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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쓰고, 편집하여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잘 안다. 리뷰어들의 평가 한 문장 한 문장에 기뻐하고 속상하는 마음도 잘 안다. 괜히 언짢은 소리 나서서 해서 적을 만드는 것의 위험성도 잘 안다. 그래도 써 본다. 별 다섯 개 리뷰가 많으니, 이런 리뷰 하나쯤은 있어도 무방할듯. 그리고 근거 없는 감정적 지적질 말고, 독자 입장에서 의문이 생기는 객관적 사항만 적었을뿐이니까,,, 이런 변명을 하면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설의 내용 전개와 구성이 좀 엉성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의 젊은 여인이 일본에 가서 가문의 할머니이신 백파선이 만든 막사발 한 점을 찾아 온다. 남편과 사별한 며느리인 주인공에게 위자료를 주는 조건으로 거부 고미술 수집가 시아버지가 제안한 것이다. 여인은 백파선의 흔적을 좇다가 가난해서 버린 옛 일본 연인과 재회하고 너무도 쉽게 백파선의 막사발을 찾는다. 그 과정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가서 아리타 도자기의 역사를 연 백파선의 삶을 상상해서 그려낸 소설이 전개된다. 말하자면 액자식 구성인데, 두 이야기가 그렇게 유기적으로 얽혀 주제를 구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아버지와 탐욕스런 일본 아리타 영주 시게마사, 주인공 여인과 백파선, 주인공의 일본인 연인과 다다오를 등치시켜 어떤 주제를 보여주려 한 것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소설적 부분은 읽는 독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니 내 독서 취향 문제라고 생각한다. 길게 할 말 없다.
그러나 배경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의아하다. 주인공 백파선에 대한 기록은 "1623년경 심해종전(深海宗傳)의 미망인 백파선(百婆仙)이 동족인 조선 사기장 960명을 이끌고 아리타에 가마를 열었다."는 한 줄 밖에 없다. 유적이나 유물 역시 비석 하나 밖에 없다. 에도 시절 아리타에 화재가 나서 그녀의 증손자가 호온지에 세운 비석 하나밖에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백파선이라는 이름 역시 실명이 아니다. 그녀의 후손이 붙인 일종의 존경을 담은 호칭이다. 그러므로 백파선이란 인물을 소설로 쓸 경우 상당히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발휘될 수 있다. 단,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임란 직후와 에도 시대 초기의 당대 사회 역사 배경은 정확해야 한다. 역사 소설은 그 안에서 최대한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쟝르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많이 아쉬웠다.세세한 의복, 주택, 풍물, 일본 습관 등은 다 논외로 하고, 객관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점만 거론하겠다.
이 소설의 시간 배경은 백파선과 조선인 도공 일행이 일본에 끌려가서 아리타에 가마를 열기까지 만 3년 정도이다. 소설 처음에 시게마사의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장면이 있으니 아마 임진왜란 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1592 ~ 1598년 사이에 일본에 간 것이다. 소설 66쪽에 "아리타에 정착한 지 3년이 지났다."라는 구절이 있으니 백파선이 백자를 빚고 조선인 도공들을 이끌고 이주한 시기는 3년 후가 된다. 그렇다면 1595 ~ 1601년 사이이다. 그런데 원숙 어미 일로 시게마사 영주의 집으로 항의하러 간 백파선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쓴 사세구 액자를 보는 장면이 소설 147쪽에 나온다. 사세구란, 죽음에 임박해서 쓰는 절명시이다. 그렇다면 이 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미 사망한 후이다. 1598년 이후이다. 최종 정리를 해 본다면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일본 정착 3년 후는 1598 ~ 1601년 사이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1600년은 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194쪽에는 고구마가 등장한다. 안나가 고구마를 삶아 백파선 모자를 대접하기도 한다. 고구마가 일본 쿠슈 지방에 전래된 시기는 1610년 이후이다. 또 소설 71쪽에 가라츠의 조선인 도공이 발견한 이즈미야마 도석광선에서 도자기 만들 재료를 들여온다고 서술되어 있다. 이삼평이 이즈미야마에서 백자광을 발견한 시기는 1605년이다. 둘 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설정한 시간 대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일본 최초의 백자는 이삼평이 1616년에 구웠다, 그 이전에 구웠다 등등 이설이 많지만, 이 소설에서 백파선이 그 이전에 구운 것은 개연성이 있다. 고령토를 일본에 가져 왔다고 미리 서술해 두었으므로. ) 기록에 백파선이 도공을 이끌고 이전한 시기는 1623년경으로 등장하므로 이 시기와도 맞지 않다.
