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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가족과 이별한다. 저마다 시기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이별을 준비하면서 살지 않는다. 적절한 시간에 적절하게 이별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산다. 존재 이전에 이별했다면 운명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어떻게 스며들어 우리는 지배할까. 그건 그들을 기억하는 이의 애정과 노력에 의해서다. 내가 모르는 엄마의 젊은 시절을 들려주는 고모의 노력 같은 것들. 니나 라쿠르의 『우린 괜찮아』속 마린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필요했다.
마린에겐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 엄마를 닮았다는 걸 알 확인시켜준다. 모든 걸 준비해 주는 할아버지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할아버지의 공간과 마린의 공간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살고 있다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마린의 아기 때 사진이 없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린의 곁에는 친구 메이블이 있었고 그녀의 부모님은 다정하고 친절하게 마린을 대했다. 둘은 사랑하는 연인이자 영혼을 나누는 사이였다. 문학에 대한 마린의 열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였다. 어느 밤 바닷가에서 할아버지 몰래 위스키를 마시고 서로를 탐하는 순간 밀려드는 황홀한 감각이 증거였다. 그런 메이블의 연락을 외면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된 건 마린의 선택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메이블에게 마린은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후회하고 있다는 걸 메이블은 알고 있을까.
창밖엔 달, 나무들의 윤곽, 캠퍼스의 건물들, 산책로를 수놓는 불빛들이 펼쳐져 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나의 집이고, 메이블이 떠난 뒤에도 이곳이 나의 집일 것이다. 나는 그 풍경의 고요함을, 그 날카로운 진실을 음미한다. 눈이 따갑고 목이 멘다. 이 외로움을 무디게 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외롭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한 단어였으면, 외롭다는 말은 훨씬 덜 아름답게 들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외로움을 감당해 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나중에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불시에 덮치지 않도록, 온몸이 마비되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16쪽)
소설은 기숙사에 홀로 남은 마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남은 마린은 갈 곳이 없다.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그리고 메이블이 온다. 메이블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까. 마린은 기쁘면서도 두렵다. 텅 빈 기숙사에서 마린은 메이블을 맞을 준비를 한다. 잘 지냈다는 인상을 주도록 책상과 벽을 정리하다 그만둔다. 메이블은 다 알 수 있으니까. 둘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설은 마린과 메이블이 기숙사에서 함께 보내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긋났던 메이블과 마린의 감정들, 바닷가에서 서로를 확인했던 그 마음에 대해서도. 그리고 마린이 세계를 흔든 거대한 사건인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난다.
마린이 먹을 음식을 챙기고 빨래를 정리하고 학교생활의 상담을 해주던 할아버지, 마린의 편에서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주던 분이었다. 버디란 이름의 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누는 근사한 분이셨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 될 건 아니었다. 마린이 미래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마린의 일상은 습관처럼 평온했으니까. 새벽에 메이블을 만나러 나가던 일이며 할아버지가 혼자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 일. 마린에게 할아버지는 유일한 울타리고 가족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실종 후 할아버지가 누구와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사랑한 딸, 마린의 엄마였다. 할아버지는 딸의 유령과 살고 있었다. 마린에게 보여주고 돌려줘야 할 엄마를 독차지한 것이다.
