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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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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소설 Q시리즈 4번째 이야기/ 금희소설『천진 시절』 제목만 보고 나의 천진난만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의 지명 천진이 공간적 배경이다. 이번에 이 분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책의 어휘들 중 독특한 수식어, 서술어가 눈에 띄었다. '표현이 참 독특하구나' 했는데  역시나 작가님은 중국 지린성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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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 Q시리즈 4번째 이야기/ 금희소설







『천진 시절』 제목만 보고 나의 천진난만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의 지명 천진이 공간적 배경이다. 이번에 이 분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책의 어휘들 중 독특한 수식어, 서술어가 눈에 띄었다. '표현이 참 독특하구나' 했는데  역시나 작가님은 중국 지린성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2007년에 윤동주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나왔다. 『세상의 없는 나의 집』에서 완전한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조선족, 그리고 이들이 조선 사람이라 부르는 북한 탈북자들의 삶을 그린 바 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이것은 한 여인의 『탈향』에 대한 이야기라고들 했다. 내 생각에는 상아라는 주인공 여성의 성장 소설이다. 탈향, 벗어남보다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들고 싶다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상아는 자신도 모르게 중고서적을 둘러보는 그룹 채팅방에 초대되었다. 먼저 그 채팅방에 있던 정숙이 상아를 알아보고 먼저 개인 채팅을 요청하고 그들은 연락을 주고받는다. 까맣게 잊고 지냈던 정숙이라는 인물을 떠올리는 동시에 또한 천진 시절 과거가 줄줄이 엮여 나온다. 이런 경험은 내게도 있다. 집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메모 한 장. 그냥 버리려다가 펼쳐들었다. 결혼하기 얼마 전 엄마가 내게 써 준 편지였다. 노트를 찢어서 급히 쓴 듯한 엄마의 필체. 엄마의 애틋함과 간절한 바람이 들어 있었다. 메모를 읽고 또 읽으며 과거 기억을 더듬었던 그날의 기억. 천진했던 청춘의 시절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소설 읽을 때 버릇이 있다. 소설을 읽을 때면 등장인물들이 다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과한 감정 몰입이라 떨쳐 버리려 하지만 잘 안되는. 금희 소설가의 자전적 내용도 없지는 않으리라. 그것을 배제하고 읽는다 해도 작가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관점은 객관적이고 담담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과도한 감정 몰입은 나 같은 삼류 독자에게 맡기면 된다. 어쨌거나 이 소설 속에서 상아와 무군 두 사람에게 마음이 갔다. 살던 도시를 떠나도 당황스러운 점이 많다. 나 역시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타향 생활을 할 때 얼마나 당혹스럽던지 당장 운전대부터 꽉 움겨잡아야 했다. 하물며 상아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와야 했으니 그 당혹감이란. 변하지 않고 천진 시절의 상아로 살아내기는 힘들었을 터 그녀는 현실에 적응하고 조금씩 변해간다. 나라도 그러했으리라 고개를 끄덕여본다. 




무군의 담담함도 좋았다. 더부룩한 머리카락, 잘 생기지도 않고 큰 재주도 없지만 상아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고 오로지 가진 것은 그뿐인 그에게 마음이 갔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냉소하는 무군의 누나를 뒤로하고 상아는 무군을 떠난다. 아니 밑바닥 노동자의 삶, 안주함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으로.





한 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에덴에 남겨진 단 한 명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자 같은 경우.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고 절대적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유일하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낯익은 상대와 함께함으로 그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친밀감, 의지하고 싶은 감정......이런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P32



내 인생은 그런가봐.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할 수 없나봐. 갈색의 탁상등 불빛 속에서 그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어쩌면 정숙은 그 충격을 계기로 우리의 한때를, 그녀에게 잊힐 수 없는 한 사람을 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P174 



됐어, 그만하자, 아니 더 분명하게 얘기할게. 이제 우리 끝내자, 아주 깨끗하게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게 아니란 거, 그 정도는 너도 알고 있겠지? 무군은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애원하지도 비난하지도 도에 넘치는 행동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무순은 자기에게서 등을 돌리고 가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사실 많은 얘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무군이라면 그럴 자격이 있었지만, 그는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이 결과를 나의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게 무군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몰랐다.   P187






 상아는 천진에서 약혼자 무군과의 생활을 접고 자신의 의지대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들의 이별 장면은 무슨 의식 같아 그대로 옮겨왔다. 무군에게는 너무 잔인한 이별이지만. 천진에서의 생활 그 어쩔 수 없음을 떨쳐버리고 상아는 금황색 빌딩 앞에 섰다. 어쩌면 그것은 '상아만의 황금성'이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그 이후의 무군의 행방은 알 수 없다. 만일 그도 고향마을로 돌아왔다면 상아를 다시 마주쳤다면 어땠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계층적 상승의 꿈은 결국 이루지 못한다. 상아의 남편 역시 한국 땅에서 "휴식시간이면 포장을 뜯지 않은 자제위에 걸터앉아 담배 한 개비 피우고, 정심 시간이면 회사에서 정해준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자신이 상아였다는 사실을 감감 모른 채로. 그녀는 책의 마무리쯤에서 혼잣말한다. 한 번도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무군, 그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고 하면서. 책을 덮음과 동시에 나의 천진 시절, 기억이 밀려왔다. 파르르 떨리던 손끝이 차가워진다. 나도 모르게 내 옆에 있어준 남편의 손을 새삼 꼬옥 잡아본다.   






 이 글은 리딩투데이카페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지원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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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천진시절, #리딩투데이


이달의 사락 r******7 2020.06.19. 신고 공감 0 댓글 0