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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시험을 앞두고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 오신 교수님 논문부터 공부했어야 하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푸코 책을 잔뜩 빌렸다(합격은 했다). 물론 바빠서 손도 대지 못하고 시험 끝난 후 고스란히 반납했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얇지만 알찬 책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 당하지 않을 것인가?: 푸코로 읽는 권력, 신자유주의, 통치성, 메르스" http://blog.yes24.com/document/8255929 를 읽고, 푸코 저작 관련 문고판 서적 한 권을 더 구입했다. 시험 날 틈틈이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시험에서고 면접에서고 쓸데가 전혀 없었지만... 지금 무엇을 공부하고 싶냐면 푸코의 통치성 이론을 공부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거기서 한국 공립학교와 우리나라가 왜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분석하고 싶다.
아트앤스터디에서 진중권 교수님이 푸코의 자기배려의 윤리학을 소개해주실 때 관심이 생겼었는데 더 깊이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도덕윤리 교육에서 주체적으로 자기 통치(= 자치?) 잘하는 시민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 이 책은 푸코가 통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후기 강의록 "안전, 영토, 인구"를 저자가 쉽게 풀어준 책이다. 푸코는 그가 즐겨 사용한 계보학 방법에 따라 통치성 이전에 어떤 (국가) 권력들이 있었는지 밝혀보고 있다. 이 강의에 따르면 (국가) 권력은 주권-> 규율-> 안전 순서로 생겨난다. '주권'이란 왕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음을, '규율'이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했음을, '안전'이란 사람들을 인구로 보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관리함을 뜻한다고 나는 이해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정치적 상황(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맞아 벌어지는 연이은 집회를 나라가 다루는 방식, 인구주택총조사...)이 떠올랐다. "푸코가 문제 삼는 것은 "주권과 규율 그리고 안전이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다." 26쪽.
최근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상황을 소설에 잘 녹여낸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http://blog.yes24.com/document/8287031 을 읽었다. 주인공 잔느가 사는 마을에서 '사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소설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사정까지 꿰뚫고 있으면서(마을 사람들의 약점을 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세 가톨릭에서 사제는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존재, 특히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와 구원을 책임져 주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봉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소설 중반에 그 사제가 다른 곳으로 가고 매우 완고하고 도덕주의적인 새로운 사제가 온 후로 마을 분위기 자체가 변한다. 사제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잃자 사람들은 사제를 중간에 낀 종교 생활 자체도 점점 무시하게 된다. 아마 프랑스인인 푸코 역시 중세 사제의 역할에서 그러한 권력을 읽었을 테다. 단, 중세에는 그 힘이 컸고 근대로 넘어오면서 작아지면서 다른 통치성이 생겨났다(혹은 다른 통치성이 생겨나면서 그 힘이 작아졌다).
더욱 재미있는 지점은 위와 같은 사목 권력에 항상 대항품행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사목 권력은 대항품행(이를테면 종교나 사제의 요구에 대한 반항?)을 억압하기도 하고 일부를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변화하는데 결과적으로는 힘이 약해진다. 정종유착 되어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었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영혼만을 담당하게 된다. 그 빈자리를 국가이성이 대체한다. 국가이성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한 아래 내용에서 푸코가 '좋다, 바람직하다'는 가치판단을 내렸던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더 공부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현실을 설명하는 아래 내용이 우리 사회에 잘 적용되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콕 짚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을 두고 하는 이야기인지 공감이 될 테다. 슬픈 지점은 푸코가 수십년 전에 했던 이야기가 지금 여기에서 통한다는 점이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기성세대가 대학생 '데모'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나, 삼십년이나 지난 지금 주변에서 벌어지는 판단들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 답답했다.
위에 썼듯 책 읽는 내내 '인구주택총조사'나 학교에 자주 하달되는 각종 '조사 및 통계' 요청, 거기에 빅데이터 덕분에 요즘 부쩍 늘어난 '설문조사'들까지. 많은 사람을 다루어야 하는 분야들은 사람들을 인격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익명의 '인구'로 본다. 요즘처럼 국가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탄하는 분위기를 볼 때면 성인 2명이 만나 새로운 2명 분량 노동력을 '생산'해야하는 존재로 취급 받는 느낌이다. 오늘 간 결혼식에서는 주례 목사님께서 "아이를 몇 명 낳을 예정이냐? 두 명도 적다, 세 명은 낳아라."라고 말씀하시고 하객들이 즐겁게(?) 웃어서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행정부가 '국민'을 '통치'하는 시대이다. 푸코에 따르면 시대적 흐름은 있는 듯 없는 듯한 '내치(혹은 자치와 비슷할까?)'로 가고 있는데 이번 정권은 시대를 퇴보해서 강력한 통치를 하려고 하는 듯하다. 아래 내용을 보면 요즘 교육정책들을 교육주체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밀어붙이거나(2015개정교육과정, 진로를 강조하는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통일성 있는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국민에게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려는 정권은 교육을 만진다.
이 책의 매력은 원문을 읽었으면 이해하기 매우 어려웠을 푸코 강의록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주권 시대 이후 통치가 생겨나면서 나타난 변화상의 핵심이 바로 아래 인용한 부분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오기 전까지 한동안 경제학이 득세했던 이유를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인간을 합리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보았던 기반 자체가 치명적 오류였기에 경제학의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지금은 다소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생겨났고 작동했으며 어떤 난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아무래도 겨울방학이 오면 도서관에서 푸코 책들을 다시 빌려와야겠다. 아래 내용이 바로 내가 공부하고 싶은 내용들이다. 후기 푸코 이론에서 정치철학과 윤리학이 맞닿은 지점을 찾아보고 싶다. 비판 능력을 갖고 진실 알게 되면 그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가지고 실제로 실천해야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작동하고 있는 통치성의 폭력을 드러내고 싶기도 하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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