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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싹트기 시작한 민주주의는 진보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제도와 절차 면에서, 이전의 산업독재체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민주국가가 되었다는 인식을 우리 모두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이후, 평화적인 여야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이 땅에 어렵게 자리잡은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하나, 둘 훼손당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를 반문하게끔 만들고 있다. 일군의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보고 있으며, 그 위기의 원인으로 민주화, 세계화, 탈안보화를 꼽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 실태에 대한 진단과 묘사, 그리고 이해에서부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전망과 성숙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열과 방향감각의 상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이 책 [한국 민주주의의 도전과 극복]은 그들 정치학자들이 민주화, 세계화, 탈안보화라는 도전에 처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그리고 그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성과를 담은 책이다. 먼저, 박성우 중앙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라고 말한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국민들 모두는, 우리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의 정의는 공동체의 연대성이나 구성원간 상호신뢰에 기여하기 보다는 사회적 불신과 분열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기능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권위주의 시대 정의 담론이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저항 세력간의 대립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박성우 교수는 주장한다. 각 세력들이 주장하고 제시하는 정의가 달랐기에 국민 각자는 별도의 정의관을 갖게 되었고, 이론과 실천의 영역에서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지배세력과 저항세력 모두에게 나타난 정의의 항목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지배담론과 저항담론에서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제거하고, 정의론의 관점에서만 취사선택해야 할 요소들을 점검하여,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려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한국사회가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거치는 4반세기 동안, 민주주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지만, 민주주의의 원리와 조건들은 시민들의 일상과 생활규범 속에 깊이 뿌리내리지를 못했다. 이는 한국 민주화에 대한 대의가 대내적 측면으로는 시민의 참여와 유능하고 투명한 거버넌스의 확대이고, 대외적 측면은 대외정책의 투명성과 대표성, 그리고 책임성의 균형을 통한 국가이익의 확보이었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과정을 볼 때, 어느 하나도 자주적이고 일관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대내외 정책의 주를 이룬 것은 한반도의 안보와 관련된 남북문제였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기에 냉전시기에는 한미동맹, 그리고 냉전해체 후에는 북핵문제로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우리의 대내외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양식과 상식이라는 평범한 잣대를 적용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화, 탈안보화라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추종형 세계화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장훈 중앙대 교수는 주장한다. 또한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남-북-미로 이어지는 삼자관계의 비정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에서 가지는 그들의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요인으로 가장 큰 것은 세계화가 아닐까 싶다. 또한 세계자본주의, 아니 한국자본주의의 문제는 경제성장의 정체와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자본주의 역사를 초기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1930년대 경제대공황 이후 나타난 정부개입을 중요시하는 케인즈식 자본주의, 그리고 197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사회적 양극화로 나타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를 더욱 심화시켜 마침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기조를 붕괴시켰고,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치적 기반에 타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새로운 정치지형을 수용하지 못하는 기존의 정치제도가 한국정치 위기의 근본원인이고,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유현석 경희대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문제점들이 누적되면서 생긴 정치적 불신에 따른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그는 진단한다. 따라서 개혁을 통한 정당정치가 새롭게 복원되어 정치위기가 사라질 때 우리의 민주주의도 도전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본주의 3.0으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4.0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말한다. 그는 한국의 새로운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성장율 제고에 있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것만이 소득분배와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사람 및 고용중심의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개발독재에서 87년 민주화를 거쳐 민주주의로 이행한지도 어느덧 4반세기가 지났다. 그 동안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 제도와 절차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역시 한 사람의 뜻에 따라 무너질 수도 있는 허약한 것임을 우리는 보아왔다.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민주주의를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처한 도전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어떻게 하는 것이 그것을 극복하고, 또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