소설 212쪽에는 가토 기요마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는 사가 번에서 꽤 힘이 있는 영주'라고 서술되어 있는데, 가토 기요마사는 히고 국(國, 쿠니)의 다이묘였다. 사가 번의 여러 작은 영주 중의 하나 정도가 아니었다. 현재 사가 현 지역에 있던 쿠니는 히젠 국이었고,이 시기 아리타가 있는 사가 지역은 히젠 국 다이묘 집안의 가신인 나베시마 나오시게가 다스리고 있었다. 나베시마 나오시게가 아리타에 조선 도공들을 납치해 온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된 일본인 영주인데, 그는 가토 휘하의 장수로 임진왜란에 참전했다. 나오시게는 히고 국의 다이묘인 가토와 맞먹을 위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아직 '번'이 설치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사가 '번'은 없었다. 다시 한번 고구마. 가토는 1611년에 사망하는데, 이때까지 고구마는 이 지역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후손들이 붙인 명칭인 '백파선'을 실명으로 그대로 쓴 것은 좀 이상하다. 아예 새 이름을 지어 붙여 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일본 영주와 다다오가 그녀를 파선, 파선,,, 이렇게 부르는 장면이 소설에 등장하는데,,,?
쓰고 보니 괜히 흠 잡으며 잘난척 하는 것 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다시 강조해 쓴다. 나는 그냥 이 소설의 역사 배경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문제만을 객관적으로 썼다. 열심히 수고해 쓰신 작가분을 인신공격하는 듯이 보이거나 감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길,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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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다간 조선 서기장 백파선 텔레비전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다양한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거기에 감정가를 매겨 흥미를 더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소위 골동품이라는 이름으로 자산 가치를 더해주는 이러한 유물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청자, 백자 등을 비롯한 갖가지 자기류다. 이러한 자기들은 수 백 만원에서 때론 억대를 넘는 자기들이 출품되어 자기가 갖고 있는 예술성과 조상들의 지혜가 현대인들의 잠자고 있는 예술성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오기도 한다.
자기를 비롯한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러한 유물들은 조상들이 살아가던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로 태어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의 사회를 보더라도 시대에 따라 분청사기, 백자 등으로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른 성질의 자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러한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들로 이 역시 조선이라는 사회가 갖는 남녀구별 등의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남자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 전재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여성으로 자기 생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사기장으로 활동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백파선'이 그 사람이며 그는 광해군의 뒤를 이어 인조가 왕위에 올랐던 "1623년경 심해종전(深海宗傳)의 미망인 백파선(百婆仙)이 동족인 조선 사기장 960명을 이끌고 아리타의 히에고바에 가마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상 실존인물로 일본의 자기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보인다.
이 책 '불의 여신 백파선'은 바로 그 백파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임진왜란 후 조선의 사기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당시 '왜'로 불렸던 일본의 조선 해안지역을 침략하며 약탈을 일삼는 과정에 조선의 사기를 만들던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데려가 일본 내에서 자기를 생산하게 한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과정에서 끌려간 도공들에 대한 이야기며 그 중심에 있던 사기장의 남편이 죽자 부인 백파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사기장으로 활동하게 되는가를 그려가고 있다.
말과 풍습, 생활환경과 자연조건이 다른 왜국에서 조선의 자기생산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무사집단에 이끌어가던 왜국에서의 생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백파선은 여성의 신분으로 도자기를 만들며 아리타 영주 무사 다다와의 사랑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삶이 슬프게 그려진다.
작가는 백파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다른 현재시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일본에 유학하던 중 현실적인 요구와 사랑 사이에서 타협한 사람이 남편이 죽고 시아버지와 사이에 다시 타협점을 찾아 백파선이 만들었다는 마지막 자기를 찾아 나선다. 백파선의 중심적인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의 전개가 두 이야기의 사이를 한층 강화시켜 주는 역할이라면 좋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두 이야기가 상호작용하여 중심을 이끌어가기 보다 부수적인 이야기의 구성도가 흐릿하여 중심으로 향하는 집중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로 역사드라마가 있다. 요즘 '불의 여인 정이'라는 조선 도자기의 중심에선 한 여인의 일생을 그려가는 내용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백파선이 400여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우리 앞에 등장하고 있다.