정상적이었던 일상이 무너졌다. 마린은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쳤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메이블의 문자와 전화를 외면하고 대학 기숙사에서도 괜찮은 척 지냈다. 잘 지낸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메이블을 마주한 순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집으로 같이 가자는 메이블의 말에 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메이블과 함께 지난 모든 순간을 떠올리고 추억하며 언젠가는 괜찮아질 수 있다고 느꼈다. 할아버지를 잃은 무거운 상실감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도 순진해서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일 거라고 믿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의 조각들을 맞추기만 하면 그럴듯한 하나의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우리 모습 같은, 우리의 거실 같은, 그리고 우리를 키워준 사람들 같은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드러나는 대신. (157쪽)
어둡고 침울한 쪽으로 기울 수 있는 내용을 마린의 시선으로 묘사하며 균형을 맞춘다. 마린과 메이블의 맑고 투명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십 대 소녀만이 볼 수 있고 느끼며 알 게 되는 세계라고 할까.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로맨스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마린처럼 우리도 이별과 상실, 그 안에서 성장하며 다른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 그리하여 단단해진 우정과 사랑을 마주하며 괜찮다고 말하며 웃을 수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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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그래서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하는 한 소녀가. 뉴욕의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보다 더 시린 마음이 되어버린 이 소녀의 마음은 상처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모두가 떠나버린 학교 기숙사에 홀로 남겨진 마린의 현실이 마린이 처한 상황과 마음과 꼭 닮아 있다. 아빠는 모르고 3살에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온 마린은 사랑 보다 외로움을 먼저 배운 아이다. 그나마 서로 의지가 되어왔던 할아버지마저 잃게 되면서 마린은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상처받기 쉽고 여린 10대의 나이인 마린이 감당하기엔 참으로 버거운 슬픔들. 혼자서 외로움과 슬픔을 감당하며 철저히 혼자가 된 상태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삶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할아버지에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행여 엄마 이야기가 할아버지에게 상처가 되어 할아버지마저 멀어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참고 살아야 했던 세월. 서로의 의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할아버지와도 사실은 겉도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병이 되어 외로움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린은 충격과 배신의 마음마저 들게 된다. 작가는 상처받기 쉬운 십대의 그 여린 감성과 복잡한 심경, 심연 깊은 곳에 있는 마린의 고통을 너무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혼자서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아픔과 삶의 무게이므로.
먼 곳에서 날아온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인 메이블에게마저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지만 메이블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뉴욕의 겨울을 느끼면서도 함께여서 그 추위를 견딜 수 있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견딜 힘이 되는 것이다. 매서운 뉴욕의 겨울을 표현하면서 눈이 내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그래도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인 것처럼 찬서리 내린 마린의 마음에 포근한 눈과 같이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메이블이라는 사실을.
고통의 시간 속에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과 마주하면서 마린은 성장하게 된다. 슬프고 안타깝기만 했던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보게 되고 기쁨을 가져다준다. 책을 읽으면서 마린을 다독이고 싶었고 수없이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속 응원이 통한 것처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삶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슬플지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슬픔의 바닥까지 갔다면 다시금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마린은 메이블을 비롯해 주변의 마린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문득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사람의 일생이 상처나 고통 없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슬픔의 늪에서, 터널을 지나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다. 흔히 쓰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어쩌면 "사실은 나 괜찮지 않아요~"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괜찮아요"라고 말함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괜찮아지겠지... 하는 주문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마린의 감정을 책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 절망 끝에는 괜찮아지게 하는 사랑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복잡한 감정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이다. 2018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주는 <프린츠상>을 수상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상처와 고통 속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의 말처럼 수없이 흔들리고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기에 이 책이 마린과 같은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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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상 수상작 청소년 교양도서, 우린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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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니나 라쿠르의 퀴어소설 "우린 괜찮아"에서는 전개되는 세월 내내 흐르는 마린의 감정 흐름, 사고로 떠나 보내야 했던 딸과 그녀의 딸을 키우며 과거에 갇힌 채 살았던 할아버지의 감정, <두 명의 프리다> 그림 속 서로 연결된 손이 주는 감정 등 수많은 감정이 만나고 교차되고 헤어진다.
때론 참 힘든 일이야.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안다는 건.
그녀의 선택이 무엇이든 간에 변함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어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니나 라쿠르의 청소년문학 "우린 괜찮아". 성적 성향을 소재로 삼아서 읽기 망설여졌지만 딱히 퀴어소설적 요소가 마구 드러나지도 않아 읽기 불편하지 않았다.
