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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한 자 한 자 소리내어 읽어보는 묘미가 있다. 때로는 끓어오르듯 급박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놓는 듯이 허심탄회하게, 문장이 주는, 사랑이 선사하는 멈춰있지 않은 시간을 느껴본다. 이 과정에서, 한국·중국·영미·독일·프랑스 문학 전문가들이 엄선한 ‘사랑’에 관한 시 100편이 엮인 이 책의 구성은 사화집이자 해설서인 만큼 글로 풀어낸 전시회 같다. 전시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옆에 쓰인 설명을 읽듯, 이 책도 눈으로 담고 소리로 내뱉은 시의 여운을 머금고 작품별 해설과 관련 그림으로 생각을 다듬으며 쉬어갈 여지를 준다. 맨 뒤에 전체 해설이 붙어있는 것보다도 작품 하나하나에 짧지만 알찬 해석을 달아주어 배경이나 주요 소재, 원어에서의 각운 등을 숙지하고 다시 읽어보게 하는 길잡이가 된다. 다른 언어권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유사한 내용을 다룬 시들을 짚어주는 것도 묘미다.
처음에는 문화를 초월하는 전체 사랑의 주제를 파악해보고자 읽어 내려갔으나, 생각보다는 시 한 편 한 편 화자와 시인에 집중하게 된다. 덧붙여 동서양의 모티프나 어조에서 차이가 두드러긴 하나, 원어가 아닌 번역본이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언어권 별 개성보다는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시대의 흐름이 더 눈에 들어왔다. 변화하는 시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시의 원형으로의 회귀 또는 새로운 관점의 대립, 작품들이 대변하는 지배적 가치관, 그 속에서의 사랑에서의 약자, 이념적으로 알게모르게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인다. 헛된 영원을 꿈꾸기보다 지극히 현실 속의 두 남녀가 보이는 관점 차이(Liebespaar am Fenster-Kurt Tucholsky)가 두드러지기도, 때로는 좀더 자아에 매달리는 태도(꽃나무-이상)를 취하기도 한다. 현대화되고 서구화된 사랑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현대 작품으로 넘어올수록 더 편하게 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첫 번째 파트 한국시부터 새로웠는데, 한국 문학과 사랑이라고 했을 때 너무 당연하게도 고전 시가를 생각하지 못했기에 교과서에서밖에 볼 일이 없었던 옛 작품들이 자유롭게 뛰어나와 수려하게 펼쳐진 페이지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서양 작가들의 철학적인 독백이나 충고보다도, 동양의 다양한 사람들, 왕부터 기생, 이름 없는 사람들의 한풀이까지 자연을 배경삼아 털어놓는 진솔하면서도 예리하고 아름다운 표현력이 때로는 깊이 남는다. 감정의 보편성과 깊이는 측정해볼 수도 없거니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는다는 것은 사랑을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것이 떨림, 슬픔, 외로움, 애달픔을 수반함에도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왔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처럼 도시화, 평화, 가난 등의 보편적 주제 하에 흩어진 많은 시들을 묶어주는 책이 많아지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대부분의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이성 간의 사랑 외에도 가족의 사랑, 조국을 향한 사랑, 현대 적극적으로 발굴되는 퀴어링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엮어지는 날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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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나는 사랑을 아직 잘 모르고,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지 오래되었다. 제목에서 제시해준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이 책을 골랐다. 나는 한국의 사랑 시를 학창시절 때부터 교과서를 통해 접해왔다. 여러 종류의 사랑을 노래한 시들을 접하였고, 공감되는 시도 있는 반면, 애절한 시 같은 경우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일 기억에 남는 시는, 황동규 시인의 [ 즐거운 편지 ] 이다. 시에서 느꼈던 감정이 가끔씩 피어오르고, 나도 나중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랑을 주고 싶다. 평소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사랑을 직접 느끼기도 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접한다. 영화, 드라마, 책, 시, 수필, 희곡, 노래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감각들을 이용해 경험하는 영화가 가장 현실감 있고 인상이 강렬하지만, 은은하게 향기가 오래가는 것은 ‘시’이다. 벅차는 마음을 시로써 함축시켜 놓은 것이 당장 내게 와닿지 않아도 살다가 깨닫는 부분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며 은근히 그 의미가 느껴진다. 이 책은 한국, 중국, 독일, 영미권, 프랑스의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시인에 대한 정보와 쓰게 된 배경을 보기 좋게 써놓았다. 시를 먼저 쭉 읽고 부가 설명을 보며 이해도를 높이며 마음 속에 감정이 퍼진다. 시를 분석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함께 생각해볼 요소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한 편에 대한 설명도 길지 않아 부담없이 한 편씩 읽어나갈 수 있다. 역사는 계속 바뀌고, 사회의 양상도 많이 바뀌지만,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초월하고 국경을 넘나들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국가별로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나라의 언어로 직접 읽을 수 있다면 느낌이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에 녹아있는 세세한 문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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