"조선의 당찬 여자 백파선. 지금은 아리타에 있는 작은 사찰인 호온지 뒤꼍에 수많은 도공비 하나로 검은 이끼를 뒤집어쓴 채 초라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 도자기의 현실이 조선의 그 찬란함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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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파선..실존인물이다. 조선시대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몇 안되는 여성인데, 그녀가 지니고 있는 명예는 바로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라는 것이다. 사기장이라 하면은 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기술자를 이르는 말인데, 불의 여신이라는 수식어는 가마에 불을 때는 백파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백파선이라는 이름부터 상당히 강렬해서 조선최초의 여성 사기장에 꽤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러면서도 굳건한 의지를 지닌 여인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불의 여신 백파선' 속에는 시대가 다른 두 가지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현대에서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여인이,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때 끌려가다시피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가마를 연 백파선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전자와 후자는 시대 뿐 아니라 성격에서도 대조를 이루며 다부지게 가마를 이끌어온 백파선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현대의 여인은 가난한 유학 생활에 지쳐 가난한 연인을 버리고 부자집 아들과 결혼한다. 하지만 아이도 없이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경제적 원조를 바라며, 시아버지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의존적이고 계산적인 여성이라면, 백파선은 일본으로 끌려가 남편이 죽자, 그곳에서 자신이 가마를 이끌고 자기와 그릇을 생산해낸 여인이다. 산설고 물설은 타국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남편을 잃는 등 숱한 고난을 헤쳐가며 그녀는 당당하게 가마식구들을 지켜냈던 것이다. 외유내강이라고 할까.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여건이 되는 현대의 여성은 남성의 부에 기생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남성중심 사회에서 살았던 백파선은 왜국에 끌려갔지만 그곳에서 남편을 잃은 뒤 주체적으로 가마를 이끌어가는 담대함을 보인 것이다. 이런 백파선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현대의 여성에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다. 옛연인과 우연하게 재회한 뒤에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게 된다. 그 욕망에 갇힌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의지가 솟아난 것이다.
백파선은 아름다운 사발을 만드는 데 혼신을 다했고, 그것으로 가마 사람들을 지켜내려고 했다. 그리고 백파선과 다다오의 사랑도 달빛처럼 은은하게 무르익어 갔다. 이 둘의 사랑이 보기 좋았다. 격정적이지 않고, 건조하지도 않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백하게 묘사돼, 내 취향에 맞았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에 위기가 닥친다. 백파선에게 무엇보다 소중했던 가마와 가마사람들..그리고 다다오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닥친 것이다.
백파선은 가마를 지키기 위해 그와의 사랑을 놓아버리려고 한다. 그를 떠나 다른 가마로 가려고 하지만,다다오는 백파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백파선과의 사랑을 지키려 했다. 영주의 무사가 아니라, 백파선을 위한 무사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여인은 가마와 가마 사람들 지키키 위해, 사내는 사랑을 지키키 위해 목숨을 걸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기꺼이 생명을 바칠 각오를 하고 덤볐던 것이다.
이쯤 되니, 현대부분의 삽입이 사실 백파선이 끌어가는 이야기의 맥을 끊어놓는 역효과를 빚기는 했지만,그럼에도 현대와 조선시대 시공간을 오가며 서술된 이유가 눈에 보였다. 안락함을 위해 연인을 버리고, 자신의 손으로 삶을 이끌지 못하고, 기대는 모습에 비해 백파선, 다다오의 결연한 정신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 것이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삶을 채워가는 모습, 그 자세는 시대를 초월해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존재, 임진왜란 와중에 왜국으로 끌려갔던 백파선의 행적을, 또 그녀가 빚어낸 사발과 그릇의 탄생을 담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드라마를 통해 백파선의 존재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백파선의 흔적을 더듬다, 옛연인과 재회하게 된 현대의 여인, 그녀에게도 다시 사랑에 젖어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전처럼 돈에 무릎을 꿇는 사랑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사랑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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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음으로 막사발을 만들었을까...