든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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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것은 무엇일까? 눈속에 파묻힌 채 900개의 반짝이는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못하는, 목 안에서 메인 채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아픔은 언제부터, 어디에서부터, 무엇부터 치유할 수 있을까? 치유할 수 있기는 할까? 이미 심장은 얼음 같은 강바람이 통할 만큼 휑하게 뚫려버렸는데. 숨 쉴 수 없이 얼어붙은 폐, 말할 수 없이 굳어버린 몸. 마린은 세 살 때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할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집 안에는 마린이 결코 가지 않는 할아버지만의 공간이 있고, 할아버지는 절대로 가지 않는 마린만의 공간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빨래를 개어주고 친밀한 농담을 주고 받는다. 메이블이 집으로 놀러오고 할아버지가 구워주신 따끈따끈하고 먹음직스런 케이크를 함께 먹고. 할아버지와 마린,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마음들이 친밀해서 서로를 존중하는 비공유의 공간은 오히려 다정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모두가 떠나고 온통 눈이 내려 고립되어버린 차가운 기숙사 공간에 혼자 남겨진 여자아이. 평생의 겨울이 언제나 잿빛 하늘과 비, 웅덩이, 우산이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믿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에 그저 도망쳐 숨어버린 아이의 바다는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이 깊이 아린다. 작은 침대 하나만 겨우 놓인 좁은 공간 안에서 마린은 제대로 눈을 뜰 수 없다. 바다의 빛깔이 어둡고 깊게 빛나서.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심연의 바다빛은 마린을 끝없이 파고든다. 푸르게 빛나는 여름이, 바다의 물결이 차갑게 얼어붙은 마린의 겨울 사이에 계속 넘나들며 소설은 소녀의 마음을 파고든다. “괜찮아요.” 아기 때 사진을 부탁드렸다가 할아버지가 말씀을 다 하시기도 전에 서둘러 말을 자르던(p.78) 아이. “괜찮아.” 함께 가기를 제안하는 메이블에게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말하고는 곧바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는(p.93) 아이. “넌 괜찮아.” 벽 속의 쥐처럼 굴을 파듯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억지로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는(p.222) 아이. 나를 위한 진짜 ‘괜찮음’이 아닌, 너를 안심시키기 위한, 혹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괜찮음’이 얼마나 괜찮지 않은 것인지. 괜찮다고 말하는 내가 결코 괜찮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마린.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고 깊은 심연에 갇힌 아이가 검푸르게 얼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붙잡고 싶었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에 흠뻑 젖어 찢어질 듯 파리하게 흔들리는 아이를, 종이 같은 이 아이를 건져내고 싶었다. “괜찮아?” 묻지 않고 그냥 그대로 안아주기를, “같이 갈래?” 말하지 않고 그냥 데려가주기를, 그냥 완전히 녹아내릴 때까지. 온몸을 흔들며 충분히 울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아픔을 다 울어낼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등을 두드려주기를. 모든 걸 다 토해내고 웅크린 슬픔이 끝까지 발을 뻗어 텅 빈 심장에 다시 혈류가 돌 때까지.진짜 괜찮다고, 환하게 웃으며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두 사람의 연결이 여름의 햇살 아래 숲이 될 때까지. _____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에 따라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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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린츠상 수상작인 [우린 괜찮아]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마린은 뉴욕의 학교 기숙사에 혼자 남았다. 내일이면 메이블이 도착하여 사흘을 머물다 가면 당분간은 혼자다. 룸메이트 한나가 괜찮겠냐 묻는다. 메이블과 마린은 동성이지만 사랑하는 사이다. 마린이 세 살때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샌프란시스코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수요일은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었다. 과자를 만들어 줄 사람이 둘이었으니까. 할아버지 친구들 중 첫 번째 존스 할아버지가 도착하고 카드 한 벌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는 엄마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메이블이 여기에 온건 목적이 있어 왔다. “나하고 같이 가자”한다. 크리스마스 보내러? 묻자 그 이후에도 계속 머물도록 메이블 엄마가 방을 꾸며 놓았단다. 할아버지 장례식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메이블의 목소리에 날이 선다. 할아버지 실종 이후 마린은 조세핀 선생님 전화도 존스 할아버지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기숙사가 개방 되기 전 모텔에서 2주를 보냈었다. 한달 전 마린은 메이블의 900번째 문자와 전화를 무시했다. 새로운 사람이 생겼으면 그렇다고 말해도 돼 난 알아야겠다고 말을 하였다. 메이블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남자친구도 생겼다.
