장. 그렇습니다. 비록 부활동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수행의 일환으로 유즈키는 여전히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동경하던 언니의 모습과 감동의 재회도 잠시, 곧 츠쿠요는 어쩌면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를 충격적인 진실과 적나라하게 조우하고 말죠. 연신 활시위를 당겼다 놓아보지만 명중은커녕 과녁 근처에도 가지 못한채 땅에 곤두박질치고마는 유즈키의 화살들. 알고보니 츠쿠요가 추억 보정으로 미화해왔던 유즈키의 궁도 실력은 거의 초심자나 다름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어쩔수없이 좋아하던 궁도부를 그만둔게 아니라 너무나 처참한 실력을 견디다못해 마침 가업도 이어야겠다 겸사겸사 스스로 포기한 것에 가까웠던거죠. 물론 실력과 흥미가 서로 비례하지않듯 나름 유즈키에게는 궁도부에서의 시간이 소중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활시위를 당기는 승복 차림의 유즈키의 그 어디에서 그녀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은 가업의 막중한 무게감을 찾아볼수 있을까요? 유즈키에게는 그저 이 절이 너무나 소중해 굳이 궁도부가 아니더라도 활은 어디서나 당길수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곁에 있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유즈키의 진심을 비로소 목도하고 나서야 자기 고집에 가까웠던 지금까지의 칩거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궁도부로 복귀하게 된 츠쿠요. 어느새 날짜는 세간의 모든 연인들이 들썩이는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졌고 어디까지나 뿌리는 다른 종교가 기원인 그 이벤트와 전혀 상관이 없을 법할 이곳 미카즈키데라에도 두근두근 파티의 시즌이 찾아왔죠. 비록 송년회라 쓰고 크리스마스 파티라 읽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속보이는 일탈이었지만 그간 여러 사정때문에 꾹 참아오던 고기도 마음껏 먹고 나름 노리는 사람도 많은 회심의 선물도 교환하며 모처럼만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미카즈키데라의 일동들. 하지만 그 잠깐의 평화를 질투하듯 곧 절은 다급한 비상사태를 알리는 누군가의 음성으로인해 순식간에 초긴장모드로 전환하고마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 절의 주지 대리이자 언제나 차분하고 태평하던 바로 그 키키였습니다. 키키가 알려온 급보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곧 이 지역 절들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다. 아마도 용각사의 3남은 이 회의에서 유즈키를 데뷔시키고자 앞선 3개월 수행 완료라는 무리수를 우리에게 강요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유즈키의 수행은 문제없이 순조롭다. 다만 한가지 큰 장애물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유즈키의 주지 수행을 최종 심사할 장소가 다름아닌 이곳 미카즈키데라라는 것. 비록 다 쓰러져가는 절이라 할지라도 다른 어떠한 것도 당일만 넘기면 되니 충분히 위장할수있지만 저 목이 뚝 부러진 불상만큼은 반드시 수리해야만 한다. 가격은 최소 50만엔. 갑작스레 절을 살리기위한 냉혹한 청구서가 뒤늦게 유즈키와 아카가미에게 날아든 겁니다. 지금까지의 3개월 시한부 판정도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텐데 이렇게 현실적인 자본주의의 벽까지 직접 마주하게 된 유즈키와 아카가미. 과연 돈이라곤 생판 인연도 없던 이들 미카즈키데라의 수행자들이 대망의 그날까지 50만엔이라는 거금을 제대로 모을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