시아버지 창고서 찾아낸 백파선이라는 사기장이 쓴 한편의 편지 그로 인해 백파선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 주인공은 사랑하던 애인을 버리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시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남편이 죽고 미망인이 되어 백파선이 만들었다는 막사발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상근과 파선은 힘든 삶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왜로 가는 길을 택했다. 파선과 상근이 왜로 가는 고단한 여정이 그려진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찾아간 왜에서의 삶은 고향 진주보다 더 고단하다. 상근의 허약함은 파선을 강인한 여인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상근의 죽음으로 파선이 사기장이 되고 결국 고운 빛깔의 자기를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고 조선 사람들을 좀 더 편안한 삶으로 이끌고자 했던 파선, 그리고 영주의 무사 다다오에게 이끌린다. 날카롭고 다정함이란 없어 보이는 다다오에게 이끌리는 파선 영주의 제의를 듣고 돌아온 파선은 상근이 죽자고 가지고 가자던 진주의 흙 벚나무 아래 묻어 두었던 고향 진주의 흙으로 막사발을 만든다. 그 중 한 개를 원숙어미(안나)와 아이들에게 주고 조선으로 보내고 한 개는 마음이라며 사랑하는 무사 다다오에게 준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옛 여인의 집에서 만난 막사발과 그 옆에 서 있는 검 우연이었을까....필연이었을까... 모든 건 선택의 결과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다가 파선... ‘선택하는 순간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우리 삶은 순간순간 선택의 삶이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역사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읽다보니 어느새 끝나있는 이야기 한 편의 영화를...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간만에 재미있게 책속에 빠져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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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뒷태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 불의 여신 백파선. 흔히 도자기 하면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가 유명해서 청자,백자 도자기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한데, 사기는 조금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듯합니다. 사실 나도 뚜렷하게는 알지못했는데, 사기는 여러 가지 흙을 혼합하여 1,300℃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사기그릇을 말하는 거라네요. 드라마를 즐겨보지는 않아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얼마 전 기사에서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가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라고 소개하는 것을 잠깐 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같은 인물이네요.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라 여기저기 찾아보니 백파선이란 인물은 조선 최초의 여자 사기장으로, 400년 전 자신이 만든 유약의 비법으로 만든 막사발로 일본을 매혹시킨 조선의 도공이라네요. 임진왜란 직후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반강제적으로 끌려가 아리타 영주의 가마에서 일하며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여자의 몸으로 사기장까지 올랐다 하니 남녀차별을 두던 시대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당찬여자인 것 같아요. 책에는 영주의 무사인 다다오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찡한 사랑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일본은 우리나라의 각종 문화재를 약탈하고, 장인들을 납치하다시피 데려가서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는 건 학창시절 역사시간에서도 배운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여자가 사기장이였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가 남편이 죽은 후 백파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긴 막사발을 찾아 오면 위자료를 주겠다는 시아버지가 제시한 제안에 백파선의 행적을 쫓아 가는 현재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백파선이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진주 송촌리 산막에서 가마식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탄 이야기가 연결되며 2개의 이야기가 액자구성으로 이어집니다. 교통이 아주 불편했을 당시에 진주에서 한달 열흘이나 걸려 일본에 도착한 여정이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비참하고 힘들었을지 너무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백파선은 낯선 일본 땅에서 남편마저 잃고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남편이 진주에서 힘들게 가져갔던 고향 진주의 흙으로 남편이 남긴 비법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유약의 비법으로 구워낸 조선 막사발로, 일본의 도자기 애호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되어 영주와 담판을 벌일 정도지요. 이런 당찬 여장부로서의 백파선도 영주의 무사 다다오와의 사랑에서는 사기장으로서가 아닌 한 여자로서 사랑하는 모습도 읽을 수가 있었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줄 알면서도 서로를 원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찌 될까요?... 원하지 않았지만 일본으로 끌려가 도자기를 빚을 수 밖에 없었던 도공들의 힘든 삶과 그들의 혼을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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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주인공인 백파선에대해 알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렇게 뛰어난 솜씨를 지녔었다는것도 알지못했고 허구도 가미되었겠지만 힘겹게 살았다는것도 알지못했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우리나라 도공들의 자기기술이 뛰어나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배울때도 그냥 그러려니했었다. 내가 경험한 시대도 아니고 실력이있으니 굶지않고 하던일을 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일부는 그 실력덕에 칭송받고했다하니 그런가보다...했었다.