마린은 <제인 에어> <백년 동안의 고독>을 즐겨 읽었다. 할아버지는 편지를 쓴다. 버디는 누구일까. 어느 날 버디가 드레스를 보내왔다고 마린에게 보여준다. 젊을 때 입던 옷이라 지금은 살이 찌고 늙어서 안 어울린다는 것이다. 마린은 엄마의 유품을 본 적이 없다. 졸업에 쓸 어릴 때 사진을 구한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창고에 뒤져본다고만 하셨다. 6월 어느 날 밤에 마린과 메이블은 할아버지 위스키를 몰래 들고 나와 백사장을 걷다가 조금씩 나눠 마신다. 메이블이 자신의 입술을 마린의 입술에 댔다. 내일 후회하게 되면 위스키 탓인 거다. 마린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마린은 이미 메이블을 사랑하고 있었다.
마린은 손녀가 있는데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았을거라 생각이 드는데 연애편지를 썼다는 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는 할아버지의 피 묻은 손수건을 발견한다. 할아버지는 사회보장번호와 출생증명서가 들어 있는 봉투와 개설한 은행 계좌, 카드 암호를 적어두라고 하였다. 큰돈이 필요할거라 하셨다. 최근에는 기침할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왔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여름이었다. 해변에서 둘만의 조그만 바다 한 조각을 찾았다. 메이블이 대학을 가기 위해 2주 먼저 떠났다. 방학이 있고 여름엔 몇 달이나 집에 있으니 위로를 하였지만 아직은 슬픔마저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8월 중순, 메이블이 며칠 전에 떠나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찾으려 창고로 가니 엄마의 유품들이 있었다. 엄마의 사진들, 편지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오션 비치의 버디라고 할아버지 필체로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유령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오션 비치에서 노인이 바다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할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가 없는 집에 어떻게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상실감이 엄습해왔다. 한집에 살면서 서로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고 살았던 방식이 믿어지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휴대폰, 지갑, 엄마의 사진 한 장을 들고서 뉴욕으로 온 것이다.
[우린 괜찮아]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우리의 첫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을 사랑하는데 대한 혐오도 감정 소모도 없다. 투명하고, 어설픈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이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순간에도 우리 곁에는 묵묵히 머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있다면 ‘우린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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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이었다. 요즘 독서는 단순한 소설책, 아님 정보를 전달하는 교양서, 아님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수필 정도로 단순했는데, 이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마린이라는 여자아이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방식이 신선했고, 마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마린 표지의 까만 바다 밤처럼 마음 속 어둠을 가진 여자아이다.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고, 엄마는 3살 때 바다에 빼았겼다. 그 이후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데 그 유일한 혈육이었던 외할아버지마저 갑자기 자취를 감취고, 할아버지 역시 바다에 빠져 돌아가셨다고 사람들이 추측한다. 참 이름에서부터 아이러니 하다. 자신이 사랑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 바다에 빼앗겨 버렸는데, 자신의 이름은 마린이라니. 책 내용 중에 마린이라는 이름이 바다가 아닌 카운티에서 따왔다는 답을 하지만 바다와 같은 이름이라는 것 자체가 뭔가 불행한 삶의 원인인 듯 느껴졌다. 이런 삶 속에도 마린에게는 모든 걸 함께 나눈 친구 메이블이 있다. 책 중에 마린과 메이블은 동성임에도 친구의 선을 넘는 행동들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내용으로 받아들여 지진 않았다. 그 만큼 그 둘 사이가 남들과 다르게 특별했다는 거니깐. 그리고 메이블의 부모님 역시 마린을 단순히 딸의 친구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정말 딸처럼 아끼고 사랑해 준다. 