그런데 책의 도입부분, 일본으로 가는 가마골식구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고 아이와 서방을 잃은 아낙네의 모습은 울컥하게 만들며 당시의 시대적상황에 분노했었다. 그러면서 책속으로 몰입해들어가게되었다. 남편 상근과 가맛골을 책임지던 파선. 목숨을 빼앗기는게 두려워서,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선택한 일본에서의 삶. 그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었고 영주에게 속아 일해도 배불리 먹기 힘들었으며 하나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렇게 떠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라는게, 조국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새삼 느낄수 있는 시간이었고, 상근의 죽음과 차갑던 무사 다다오의 심장이 따뜻하게 움직이며 파선과의 관계가 이어지는것을 보면서 사람사이의 일은 알수없고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건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시도했던 도전이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결과를 나타낼때에는 안타깝고 그렇게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모습에 화가났었다. 이야기니깐, 실제가 아닌 허구니깐 그런 안타까움이 있는걸꺼야.. 실제고 사랑했다면 서로 도망이라도 갔어야지...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하고 무엇인가에 한없이 빠져들어 자신의 일에 매진한 그들의 열정이 부럽기도했다.
사랑보다도 더 슬픈것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삶이 아닐까... 사랑해도 헤어질수 있다면 헤어져도 사랑할수 있다는 노랫말이 떠오르며 불꽃같은 사랑, 불꽃같은 열정에 대해 알아갈 수 있던 시간.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가 백파선을 주인공으로 한다지만 소설과는 또다르게 흘러갈 이야기들. 주인공만 백파선이고 사기장이라는 것이라며 드라마 시작전부터 말이 많던데 그 드라마는 백파선을 어떻게 그려낼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책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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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독특한 구성을 따라 작가의 시선으로 백파선이란 여성의 삶을 허락도 맡지 않고 들여다본 것 같아 못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작가가 불현듯 부산에서 후쿠오카에 가는 배에 올라 그녀를 만났음을 책의 첫머리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 연장선인마냥 한 현대 여성이 헤어진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고자 시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백파선의 다사다난한 삶에 공감하지 못한 채 그 여성의 눈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추적하였는데, 백파선의 이야기와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하여 교차해서 드러났기 때문인지 나 또한 무임승차하여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아 위와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내용이 거듭할수록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현대 여성인 '나'의 이야기와 가맛골 사람들의 여수장으로서의 고뇌를 치밀하게 그려낸 백파선의 이야기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야무지고 단단한 백파선이 일본 영주에 맞서 보란듯이 자신의 일을 잘 꾸려가고 있노라면 '나'의 이야기가 그 흥을 깨고 있었다. 조선에서 온 여인인 백파선과 자신들을 일본으로 데려 온 영주의 수하인 다다오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을 끝마쳤을 때,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는 '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갔더니 그 집에서 수백 년을 떠돌았던 백파선의 자기를 결국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맥이 풀렸다. '그럴듯한 허구'에서 '그럴듯한'이 빠진 느낌이었다. 불편한 작위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쉽게 읽혔으며 그 후 여운이 많이 남은 이유는, 속알맹이인 백파선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단단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료 한 글귀가 그녀에 관한 사실적 기록이라면, 이 책 한권은 사실상 작가의 상상력의 소산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비장미가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역사소설에서 보기 힘든 여성적 어조와 섬세한 심리 묘사 그리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절제된 어조 덕분이었다. 임제의 <원생몽유록>에서 꿈 속에서나마 단종과 그의 신하들이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하며 한을 풀 듯, 가맛골을 이끌었던 수장으로서는 훌륭한 삶을 살았던 백파선이 하늘에서나마 연인이었던 다다오를 만나 여인으로서의 한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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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인 백파선..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로 추앙받고 있다는 그녀는, 현재 아리타에 있는 작은 사찰 호온지라는 곳에 성씨만 적혀있는 도공 비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녀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보니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된 백파선을 만나본 셈이다.. 그런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만큼의 강한 무엇이.. 없었다.. 아쉬웠다..
불의 여신 백파선.. 현재의 내가 과거 사기장인 백파선이 남긴 사발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와 과거의 실제 백파선의 삶을 그린 이야기로 구성되어진다..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오가며 함께 읽는 재미도 좋았다.. 임진왜란 직 후, 일본 아리타로 끌려간 남편인 상근과 파선, 두 아들 그리고 가마 식구들.. 그들은 진주 송촌리 산막인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가지고 살지만, 그 삶은 참 고단하다.. 아리타 영주의 가마에서 일하게 된 지 3년째, 남편 상근은 앓고있던 병으로 죽고 파선은 상근을 대신해 가맛골의 대장이 된다.. 가마식구들을 위해 파선은 아리타 영주와 맞서게 되고, 영주의 무사인 다다오와의 사랑도 커져간다.. 상근이 남긴 비법을 통해 파선은 자신만의 유약 비법으로 조선의 막사발을 구워내고, 그로 인해 가마식구들 모두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않는다.. 아리타 영주는 파선의 비법에 더 큰 욕심을 내고 거기에 맞서기로 한 파선은 가라츠 최고의 사기장인 도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마식구들을 살리기위해 그 곳으로 먼저 보낸다.. 그리고 다다오를 만나러 간 파선..
그녀의 이야기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어서였는지 다 읽고 난 지금..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을것 같은.. 아니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읽다 만 듯한 기분이랄까?
파선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때의 삶에 대해,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리 같은 목숨이지만 가맛골 사람들이 죽는 것은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왜국에서의 삶은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분명히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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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은 참으로 많은 일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도자기를 좋아하던 일본 영주들이 조선에서 도자기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던 일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 찾는 것이 부족하여 그들은 조선 도공들을 데리고 갔고, 그들에게서 도자기를 직접 구울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갔다. 그 과정 속에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들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다르랴.’는 흔한 생각은 이들의 삶 속에서는 사치가 되는 것이리라. 이 책은 이런 임란을 중심으로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도공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진주에서 가마를 가지고 도자기를 만들던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가는 이야기부터 소설이 시작되고 있다. 백파선의 남편이 도공들의 대장이었고, 그들은 시게마사라는 일본 영주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들은 그곳으로 가면 여기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및 사무라이들의 검 아래 두려움까지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면서 바다를 건너간다. 영주는 도공들에게 약속한 대로 한 마을을 주기 위해 그곳 사람들을 창칼로 몰아내고, 그들을 머물게 한다. 도공들이 정착하는 과정이 순탄치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내면서 영주에게 물건을 넘기고 세금을 내면서 살아가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그 삶이 쉽지가 않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도록 어려운 삶이 지속된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함께 갔던 사람들이 더러 쓰러지기도 하고, 그 장례 문제 때문에 영주 측과 갈등을 가지기도 한다. 그곳은 화장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도공들의 의식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대장인 파선의 남편이 죽는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장례 때문에 파선은 큰 결심을 하게 되고, 영주와 날을 세우는 기회가 만들어 진다. 그러면서 영주와 단판을 한다. 도자기를 구워 영주에게 선물이 되게 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장례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묵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주도 용인을 한다. 그 후 파선은 차츰 힘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그 힘이 도공들이 뭉치는 것과 좋은 그릇들을 만들어내는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이 죽은 후 파선이 도공들의 대장이 된다. 그리고 도자기를 굽는데, 유약 제조법을 남편이 남겨준 비법으로 혼을 불어넣어 만들게 된다. 그것이 비취의 그릇과 백자를 만들게 만들고, 그 백자는 나중에 영주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 그러는 과정 속에 그곳 가마터가 소문이 나게 된다. 좋은 그릇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이때 다른 곳, 가라츠에 있는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이 함께 뭉쳐 그릇을 굽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파선을 고민을 하게 된다. 자기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자신과 함께하는 도공 전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 고민은 이야기가 끝이 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파선과 영주의 무사 다다오 사이가 묘하게 흘러간다. 다다오는 진주에서 일본으로 들어올 때부터 도공들을 지킨 냉혹한 사무라이다. 그런 그가 파선 앞에서 약간의 인간미 담긴 행위를 보이고, 결국 파선의 아이들이 그의 도움을 받아 살아나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파선이 영주와 협상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은근히 다다오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의 강인함과 인간미에 파선이 마음을 내어주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이 내용은 도공들의 삶 속에 사랑의 이야기를 완력으로 끌어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그것이 이야기의 활력소 구실을 하니까 글의 구성상 필요한 내용이리라.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현실의 화자에게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시아버지로부터 거래가 들어온다. 