할아버지와 메이블과 그래도 겉으로나마 행복하게 지내던 일상은 할아버지의 실종으로 완전히 산산조각나게 된다. 마린과 할아버지, 세상에 둘 밖에, 서로 뿐이 없는데 그 둘은 너무 사랑해서 였을까, 아니면 너무 많이 배려해서 였을까. 한 집에 살면서 속내를 들어내지 않고 문제는 감추고 서로의 생활영역을 침범하려 들지 않는다. 아마 너무 많은 불행을 겪어서 지금은 안정적인 현실마저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이 제일 안타까웠다. 할아버지는 어떤 병을 앓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건강상, 정신적 문제가 심각했지만 이를 마린에게 철저하게 숨겼고, 마린 역시 엄마가 그립고 보고싶지만 할아버지에게 상처가 될까 엄마에 대한, 자신에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절대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두 사람의 관계에 독이 되었던거 같다. 사람관의 관계는 솔직해 지고, 난관과 어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돌파하고 있지 않으면 언제가는 문제가 터지기 마련인데. 두 사람이 조금만 서로에게 솔직했더라면 마린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할아버지가 사라진 후 마린은 그 동네에서 갑작가 사라진다. 그렇게 모든걸 나눴던 메이블에게도 한 마디 말없이. 정말 많이 힘들때 모든 걸 놓아버리는 것 그 행동이 참 이해가 간다. 그 어떤 것도 마린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린의 상처는 우습게도 새로 만난 대학의 룸메이트 한나의 사소한 행동으로부터 서서히 치유되어 간다. 한나가 어떤 의도를 갖고 마린에게 다가가 신경쓰며 잘 해 주지 않았지만, 그냥 곁에서 일상적인 교감만으로도 이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마린을 서서히 구원해 낸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이렇게 사람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해 주는것 같다.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사람을 기피해 버리는 꽁꽁 숨어버리는 것보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고, 또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중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한 번 느끼게 해 주는 내용이었다. 또한 마린은 절친이었던 메이블 역시 연락이 닿지 않던 마린에게 결국 연락을 취하고, 방학 중 홀로 기숙사에 남은 마린을 찾아오게 된다. 메이블에 이어 메이블의 부모님도 찾아와 마린한테 항상 딸처럼 생각했고, 앞으로 함께 살자고 제안을 하는데. 이 부분에서 맘이 울컥, 눈물이 맺혔다. 세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고 옆에서 이렇게 구원의 끈을 놓치않고 계속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내가 어려울 땐 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나만 덩그라니 남아 있는 느낌 왜 나만 힘들걸까 그런 고독감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그 옆엔 반드시 누군가가 있을 꺼다. 손을 잡고 희망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 책을 읽으면서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 휴직기간을 가졌던 내 상황이 많이 떠올랐다. 휴직할 무렵엔 회사에서 속 마음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힘들일은 모두 내 몫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휴직을 하니 내 일은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고, 날 잊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한사람 한사람에 고마운 마음이 지금 내가 회사 생활을 다시 하게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상에 모든 힘들고 아픈 사람들도 주변의 따뜻한 빛을 만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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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린 괜찮아 지은이: 니나 라쿠르 옮긴이: 이진 펴낸 곳: 든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 방 한편에 쌓아둔 책. 소녀는 홀로 남은 기숙사 방 침대에 올라선다. 아마도 벽이 있을 그곳엔 고향 집에서 마린이 즐겨 찾던 바다가 펼쳐진다. 마린과 메이블의 추억이 있는 그곳, 엄마와 아빠가 만났던 그곳, 엄마가 자신을 꼭 안아줬을 그곳, 젊은 시절 그 바다를 한껏 누비다가 할아버지가 마린을 홀로 두고 영원히 잠든 그 바다. 겨우 지탱하듯 서 있는 마린의 뒷모습이 하염없이 안쓰러워 가슴이 저릿하다. 한쪽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린. 넌 지금 울고 있니?