남편에게 유산을 하나도 남겨 놓지 않은 시아버지가 자신이 가보로 가지고 있는 도자기 외 하나의 도자기가 더 있는데, 그것을 찾아주면 네가 원하는 유산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파선이 만들었다는 하나의 도자기를 더 찾기 위해 일본으로 가게 되고, 그 과정 속에 파선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다. 현재의 이야기는 고딕체로 가볍게 소개되고 있고, 나머지 모든 내용이 파선의 이야기다. 파선이 문제의 핵심이 되는 사물인 도자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 나눔 그리고 도공들의 일본에서의 삶이 거의 모든 내용을 이룬다. 조금은 치밀한 구성이 못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 여인의 당찬 성격이 드러나고 이국의 악조건 속에서 도공들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픈 글이라 할 수 있다.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지역에 갇혀 고립되어 있고, 식량도 영주가 제공해 주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은 무척 어려웠으리라. 몸이 허약해 보신이라도 하려고 고기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길이 없다. 모든 통로가 영주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이란 말이다. 이렇게 이국에서 갇힌 생활을 해야 했던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암담했으리라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없으리라.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루어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으로 안타까운 삶의 흔적이다. 이야기 속에서 조선인들의 안타까운 삶의 현장을 볼 수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불의 여신’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도공들의 삶의 현장이 두리뭉실 들어있어 조금은 안타까운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공들의 삶, 그릇을 구워내는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면 조금 더 가치가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이 글의 화자는 일본에서 공부를 했던 사람이고 일본인과 사랑에 빠졌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남자와 이별하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여 그 학업을 접은 상태로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의 보물창고에서 사기장 백파선의 편지를 발견하고 도자기에 대해 마음을 내게 된다. 남편이 죽고 시아버지가 원하는 도자기를 찾아 떠나게 된 것도 그 편지가 이유가 된다. 화자는 파선의 흔적이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일본으로 도자기를 찾아 떠난다. 그런데 일본에 가서 파선의 흔적을 찾는 과정 속에 사랑했었던 사람 나오키와 재회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도움을 얻어 파선을 찾아 나선다. 이렇게 이중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현실에서 파선의 흔적을 찾는 일은 고딕체로 제시해 놓고 있다. 서로 잘 구분되게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책에서 고딕체는 읽어나가기에 시각을 피로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아버지가 원한 그릇을 나오키의 고향 신사에 가서 만나게 되는 상황으로 그려나가고 있는데, 참으로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로 마무리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은 감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파선은 자신의 모든 식구들을 보다 나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자신은 사랑을 선택하고 있다. 3개의 도자기를 구워 두 개는 자녀들에게 들려 기녀 생활을 했던 고국의 할머니를 찾아가도록 만들고, 하나는 사랑했던 인물인 다다오에게 선물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도자기들은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 보관된 형태로 그려진다. 결국 파선의 자녀들이 남편의 선조가, 파선이 사랑했던 다다오가 나오키의 선조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현실성이 조금은 떨어진다.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롭게 구성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가 여겨진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임란 중 조선인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으며, 특히 예술혼을 지녔던 도공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갔던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주는 내용들 담고 있다. 무척이나 애련함이 가슴에 스미는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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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오는 집행자일 뿐 집행관은 아니었다. 파선은 다다오의 칼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때로 그가 영주의 무사가 아닌 다다오로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p.149
"파선! 내가 당신을 얼마나......당신 때문에 한시도 딴 생각을 할 수가 없소. 당신과 싸우느라 매 순간 전쟁을 한단 말이오!"
"저는 살기 위해서 매일같이 전쟁을 합니다. 당신은 힘없는 한 사람과 전쟁을 하지만 저는 아리타, 아니 당신 나라와 전쟁을 치러야만 합니다."
"전쟁을 하는 것보다 안하거나 피하는 것이 낫겠지요."
"목숨을 걸고서라도 하고 싶은 전쟁이 있는 법이오. 나는 비겁한 전쟁은 하지 않소." p185, p.186
"당신이 저 때문에 불명예스러워지는 것은 원치 않아요. 귀를 잃는 것보다 명예롭게 죽는 게 낫지 않겠어요. 저도 당신 때문에 사기장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p.222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과 왜국 사무라이의 로맨스가 큰 축이 되는군요. 재미라는 요소도 있고, 개연성도 있고, 나름의 명분도 주어진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 흥행의 조짐도 보이네요. 도공의 작업과정을 보면서 소설가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 좋은 흙을 골라 최적의 상태로 건조하고, 반죽하고, 초벌로 굽고, 용도에 맞는 비법의 재료로 만든 유약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춤추는 불구덩이 속에서 구워내는 것. 최상의 수준에 이르도록. 상품 가치가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담고 있는 한줄기...
삶이 누군가의 제안과 협상으로 살아지는 것이라면 매일같이 꿈꿀 필요가 없다. 그 꿈은 제안자의 욕망이고 협상자의 욕심일 뿐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불꽃같이 살다 간 몇백 년 전의 파선이 내게 말했다. '선택하는 순간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나는 비로소 비틀리는 내 삶을 추스를 수 있었다. p.269
권력을 탐하는 시게마사 영주의 야욕으로 인해 왜국으로 끌려가는 조선의 도공들, 그 과정에서 영주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내는 무사 다다오의 칼끝에 난자 당하는 수 많은 무고한 목숨들... 희생당하는 생명들 앞에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무사의 모습을 보면서는 단지 "집행자"라는 명분으로 모든 죄를 면책받을 수 있는 걸까? 명예를 따른것으로 묘사되는 그의 마지막 선택 조차도, 사무라이란 그런거니까?! 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인걸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잔혹함조차 매우 멋있게만 묘사된 무사의 모습을 보며 그것을 바라보고 흠모하게될 아이들이 어떤 가치관의 틀을 형성해 갈지 염려가 되기도 하네요. 드라마로 각색되면서는 다다오의 역할이 아마도 조선의 왕의 무사로 그려지는 것 같던데 드라마는 무사의 내면을 어떻게 녹여낼지 모르겠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잘 어우러진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장인 정신, 로맨스를 잘 버무려 드라마틱하고 실감나는 스토리를 엮어내는 작가의 역량엔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권력의 강압앞에서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가는 파선의 판단력도 인상 깊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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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함이 굳어지면 공포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내는 족쇄가 되고 마는 것이다. 가마 사람들이 영주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그들의 강압 때문이 아니라, 가마 사람들이 그들의 강요를 판단하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p.76, p.77
모든 슬픔과 고통을 하느님께 맡기고 나니 세상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마 사람들은 솔직히 신부의 말보다 원숙어미의 말을 더 믿었다. 그녀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p.80
주인 여자의 품위는 푸짐하게 입은 기모노보다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p.94
슬픔을 포장하는 왜인들의 습성이 놀랍기만 했다. p.102
"세상에는 복수보다 더 중요한게 있소. 당신도 지금의 아픔을 복수가 아닌 더 영예로운 무엇으로 채우며 살기 바라오." p.112
도칠의 말투에서 그의 영향력이 묻어 나왔다. p.119
보물은 보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주인이었다. p.123
어둠보다 깊고 두꺼워 보이는 다다오의 등이 그녀의 밤길을 안내하며 안녕하냐고 묻는 것이었다. p.132
분노와 굴욕의 발걸음이 말을 탄 듯 가맛골을 벗어나게 하고 들길을 가로질러 달리게 했다. p.139
그녀는 이제 홍기어미도 파선도 아니었다. 가맛골을 책임져야하는 대장이면서 도공이었다. p.142
봉변을 당한 원숙어미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가슴이 또 후드득거렸다. p.143
사람들이 불행한 기억을 맘대로 잊을 수 있다면 안나처럼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신부님이 말했다. 파선은 안나를 볼 때마다 신부님의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p.163
그녀는 미투리에 뻗친 지푸라기를 잡아 뜯고 버선목을 잡아당겼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서너 개의 사금파리를 천천히 줍고 일어섰는데도 다다오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자리에 박힌 듯 서서 그녀가 봐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자, 다다오가 푸시시 웃었다. 둔해 보이던 다다오의 몸이 간지러움을 탄 듯 순간 살랑거렸다. p.210
여자들은 진열되어 있는 차 사발을 하나씩 들고는 방앗간에 모인 참새들 처럼 요란을 떨었다. p.211
"당신이 날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면, 당신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오." p.221
겨울 바람이 미친개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막아섰지만 누구하나 투덜대지 않았다. p.232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갈등을 잘랐다. p.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