미혼모였던 어머니를 어린 시절 잃은 마린은 줄곧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서로의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며 나름 행복하게 살던 마린. 그런 마린에게 메이블은 유일한 단짝이자, 소울메이트이자 진짜 사랑이었다. 할아버지의 위스키를 몰래 챙겨 나왔던 새벽, 마린과 메이블은 아름답게 펼쳐진 바다에서 서로를 따스하게 감싸 안고 입술을 포갠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던 그 순간, 그저 인간이 한 인간을 좋아하는 그 느낌이 낯설거나 싫지 않았다. 뉴욕으로 대학을 가게 된 마린. 할아버지는 이미 두 학기분의 등록금을 완납하고 앞으로 마린이 사용하게 될 생활비를 담은 현금 카드를 내민다. 대학을 가면 메이블과 멀리 떨어지게 되는 상황. 하지만, 이런 이별을 원한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바다에서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끝으로 더는 할아버지의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린에게 닥친 놀라운 진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차게 마린을 잠식한다. 할아버지가 숨겨왔던 비밀. 경찰서 뒷문으로 빠져나간 마린은 그 길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뉴욕으로 떠난다. 아직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어 발길 닿는 대로 잡은 모텔은 마치 인생의 실패자들만 모인 듯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그 후 무사히 대학교로 간 마린은 룸메이트 한나를 만나고 차츰 생활에 적응하는 듯하지만, 마린에겐 고향에 두고 온 집과 아직 정리하지 못한 메이블과의 관계가 남았다.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끊임없이 마린에게 연락했던 메이블. 춥디추운 겨울, 기숙사에 홀로 남게 된 마린을 메이블이 찾아오며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소설은 시작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 회상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잔잔한 리듬 속에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이 힘을 빼고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게 되는 이야기. 그렇게 난 마린이란 아이의 아프지만, 잊지 못할 소중한 시절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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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외로움이 두려웠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속였던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설득했던가. 난 슬프지 않다고, 난 혼자가 아니라고. 내가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두려웠고 할아버지가 낯선 사람이었다는 게 두려웠다. 내가 할아버지를 너무도 미워한다는 게 두려웠다.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게. 그 상자들 안에 있는 것들과 언젠가 내가 알게 될 것들, 그리고 그 상자들을 잊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내가 잃을 수도 있는 기회가. 서로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고 살았던 우리의 방식이 두려웠다. 서로를 결코 편안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내가 스스로에게 했던 거짓말들이 두려웠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내게 했던 거짓말들이. 식탁 밑에서 우리의 다리가 부딪쳤던 게 아무 의미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 빨래를 개어놓았던 게 아무 의미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 차와 케이크와 노래들,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 ...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 - p251~253
소설 끝자락에서 마침내 터져 나온 마린의 진심에 가슴이 먹먹해 한참을 쓸어내렸다. 그래, 넌 많이 외롭고 두려웠겠구나. 메이블이 돌아간 빈 기숙사에서 우두커니 있는 마린을 보며 지독한 고독과 저릿한 아픔을 느꼈지만, 이런 고통도 잠시. 읽으며 펑펑 울어버린 감동적인 순간이 등장한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려고 마린을 찾아온 메이블의 가족. 그리고 메이블의 엄마가 마린에게 전한 진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멀고 먼 곳에서 태어난 타인이 서로 만나 너와 내가 되고, 소중한 존재가 되고, 서로를 아끼고 걱정하며 가족이란 이름으로 손을 잡는다. 너무나 간절했기에 더 두려웠을 마린. 그런 마린을 놓지 않고 지킨 메이블. 마린을 딸로 받아들인 메이블의 엄마. 그들이 빚어낸 인생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슬픔과 고통마저도 어떤 편견이나 잣대 없이 있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 드러내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었던 건 독자가 마린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막히게 섬세한 문체로 표현해낸 작가의 필력 덕분일 거다.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여느 멋진 소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깊이 있고 탄탄하며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품. 『우린 괜찮아』, 이 멋진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분명 우리의 만남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다. 머지않아 난 이 책을 또 펼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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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네 생각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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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린 괜찮아] 책을 읽기 전, 책표지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자유로이 흩으러진 침대 위에 서서 한 소녀에게 바라본 세상은 하얀눈이 내리는 파도가 치는 검은 바다와 푸르름 그러나, 그녀는 눈물을 훔치는 것인지 눈 앞에 놓인 세상을 보고 싶지 않은지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어요. 이상스레 그녀를 채워줄 수 없는 공허함이 감도는 느낌이예요. 글은 주인공 마린의 기억과 현재를 오가며 서술되기 때문에 궁금증에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완독하기를 재촉하는 듯 해요. 집착, 깨닫음, 슬픔, 미친 짓.. 죽은 아내가 남겨두고 죽은 딸이 산 장식들을 꺼내 매년 크리를 장식하던 할아버지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도 다 이겨낸 사람인 양 죽은 딸이 남겨 둔 손녀, 지금의 마린을 위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듯 했지만 그는 죽은 사람과 비밀의 방에 살고 있었지요. 더 많은 진실들을 마주 대하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의 충격적인 경험에서 도망치듯 벗어 났지만 너무도 불확실한 마음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자신의 친구이자 연인인 메이블에게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도 문자로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려 왔지요. 마치 [두 명의 프리다]의 그림에서 그 혈관처럼..
책을 읽고 나니 지금에서야 모든 퍼즐이 완성이 되는 거 같아요. 저자 소개란에 머리가 긴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책 소개란에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틴...그리고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라는 문구로 그녀의 상태를 짐작케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인지 ‘퀴어 로맨스의 전형성이 없는 퀴어 로맨스’라는 평가는 기존의 작품들이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이야기의 중점을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으로 오는 고통을 다루는 데 반해 이 책의 주인공인 '마린'은 자신이 성소수자라서 고통받지 않아요.
마흔 여섯 살에 아내를 잃고, 스물네 살인 딸을 잃었을 때 마린은 고작 3살 (사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임신했지만 아빠는 곁에 없었어요.) 마린에겐 어떠한 엄마에 대한 추억도 애기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죽은 자들의 유품으로 비밀의 방에서 그들과 생활하며 나름의 슬픔을 감추며 살아오고 있었지요. 사랑하는 이와 사별했을 때 슬퍼하는 방식은 각자의 성격과 경험, 가치관으로 다를 수 있으나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마린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평범한 사람처럼 애도하는 대신, 뉴욕으로 도망쳤지요. 사실,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병이 있었던 듯.. 마린에게 가게 될 대학의 첫 두학기의 학비를 지불해주고 세상사는 소소한 방식을 가르쳐주고 엄마를 집어삼킨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걸어갔지요. 메이블과의 사랑스런 기억과 할아버지의 죽음이 있던 따스했던 여름을뒤로하고 지금은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 자신의 두려움을 위로하며 5,000km나 달려와 자신을 찾아 준 메이블로 인해 숨을 쉴 때마다 겨울이 지나는 것을 느낍니다.
메이블의 온기를 느끼며, 우린 괜찮다. 우린 괜찮다..
우리는 너무도 순진해서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일 거라 믿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의 조각들을 맞추기만 하면 그럴듯한 하나의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우리 모습 같은, 우리의 거실 같은, 그리고 우리를 키워준 사람들 같은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드러나는 대신. p.157 누구보다 가깝지만 제일 아프게 상처주는 사람들은 아마도 가족이 아닐까요? 몸과 마음이 아팠던 할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감추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왔고 한 집에 살았던 마린은 진실한 대화(엄마에 대한 궁금증 등)조차 건네지 못한 채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알게 된 진실에 배신감을 느끼지요. 안타까운 것은 가족과 나 사이의 적정거리를 두는 것은 좋으나 왜 서로를 감싸 안는 위로는 없었을까요? 한번 만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 봤으면 마음이 괜찮았을텐데.. 2018년 마이클 프린츠상 수상작답게 마린의 내면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 거 같아요. 그리고 마린의 상태를 대변하 듯 #제인에어 #백년동안의고독 #프리다칼로 를 언급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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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log.yes24.com/seeunmom/Post/12576915 책의 뒷편에 있던 말, "지금 그 누구보다도 외롭고 절망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당신에게 이 소설을 선물하고 싶다'. 이 문구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을 읽을 때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책을 다 읽는다면 첫 부분을 다시 읽게 됩니다. 첫 부분에서의 주인공과 책의 전개 과정에서의 주인공을 다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문체와 분위기도 아름답지만, 가장 훌륭한 것은 책을 통해서 내가 억눌러왔던 우울, 아픔, 슬픔을 다시 만나게 해주고 주인공을 보며 나도 더 성장하게 되는 것 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주인공 마린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하고 싶은 기억과 감정, 혹은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아픔들... 그 모습을 꺼내게 되고, 만나게 해줍니다. “나는 나의 외로움이 두려웠다. 나눈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속였던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설득했던가.(p251)” 이런 생각을 갖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고 싶을 때 모든걸 회피하고 도망가고싶을 때 위로 받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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